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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제41권 제3호Vol.41, No.3

editorial

전환기의 보건복지서비스, 위드 코로나, 연구의 민감성

Health and Social Services in Transition, Living with Covid-19, and the Sensitivity of Research

최근 우리나라 보건복지서비스는 보장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전환기에 있다. 찾아가는 보건복지 전담팀 구성 및 사회복지직과 간호직의 읍면동 신규 배치, 노인 등 취약한 사람들이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지원하는 통합돌봄 선도사업 시행, 국민의 복지서비스 접근성 제고를 위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과 복지멤버십(맞춤형 급여안내) 도입,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맞춤형 지원을 위한 장애 등급제 폐지, 대형시설에서 지역사회 거주로 전환을 돕는 탈시설 지원,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 아동 보호 강화, 치매로 인한 가족 부담을 덜어주는 치매국가책임제 고도화 추진, 자살 예방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체계 강화, 간병 부담경감을 위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지방의료원 신축 등 공공 의료체계 강화, 보건의료의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반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의욕적인 시도들이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으로 이어지는 데는 걸림돌들도 적지 않다. 동주민센터 찾아가는 보건복지 전담팀에 간호직이 배치되었지만, 복지전달체계에서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지역 일선에서 동주민센터 복지인력과 보건소 간호인력의 협업이 필수적인데 행복이음과 공공보건의료정보시스템(PHIS)의 정보공유에서부터 단절되어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가 구현되려면 각 서비스 영역별 서비스 기준과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 치매환자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치매안심병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중증 치매환자의 접근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중증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도입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취지와는 달리 현장에서 경증환자들만 가려 받는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보건복지서비스는 위기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법이나 시스템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위험 상황에서 보건복지서비스 접촉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 필수적으로 대면을 통하여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 경우, 전화나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하여 대체되어야 하는 경우, 대면과 원격 접촉이 혼합되어야 하는 경우 등에 대한 확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역단위에서 관련 기관들의 협업을 현실화 또는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기관이 봉쇄되는 경우 인근 기관이 필수 지원을 대신해 주는 협약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앞으로 상당 기간 코로나의 영향을 받으면서 보건복지서비스는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상시로 운영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보건복지서비스는 전환의 시기에 위드 코로나 적응이라는 중첩된 과업에 직면해 있다. 중첩된 과업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전환기에 필요한 변화를 가속하는 긍정적 성과를 얻을 수도 있고, 중첩된 요구 사이의 갈등과 충돌로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이런 시기에 보건복지 연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보건복지 연구는 과학성과 활용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양자의 균형은 가능하지만 각각에서 최고치에 이르기는 어렵다. 보건복지서비스와 같이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영역에서 연구의 현실적 대안은 과학성과 활용성의 균형을 모색하는 것이다. 과학성과 적절한 활용성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는 연구자들의 민감성이 중요하다. 특히, 전환기와 위드 코로나의 이중적 압박 상황에서 보건복지 연구는 세 가지 측면의 민감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우리’에 대한 민감성이다. 지금까지의 보건복지 연구는 서구의 이론을 먼저 학습하고 우리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정책과 현장에 전달하거나 쏟아붓는 형국이었다. 외국의 ‘좋은 파편들’을 ‘파편적으로 소개’하여 좋은 파편들이 조각조각 쌓이는 제도의 모습을 만드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전환의 시기,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보건복지 연구는 우리 것에 민감해야 한다.

둘째, ‘사람’과 ‘담론’에 대한 민감성이다. 보건복지서비스는 다른 분야보다 특히 장애 민감성, 인권 감수성 등 사람과 담론에 대한 민감성이 요구된다. 장애인 분야를 예로 보면, 개인의 결함에 집중했던 과거 연구에서는 연구자 중심의 관점이 강조되었으며,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표준화된 접근들이 연구의 주류를 이루었다. 장애를 사회 환경의 책임으로 보는 사회적 모델에서는 장애를 둘러싼 사람들 간의 권력관계 변화와 함께 사회적, 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관한 지식 축적을 추구한다. 사람과 담론에 대한 민감성은 개인의 결함을 강조하는 과거의 연구 분위기에서 벗어나 장애를 만드는 사회 환경에 관한 관심으로 이동을 요구한다.

셋째, ‘현장’에 대한 민감성이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충실히 반응하여, 현장의 고민을 연구의 주제로 설정하고, 연구 성과를 현장에 다시 돌려주는 현장에 ‘충성’하는 민감성이 중요하다. 현장 민감성은 작은 발견을 통해 큰 울림을 만들어 내는 겸손한 연구, 담론에 거스르면서 담론을 채워나가는 솔직한 연구로 표현될 수 있다. 실제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사변적인 이론은 공허하며(學而不思則罔), 이론적 질문과 단절된 실천은 위험할 수 있다(思而不學則殆). 그래서 이론과 현장을 이어주는 연구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번 호에 실린 논문들을 이런 민감성의 시선으로 일독해 주시기를 권해 드린다.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