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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제43권 제4호Vol.43, No.4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에 미치는 영향: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의 매개효과

Effect of Coming Out on the Self-Stigma in Persons with Mental Illness: Mediating Effect of Perceived Others’ Reactions and Social Support

알기 쉬운 요약

이 연구는 왜 했을까?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부정적 편견과 차별(사회적 낙인)을 감소시키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신념(자기낙인)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핵심적 전략을 ‘커밍아웃’으로 보고, 자기낙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것이 사회적 지지를 향상시켜 자기낙인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부정적 반응을 인식하는 경우 사회적 지지가 의미 있게 감소하여 잘 계획되고 신중한 커밍아웃이 필요함을 발견하였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커밍아웃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커밍아웃을 잘 계획하고, 이를 연습할 수 있도록 돕는 한국형 커밍아웃 프로그램 개발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뿐 아니라 정신장애인 모두의 커밍아웃에 대한 인식 제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show that coming out is an effective strategy to overcome self-stigma among individuals with mental illness.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levels of coming out and to verify how coming out affects self-stigma mediated by perceived others’ reactions and social support among 236 persons with mental illness using community-based mental health facilities. The findings were as follows. First, coming out was highest to medical service providers, followed by relatives, friends, and coworkers, and lowest to neighbors and religious groups. Second, perceived others’ positive reactions were significantly higher than negative reactions. Third, coming out was statistically significantly affected by a longer treatment period and a higher social function of persons with mental illness. Fourth, coming out was significantly predictive of self-stigma mediated by perceived others’ reactions and social support. Specifically, the higher the coming out, the higher the perceived others’ positive reactions, the more increased social support, and the lower the self-stigma. Based on these findings, we emphasized the importance of programs supporting coming out in various situations and raising awareness about coming out among service providers.

keyword
Coming OutPerceived Other’s ReactionsSocial SupportSelf-StigmaIndividuals with Mental Illness

초록

본 연구는 정신장애인의 자기낙인을 극복하는 전략으로서 커밍아웃의 유용성을 제안하기 위해,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23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커밍아웃 수준을 탐색하고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을 감소시키는 경로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조사 대상자의 커밍아웃 수준은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서 가장 높았고, 그다음 친척, 친구와 연인, 그리고 직장동료와 고용주 순이고, 이웃이나 종교모임에서의 커밍아웃 수준이 가장 낮았다. 둘째,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은 부정적 반응보다 긍정적 반응을 더 높게 인식하였다. 긍정적 반응 중 가장 인식이 높은 항목은 ‘회복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이고, 부정적 반응에서는 ‘정신장애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항목이 가장 높았다. 셋째, 커밍아웃의 의미 있는 예측요인은 치료기간과 사회적 기능이다. 즉, 치료기간이 길수록, 사회적 기능이 높을수록, 커밍아웃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사회적 지지를 향상시켜 자기낙인을 감소시키는 경로의 매개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커밍아웃이 부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을 낮추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부정적 반응 인식의 매개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부정적 반응을 인식하는 경우 사회적 지지가 의미 있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잘 계획되고 신중한 커밍아웃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커밍아웃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의 필요성과 서비스제공자의 커밍아웃에 대한 인식 제고를 제안하였다.

