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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위기와 새로운 도전들」 작성일 2018/04/06 조회수 7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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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형 복지모형 구축 - 복지환경의 변화와 대안적 복지제도 연구(연구보고서 2017-48) 가운데 결론 및 정책적 함의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책임연구자 :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공동연구진 : 김미곤·김수정·박종현·백승호·이상호·

이승윤·정준호·주은선·김성아·조한나

 

 

1절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위기와 새로운 도전들

 

조절이론의 틀이 이미 한물 간 낡은 이론적 분석틀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포디즘적 축적체제와 조절양식으로서 복지국가가 위기에 봉착했고, 이를 뒤이을 축적체제와 조절양식에 대한 규명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보면 이는 타당한 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축적체제와 조절양식 그 자체와 이들의 상호 부정합성으로 위기를 설명하는 조절이론의 분석틀 자체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필자는 보편적인 자본주의의 변화 양상 속에서 조절기제로서 복지국가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제도주의적 접근을 끌어들임으로써 조절이론이 한국 복지국가의 특수성과 현재 위기의 양상에 대해 일정한 설명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국은 후후발 산업국가로서 조절이론가들(혹은 국가론자들)은 이를 주변부 포드주의’, ‘국가주도적 개발국가’, ‘신중상주의등으로 지칭하곤 했다. 중심부 포드주의 복지국가에서 국가는 시장에 대해서는 물가안정, 독과점 규제와 같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설정하고 조절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는 데 비해, 가족에 대해서는 산업사회의 불안정성을 보장하는 형태로 노동시장정책과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면, 주변부 포드주의로서 한국의 국가는 산업화 기간 동안 정반대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 시장경제에 대해서는 중화학.수출대기업 중심의 산업 육성, 관치금융, SOC 투자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도 직접적으로 개입한 데 비해, 가정경제에 대해서는 거의 전적으로 확대 가족과 개인, 그리고 일부 기업의 몫으로 남겨둔 채 개입을 최소화하는 소극적 태도를 견지해 온 것이다.

 

1997년의 위기는 기존의 발전주의 모델이 국내적으로는 민주화, 대외적으로는 세계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급격하게 약화된 결과이며, 동시에 앞서 언급한 가족에 대한 최소개입주의를 견지하는 발전주의적 조절양식의 특성으로 인하여 경제적 위기가 고스란히 사회적 위기로 전화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과 파산은 사회안전망 장치 등을 통해 완충되지 못한 채 빈곤, 가족 동반 자살, 노숙인 증가, 경제범죄 증가 등 각종 사회병리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회문제는 경제적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한 이후에도 해소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양극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초저출산, 신용불량, 부동산가격 급등과 가구부채 급증, 높은 수준의 노인빈곤과 자살 등의 문제들이 추가되면서 경제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의 심대하고 완만하지만 조용한 변화(Arthur, 2011)”가 경제.사회 전반, 특히 노동시장과 복지국가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20세기가 대량생산의 포디즘적 축적체제와 노동자의 중산층화를 추동하는 복지국가가 상호 조응하는 이른바 평균의 시대였다면, 21세기에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생산성 이득이.정규분포가 아닌.‘파레토 분포를 따르는 소위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경제의 구조적 변동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부각된다. 하나는 디지털 인공지능과 로봇 사용에 따른 숙련 일자리의 감소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한 비정형 노동의 증가 효과이다.

 

일자리 감소 효과에 대한 논쟁의 경우, 로봇에 의한 인간 노동의 대체로 인해 미국에서 47% 정도가 일자리를 상실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Frey & Osborne, 2013)에서, 이러한 주장이 과장되어 있으며 그 수치는 10% 내외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Atkinson & Wu, 2017)에 이르기까지 그 편차가 심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도의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으로 중간숙련 노동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 진보에 따라 새로운 노동형태로서 기그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불안정한 단기 노동계약을 상시적으로 반복하는 노동형태로서, 이미 서구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미국 노동자의 약 40%가 비정규직이고 이 중 11%가 주문형 플랫폼과 관련된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럽의 경우에도 30% 내외의 취업자가 독립적인 계약노동을 통해 소득의 일부 혹은 전부를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이미 생산공정에서 로봇 활용도가 높은 나라에 속하며, 전문직 프리랜서에서 미화원, 대리기사에 이르기까지 기그경제의 플랫폼 노동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임금근로자의 1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조돈문, 2016).

