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2015년 대규모의 공중보건 위기 사태를 부른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유행은 우리나라 감염병 관리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으며 감염병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감염병 관리체계 구축은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메르스 유행이 끝난 이후 다수의 백서가 발간되고 감염병 관리체계 개선에 관한 의견이 개진되어 왔다. 이 연구에서는 메르스 유행 1주년을 맞아 국가방역체계 개편 등을 포함한 후속 작업을 평가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중앙정부?지방정부?의료기관 등을 포함한 감염병 관리체계에 대한 비전과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2. 주요 연구 결과
- 감염병 관련 공중보건체계의 문제점 진단
2015년의 메르스 유행에서 국내 감염병 관리체계뿐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의 문제,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대응 역량의 문제 등 국내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문제점이 큰 것으로 진단되었다. 특히 실제로 메르스 대응인력과 전문가들이 문제로 지적한 것은 조직과 거버넌스, 대응 인력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감염병 관리 주체 간 역할과 권한의 불명확함, 감염관리인력의 부족, 관련 부처 간 그리고 공공과 민간 부문 간의 파트너십 부족,시민 참여의 부족 등이 문제로 거론되었다. 또 메르스 유행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들은 공중보건 위기 대응 시 고려해야 할 윤리적 원칙과 이에 기반을 둔 전략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 전문가 델파이 조사 결과
감염병 관리를 위한 정부 주체별 역할과 책임에 대해 전문가들이 응답한 결과,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시 보건복지부가 관리 및 지원 대책 모두를 총괄하고, 현재 지원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국민안전처는 타 부처와 함께 보건복지부에 협력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하였다. 또 질병관리본부가 위기 대응을 총괄하고 보건복지부는 다른 부처와의 협력 및 공조 시스템을 유지하고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하였다. 질병관리본부와 광역자치단체,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의 역할 분담은 감염병의 유형과 규모 등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하였다.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권한에 대해서는 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시 보건복지부로 보고체계를 일원화하고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적인 인사권 및 예산 운용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시급하다고 응답하였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지자체 대책본부로서의 권한 강화와 질병관리본부가 관리하는 감염병 신고 자료에 대한 사용 권한 확보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하였다.
조직 및 거버넌스 측면에서의 개선 방안의 경우 ‘보건부’의 독립과 부처 내 감염병 관리를 위한 국 단위 조직 신설의 중요성 및 시급성을 높게 평가하였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으로의 독립 및 승격과 함께 광역 내 정규 조직으로서 ‘지역 감염병관리본부’의 설치 및 운영이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전문가들은 또한 조직구조 개편 시 감염병 관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공중보건 인력의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였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 차원의 보건직렬 비율 상향 조정, 감염병 전문 인력에 대한 장기적 인력 수급 계획 수립, 질병관리본부 내 전문 인력의 충분한 확보와 정규직화, 연구직 공무원의 승진체계 개선, 광역자치단체 내 정규직 방역관 및 역학조사관 확보, 공공의료기관 내 감염병 전문 인력 의무배치, 감염병 관리 인력 교육 및 훈련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 지정 등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높다고 평가하였다. 의료관련감염 관리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활동에 대한 국비 지원, 건강보험 수가 인상, 인력 확충 방안 마련, 지방 공공 의료기관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가장 높게 평가하였고,감염병 관리 공중보건체계에서 시민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부-시민 양방향 의사소통을 위한 상시적 대민 채널 운영과 공개적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3. 결론 및 시사점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관리체계를 논할 때의 네 가지 핵심 기조는 1) 보건 영역의 독자적 시스템 구축 2)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역량 강화 3)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통솔 강화 4) 정규직 공중보건 인력 확충이다. 특히 지역 중심의 감염병 관리 공중보건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감염병 유행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역사회 내 감염병 관리 전담조직의 신설과 전문 인력 확보, 기관 간 연계뿐 아니라 감염병에 특화된 지역별 감염병 진료제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대상자들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 또한 의료기관 감염관리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과 규제가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주체로 나서야 하며 환자의 참여 및 민관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소규모 병원과 일차의료기관은 현재의 법제도 측면에서 여전히 의료기관 감염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고려할 때 이들의 감염관리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주요용어: 감염병 관리, 공중보건체계, 조직, 거버넌스, 인력, 의료관련감염,시민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