주요 용어
커밍아웃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사회적 지지자기낙인정신장애인

Ⅰ. 서론

정신장애는 임상적으로는 행동적・심리적 증후군이지만 질병 경과가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해 심각하게 영향받는 사회적 장애이기도 하다(서미경 외, 2020, p.61). 임상적 특성상 질병 경과가 순환적이고 만성적이어서 적극적 통합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그들을 직업, 주거, 결혼, 교육 등의 전반적인 사회적 기회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신념은 그들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강제치료와 다양한 법적 제한 등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사회적 낙인이 더 심각한 것은 정신장애인 자신이 이를 내면화하여 자기낙인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즉, 대중의 편견을 내면화하고 자신을 사회에 수용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하여 차별이 예상되는 상황을 피해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것이다(Link et al., 1999). 이러한 자기낙인으로 인해 정신장애인의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손상되고,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며(성기혜, 2009; 이현지, 2018; Wright et al., 2000; Mashiach-Eizenberg et al., 2013), 전문적 도움 요청을 회피하거나 낮은 치료 순응으로 증상이 악화되어(김진희, 나현주, 2016; Pyne et al., 2004; Clement et al., 2015) 이것이 다시 대중의 낙인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기낙인이 위험한 것은 차별상황을 예상하여 목표추구적 행위를 하지 않으려는 ‘왜 내가(why try)’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왜 내가 직업을 구해야 하나?’, 혹은 ‘왜 내가 독립적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와 같이 스스로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Corrigan et al., 2009). 이러한 ‘왜 내가’ 효과는 지역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활동뿐 아니라 약물복용이나 증상조절과 같은 질병관리활동 등을 포함하여 회복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위해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모색되고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반낙인(anti-stigma) 전략 중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접촉이다(이민화 외, 2018; Pettigrew, 2009; Corrigan et al., 2010a; Pittman et al., 2010). 이는 낙인을 부여하는 자와 낙인의 대상이 되는 자의 직간접적 접촉이 상대방에 대한 긴장이나 불안을 줄이고, 일단 상호작용이 일어나면 기존의 편견적 태도를 새로운 기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접촉이론(Link & Cullen, 1986)에 근거한 전략이다. 그러나 아무리 효과적인 반낙인 전략이라 하여도 접촉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커밍아웃(coming out)1)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HIV 환자나 성소수자와 함께, 정신장애인은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타인이 쉽게 알 수 없는 비가시성(invisible) 정체성에 해당된다. 이러한 정체성을 가진 경우, 대상자 스스로 자신의 낙인적 정체성(stigmatized identity)을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차별을 경험할 확률은 낮아진다. 그러나 커밍아웃하지 않은 경우,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자신을 밝혀야만 얻게 되는 지지, 배려, 유사한 사람들과의 연대 등을 갖지 못해 고립될 수 있다(Corrigan et al., 2013; Bril-Barniv et al., 2016). 따라서 비가시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차별을 경험하더라도 정체성을 밝혀 이를 숨겨야 하는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지지를 얻을 것인지, 아니면 차별을 피해 정체성을 숨길 것인지를 갈등하게 된다(Chaudoir & Fisher, 2010).

정신장애인 역시 다른 비가시성 정체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서 차별을 피할 것인지, 아니면 차별을 감당하면서라도 커밍아웃하여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고, 적극적으로 삶을 통제할 것인지를 갈등하게 된다. Brohan et al.(2012)은 48개의 선행연구를 고찰하여 정신장애인이 커밍아웃하는 이유와 숨기는 이유를 정리하였다. 그들에 의하면, 정체성을 숨기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서이고, 그다음으로 비장애인처럼 보이기 위해, 개인적인 문제를 굳이 밝힐 필요가 없으므로 등이 있다. 커밍아웃하는 이유는 편의와 배려를 받기 위해, 지지를 얻기 위해, 솔직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과 증상을 이해시키기 위해, 감추는 것이 스트레스이므로 등이 있다. 상당히 많은 연구자들은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예/아니오의 이분법적 차원이 아닌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밝히지 않는 것에서부터 모르는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완전 공개까지 다양한 수준을 포함하는 스펙트럼으로 구성된다고 하였다(Corrigan & Matthews, 2003; Bril-Barniv et al., 2016). 즉, 커밍아웃은 사회적 행동이므로(Pahwa et al., 2017), 대다수 정신장애인은 상대방과의 관계나 그 사람의 반응과 인식 등에 따라 상대방을 선택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공개하는 정보의 양이나 수준 역시,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혹은 불면증이 있다고 하는 등 일부만 알리는 것에서부터 증상과 자신의 경험 모두를 알리는 것까지 다양한 범주 내에서 선택하여 커밍아웃한다.