 

우리나라는 기존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호 장치가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는 서구 복지국가들과는 달리 산업사회의 사회적 위험에 온전하게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인 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위험들에 직면해 있다.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그것도 서구와는 달리 경제 후퇴기에, 사회적 보호 장치들이 급속하게 도입되기는 했다. 하지만 압축 성장에 비례하는 압축적 복지확대가 내실 있고 체계적인 복지국가의 구축으로 귀결되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관상 대부분의 복지제도들이 도입됨으로써 진용을 갖추기는 했지만, 커버리지와 급여 수준, 그리고 전체 체계간 배치와 결합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산업사회의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거대한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밀려오고 있으며,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기존 복지국가의 미성숙과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는 환경적 도전 과제들의 등장이라는 이중고-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복지국가의 내실화와 신중한 재편에 무게중심을 두는 측과 대안적 복지제도, 특히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급격한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 간의 논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후자의 대안이 단번에 실현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쟁 자체가 소모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본 보고서에서도 기존 복지국가의 재편을 한 축에 놓고, 다른 한 축으로 새로운 대안들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 봄으로써 둘 간의 조우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하였다.

 

 

2절 기존 복지제도의 재편 방향

 

본문의 4장에서 6장까지는 기존 복지제도, 즉 근로계층을 위한 복지제도, 가족지원제도, 그리고 노인을 위한 소득보장제도를 개괄하고, 이들 각각의 문제점과 재구조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에서 이를 재열거할 필요는 없겠지만, 재구조화 방안에서 핵심적이고 공통적인 부분을 언급하고자 한다.

 

각 장에서 공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지난 20여 년 동안 숨가쁘게 발전해 온 가운데 제도의 형식적 외양이나 양적 측면에서는 급격히 성장해 왔음을 인정하고 있다. 1990년 국내총생산(GDP)2.8%에 불과하던 공적사회지출은 201410.4%까지 증가하였으며(OECD. SOCX), 아동수당의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면 상병급여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사회보장제도와 사회서비스들이 제도화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제도의 도입과 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제도의 포괄성과 적절성, 그리고 제도 간의 연계성과 관계 설정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근로계층에 대한 복지제도의 경우 정작 불안정계층을 사각지대에 방치한 채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제도가 확대되어왔으며, 그 결과 핵심 연령층의 남성 상용직 근로자 중심으로 사회보험이 구축되어 왔다.

 

예를 들면, 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직장가입자) 가입률은 정규직의 경우 200472.5%에서 201785.0%12.5%포인트 증가하였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동 기간 동안 37.5%에서 36.5%로 오히려 약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기존 복지국가의 주축이 되는 사회보험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 대표적으로 기그경제 노동자들에 대한 대처능력은 더욱 떨어질 위험이 있다.

 

가족지원제도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초저출산과 인구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의 위기감에 의해 제도 발전이 추동되면서 지나치게 출산장려 성격이 상위 목표로 자리 잡았으며, 이로 인해 제도의 조화로운 발전이 저해된 측면이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0~5세 아동에 대한 보편적 무상보육이 실현되면서 보육예산이 다른 가족지원제도의 확대나 발전을 압박한 측면도 존재한다. 아동수당도 그러한 예 중 하나이다. 이러한 가운데 가족지원정책 중 가장 오래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소득대체율이 낮고 노동시장 착근성이 낮은 여성들의 활용률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노후소득보장제도도 이러한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 공적연금,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노인일자리사업 등의 공적 제도들과 퇴직(),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사적 제도들이 빼곡히 들어선 다층체계로 자리 잡았으나, 대상 포괄성과 급여적절성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 결과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 자살률, 최상위권의 노인 경제활동참가율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기존 복지국가 제도들의 문제점에 대응하여 공통적인 재구조화의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좀 더 목표가 명확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제도 하나하나의 목표라기보다는 좀 더 큰 영역에서의 목표이다. , 고용보험, 보육서비스, 국민연금과 같은 개별 제도 차원의 목표보다는 근로계층의 보호체계, 가족지원체계, 노후소득보장체계와 같은 상위 차원의 목표가 좀 더 명시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제도적 차원의 목표는 제도 차원에서는 바람직할 수도 있겠지만, 상위 체계 혹은 전체 사회의 지향성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먼저 상위 체계의 목표를 설정하고, 하위 제도의 목표는 상위 체계 목표와의 정합성을 제고하는 방향에서 수정될 필요가 있다.

