Suicide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public health issues worldwide, with causes that are multifaceted and complex. Suicide is more than an individual problem and is influenced by broader social and structural contexts. A public health approach has an important role in effective suicide prevention. For World Suicide Prevention Day 2024, The Lancet Public Health published a series titled ‘A Public Health Approach for Suicide Prevention’. This series presents suicide prevention from a public health perspective. In particular, the series highlights the role and importance of a public health approach and covers factors such as access to means of suicide, economic downturns and their effects, the spread of suicide risk through media, and other major societal-level risk factors. Lastly, the series presents public health actions for suicide prevention in its final section. This article summarizes the key messages from the six papers in the series and discusses their implications for suicide prevention policy in South Korea.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공중보건 이슈 중 하나이며, 그 원인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보건적 접근이 자살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024년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랜싯 퍼블릭 헬스(Lancet Public Health) 학술지에서는 ‘A Public Health Approach for Suicide Prevention’ 시리즈를 발표하였다. 이 시리즈는 자살예방을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조명하며 지금까지 수행된 주요 연구와 그 결과를 정리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특히 공중보건적 접근의 역할과 의의, 자살수단 접근성, 경기침체 및 경제적 영향, 미디어를 통한 자살위험 확산, 사회적 차원의 주요 위험 요인 등을 자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전략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다룬 뒤 이에 대한 공중보건적 자살예방 실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총 6편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한국 자살예방 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70만 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하는데, 이는 주요 공중보건적 이슈 중 하나이다. 자살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으며, 대부분 개인적 요인과 더불어 사회・구조적,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살은 예방과 개입을 통해 줄일 수 있으므로 효과적인 개입 전략 및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정신건강 분야를 넘어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024년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랜싯 퍼블릭 헬스 학술지에 ‘A Public Health Approach for Suicide Prevention’ 시리즈가 발표되었다. 이 시리즈는 자살과 자살예방을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그간 수행된 주요 연구와 그 결과를 정리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글에서는 총 6편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공중보건적 접근은 개인이 사회와 환경으로부터 독립된 존재가 아니며, 건강은 다양한 맥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들은 자살예방에서 공중보건적 접근이 중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자살 감소에 있어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공중보건적 접근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접근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인구 집단 전체의 위험 요인 분포를 낮추는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Rose의 역설(Rose’s Paradox)이 그 기반이 된다(Rose et al., 2008). 둘째, 자살위기에 처한 개인에게 일대일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공중보건적 접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림 1]과 같이 자살 발생 경로를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관점은 개인을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맥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존재로 본다. 특히 사회적 결정 요인을 강조하며, 거시경제적 요인, 공공정책, 사회정책, 법률, 의료 시스템, 문화적 가치, 사회적 응집력 등 사회적 환경 요소가 개인적 위험 요인(사회인구학적 요인과 맥락적 요인)과 상호작용하여 자살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보편적(universal), 선별적(selective), 표적(indicated) 개입을 통해 사회적 결정 요인과 개인 수준의 위험 요인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편적 개입은 전체 인구 집단을, 선별적 개입은 자살위험이 높은 대상을, 표적 개입은 자살생각이나 행동을 경험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개입을 뜻한다. 사후 개입은 자살 발생 후 개인과 지역사회에 제공되는 개입을 뜻한다. 저자들은 앞서 언급한 영향 요인과 개입을 바탕으로 자살수단 접근성, 경기침체 및 경제적 영향, 미디어를 통한 자살위험 확산, 사회적 차원의 주요 위험 요인을 구체적으로 다룬 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공중보건적 자살예방 실천 방안을 소개하였다.
출처: “Preventing suicide: a public health approach to a global problem”, Pirkis et al., 2024a, The Lancet Public Health, 9(10), e787-e795.