범주는 다양하여도 커밍아웃을 통해 긍정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즉,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을 감소시키고(Corrigan et al., 2015), 자존감을 향상시키며 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키고(Corrigan et al., 2013; Bril-Barniv et al., 2016) 직장에서의 적응력을 높인다(Pahwa et al., 2017; DeTore et al., 2019). 또한 커밍아웃을 통해 긍정적 결과를 경험하면, 그것이 미래의 더 많은 커밍아웃을 예측한다(Chaudoir & Fisher, 2010). 그러나 무분별한 커밍아웃으로 부정적 결과를 경험하게 되면, 미래의 커밍아웃은 감소하고 삶의 질도 저하된다(Bos et al., 2009). 따라서 커밍아웃에 따른 이득과 손실을 고려하여 어떤 대상에게, 어떤 방법으로, 어느 수준까지 커밍아웃할 것인지 잘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많은 연구들(McGahey et al., 2016; Mulfinger et al., 2018; Rüsch & Kösters, 2021; Corrigan, 2022)이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을 돕는 COP(Coming Out Proud), HOP(Honest, Open, Proud), PMPI(Plan to Manage Personal Information)와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그 효과를 검증하였다. 연구 결과, 일관성 있게 프로그램에 참여한 집단의 자기낙인이 감소하고, 임파워먼트와 삶의 질이 증가하였으며, 숨기는 것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감소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그들의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회복을 의미 있게 향상시키는 핵심적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커밍아웃에 대한 국내 연구들은 성정체성(김찬미 외, 2020; 정혜숙, 2020; 이은지, 2021)이나 북한 정체성(조소연, 2019)에 초점이 있을 뿐 정신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23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커밍아웃 수준을 탐색적으로 고찰하고, 그들의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즉, 커밍아웃 수준이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를 매개로 자기낙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연구의 목적은 자기낙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용한 전략으로서 커밍아웃의 유용성을 확인하고, 서비스제공자와 소비자의 커밍아웃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1. 낙인정체성의 커밍아웃

사회적 낙인은 사회・문화적으로 특정 범주에 속한 대상을 평가절하하고 배척하는 것으로, 그 범주 및 속성에 따라 그들의 사회적 특성뿐 아니라 개인적 특성까지 추론하여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낙인 과정에서 특정 범주란 그에 속한 대상의 사회적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서미경 외, 2020, p.15). 낙인의 대상이 되는 정체성은 일반적으로 가시성과 비가시성으로 구분된다(Dovidio et al., 2000, pp.5-7). 즉, 정체성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지에 따라 나누어져 신체장애, 성별, 인종 등은 가시성(visible) 정체성이고, HIV, 성소수자, 약물중독, 정신장애 등은 비가시성(invisible) 정체성이다. 가시성 정체성에 비해 비가시성 정체성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정체성을 밝혀야만 얻게 되는 심리・사회적 지지, 집단 연대감을 얻지 못해 사회적 고립감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Chaudoir et al., 2014). 따라서 비가시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차별을 받더라도 자신을 밝혀 숨겨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망을 넓힐지, 아니면 가능한 한 이를 숨겨 사회적 차별을 피할 것인지 갈등하게 된다.