 

둘째, 향후 재구조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도 간 연계성의 확립이다. 이는 첫 번째 제안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금까지 각 제도들은 상위 체계나 영역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제각기 발전해 오거나, 그 시점에서의 정치적.사회적 현안에 따라 하나의 제도가 과잉 발전함으로써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다른 제도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제도 간 연계는 현금과 서비스의 상대적 비중, 사회수당, 사회보험, 공공부조제도 간 관계에서 선정.급여 기준의 상호 정합성, 급여증액 시스템의 표준화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수준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연계성은 재정 효율성과 제도 형평성을 제고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재정적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의 정당성과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제도 연계성이 떨어질 경우 효율성과 형평성이 저해됨으로써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셋째, 본 보고서의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재구조화에 있어 미래 변화에의 대응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세 가지 차원에서이다. 첫째, 기술혁신에 따른 노동형태의 변화이다. 3장에서 주로 논의된 내용이지만, 복지국가는 포디즘적 축적체제, 오프라인 작업장의 상용직 남성 근로자를 기본 가정으로 설계된 건축물이다. 이러한 건축물이 단기간에 용도 폐기되지는 않겠지만, 기술혁신과 생산체계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확대와 새로운 노동형태의 출현에 유연하게 대응하되, 기존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둘째, 인구구조 고령화이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출산율 제고나 이민 장려 같은 단순한 해법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낮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나 높은 노인빈곤율 등을 감안할 때 조세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는 상당히 남아 있다. 일과 생활, 여가의 경계를 완화하고 이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복지.가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미래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빈곤과 불평등의 증가를 저지하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분배와 재분배를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평등한 사회를 구현한 바 있다. 스웨덴 복지국가는 공산국가를 표방했던 중국보다 더 낮은 불평등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이래 대부분의 복지국가에서 불평등도는 증가했으며, 빈곤율도 뒤따라 이에 합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복지국가 없는 관리국가하에서 비교적 낮은 불평등도를 구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도와 빈곤은 동시에 치솟았으며 위기의 극복 이후에도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한 산업·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부실한 소득보장체계가 빈곤과 불평등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향후 노동시장의 불안정과 인구고령화로 인해 현재와 같은 대응체계로는 빈곤과 불평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가와 사회의 위기는 축적체제에 상호 조응하는 조절양식을 찾지 못한 채, 과도하게 자원이 집중됨으로써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대안적 복지국가의 탐색은 중요하다.

 

 

3절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과 한계

 

대안적 복지제도의 필요성은 무엇보다도 두 가지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기존 복지국가제도들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와 인구구조에 부조응함으로써 현재 나타나고 있는 위기 상황을 현 제도들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예를 들면, 기존 복지국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보험제도로는 높은 비율의 영세자영자나 비정규직을 커버하기 어렵다거나, 현재의 노후소득보장체계로는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그러한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기술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기존 복지국가가 더 이상 정상적으로작동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하에서의 기그 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노동형태의 출현과 로봇에 의한 일자리의 대체 등의 문제에 대해 기존 복지제도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제기되고 있는 대안적 복지제도들은 기존의 복지제도들에 비해 현재의 위기나 앞으로의 변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이것이 기존 복지국가의 옹호자들이 가지는 근본적 의문이자 비판의 핵심이다. 본 보고서에서는 새롭게 제기되는 대안들로 자산기반복지, 사회적경제, 공유경제, 그리고 기본소득의 네 가지를 논의하고 있다. 네 가지 대안에 대한 논의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될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보다도 제안되고 있는 대안들은 기존 복지국가에 대해 양날의 검과 같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자산기반복지는 기존의 소득기반 복지국가 침식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공유경제의 성장은 오히려 비정규직이나 불안정고용 양산을 조장할 수 있다. 기본소득의 제기 역시 애써 구축해 놓은 기존 복지국가제도들의 정당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대안들의 형성이나 번성 자체가 복지국가 위기와 대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복지국가가 가진 대응력의 한계에 비해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산기반복지의 경우 독립적인 자산효과와 자산의 유동화가 가진 실질적인 노후빈곤 감소 효과를 무시할 수 없으며, 나아가 공유자산제도는 사회적경제와 같은 새로운 경제모델과 융합될 여지도 열어두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경우 이미 유럽연합(EU) 국가에서 고용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생의 동력을 확보할 경우 자족과 상호호혜성의 원리로 시장 영역을 잠식해 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공유경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할 경우 소유하지 않고도 효용을 충족함으로써 효율적으로 빈부격차나 분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된다.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기되기도 하지만, 단계적 확장 모형에서는 현 제도들과 공존함으로써 현 제도들이 메울 수 없는 불안정성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둘째, 대안들 모두 누구에게 이니셔티브가 주어지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유경제의 경우 영리형으로 추구될 경우 비정형 노동자를 양산하고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3섹터나 정부에 의해 주도될 경우 소유가 아닌 공유기반의 경제를 통해 효율과 평등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적 복지제도로 유효하다. 사회적경제의 경우 자생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입이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지만, 적어도 시장과의 경쟁 속에서 자생적 성장을 촉진할 생태계를 형성할 때까지 일정 정도의 지원은 필요할 수 있다.