자살수단의 접근성은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 요인이다. 자살생각이 극대화되고 자살행동으로 이어지는 시간은 평균 10분 이내로 보고되며(Deisenhammer et al., 2009), 이 시간 동안 자살수단의 접근 가능성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자살수단의 접근성이 높으면 삶의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 자살행동을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유명인 등이 사용한 자살수단에 대한 노출과 접근성이 높을 경우 자살위험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자살수단의 접근성 차단은 보편적 개입으로, 공중보건적 자살예방 전략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Zalsman et al., 2016). 이는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자살수단에 대 한 접근성을 낮추는 방식인데, 특히 접근이 쉽고 널리 사용되는 수단을 차단할수록 예방 효과가 크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예방 효과의 기전은 크게 세 가지로 1) 자살수단의 접근이 제한되면 자살위기 동안 더 심각한 자살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늦추거나, 반대로 도움추구 행위를 하는 등 자살위기자 스스로가 다른 행동 경로로 전환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2) 제3자 혹은 전문가가 자살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3) 심지어 여전히 자살행동을 하더라도 다소 덜 치명적인 대체 수단에 접근하게 됨으로써 자살사망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자살수단 차단 사업은 국가 및 지역사회 차원의 자살예방 전략에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고독성 농약에 대한 접근 차단이다. 한 문헌 고찰 연구에 따르면 고독성 농약 접근 차단을 시행한 15개국의 23개 연구 중 19개 연구에서 농약 관련 자살사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Lim et al., 2021). 또 다른 문헌 고찰 연구에서도 특정 농약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금지 조치 이후 농약을 이용한 자살뿐만 아니라 전체 자살률 감소에도 기여했다고 보고 하였다(Gunnell, et al., 2017). 공공장소에서의 자살수단 차단을 효과적인 개입 방법의 또 다른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주요 공공장소 자살수단으로는 교량, 절벽, 또는 특정 건물에서의 투신 및 기차나 자동차에 뛰어드는 방식을 포함한다. 난간 설치는 투신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난간 설치 이후 해당 장소에서의 자살률이 평균 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Pirkis et al., 2015). 이러한 개입은 독립적으로 시행될 수도 있으며, 위기 상담 전화부스 설치, CCTV 모니터링, 순찰 활동 등과 병행될 수도 있다.
자살수단 접근성 제한은 공중보건적 자살예방 전략 중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 중 하나지만, 특정 수단이 차단될 경우 다른 수단으로의 전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자살수단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단 제한이 자살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포괄적인 자살예방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수단 제한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자살수단 제한과 다른 예방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자살예방 관련 기관은 새로운 자살수단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예방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실업과 빈곤을 포함한 경제적 요인은 개인 및 인구 집단의 자살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경기침체 시 자살률 변화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관계는 국가의 소득 수준이나 발전 단계와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체계적 문헌 고찰에 따르면 경제불황과 실업 등 경제적 어려움은 자살률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Mathieu et al., 2022). 고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한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경제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개인은 그렇지 않은 개인에 비해 자살위험이 74% 높았고, 실업자의 경우 비실업자에 비해 자살위험이 87% 높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Roelfs & Shor, 2023). 또한 자살률은 경기침체 및 경제위축 시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1920년대 후반 대공황 시 영국 남성의 자살률이 실업률 증가와 함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Swinscow, 1951).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 동안 실업률이 급격히 증가한 일본, 홍콩, 한국에서는 전년도 대비 약 1만 400명의 초과 자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Chang et al., 2009).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동안 미주 및 유럽 국가의 남성을 중심으로 4884명의 초과 자살이 발생한 것으로도 보고되었다(Chang et al., 2013).
정부의 정책 대응 역시 자살률 변화와 연관이 있다. 정부의 재정정책, 특히 지출과 조세정책은 자살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긴축정책은 단기적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자살률 증가와 연관이 있다. 경기침체가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긴축 조치가 시행될 경우 그 영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반면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고 사회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은 자살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 증가할 때마다 자살률이 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 세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연간 1만 4000∼1만 5000명의 자살사망이 예방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Meda et al., 2022). 또 다른 연구에서는 유럽의 경기침체기에 고용 프로그램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한 국가에서 실업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1인당 10달러를 추가 투입할 경우 실업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이 0.04%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Stuckler et al., 2009).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개입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Kaufman et al., 2020). 또한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소득세 공제 정책은 자살 감소와 연관이 있었으며, 모델링 결과에 따르면 최대 세액공제가 10% 증가할 때마다 전체 자살률이 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Dow et al., 2020). 다른 유사한 사례로, 2004년 브라질에서 도입된 조건부 현금 지원 프로그램(Bolsa Familia)이 있다. 이 정책은 절대빈곤층 가구 중 공공서비스(예: 교육, 보건의료, 직업훈련)를 이용하는 가구에 한해 서비스 이용 정도에 비례하여 지원금을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원금 수령자는 비수령자보다 12년 동안 자살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5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Machado et al., 2022).
