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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제43권 제1호Vol.43, No.1

editorial

복지국가는 사회적 위험을 앞서가며 진화해야 한다

The welfare state should evolve to move ahead of social risks

3월, 학생들에게 사회적 위험을 강의하면서 어떠한 사회적 위험이 있는지를 물었다. 빈곤, 질병, 실업, 장애 등을 쉽게 떠올리는 70년대생 저자와 달리 학생들은 혐오, 고립, 기후변화, 불확실성과 같은 단어들을 내뱉었다. 그렇지, 이들은 새로운 세대, 즉 포스트코로나 세대이다. 하지만, 빈곤이나 질병과 같은 ‘오래된 사회적 위험’이 혹은 일생활균형(work-life balance)이나 숙련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의 사회적 위험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물리적으로 그리고 화학적으로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점점 복지국가가 상대하기 어려운 괴물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도 든다. 버거운 타노스를 대항하는 지친 아이언맨이라고 할까?

둑에 작은 세모 모양의 틈이 발생했다. 그 틈이 위협이라고 느낀 이들은 틈을 메꾸려 하였다. ‘한정된 자원’하에서 틈이 난 모양에 대략 맞는 세모 모양을 주조하여 거기에 채웠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효율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와 함께 세모 모양의 틈은 네모 모양으로 진화하며 더 구멍이 커졌다. 세모 모양은 더 이상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 거기에 새롭게 등장한 틈을 메꾸기 위해서 또다시 이런저런 자원을 동원하여 틈을 메꾸었다. 그런 사이에 그 옆에 동그란 구멍이 생겼다. 그것을 대처하고... 그 동그라미도 더 큰 사다리꼴 모양의 구멍으로 커졌다. 틈의 나머지를 채우기 위해서... 그러는 사이에 틈은 곳곳에 나타나고, 이곳저곳 그 틈을 메꾸기 위해 더하고, 추가하고, 또 새롭게 더한 조각들이 둑 곳곳을 채웠다.

항상 틈이 난 곳을 뒤쫓아가며 효율적으로 메꾸려고 하였지만,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기 때문에 지금의 둑을 어떻게 선제적으로 강화하며 틈을 예방할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계속 대응하려는 노력은 커져가고 지출도 증가하는데, 곳곳에 물은 여전히 새고 있고, 이 둑이 앞으로 얼마나 효과적일지 그리고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혼란이 가득하다.

복지국가는 산업화를 배경으로 한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서구 복지국가의 경우 탈산업화가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목도하였다. 학자들은 돌봄과 관련된 사회적 위험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에 관련된 위험들, 이주민과 관련된 위험들을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라 명명하기 시작했다(최영준, 2011). 위험만 새로웠던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위험의 출현은 때로 인과관계의 근본적 변화도 가져온다. 예를 들어, 1980년까지도 출산율/일인당 GDP와 여성고용은 반비례 관계였지만, 2000년에 들어서 이들의 관계는 정비례로 변했다(Doepke et al., 2022).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를 본격적으로 발전시켰을 때 우리는 오래된 사회적 위험도 새로운 사회적 위험도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둑 이곳저곳에 구멍이 커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 결과 제도들도 많이 도입이 되었고, 1990년대 초반 GDP 대비 2%에 지나지 않았던 지출 수준은 지금 14%까지 증가되었다. 하지만, 환경이 워낙 좋지 않았다. 노력과 달리 우리의 많은 사회 지표들은 항상 OECD 국가에서 제일 낮은 위치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코로나19를 경험하고, 비대면 사회경제가 가져온 매우 빠른 디지털화를 목도하고 있다. Choi, Kühner & Shi(2022)는 ‘코로나 사회적 위험(Covid Social Risk)’ 개념을 제시하며,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뛰어넘는 또 다른 사회적 위험의 진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과거의 위험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며, 그 위험 역시 진화하여 더 난제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고립이나 단절 등 관계의 위험같이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건사회연구』는 논문들을 통해 이러한 위기의 징후와 문제점들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우울이나 사회적 지지의 부재 등이 OECD에서 가장 좋지 않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보고되고 있기도 하다(김성아, 2022; OECD, 2021). 거기에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과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의 도래는 산업계와 노동시장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기후변화 역시 새로운 위험들을 강화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년의 경험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생기는 틈만을 ‘단기적 효율성’ 관점으로 메꾸려고 하는 노력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출산율과 같이 불을 끄려고 했지만,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는 지표들이 그 증거이다. 그 틈은 계속 커지고 진화하기 때문에 때로는 ‘과한’ 개입이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효율적일 뿐 아니라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면 사회적 위험을 우리가 동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 완벽한 예측은 어렵지만, 지난 경험을 통해 사회적 위험은 그 시대의 주된 구조적 흐름에 조응하여 진화함을 배웠다. 산업화와 탈산업화가 그랬다. 미래는 불확실하나 위험의 방향을 결정지을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이해는 있다. 그렇다면, 선제적 대응을 통해서 그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그 흐름을 쫓아다니는 것보다 나은 대응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대전환기(Great Transformation)에 미세조정(fine-tuning)이 필요한지, 패러다임적 대응이 필요한지를 묻는다면 그 답은 분명하다. 누가 더 취약한가라는 ‘세모 모양’ 찾기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그 세모는 내일 네모가 되고, 취약하지 않았던 이들은 내일 취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관련 사회적 위험 연구와 가족돌봄청년 연구를 하면서 안타깝게도 우리 복지국가의 빈구석들을 너무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어떤 제도들은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에 낡았다. 지난 20년이 그랬듯 지금 더 과감하고 혁신적이지 못하면 향후 20년은 더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지국가의 역할은 그럴듯한 정책 도입이 아니다. 이 정책들이 개인에게 안정을 제공하는지, 그들의 자유를 증진시키는지,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좋은 관계를 맺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복지국가 진화의 방향이다.

References

1 

김성아. (2022). 고립의 사회적 비용과 사회정책에의 함의. 보건복지포럼, 2022(3), 74-86.

2 

최영준. (2011). 위험 관리자로서의 복지국가: 사회적 위험에 대한 이론적 이해. 정부학연구, 17(2), 31-57.

3 

Choi Y. J., Kühner S., Shi S. J.. (2022). From “new social risks” to “COVID social risks”: the challenges for inclusive society in South Korea, Hong Kong, and Taiwan amid the pandemic. Policy and Society, 41(2), 260-274.

4 

Doepke M., Hannusch A., Kindermann F., Tertilt M.. (2022). A new era in the economics of fertility. pp. 11. VoxEU.org.

5 

OECD. (2021). Tackling the mental health impact of the COVID-19 crisis: An integrated, whole-of-society response. Paris: OECD.



Health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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