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취업규칙에 병가(病暇) 명시된 기업 절반 채 안 돼
- 작성일 2020-09-11
- 조회수 10,843
취업규칙에 병가(病暇) 명시된 기업 절반 채 안 돼 - 전국 493개 대·중소 민간기업 취업 규칙 분석… 42%만 병가 명시, 유급병가 7.3% - 일용직·비정규직에서 병가 적용률 낮고,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출근하는 비율 높아 -“병가제도 기업 재량에 맡겨질 경우 유명무실… 상병수당 도입 시 취약 집단 배려” |
□ 정부는 지난 7월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한국형 상병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중으로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이 시행되고, 2022년부터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 상병수당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아파도 출근하는(프리젠티즘)’ 우리 사회 일 문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치명적인 방해 요소로 작용한 탓도 크다. 또한 하루 노동이 생계와 직결되는 일용직, 간접고용 노동자,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상병수당은 생계걱정을 덜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어서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이 11일 발간한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391호(「누가 아파도 쉬지 못할까: 우리나라의 병가제도 및 프리젠티즘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 논의에 주는 시사점」)에는 아파도 출근해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황과 기업이 제공하는 상병휴가제도 현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 일례로 전국 493개 대·중소 민간기업의 취업규칙을 분석한 결과, 약 42%의 기업만이 취업규칙에 병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유급병가를 명시한 곳은 7.3%였다. 노동패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직장에서 병가를 제공한다고 답한 노동자의 비율은 46.6%로 절반에 못 미쳤다.
□ 한국에서 아파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의 비율(23.5%)은 아파서 쉰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9.9%)의 2.37배였다. 이 배율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평균(0.81배)보다 매우 높은 수준으로, 한국 노동자는 전반적으로 아파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또한 노동패널 및 근로환경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임시직, 일용직, 비정규직 집단이 기업 상병휴가제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았고 계약직, 일용직, 간접고용 노동자,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집단에서 실제로 아파서 병가를 낸 비율 대비 아파도 출근한 비율이 높았다.
□ 보고서 집필자인 김수진·김기태 부연구위원은 “약 50%의 사업장에 병가제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일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이는 유급병가제도 도입이 필요함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병가제도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고 개별 기업의 재량에 맡겨질 경우 유명무실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용직, 비정규직 등에서 병가 적용률이 낮고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아파도 출근하는 비율이 특히 더 높았는데, 상병수당 도입 시 이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주요 내용 | |
◎ 한국에서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도 출근하는(프리젠티즘) 노동자의 현황이나 기업이 제공하는 상병휴가 현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음. ◎ 전국 493개 대·중소 민간기업의 취업규칙을 분석한 결과, 약 42%의 기업만이 취업규칙에 병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유급병가를 명시한 곳은 7.3%였음. 노동패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직장에서 병가를 제공한다고 답한 노동자의 비율은 46.6%였음. ◎ 한국에서 아파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의 비율(23.5%)은 아파서 쉰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9.9%)의 2.37배였는데 이 배율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평균(0.81배)보다 매우 높은 수준으로, 한국 노동자는 전반적으로 아파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남. ◎ 노동패널 및 근로환경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임시직, 일용직, 비정규직 집단이 기업 상병휴가제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았고 계약직, 일용직, 간접고용 노동자,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집단에서 실제로 아파서 병가를 낸 비율 대비 아파도 출근한 비율이 높았음. 상병수당제도 도입 시 이들 취약 노동 집단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함. |
◇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상병휴가·휴직 현황
▣ 우리나라 기업들이 복리후생 차원에서 제공하는 병가의 현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전국 493개 민간기업(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의 취업규칙 자료를 분석함.
▷약 42% 사업장의 취업규칙이 병가제도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었으나 전체 사업장 중 유급으로 병가를 제공하는 기업의 비율은 7.3%에 불과함.
▷‘제조업 및 건설업’은 평균 47.9%가 병가를 제공하지만 유급병가인 경우는 3.0%이며,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그 비율은 0.8%에 불과하였음.
▷‘서비스업’은 평균 63.0%가 병가를 제공하지만 유급병가인 경우는 9.6%였고,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그 비율은 7.5%로 제조업의 동일 규모 사업장보다는 높았음.
▷병가제도가 있는 경우 최대 사용 가능 기간은 평균 1.66개월로 ‘제조업 및 건설업’ 1.47개월, ‘서비스업’ 1.74개월이었음.
▣ 앞선 분석 결과는 사업장 단위에서 병가 현황을 분석한 자료임. 다음으로 노동자 개인 수준에서의 병가 제공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2016~2018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통합하여 분석함.