정부는 자살예방을 위한 전략적 재정정책뿐만 아니라 보다 상위 수준(upstream policies)의 정책 시행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반적인 웰빙 향상과 국가 생산성 증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점진적으로 자살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침체기에 대중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언론 보도에서 빈곤, 실업, 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조성하는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대신 그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담은 메시지를 더 전달하고, 도움을 요청하도록 권장하는 보도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국가 경제불황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요인은 자살의 주요 결정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인을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연구에 따르면 협력적인 정책이 자살 감소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보건부뿐만 아니라 재정, 노동, 교육, 복지 등 다양한 부처가 협력하여 전략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과 관련된 직간접적인 노출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쳐 자살을 해결책으로 인식하게 하거나 특정 자살수단을 부각시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타인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는 사회학습 이론에 따르면 개인이 모델로 삼는 타인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타인의 행동 결과가 자신이 바라는 결과로 인식될 경우 그 행동을 모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뉴스와 대중 미디어에서 자살을 다루는 방식은 자살위험 확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자살을 자극적으로 보도하거나 자살수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자살 증가와 관련이 있는데, 특히 유명인 자살 보도의 영향이 크다. 2020년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 고찰에 따르면 유명인 자살 보도 이후 자살률이 13% 증가했으며, 해당 유명인이 사용한 자살수단과 동일한 방식의 자살이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Niederkrotenthaler et al., 2020). 대중 미디어 내 자살을 묘사하는 방식과 자살률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 고찰 결과에서도 자살 묘사를 포함하는 영화 혹은 드라마 상영 이후 자살사망이 18%, 자살시도가 33%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Niederkrotenthaler et al., 2021). 이와 관련해 자살예방의 주요 접근법 중 하나는 보편적 개입으로, 언론이 자살을 보도할 때 안전하고 책임 있는 방식을 취하도록 돕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와 국제자살예방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Suicide Prevention)는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였는데, 자살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자살수단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으며, 예방적 지원 정보를 포함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유명인 자살보도의 영향을 인식하고 자살의 복합적인 요인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반대로 자살예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자살위기를 극복한 경험, 희망,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보도는 자살(Niederkrotenthaler et al., 2010) 및 자살생각(Niederkrotenthaler et al., 2022)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도 자살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해로운 자살 관련 콘텐츠에 노출될 위험이 있지만, 동시에 소셜미디어는 이를 방지하고 자살예방을 위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해로운 콘텐츠 확산을 막고, 자살예방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며, 사회적 연결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우려되는 콘텐츠를 감지하고, 자살예방에 도움이 되는 대처, 희망, 회복에 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단체는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대응을 높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미디어 캠페인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캠페인은 보편적 개입의 일환으로 자살에 대한 인식 제고와 도움 요청을 장려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구성될 수 있다. 다만 과도한 자살 관련 콘텐츠 노출은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고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자살예방에 대한 공중보건적 관점의 다섯 번째 내용은 자살의 주요 위험 요인 네 가지(음주, 도박, 가정폭력 및 학대, 자살로 인한 사별)에 초점을 맞추었다. 알코올 사용과 남용은 자살위험과 연관되는데, 이와 관련한 연구들은 보통 급성 알코올 사용과 알코올 사용 장애에 의한 자살위험을 구분하였다. 메타분석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가 자살위험을 1.65배, 자살시도위험을 2.10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Amiri & Behnexhad, 2020). 알코올 사용 장애도 자살위험을 3.23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Isaacs et al., 2022). 음주 제한은 보편적 개입의 한 형태로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데, 세계보건기구는 공급 감소 전략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는 알코올 가격 인상, 판매점 밀도 및 영업시간 제한, 최소 음주 연령 상향, 마케팅 제한이 포함된다. 수요 감소를 강조하는 개입도 효과적일 수 있으나, 공급 감소 전략에 비해 근거는 부족하다.