커밍아웃은 ‘벽장 밖으로 나오다(coming out the closet)’에서 유래된 것으로, 정체성을 밝히지 않고 지내는 벽장(being in the closet)에서 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Brohan et al., 2012). 대부분 성소수자나 HIV 환자들에게 적용되어 온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정신장애, 약물이나 도박중독, 간질 등 비가시성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건강 문제의 커밍아웃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Greene(2009)은 Disclosure Decision-Making Model(이하 DD-MM)을 제안하였다. DD-MM에서 커밍아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평가가 선행된다. 첫 번째는 공개자(discloser)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 즉, 건강 문제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비난받을지, 증상이 얼마나 두드러지는지에 대한 평가이다. 두 번째는 수신자에 대한 평가이다. 즉,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따라 커밍아웃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커밍아웃을 결정하면, 공개 효능감(disclosure efficacy)에 따라 직접 말을 할지, 아니면 제3자나 문자, 혹은 이메일 등의 다른 방법을 사용할지 결정한다. 여기서 공개 효능감은 커밍아웃을 잘 수행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공개자의 신념이다. Chaudoir & Fisher(2010) 역시 비가시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the Disclosure Process Model(이하 DPM)을 제시하였다. 여기서는 공개자가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즉, 이해, 친밀감 증가, 수용 등의 긍정적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지(approach-focused goals) 아니면 거부, 갈등, 불안 등의 부정적 결과를 피하려고 하는지(avoidance-focused goals)에 따라 공개자는 커밍아웃을 할지, 하지 않을지, 또한 하더라도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정보를 공개할지를 결정하게 되고 그에 따라 수신자는 지지적 혹은 비지지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일단 커밍아웃을 하여 사회적 지지를 얻게 되면, 공개자나 수신자 모두에게 정체성에 대한 인식변화가 일어나고 친밀감과 신뢰감이 증가하여, 심리적・행동적 건강이 예측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성정체성이나 건강 문제든지 친밀한 관계 속에서 커밍아웃을 하게 되는데 이때 공개자가 언제, 어떻게 얘기할지를 잘 계획하고, 수신자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때 심리적・물질적 지지를 얻게 되고, 심리적・행동적 건강이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모형들을 정신장애에 적용하면, 커밍아웃을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전략이라 전제할 수 있다(Corrigan et al., 2010b; Corrigan et al., 2015). 그러나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대상자들에게 하는 커밍아웃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장애인이 커밍아웃했을 때 상대방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 사회적 지지가 증가하고, 정보를 들은 자뿐 아니라 정보를 공개한 자에게서 정보, 즉,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 심리적 건강이 예측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 정보를 공개한 정신장애인은 차별적, 거부적 반응이 예상되는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Chaudoir & Fisher, 2010), 사회적 지지는 감소하며, 자기낙인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2.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에 관한 선행연구

정신장애(인)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사회에서나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정체성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그들의 회복에 필수적인 다양한 사회적 기회를 제한하고, 지역사회에서 그들이 누려야 할 시민권을 침해하는 논리로 활용된다(서미경 외, 2020, p.68). 즉, 정신장애인은 위험하고 회복 불가능하며 무능력하므로 ‘다수의 안전’을 위해 그들의 사회적 참여를 제한해야 하고, ‘스스로 치료를 결정하지 못하므로’ 그들을 강제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정당성을 제공한다. 또한 사회적 낙인은 자기낙인 형성에 영향을 미쳐 정신장애인으로 하여금 이중불행을 경험하게 한다(Corrigan & Watson, 2002). 즉, 사회적 낙인을 내면화하여 스스로 사회에 수용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차별이 두려워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며, 이로 인해 자존감이 손상되고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서미경 외, 2020, p.214). 이러한 자기낙인으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스스로 사회적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 차별이 두려워 회복에 필요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며, 직업이나 독립적 주거를 찾는 등의 목표추구활동을 하지 않으려 하고, 사회적 지지망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 역시 하지 않은 채로 위축되어 지내게 된다(Corrigan et al., 2009). 따라서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 극복은 그들의 회복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요인이다.

