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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제41권 제1호Vol.41, No.1

editorial

연구는 누구의 것인가?: ‘알기 쉬운 요약’을 시작하며

Whose is the Research?: Starting with ‘Lay Summary’

‘알기 쉬운 요약’을 시작하며

『보건사회연구』는 2021년 발간호부터 ‘알기 쉬운 요약’을 함께 싣기로 했다. ‘알기 쉬운 요약’은 게재논문의 내용을 비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있게 요약한 것을 말한다. 이는 이미 국외 몇몇 학술지에서 ‘일반인을 위한 요약(lay summary)’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 학술지 중에서는 최초의 시도이다.

투고자에게 약간의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는 이 요약을 덧붙이기로 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연구 성과를 사회정책부문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과 공유하여 전문가의 지식 독점문제를 완화해 보자는 것이다. 둘째, 연구 내용과 결과를 비전문가들이나 대중매체가 잘못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것을 최소화하고자 함이다. 셋째, 많은 시간, 노력, 경비를 들여 이루어 낸 연구결과를 사회에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 편집위원회는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는 많은 학술논문들도 ‘알기 쉬운 요약’을 도입하기를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학술지가 이를 시작하기까지 진행했던 과정과 내용을 소개한다.

2020년 「보건사회연구」 편집위원회에서는 2차례에 걸쳐 ‘알기 쉬운 요약’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만장일치로 시행을 결의하였다. 그 후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2-3차례의 회의를 거쳐 초안을 만들었다. 기존 일반인을 위한 요약(lay summary)을 수록하고 있는 국외 학술지들1)의 예와 작성지침들을 수합하고 검토하였고, 국내실정에 맞는 작성지침 개발과 기존 우리 학술지에 출간되었던 논문을 이용하여 ’알기 쉬운 요약’의 예를 작성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안은 다시 전체 편집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었다. 또한 이의 적용은 게재 확정본에 대해서만 저자들에게 요청하기로 결정하였고, 이 요약이 동료심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한 책임은 저자들에게 있다는 명시를 포함하기로 결정하였다(표 1). 최종적으로 ‘lay summary’의 한국어 표현을 ‘일반인을 위한 요약’과 ’알기 쉬운 요약’ 중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논의 끝에 후자로 결정하였다. 안 확정 후에는 안내문과 작성지침을 홍보하고, 학술지 안내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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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알기 쉬운 요약’ 작성지침

  • ◼ 간결하고 평이한 한글(필요시 영어)로 작성하십시오. 15-18세 청소년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 ◼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 ◼ 가급적 짧은 문장을 사용해 주십시오.

  • ◼ 이 연구를 왜 수행했고, 무엇이 새로운 내용과 의의인지를 포함시켜 주십시오.

  • ◼ 가급적 1인칭 능동태를 사용해 주십시오.

  • ◼ 가급적 부정문이 아니라 긍정문을 사용해 주십시오.

  • ◼ 꼭 필요시 핵심 표나 그림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 ◼ 분량은 500자 이내로 작성해 주십시오.

  • ◼ 최종 요약문이 준비되면, 비전문가에게 읽고 이해가 되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필요시 편집위원회는 저자에게 추가 수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알기 쉬운 요약’은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으므로, 그 내용에 대한 책임은 저자들이 집니다.

이어 더하여, 2020년 100% 전자 출간 방식으로 전환한 것에 이어 올해부터는 판형을 A4 크기로 키우고 2단 편집형태로 발간하기로 하였다. 이는 일차적으로 경비절감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논문 인쇄 시 쪽수를 줄여 종이 사용도 줄여보려는 의도도 있었다. 전자 출간을 통해 장애를 가진 이들이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보다 쉽게 논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러한 전환을 한 이유이다. 이러한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연간 150-200편에 달하는 논문 투고자 여러분과 「보건사회연구」 편집위원들과 실무진 여러분의 애정 어린 헌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연구는 누구의 것인가?