▷직장에서 병가를 제공하는 비율은 46.4%,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2.5%였으며, 각 비율은 상용직에서 가장 높고 일용직에서 가장 낮았으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 또한 컸음.
: 직장에서 병가를 제공하는 비율은 상용직 59.6%, 임시직 19.3%, 일용직 3.5%였고 정규직 63.8%, 비정규직 20.4%였음.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상용직 55.8%, 임시직 12.0%, 일용직 1.1%였고 정규직 60.7%, 비정규직 14.2%로 직장이 제공하는 비율보다는 다소 낮았는데 특히 임시직, 일용직, 비정규직에서 그 비율이 낮았음.
▷직장에서 병가를 제공하는 비율,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높았음.
: 10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 병가 제공 비율은 상용직 25.2%, 임시직 5.7%, 일용직 1.6%였고 정규직 28.6%, 비정규직 6.2%였음.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상용직 24.7%, 임시직 4.3%, 일용직 0.2%였고 정규직 28.2%, 비정규직 5.0%였음.
: 300인 이상 사업장의 직장 병가 제공 비율은 상용직 84.3%, 임시직 51.3%, 일용직 17.8%였고 정규직 87.0%, 비정규직 54.4%였음.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상용직 77.7%, 임시직 29.1%, 일용직 6.0%였고 정규직 82.1%, 비정규직 33.9%였음.
▷다만 노동패널 자료는 병가 제공 여부에서 유급과 무급을 구분하지 않고 있어 유급으로 제한할 경우 (앞선 취업규칙의 분석 결과들을 고려할 때) 그 비율은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됨.
◇ 아플 때도 출근해서 일하는 프리젠티즘 현황
▣ 임금근로자의 아파도 출근한 비율과 아파서 쉰 비율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유럽 국가들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한 연구(Kwon, 2020, p. 4)에 따르면, 한국의 출근율은 결근율의 2.37배로 유럽 국가 평균 0.81배보다 상당히 높은 편임.
▣ 우리나라의 5차 근로환경조사(2017)를 활용하여 아파서 쉰 비율과 아파도 출근한 비율을 세부 집단별로 비교함.
▷임금근로자가 아파서 쉰 비율은 11.1~12.5%였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아파서 쉰 비율과 아파도 출근한 비율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음. 자영업자는 전반적으로 아파서 쉰 비율과 출근한 비율 모두 임금근로자에 비해 높았으나 1인 자영업자와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용자에서 아파도 출근한 비율이 쉰 비율의 1.5~1.7배로 그 차이가 상대적으로 더 컸음.
▷직종별로 살펴보면, 단순노무직은 아파서 쉰 비율이 8.9%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아파도 출근한 비율은 16.9%로 상대적으로 높아 아파도 출근한 비율이 쉰 비율의 1.9배인 반면, 다른 직업군은 1.2~1.5배였음.
▷종사상 지위별로 살펴보면, 상용직인 경우 아파도 출근한 비율은 아파서 쉰 비율의 1.3배인 반면 일용직에서는 1.6배였음. 일한 곳에서 임금을 지급받는 경우 그 비율은 1.3배였으나 용역업체에서 제공받는 경우는 2.2배였음.
▷계약직 여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는데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 아파도 출근한 비율은 아파서 쉰 비율의 1.3배였으나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그 차이는 1.8배였음.
▷종사상 지위, 고용 형태에 따른 근로 조건의 취약함이 임금으로 나타나고 일자리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저임금 여부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임금 수준에 따라 아파서 쉰 비율과 아파도 출근한 비율을 비교함. 저임금인 경우 아파도 출근한 비율은 14.1%로 아파서 쉰 비율(8.0%)의 1.8배 수준이었고 중간 임금인 경우 1.3배, 고임금인 경우 1.2배 수준이었음.
◇ 나가며
▣ 우리나라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은 아파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남. 약 50%의 사업장에 병가제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일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임. 이는 유급병가제도 도입이 필요함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병가제도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고 개별 기업의 재량에 맡겨질 경우 유명무실해질 수 있음을 시사함.
▣ 특히 누가 더 아파도 쉬지 못하는지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일용직, 비정규직 등에서 병가 적용률이 낮고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아파도 출근하는 비율이 특히 더 높았는데, 상병수당 도입 시 이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함.
▣ 아픈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아플 때 쉴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며 치료 기간의 소득 상실에 대한 경제적 보장과 함께 휴식이 실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함.
▣ 이 글에서의 분석 결과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향후 상병수당 도입 과정에서 고용주의 법적 책임을 일정 수준에서 강화하는 것과 공적 영역에서 재원 조달을 통해 아픈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두 가지 접근이 모두 고려되어야 할 것임. 또한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할 것임.
◇원문 보기 ▷http://repository.kihasa.re.kr/handle/201002/36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