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2024년 가을호, 통권 30호 2024 가을호, Vol.30

스위스와 영국의 죽음의 질 지수 비교: 조력자살과 완화의료 제도의 맥락에서: Comparison of Quality of Death Index in Switzerland and the UK: Context of the Relationship between Assisted Suicide and Palliative Care

Abstract

Switzerland is a country where assisted suicide is legal and practiced predominantly by such organizations as EXIT and Dignitas. Assisted suicide in Switzerland, administered mostly to terminal cancer patients, accounts for an estimated 2.1 percent of all deaths in the country. The UK presents a high quality-of-death index on the strength of a well-integrated system of palliative and hospice care. The UK government has enhanced the quality of end-of-life care through strategic support and an integrated approach, emphasizing the education of healthcare professionals and community-based support. In contrast, Switzerland, while offering, through the legalization of assisted suicide, the freedom to determine the manner of death for terminally ill individuals, has room for improvements in the accessibility and quality of palliative care, as suggested by the fact that its health system remains segmented across subnational regions. Switzerland also needs increased effort in raising public awareness and understanding of palliative care.

초록

스위스는 조력자살(AS)이 합법화된 국가로, 주로 EXIT와 Dignitas와 같은 단체가 이를 지원한다. 스위스에서의 조력자살은 전체 사망자의 2.1%를 차지하며, 말기 암환자가 주 대상이다. 반면 영국은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서비스가 잘 통합되어 있어 높은 죽음의 질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통합적 접근을 통해 말기 돌봄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의료진의 전문 교육과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스위스는 조력자살의 합법화를 통해 임종 결정에 대한 개인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지역 간 불균형과 분절된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완화의료 서비스의 접근성과 질에서 개선된 접근이 요구되며 완화의료에 대한 공공의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1. 들어가며

최근 국내에서는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률 제정과 관련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력자살은 마지막 삶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고 완화의료는 말기 환자의 고통 경감과 삶의 질을 최적화하기 위한 돌봄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담고 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직면한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제도적 접근방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제도라 할 것이다.

스위스는 조력자살(AS: Assisted Suicide)이 합법화된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조력자살과 완화의료의 정의 및 현황을 살펴보고, 2015년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이 평가한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와 2021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발표한 죽음과 임종의 질에 대한 전문가 평가의 국가 간 비교(Cross Country Comparison of Expert Assessments of the Quality of Death and Dying) 결과를 바탕으로 생애 말기의 국민이 존엄하게 삶을 마감하기 위한 사회제 도로서 조력자살과 완화의료를 각각 발전시켜 온 스위스와 영국의 비교를 통해 조력자살과 호스피스・완화의료의 관계를 논의하고자 한다.

2. 조력자살과 완화의료의 정의 및 현황

가. 조력자살

조력자살은 환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종결하기 위해 의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환자가 치명적인 약물을 처방받아 이를 스스로 복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현재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캐나다 그리고 일부 미국 주에서 합법화되어 있다. 특히 스위스의 경우 1942년 조력자살이 합법화되었으며 다른 나라들이 대부분 의사에 의한 조력을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이 과정이 의료 절차로 엄격하게 규제되지 않고 비의료인도 조력자로서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Hurst & Mauron, 2003). 스위스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조력자살은 EXIT나 Dignitas와 같은 민간의 조력자살 단체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 단체들은 조력자살을 원하는 개인에게 필요한 수단과 지원을 제공한다. 스위스에서 이루어지는 조력자살 중 25~30%만이 의사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어 엄격히 말하자면 의사조력자살보다는 조력자 살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Swiss Academy of Medical Sciences, 2018).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에서는 전체 사망자 1000명 중 21명의 사망 원인이 조력자살이었으며 이들 1125명의 환자 중 말기 암환자가 37%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Swiss Federal Statistical Office, 2021).

나. 완화의료

완화의료는 질병의 말기 단계에 있는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안된 의료 서비스이다(Seymour, 2011). 완화의료는 통증과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관리하고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완화의료는 환자의 삶의 질을 최적화하기 위해 다학제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WHO, 2018). 이러한 완화의료는 세계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 2018년 WH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40%의 국가가 국가적인 완화의료 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며, 80% 이상의 국가가 완화의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WHO, 2018).