도박과 자살의 연관성은 점차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2024년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도박 문제가 있는 경우 자살생각과 자살시도 위험이 각각 2.17배, 2.81배 높게 나타났다(Kristensen et al., 2024). 2022년 문헌 고찰 연구에서도 지역 수준에서 도박 관련 지출과 자살률 간의 연관성이 확인되었다(Andreeva et al., 2022). 도박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전략은 공급, 수요 또는 위험 감소에 중점을 두는데, 대부분 보편적 개입 또는 선별적 개입으로 이루어진다. 공급 감소 전략에는 도박 기회의 접근성을 줄이는 것으로 도박 장소 수를 제한하거나, 도박 시간 및 금액 지출 제한 메시지를 설정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수요 감소 전략은 도박에 대한 욕구를 줄이고 도박 문제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도박 광고 제한, 당첨 확률 정보 제공 캠페인 등이 포함된다. 위험 감소 전략은 도박과 관련된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으로, 도박 장소에 현금 인출기를 없애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음주 및 도박 관련 산업에서는 자사 제품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의구심을 조성하고, 효과가 입증된 보편적인 개입에서 관심을 돌리려 한다. 대신 변화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개입을 선호하는데, 이는 알코올 또는 도박과 관련된 자살률 감소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가정폭력 및 학대, 특히 파트너 폭력은 자살과 연관될 수 있으며, 억압감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요인에 의해 매개될 수 있다. 특히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적 규범은 여성의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며, 성 불평등, 여성의 사회적 위치 약화, 음주 문제는 가정폭력 및 학대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가정폭력과 학대를 해결하는 데는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보편적 개입이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 및 입법 개혁은 폭력을 경험한 여성이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가해 행위를 예방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살로 인한 사별은 중요한 문제로, 가족을 자살로 잃은 사람은 평생 약 3.9%, 친구를 자살로 잃은 사람은 약 14.5%에 이른다(Andriessen et al., 2017). 가족의 자살은 개인의 자살 또는 자살시도 위험을 3배, 친구나 지인의 자살은 2.5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Hill et al., 2020). 사례・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자살위험 요인을 완화하면 이들 중 60%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Pitman et al., 2022). 자살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 접근은 사후 개입 맥락에서 이루어지는데, 사후대응계획(postvention response plans)은 보편적 개입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계획은 의사소통을 위한 대본과 템플릿, 적절한 의뢰 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개입이 애도 과정과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살위험 감소와의 연관성도 확인되었다 (Andriessen et al., 2019).
음주, 도박, 가정폭력 및 학대, 자살로 인한 사별은 주요 자살위험 요인으로, 이에 대한 예방적 접근에 대한 근거와 지식이 충분하지 않지만, 저자는 보편적 개입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선별적 개입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음주와 도박의 위험성을 다루는 경우 해당 업계가 주도하는 개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그 효과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함을 함께 언급하였다.
앞선 시리즈 논문에서 저자들은 자살예방의 공중보건적 접근이 자살을 단지 의료적 측면에서 보는 것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결정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살 문제를 보다 포괄적인 차원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선별적・보편적 개입이 필요하며, 위기 상태에 이르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자살위기에 처한 개인에게는 임상적 또는 표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는 국가 자살예방 정책의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한다. 공중보건적 접근과 임상적 접근은 서로 보완적인데, 구체적으로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공중보건적 접근은 임상적 접근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자살의 발생을 빙산 모형으로 시각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빙산의 표면 위는 자살생각이나 행동을 경험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표면 아래에는 삶의 어려움이나 역경으로 인해 향후 자살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전자의 경우 의료적 개입이 분명히 필요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더 넓은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개입과 보편적 개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자살 현상의 규모를 측정하고, 둘째, 자살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을 파악하며, 셋째, 역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예방 및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넷째,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하며, 다섯째로는 이러한 전략을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데이터, 정치적 지지와 이해당사자의 헌신, 그리고 엄격한 방법론을 활용한 프로그램 평가가 필수적이다.
