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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제40권 제1호Vol.40, No.1

editorial

코로나19 대유행시기의 보건복지: “온 보건복지(One Health & Welfare)를 향하여”

“Toward One Health & Welfare”: Health and welfare in the Covid-19 Pandemic

들어가는 말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럽다. 4월1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에 가까운 확진자와 5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검사와 확진이 이루어지지 못한 나라들의 사례를 포함하면 이 숫자는 매우 과소 추계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국민들을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모든 학교는 수업을 중단했다. 저마다 국경을 닫고 전세계 공항들은 문을 닫고 있다. 0.1~0.2㎛ 크기(1㎛=1000분의 1㎜)의 작은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사건으로는 실로 놀라운 일이라 할 것이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감염병의 대유행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만은 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도 14세기 흑사병(약 1억 명 사망 추정), 20세기 스페인독감(5000만 명 사망) 등 많은 감염병 유행이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사스 (2002-2003), 신종플루(2009-2010), 에볼라 유행(2013-14), 중동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15) 등의 대규모 감염병 유행은 오래전 대유행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인간이 야기한 생태계파괴 등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 국경을 넘나드는 대규모 지역 간 이동으로 인해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한 위험의 크기가 매우 커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감염병 유행이 일개 국가를 넘어 전 인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감염병 대유행이 알려준 것들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

감염병의 대유행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지점들을 드러냈다. 감염병은 빈부, 노소, 국내, 국외를 가리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가장 취약한 집단들의 고통이 가장 크다. 국내 사망자들을 보아도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 장기수용자,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직장과 일상생활의 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파도 쉬지 못하는 일용직 노동자, 택배·배달 노동자,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콜센터 노동자, 알바노동자 등에겐 물리적 거리두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처방이다. 고위험군의 보건의료, 돌봄 노동자들은 감염노출 속에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유치원과 학교가 쉬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에겐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는 이주민들은 실업의 고통에 더해 마스크도 구하지 못하고 또한 지독한 혐오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이럴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가짜 뉴스와 각종 혐오 행동들이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진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우리 사회에 수많은 취약지점들이 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또 다른 진실도 드러냈다.

첫째, 미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의 상황을 볼 때 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하는 능력은 정치·경제력 순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이들 강대국들은 인류적 재난 앞에서 다른 저소득국가들의 어려움에 거의 어떤 도움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첨단기술이 만들어낸 전쟁무기들도 이런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둘째, 지난 십여 년 동안 공공병원들을 민영화해 나갔던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나라일수록 더욱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처럼 첨단의료의 메디시티를 표방하는 곳도 일순간에 방역 취약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셋째, ‘영리목적 탈규제’와 ‘작은 정부’를 외치며 공공병원을 없애고 관련 예산을 깎던 이들과 이들의 주장은 이런 인류적 재난 시기에 피해를 키우는 역할을 했고 더 나아가 실효적인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위 ‘빅5’라 불리는 대형 병원들은 이런 절박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어떤 존재감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근근이 유지해 가던 몇 개 남지 않은 도립 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들이 우리 사회의 영웅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많은 진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내 보건복지 영역 평가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한국 보건복지영역이 보여주고 있는 성적표는 어떨까? 뜻밖에도 한국사회의 초기 적극 검사 및 대응,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은 전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잘 했다기보다 다른 나라들이 너무 못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일부 성과를 보이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는 지난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통해 이루어낸 경험과 공중보건 분야 전문가들의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번 위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 저변에는 한국 사회가 만들어 온 민주주의의 역동성이 자리하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빠른 대응과 정보교환, 투명한 정보와 의사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와 그에 부응하려 한 정부의 노력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지 않고, 지하철역에 비치한 손세정제가 사라지지 않는 놀라운 사회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보건복지 분야의 대응이 완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앞서 제시한 사례들과 같이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과 죽음에 직면하고 있고 양적, 질적으로 부실한 사회안전망 하에서 폐업, 대량 실직 등 경제공황에 준하는 사태가 가져올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대응: 새로운 정책을 위한 새로운 이론

작금의 상황은 향후 전망과 대응방안을 이야기하기에 여전히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이 코로나19사태가 언제 종료될지, 어떤 2차, 3차 문제들을 야기할지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이 사태가 종료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리는 늘 그렇듯 현재와 싸우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보건복지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넘어서는 초유의 사건에 대한 대응은 당연히 기존 생각과 행동의 관행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그 주요 과제는 첫째, 현재의 위기 하에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신속히 찾아 메우는 일이며, 둘째, 미래의 대비는 ‘코로나2n’의 도래 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셋째, 감염병 대유행의 발생 그 자체를 막는 근원적인 대응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 번째, 두 번째가 정책적 과제라면 세 번째는 문명전환적 과제다.