3. 죽음의 질 지수 및 전문가 평가를 통한 죽음과 임종 과정의 질 국가 간 비교

가. 죽음의 질 지수

죽음의 질 지수는 각국의 말기 돌봄 및 죽음의 질을 평가하는 지수로, 의료 서비스, 커뮤니티 및 정부 지원, 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2015년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EIU)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죽음의 질 지수에서 1위를 기록하였고, 스위스는 19위를 기록하였다(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2015). 이 지수는 다음의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하여 평가한다.

첫째는 의료 서비스의 질 및 접근성이다. 영국은 전국적으로 잘 조직된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스위스는 지역 간 불균형이 존재한다. 둘째, 커뮤니티 및 가족 지원으로 영국은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환자와 가족이 말기 돌봄을 잘 받을 수 있다. 마지막 요인은 경제적 여건이다. 영국과 스위스 모두 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이지만, 영국은 공공의료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다. 영국의 National Health Service(NHS)는 공공 자금을 통해 완화의료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의 높은 죽음의 질 지수를 뒷받침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2015).

나. 죽음과 임종의 질에 대한 전문가 평가의 국가 간 비교

2021년 발표된 죽음과 임종의 질에 대한 전문가 평가의 국가 간 비교(Cross Country Comparison of Expert Assessments of the Quality of Death and Dying) 결과에 따르면 영국은 81개 평가 대상 국가 중 1위로 특히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스위스는 조력자살의 합법화로 인해 죽음의 질에 대한 평가가 복잡하게 나타난다. 스위스는 2021년 81개국 중 13위, 유럽 내 26개국 중에서는 6위를 차지했다(Finkelstein et al.,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말기 돌봄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과 정책을 갖추고 있으며, 환자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반면 스위스는 조력자살에 대한 높은 사회적 수용도에도 불구하고,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서비스의 접근성과 질에 있어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한다(Finkelstein et al., 2022) .

4. 영국

가. 영국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역사

영국의 호스피스 운동은 1967년 시실리 손더스(Dame Cicely Saunders)에 의해 창설된 세인트 크리스토퍼스 호스피스에서 시작되었다(Tilli & Caroline, 2013). 이는 현대 호스피스 운동의 기초를 다지게 되었다. 손더스는 말기 환자의 통증을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측면에서 모두 관리해야 한다는 “총체적 고통(total pain)” 이론을 제시하였다(Saunders, 2003). 이는 당시 의료계에서 통증을 신체적 손상에만 기반하여 평가하던 관행을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나. 현황

현재 영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1000개의 완화의료 병상과 약 220개의 독립적인 호스피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30만 명 이상의 환자와 가족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Hospice UK, 2023). 또한 영국의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마리 퀴리(Marie Curie), 수 라이더(Sue Ryder) 맥밀런 캔서 서포트(Macmillan Cancer Support) 같은 대형 자선단체의 지원을 받아 발전해 왔다. 이러한 단체들은 각각 환자와 가족에게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British Medical Association, 2021) .

다. 국가 생애 말기 돌봄의 전략

영국 정부는 2008년에 ‘End of Life Care Strategy’를 발표하여, 말기 돌봄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2008).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환자 중심의 돌봄으로 환자의 개별적인 요구와 선호를 반영한 돌봄 계획을 수립한다. 두 번째는 교육과 훈련으로 의료진 및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세 번째는 지역사회 지원 강화로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 네트워크를 확립 및 지원한다. 이 전략은 환자의 개별적인 요구를 반영한 돌봄 계획 수립, 의료진 및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 네트워크 확립 및 지원 등을 포함한다.