출처: “Preventing suicide: a call to action”, Hawton & Pirkis, 2024, The Lancet Public Health, 9(10), e825-e830.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결정 요인과 기타 맥락적 요인은 광범위하다. 그중 상당 부분이 의료 분야를 넘어선다. 따라서 효과적인 공중보건적 접근을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협력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시리즈에 참여한 저자들은 <표 1>과 같이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과 실천방안을 네 가지 핵심 분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이는 정책적 접근(예: 부처 간 협력을 통한 국가 자살예방 전략의 개발 및 이행), 실천적 접근(예: 자살예방 인식 증진을 위한 미디어 캠페인), 연구 및 평가(예: 자살예방 관련 연구 및 평가 활동의 강화), 지지 활동(예: 자살예방을 정치적 의제에 포함하는 노력)으로 구성되며, 분야별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역할과 책임이 명시되어 있다.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자살예방은 특정 접근이나 단일 기관에 국한되지 않으며, 다양한 접근과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통해 실현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에 시리즈의 저자들은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나아가 자살예방은 특정 기관이나 개인의 몫이 아니라 모두의 공동 책임이며, 범정부 차원의 부문 간 협력과 모든 관련 주체의 실질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실천 방안 | 주역할 및 책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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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 접근 | |
- 보건 부문과 경제, 사회, 공공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간의 협력을 통해 자살예방 국가 전략을 개발하고 수행하며, 이를 정부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승인을 받아 진행함. 자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분야(예: 금융, 복지, 교육, 고용, 주택, 기후, 환경)와 연계 필요. | 범정부 |
- 자살예방을 모든 정책에 반영하는 접근 방식 적용. 정부 부처가 자살과 자살예방에 미치는 정책의 영향을 고려하여 정책을 시행하도록 함. | 범정부 |
- 자살예방 관련 활동을 협의하고 자살 관련 이슈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부처 간 정책 협력 기구 설립. | 범정부 |
- 인구 전체에 효과가 있을 자살예방 활동 및 프로그램에 대해 적절한 자원 배분이 필요함. 여기에는 접근 수단의 제한, 미디어 캠페인, 자살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 및 건전한 온라인 소통 지원, 게이트키퍼 교육, 음주, 도박, 가정폭력 및 학대 관련 지원 서비스, 자살 유가족 지원, 정신건강 서비스, 위기 상담전화 등이 포함됨. | 보건정책 부서 |
- 자살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재정적 어려움이 악화되지 않도록 거시경제 정책 수립 (역진적인 세금 정책과 긴축 조치 지양). | 재정 및 재무 정책 부서 |
- 열악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있는 집단을 위한 적절한 지원과 안전망을 제공하는 사회정책 시행. | 사회보장, 복지, 교육, 고용, 직업훈련 부서 |
- 자살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물품을 생산 또는 유통하는 산업에 제한을 두는 정책과 입법 또는 규제적 틀을 시행. | 사회보장, 복지, 교육, 고용, 직업훈련 부서 |
- 중・저소득 국가의 자살예방 노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외 원조를 지원하고, 포괄적이고 협력적인 접근 방식을 지지(각 국가 내 접근 방식은 지역 중심이어야 함. 고소득 국가의 방법이 중・저소득국가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유의). | 외교 및 재무 부서 |
실천적 접근 | |
- 자살위험이 있는 개인이 도움을 요청하도록 장려하고, 대중의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미디어 캠페인 개발 및 배포. | 캠페인 개발자 및 지역사회 기반 자살예방 기관 |
- 자살위험이 있거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전문가 (예: 교육자, 사회복지사, 약물 및 알코올 상담사, 재정 상담사, 유가족 상담사)에게 게이트키퍼 교육 제공. | 관련 대상과 지역사회 기반 자살예방 기관 |
- 자살예방 및 위기 대응을 위한 증거 기반 모범사례 지침을 개발 및 배포하며, 이를 특정 대상에 맞게 적용(교육자를 위한 자살예방 지침, 미디어 전문가를 위한 보도 지침,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소통 안전 지침). | 관련 대상과 지역사회 기반 자살예방 기관 |
- 자살위기에 처한 개인에게 최선의 치료와 지원을 제공하며, 관련된 직접적・간접적 위험 요인(예: 자살수단 접근, 경제적 어려움, 음주, 도박, 폭력 및 학대, 자살 유가족)을 묻고 이에 대응. | 정신건강 서비스 및 위기 대응 기관 |
- 관련 서비스 이용자에게 자살생각이 있는지 묻고, 만약 그렇다면 적절한 지원 기관에 연계. | 사회복지 서비스, 재정 상담, 약물 및 알코올 지원 서비스, 도박 예방 및 치료 지원, 가정폭력・학대 피해자 지원, 자살 유가족 지원 서비스 |