한 연구물의 탄생은 무엇보다 그 연구자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이다. 따라서 그 연구물에 대한 권리의 중요한 부분은 그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에게 있다. 이러한 연구자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며, 우리 편집위원회는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의 교육, 훈련, 연구비, 연구 장비와 시설 등은 전적으로 연구자로부터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연구의 대상, 연구에 사용된 인구학적, 생물학적, 설문 정보 등을 제공한 시민, 환자들, 그 대상을 더 확장하면 연구에 사용된 동식물이 없었다면 이러한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모든 연구에서 연구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 후 사전 동의(informed consent)를 의무화하고 기관연구윤리위원회를 통한 사전심의과정이 추가되었다. 이는 다행한 일이지만, 이러한 윤리적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설령 그런 과정이 문제없이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윤리적으로 충분한 과정이었는지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완성된 연구결과물의 주요 내용과 그 함의를 비전문가들이 이해하는 것은 많은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적인 단어와 표현, 또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전문가에게는 표준 단어도 타 전공자나 비전문가들에게는 ‘자기네들끼리만 아는 용어(jargon)’가 될 수 있다. 또한 그 전문적인 연구 결과를 이해하는 이들은 그 결과를 활용해서 자신의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반면, 비전문가는 정보접근과 활용에서 차별을 겪게 된다. 거대한 재력과 공권력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전문가를 확보하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진행하는데 유리하며, 큰 돈이 드는 거대 규모의 과학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이용하는 데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연구의 주제와 진행에서 불평등도 존재한다. 건강정책과 체계 연구연대(Alliance for health policy and systems research, AHPSR)는 전 세계 연구의 단지 10%의 연구가 중저소득 국가의 보건의료이슈를 다룬다고 하였다(AHPSR, 2017). 한편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행해지지 않는 ‘언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2)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Hess, 2016). 결과적으로 연구의 주된 주제가 고소득국가에 관한 것, 거대 권력과 자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불평등은 과학이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른바 ‘국가-기업-전문가’가 이루는 ‘철의 삼각’이 생겨나고, 이에 대해 일반 시민과 시민사회는 더욱 위축되면서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전문적인 용어와 지식은 일반 시민들의 과학정책에 대한 감시, 견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유전자 염기서열의 치환과 그 활용에 대해 전문가와 논쟁을 벌여 이기기는 쉽지 않다.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가릴 것 없이 연구 체계는 국가체계의 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민주적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 과제의 선정, 평가 등의 과정에 일반인들이나 환자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기전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과학이 시민을 떠날 때, 흔히 이는 무기로 둔갑한다. 학술연구에서 민주적 공공성이 중요한 이유다. 학문의 전문화, 세분화가 가속화될수록 시민의 입장에서 연구의 기획, 시행, 평가, 활용을 책임질 조직적 움직임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보건사회연구」가 시작하는 ‘알기 쉬운 요약’의 시작은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 할 것이다. 한편으로 이것이 모든 학술연구의 민주적 공공성을 확대해 나가는 의미 있는 시도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뜻을 같이 하는 많은 학술관계자와 학술단체의 동참을 고대한다.

Notes

1)

Lay summary를 제공하고 있는 국제 저널로는 JHEP Reports,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등이 있으며 ELSEVIER 출판사처럼, 그 작성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곳도 있다(https://www.elsevier.com/connect/authors-update/in-a-nutshell-how-to-write-a-lay-summary).

2)

‘하지 않는 연구(undone science)’란 연구비가 없고, 불완전하며 일반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무시되지만 사회 운동이나 시민사회 조직에서는 더 연구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연구영역을 말한다(Hess, 2016).

References

1 

AHPSR. (2017). Report of the expert consultation on primary care systems’s profiles & performance. Alliance for Health Policy and Systems Research.

2 

Hess D. J. (2016). Undone science: Social movements, mobilized publics, and industrial transitions. MIT Press.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