5. 스위스

가. 스위스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역사

스위스의 호스피스 운동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시작되었으며, 조력자살의 합법화로 인해 발전 과정이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스위스는 1942년 세계 최초로 조력자살을 합법화한 국가 중 하나이며, 이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 현황

스위스는 병원, 가정, 요양원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제공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 수가 제한적이어서 서비스의 접근성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취리히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비교적 잘 발달된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접근성이 낮다. 2022년 기준으로 스위스에는 393개의 인증된 완화의료 병상이 있으며, 이는 2021년의 375개에서 증가한 수치이다(Kaoru, 2023). 그러나 이는 유럽 완화의료협회(EAPC: European Association for Palliative Care)의 권고 기준(인구 10만 명당 최소 8~10개의 완화의료 병상을 권고)을 충족하기 위해 870개의 병상이 필요한 현재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Arias-Casais et al., 2019). 스위스의 26개 주 중 6개 주는 단 한 개의 전문 완화의료 병상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 연방 공중보건청에 따르면 2018년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의 12% 인 5990명의 입원 환자가 완화 치료를 받았다. 그중 80% 이상이 암환자였다(Kaoru, 2023).

2020년에는 약 5만 명이 완화의료를 필요로 했으며, 이는 초고령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2050년까지 6만 6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Kaoru, 2023). 그러나 스위스에서 병원 또는 요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은 79%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죽기를 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지역사회 중심의 방문 완화의료 서비스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Commonwealth Fund, 2020) .

다. 국가 완화의료 전략

스위스 정부는 2010년 ‘National Palliative Care Strategy’를 발표하여, 완화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전략의 주요 목표는 다음과 같다(Federal Office of Public Health, 2013).

첫 번째는 완화의료 서비스의 확충으로 전국적으로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완화의료 병상을 추가하고, 인증된 완화의료 시설의 수를 늘리고 있다(Kaoru, 2023). 특히 초고령사회 대응의 일환으로 요양원에서도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양원 직원들은 환자의 신체적, 정서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완화의료에 대한 특별 교육을 받고 있다. 스위스에는 약 1500개의 요양원이 있으며, 이들 중 60% 이상이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Commonwealth Fund, 2020).

두 번째는 교육과 훈련 강화로 의료진 및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완화의료에 대한 이해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완화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필 수적이다. 또한 다양한 직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완화의료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세 번째는 연구 및 데이터 수집으로 완화의료 관련 연구 및 데이터 수집을 통해 정책 개발 및 평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완화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와 가족의 요구를 보다 잘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Arias-Casais et al., 2019) .

마지막으로 재정 지원 및 법적 제도 정비다. 스위스의 완화의료는 현재 연방 건강보험법에 의해 별도로 규제되지 않아 일부 서비스는 필수 건강보험에 의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확보하고 법적 제도를 정비하여 완화의료 서비스가 보다 포괄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의 완화의료 시스템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특히 농촌 지역과 도시 지역 간 접근성 격차, 재정 지원 부족, 교육 프로그램의 확충 필요성 등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6. 국가 간 비교

가. 통합적 접근

영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가 기존의 보건의료 및 복지체계와 잘 통합되어 있어, 환자와 가족에게 포괄적인 돌봄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호스피스는 통증 관리, 심리 상담, 영적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한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완화의료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제공하여 모든 환자가 필요한 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완화의료는 특정 지역이나 병원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영국 시민이 균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나. 정책적 지원

영국 정부는 ‘End of Life Care Strategy’와 같은 정책을 통해 말기 돌봄의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 전략은 환자의 개별적인 요구를 반영한 돌봄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 네트워크를 확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완화의료에 관한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일관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예를 들어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해 완화의료의 표준과 지침을 제시하여 일관되고 질 높은 완화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스위스의 의료 시스템은 연방, 주, 지방 정부 간에 권한이 분산되어 있어 완화의료의 발전과 접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위스는 26개 주가 각각 독립적인 건강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적으로 일관된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한다(Kaoru, 2023). 이러한 분절화된 구조는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서비스 접근성이 더욱 제한된다. 이로 인해 스위스의 완화의료 서비스는 지역 간 격차가 크고, 서비스의 질이 일관되지 않다(Arias-Casais et al., 2019) .