- 고립감과 관련된 자살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 유대감 강화. | 사회복지 서비스 및 지역 사회 기관 |
연구 및 평가 부문 접근 | |
- 자살예방 분야의 연구 및 평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 제공. | 정부 부서, 자선단체, 학술 지원 기관 |
- 자살 관련 데이터의 수집과 접근성, 적시성을 개선하여 문제의 규모를 파악하고 자살예 방사업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함. | 연구자, 정책입안자, 검시관, 법의학자, 경찰 |
- 자살예방에서 효과적인 접근(또는 그렇지 않은 접근)에 대한 증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평가의 질과 양을 향상시켜야 함. | 연구자 |
자살예방을 위한 지지 활동 | |
- 자살예방이 각국 또는 전 세계적으로, 특히 중・저소득 국가에서 정치적 의제의 중요한 부분이 되도록 해야 함. | 모든 이해관계자 |
- 자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위의 모든 정책, 실천, 연구 및 평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도록 해야 함. | 모든 이해관계자 |
출처: “Preventing suicide: a call to action”, Hawton & Pirkis, 2024, The Lancet Public Health, 9 (10), e825-e830.
‘A Public Health Approach for Suicide Prevention’ 시리즈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며, 인구 집단을 다루는 공중보건적 접근이 자살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살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임상적 개입뿐만 아니라 사회적 결정 요인을 고려한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범정부적 협력과 일반 사회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시리즈에서 다룬 내용을 통해 자살예방이 단순한 의료적 개입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구조적 요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자살위험 요인의 등장, 자살에 이르는 기전의 다양화는 자살예방을 위한 협력의 범주가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국 상황에 이를 적용하는 출발점으로 현재 운영되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가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동시에 각 주무 부처가 담당하는 고유 정책(예: 재정정책, 노동정책 등)을 논의하는 공간에서 해당 정책의 도입, 변화, 폐지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자살률에 미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보완적 정책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이러한 논의가 향후 보다 체계적인 정책 마련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원고는 랜싯 퍼블릭 헬스 학술지에 ‘A Public Health Approach for Suicide Prevention’이라는 시리즈 제목으로 발표된 6편의 리뷰 및 논평을 요약하고 소개하는 글이다. 수록된 표와 그림은 출판사로부터 저작권 및 번역 동의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Pirkis et al. (2024a). Preventing suicide: a public health approach to a global problem. The Lancet Public Health, 9(10), e787-e795를 참고하기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Hawton et al. (2024). Restriction of access to means used for suicide. The Lancet Public Health, 9(10), e796-e801를 참고하기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Sinyor et al. (2024). The effect of economic downturn, financial hardship, unemployment, and relevant government responses on suicide. The Lancet Public Health, 9(10), e802-e806를 참고하기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Pirkis et al. (2024b). Public health measures related to the transmissibility of suicide. The Lancet Public Health, 9(10), e807-e815를 참고하기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Pirkis et al. (2024c). Addressing key risk factors for suicide at a societal level. The Lancet Public Health, 9(10), e816-e824를 참고하기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Hawton & Pirkis. (2024). Preventing suicide: a call to action. The Lancet Public Health, 9(10), e825-e830 를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