첫 번째와 두 번째가 파격적인 긴급재난지원금, 공공보건의료의 양적, 질적 강화, 실업급여, 상병수당 등 사회보장제도의 실효화 등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의 신속하고 파격적인 강화라면, 세 번째는 반복적인 감염병 유행의 원인이 되고 있는 무분별한 생태 파괴적 산림개발, 식량 생산, 유통, 소비 체계, 구체적으로 기존 신자유주의적 국제정치·경제체계의 전면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증대는 식량 생산, 다국적 기업의 수익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명론적 전환은 이에서 더 나아가 인류전체의 삶의 방식을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소박함(Curry, 2004)’과 생물종의 다양성을 늘려 감염병의 대유행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줄이는 생태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책적 과제이든, 문명전환적 과제이든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안, 시행전략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학계가 해내야 하는 일은 이러한 전환의 목적에 부합하는 이론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좋은 정책은 좋은 이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이론을 위해서 우리는 기존의 고식적인 사고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Levins & Lopez, 1999).

새로운 이론이 가져야할 핵심적 요소는 첫째, 사고와 정책의 범위를 파격적으로 확대하고 통합해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인간중심, 개발중심의 분절화된 체계를 생태 친화적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째, 과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야 한다. 그간 인류의 지식, 과학, 생산 체계는 무한정 분열하고 서로 경쟁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짧은 인과관계의 확인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과학은 현 코로나19사태와 같은 복잡한 거대 현상에 대해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한다(Levins, 2009). 또한 이윤 지향적 자본과 결합하면서 거대해진 과학은 전쟁이나 생태파괴도 서슴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거대과학은 인간을, 시민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고 전쟁 가능성뿐만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의 지구 환경파괴를 야기하고 있다. 작금의 감염병 대유행의 원인이 성찰 없는 과학만능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정치가와 일반시민들은 이번 코로나19 유행 역시 과학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이론은 이렇게 폭주하는 과학을 시민과 생태환경의 관리 하에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 정책영역 역시 이상의 원칙에 충실한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이른바 특정 지역, 국가, 계층의 사람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전 지구의 인간, 동식물, 생태계 모두의 ‘공생적 온존(symbiotic well-being)’을 지향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대형재난은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수준 뿐만 아니라 국제적 수준에서 모든 분야 간 긴밀한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굳이 이를 기존의 개념으로 설명한다면 보건복지의 생태학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전환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지극히 정치적 과정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특별히 이러한 거대한 질적 변화는 정부의 힘만으로 해낼 수 없다. 정부가 가진 공권력과 자본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와 시민의 민주적 거버넌스 체계로의 전환 역시 필요하다. 이 역시 지극히 정치적 과정이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모형은 정치생태학적 모형으로 발전해야 하고, 그 궁극적 목표가 모든 존재들의 온존이라는 점에서 ‘공공적 정치생태학(public political ecology of well-being for all) 패러다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보건복지의 이름은 ‘온 보건복지(One Health & Welfare)’1)이다.

우리 인류가 이러한 삶과 정치, 경제체계의 질적, 양적 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 인류의 생존은 이러한 정책적, 문명적 전환과 함께 기존 보건복지를 ‘온 보건복지(One Health & Welfare)’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Notes

1)

‘원헬스(one health)’는 통상적으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대응 전략 중 하나를 의미하지만, 여기서 ‘온 보건복지(One Health & Welfare)’는 그보다 큰 개념이다. 특히 여기서 ‘one’은 ‘하나’라는 의미보다 ‘전체(whole)’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References

1 

Curry Patrick. (2004). Defending Middle-Earth: Tolkien: Myth and Modernity. HMH.

2 

LevinsRichard. (2009). 열 한번째 테제로 살아가기: 건강, 생태학, 과학, 그리고 자본주의(박미형, 신영전, 전혜진, 공역). 파주: 한울아카데미. ((원서출판 2008))

3 

Levins Richard, Lopez Cynthia. (1999). Toward an ecosocial view of health. 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ervices, 29(2), 261-293.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