또한 스위스의 경우 조력자살에 대한 높은 사회적 수용도와 이에 대한 논의가 호스피스・완 화의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경우 조력자살이 보다 열띤 논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완화의료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공공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완화의료와 조력자살을 혼동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완화의료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Gamondi et al., 2019). 스위스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완화 치료에 대한 권리의 지원 및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이 ‘생활 보조 시설에서의 완화의료 및 조력자살에 관한 법안’처럼 조력자살과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 이는 생활 보조 시설에서도 조력자살이 허용되는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입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Gesley, 2023).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위스의 분절화된 의료 시스템과 조력자살에 대한 집중된 논의는 완화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과 질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Downing, 2023).

다. 교육과 훈련

영국은 의료진의 교육과 훈련이 잘 이루어져 있어 환자 돌봄의 전문성이 높다. 예를 들어 영국은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분야의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의료 전문가들을 위한 전문 교육 및 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완화의료팀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스위스는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의료진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Arias-Casais et al., 2019).

라. 사회적 인식

영국 사회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지원이 풍부하다. 영국의 다양한 비영리 단체와 자선 기관이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이 더 나은 돌봄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호스피스 영국 (Hospice UK)’은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들을 대표하고 지원하기 위해 조직된 기관으로 호스피스 서비스 제공자들을 지원하여 호스피스 케어의 질을 높이고, 말기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정책 개발 및 자금 지원을 통해 호스피스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다. 반면 스위스는 조력자살에 대한 높은 사회적 수용도에도 불구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Kaoru, 2023).

스위스에서는 조력자살이 널리 수용되고 있으며, 이는 종종 완화의료와 상충하는 관심사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많은 사람들은 존엄하게 삶을 마감하기 위해 조력자살을 선택하며, 이는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Gamondi et al., 2019). 많은 스위스 국민들이 조력자살을 통제되지 않는 고통을 피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Kaoru, 2023).

또한 스위스의 분절화된 의료 시스템은 완화의료 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연방, 주, 지방 정부 간 권한 분산으로 인해 일관된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이 어렵고, 이는 지역 간 격차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완화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이 더욱 제한적이다. 이는 완화의료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또 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Gamondi et al., 2019) .

스위스의 이러한 상황은 공공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완화의료와 조력자살을 혼동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완화의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완화의료에 대한 공공의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Downing, 2023).

7. 나가며

영국과 스위스는 각각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조력자살의 분야에서 독특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영국은 완화의료에 기반한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돌봄을 통해 높은 죽음의 질 지수를 유지 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 완화의료의 발전이 국가 차원의 죽음의 질 지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첫 번째는 삶의 질 향상으로 완화의료는 말기 환자들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차원에서 겪는 고통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중요한 요소로, 국가 차원의 죽음의 질 지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이다. 완화의료 서비스가 잘 구축되면 불필요한 입원과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어, 의료 자원의 보다 효율적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는 환자들이 더욱 존엄하게 삶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죽음의 질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세 번째 요소는 사회적 인식 변화로 영국에서 완화의료의 발전은 사회 전반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죽음이 불가피한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이를 준비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죽음의 질 지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와 정책적 지원을 들 수 있다. 완화의료가 발전한 영국은 말기 환자 돌봄에 관한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잘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학문적, 정책적 지원은 완화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며, 국가 차원의 죽음의 질 지수 향상에도 중요하다.

반면 스위스는 조력자살의 합법화를 통해 임종 결정에 대한 개인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질 높은 생애 말기 돌봄을 위한 국가전략의 수립을 통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일차보건의료와 통합하여 보편적인 제도로 정착시키려 노력해 온 영국과 달리 스위스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더딘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조력자살에 대한 스위스 사회의 높은 수용도와 상대적으로 낮은 말기 돌봄에 대한 인식 그리고 분산화된 의료 시스템 등 정책적, 사회적,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러한 스위스의 사례는 조력자살이 통제되지 않는 고통을 피하는 수단으로 간주되는 사회에서 완화의료의 정착과 발전이 더디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완화의료의 인프라가 부족하고 의료인의 인식 및 교육 수준이 낮은 현실에서 조력자살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될 경우 완화의료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 교육 프로그램 운영, 연구 및 데이터 수집 등의 노력이 소홀히 될 수 있다(Downing, 2023). 또한 기존의 보건 및 복지체계와 완화의료가 잘 통합되지 않은 사회에서 조력자살이 허용될 경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불필요하게 조력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Sulmasy et al., 2016).