 

이와는 다소 다른 차원에서 기본소득과 자산기반복지의 경우 진보적 접근과 보수적 접근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기본소득의 경우 좌우파의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는데, 좌파의 경우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새로운 평등과 안정의 장치로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반면, 우파의 경우 비싼기존 복지국가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바라본다. 이러한 의도의 차이에 따라 결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가치나 운동으로서 공유경제를 비롯한 대안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는 반쪽의 진실을 담고 있다’(3)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안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대안들 중에는 이미 제도화된 것들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아직은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 기본소득의 경우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실현가능성과 기존 복지국가와의 대체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제도의 좀 더 정치한 설계도면과 함께 실현 가능성과 문제 해결능력, 확대 가능성과 확대 범위, 기존 제도와의 비교를 통한 우위성의 입증, 중장기 소요 예산 등이 좀 더 구체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4한국형 복지모형을 향해?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는 물질적 풍요 이상으로 인류가 지켜야 할 자산이다. 왜냐하면 한 영토 내의 모든시민이 평등하게-형식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정치에 참여하고, 교육받을 권리, 노동할 권리, 최소한의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를 보장받은 것은 인류 역사상 복지국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가 정복, 지배, 통치가 아닌 시민의 안정과 복지를 위해 복무하는 것을 일차적 역할로 삼은 것 역시 그 유래를 찾기 어렵다. 시민권의 성숙이야말로 이러한 민주주의 복지국가로의 이행을 가능케 했던 핵심 동력이었다.

 

마셜의 세 가지 시민권(citizenship), 즉 공민권, 참정권, 사회권은 복지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개인의 자유화, 정치화, 연대화 과정을 보여준다. 인신적 구속으로부터의 탈피는 자유로운 시민의 탄생을 의미했지만 동시에 공동체적 삶의 안전망으로부터 벗어나서 노동의 판매를 통해 개인 생존을 스스로 책임져야 함을 의미했다. 정치화는 귀족계급, 나중에는 일부 부르주아 계급의 전유물이던 정치 아레나에 노동자계급 혹은 보편적 시민계급의 등장을 의미했다. 마지막으로 연대화는 개별화된 익명성을 가진 개인이 연대(solidarity)를 통해 정치적 권력을 획득함으로써 새로운 안정의 기제를 획득하는 과정을 의미했다. 이런 보편적 시민권의 획득과 사회공학적 복지국가의 성립 과정에서 근대적 합리성과 성찰성은 중요했으며 이는 탈근대 시대에도 마찬가지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황금기의 서구 복지국가가 맛보았던 달콤한 열매를 채 맛보기도 전에 복지국가의 위기와 재편, 나아가 자본주의의 위기에 휩쓸려 그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그것이 서구의 황금기 복지국가와는 상당히 다른 건축물이라 할지라도-복지국가의 이상은 견지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롭고 성숙하고 평등한 보편적 시민성의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대안적 복지국가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의 공론장도 확대될 필요도 있다. 전통적인 복지국가제도들의 성숙이 여전히 중요한지, 혹은 이를 거치지 않고 새로운 대안으로 직진할 수 있는지, 혹은 두 개의 바퀴를 동시에 굴려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협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고서 전체보기 https://www.kihasa.re.kr/web/publication/research/view.do?division=001&menuId=44&tid=71&bid=12&ano=2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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