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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주사기·침·약솜까지 재활용”… 무너진 北 보건의료시스템

  • 작성일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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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남북한 보건복지제도 및 협력 방안(연구보고서 2018-36, 조성은·이수형·김대중·송철종·황나미·이요한·민기채·오인환·Nguyen Thao·허신행·김예슬)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북한은 무상치료제, 예방의학제도, 의사담당구역제도라는 형식적 요소는 보편적으로 잘 갖추었지만, 1990년대 이후 국가의 계획경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이 매우 빠르게 시장화되기 시작했다. 공식 의료기관의 설비는 낙후되었고, 의약품을 비롯한 물품의 공급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시장에 의존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북한의 보건의료 시스템은 무상치료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1990년 초반의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1990년대 중반의 자연재해에 따른 열악한 경제상황으로 국가에서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의료 자원 특히 의료시설과 의약품, 의료기기 등 보건의료제품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탈북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병원 내 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개인이 의약품을 장마당에서 구입해서 복용하고 있어 무상치료는 일부 계층에 국한된 것으로 전락했다. 장마당에서 구입한 의약품 품질 관리가 이루어질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손쉽게 구한 의약품의 오용과 남용이 심각한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일반인은 장마당에서 의약품을 구입한 후에 진료소나 병원에서 구입한 의약품을 복용하기도 하지만, 의사들은 사실상 시장화 되어 있는 의료서비스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매상으로부터 직접 약을 구입하여 환자에게 돈을 받고 약을 판매하거나 일과 후 개인 진료소를 운영하여 선물 등 물질적 보상을 받고 진료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보건의료의 시장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약품은 부족한 실정이다. 북한내 의약품 생산공장이 순천제약공장(평남 순천), 평양제약공장(평양), 평스합영공장(평양) 함흥제약공장(함흥), 나남제약공장(청진) 10여 개의 중앙제약공장이 있으나 3~4종의 항생제와 설파제 등 20여종의 합성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을 정도이고, 전기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의약품 원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생산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하다 보니 주로 중국의 의약품이나 일부 국제기구의 원조 의약품이 장마당까지 흘러나와 거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기기의 경우에도 북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군, 구역병원에서는 초음파, 심전도, 내시경기기가 없는 병원이 많으며, 혈액검사기기나 x레이 등을 갖추고 있는 정도다. 주사기, , 붕대, 약솜 등은 재활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부족한 의약품을 보충하기 위하여 약초재배와 채취를 장려하고, 진료소나 병원에서도 이들 약초를 이용한 한방 약재들을 많이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감기환자에게는 아스피린 대신에 삼황산을 처방하거나, 소화불량이 있는 경우 황경피를 처방하여 다스린다.

 

상기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북한 주민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의약품 판매의 통제 및 생산을 포함한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품질이 확보된(GMP) 의약품이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정책 마련이 필요하겠으나, 의약품 생산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우선 필수의약품을 중심으로 제네릭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자금이 결합된 형태의 의약품 생산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의약품을 공급하는 정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의 의료체계는 형식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염두에 둔다면 북한의 보편적인 뼈대를 잘 살리면서 피와 살이 돌도록, 북한 보건의료시스템을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보고서 전체 보기 https://www.kihasa.re.kr/web/publication/research/view.do?division=001&menuId=44&tid=71&bid=12&ano=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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