따라서 우리 사회도 조력자살에 대한 허용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완화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완화의료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의료진의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며,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이 생애 말기에도 존엄하고 질 높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1 

Arias-Casais, N., Garralda, E., Rhee, J. Y., Lima, L. de., Pons, J. J., Clark, D., Hasselaar, J., Ling, J., Mosoiu, D., & Centeno, C. (2019). EAPC atlas of palliative care in Europe 2019. EAPC Press.

2 

British Medical Association, (2021). End-of-Life Care and Physician-Assisted Suicide. https://www.bma.org.uk/media/1417/bma-end-of-life-care-and-physician-assisted-dying-volume-two-report.pdf .

3 

Commonwealth Fund, (2020). Health System Overview: Switzerland. https://www.commonwealthfund.org/sites/default/files/2020-12/2020_IntlOverview_SWITZ.pdf .

4 

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2008). “End of Life Care Strategy: Promoting High Quality Care for All Adults at the End of Their Life”, Department of Health.

5 

Downing, J. (2023). How will these issues impact a country’s development of palliative car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Hospice & Palliative Care. https://hospicecare.com/what-we-do/publications/special-issues/assisted-dying-practices/julia-downing/ .

7 

Finkelstein, E. A., Bhadelia, A., Goh, C., Baid, D., Singh, R., Bhatnagar, S., & Connor, S. R. (2022). Cross Country Comparison of Expert Assessments of the Quality of Death and Dying 2021. Journal of pain and symptom management, 63(4), e419-e429.

8 

Gamondi, C., Borasio, G. D., Oliver, P., Preston, N., & Payne, S. (2019). Responses to assisted suicide requests: an interview study with Swiss palliative care physicians. BMJ supportive & palliative care, 9(1), e7.

9 

Gesley, J. (2023, January 13). Switzerland: Voters in Canton of Vaud Overwhelmingly Approve Act on Palliative Care and Assisted Suicide in Assisted Living Facilities, https://www.loc.gov/item/global-legal-monitor/2023-01-03/switzerland-voters-in-canton-of-vaud-overwhelmingly-approve-act-on-palliative-care-and-assisted-suicide-inassisted-living-facilities/ . Law Library of Congress.

10 

Hospice UK, (2023). Hospice Care in the UK. https://www.hospiceuk.org/about-us/key-facts-about-hospice-care .

11 

Hurst, S. A., & Mauron, A. (2003). Assisted suicide and euthanasia in Switzerland: allowing a role for non-physicians. BMJ(Clinical research ed.), 326(7383), 271-273.

12 

Kaoru, U. (2023, January 16). Palliative care: is Switzerland a good place for the terminally ill?. SWI swissinfo.ch. https://www.swissinfo.ch/eng/society/palliative-care-is-switzerland-a-good-place-for-the-terminally-ill/49092134 .

13 

Saunders, C. (2003). Watch with me: inspiration for a life in hospice care. Mortal press.

14 

Seymour, J. (2011). Changing times: preparing to meet palliative needs in the 21st Century. British journal of community nursing, 16(1), 18.

15 

Sulmasy, P., Travaline, M., Mitchell, A., & Ely, W. (2016). Non-faith-based arguments against physician-assisted suicide and euthanasia. The Linacre quarterly, 83(3), 246-257.

16 

Swiss Academy of Medical Sciences, (2018). Medical-Ethical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Dying and Death. https://www.samw.ch/dam/jcr:25f44f69-a679-45a0-9b34-5926b848924c/guidelines_sams_dying_and_death_2018.pdf .

18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2015). The 2015 Quality of Death Index Ranking Palliative Care across the World. https://www.lienfoundation.org/sites/default/files/2015 Quality of Death Report.pdf .

19 

Tilli, T., & Caroline, O. (2013). History of palliative medicine in the UK c1970-2010. https://histmodbiomed.history.qmul.ac.uk/sites/default/files/92239.pdf .

20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8). Palliative Care.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palliative-care .



Global Social
Securit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