정신장애는 낙인의 속성분류에 의하면 비가시성 정체성의 한 유형이다.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타인이 그를 낙인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낙인을 극복하고 지역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차별을 각오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지지망을 확보할지, 아니면 정체성을 숨기고 차별 없는 안전한 관계에 머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갈등은 다른 비가시성 정체성이 고민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비가시성 낙인 정체성 커밍아웃 연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성소수자와는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사회적 낙인의 내용이 다르다. 즉,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위험성과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지 혐오의 대상은 아니다. 또한 커밍아웃이 반드시 자발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증상 때문에 혹은 치료과정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체성이 공개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복지 서비스나 급여, 혹은 보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체성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김미경, 서미경, 2023). 그러나 다른 비가시성 정체성과 마찬가지로 커밍아웃함으로써 능력이 평가절하되거나 다양한 기회에서 배제되는 위험(cost)이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사회적 지지망이 확대되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기회를 모색하면서 자기낙인이 감소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이득(benefits)을 경험할 수도 있다(Corrigan et al., 2015). Corrigan et al.(2010b)은 자기낙인을 감소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커밍아웃이라고 전제하며,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실을 정리하여 COMIS(the Coming Out with Mental Illness Scale)라는 척도를 개발하였다. 이 척도는 BBO(benefit of being out)과 RSI(reasons for staying in the closet)로 하위요인이 나누어진다. 커밍아웃의 이득을 측정하는 BBO의 문항에는 남들로부터 수용을 얻기 위해, 관계망을 확충하기 위해, 소비자 운동을 지지받기 위해, 스스로 편안하기 위해, 확신을 갖기 위해,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다른 사람의 커밍아웃을 돕기 위해 등이 있다. 커밍아웃을 피하는 이유인 RSI에는 정신장애인이라는 라벨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이 받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안전을 지키기 위해, 차별을 피하기 위해,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타인의 부정적 반응이 두려워서, 개인적인 삶이므로 굳이 밝힐 이유가 없어서 등을 들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정신장애인들은 커밍아웃을 할지, 하지 않을지를 갈등하게 된다.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진행과정에 따라 크게 세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 유형의 연구들은 누구에게, 왜 커밍아웃하는지에 초점을 두어 분석한 것들이다. 두 번째 유형은 커밍아웃 후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분석한 연구들이다. 세 번째 유형은 잘 계획된 커밍아웃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분석한 연구들이다. 우선 정신장애인이 누구에게, 왜 커밍아웃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연구이다. Bos et al.(2009)이 500명의 정신건강서비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하였을 때, 가족과 친구에게는 대상자의 50~60% 이상이 자신의 정신장애를 대부분 공개하지만, 지인과 동료에게는 대상자의 70% 이상이 약간만 공개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Pahwa et al.(2017)이 정신장애인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을 때, 대상자의 45%에서 가족이 가장 공개하고 싶은 대상인 동시에 가장 공개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도출하였다. Pandya et al.(2011)도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누구에게 어느 정도 공개하는지를 4점 척도로 질문하였을 때, 의사, 배우자, 부모가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고, 그다음이 확대가족과 친구, 고용주와 동료 순이었으며, 가장 낮은 대상자는 교회, 경찰, 이웃이었다. 커밍아웃의 문화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Chen et al.(2013)은 중국 이민자를 대상으로 누구에게 자신의 입원경험을 공개하는지를 질문했을 때, 실제 어떤 관계인가 보다 얼마나 많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고, 친할수록 공개 후 지지적 반응을 더 많이 보일 것으로 기대하였다.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에 대해 Jones(2011)는 지지를 얻거나, 증상이나 위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혹은 직장에서 필요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많았다고 하였다. Peterson et al.(2011)도 직장에서 커밍아웃하는 이유로 이력서에 질병 관련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야 하므로, 차별은 두려워도 편의와 배려를 받는 것이 더 필요하므로, 솔직한 것이 옳기 때문에 공개해야 하는 압박감 때문이라 하였다. 반대로 커밍아웃하지 않는 이유는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단일 이유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정리하면, 커밍아웃은 예/아니오의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수준의 커밍아웃 유형을 포함한 양극단을 가진 스펙트럼이다(Bril-Barniv et al., 2016). 이를 공개유형의 위계(hierarchy)라 표현한다(Corrigan & Matthews, 2003; Corrigan et al., 2013). 여기에는 5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사회적 회피(social avoidance)는 가장 극단적 형태로 자신의 정신장애가 들킬 수 있는 상황을 철저히 피하기 위해 정신장애인과만 어울리는 유형이다. 둘째, 비밀(secrecy)로 사람들과 어울리기는 하지만 정신장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유형이다. 셋째, 선택적 공개(selective disclosure)로 어떤 집단에는 공개하고, 다른 집단에는 공개하지 않는 유형이다. 정신장애인 상당수가 이 유형에 해당된다. 넷째, 무분별한 공개로 숨기려는 노력 없이, 계획 없이, 어떤 결과든 신경 쓰지 않고 공개하는 유형이다. 마지막은 완전 공개(broadcasting)로 타인을 교육하기 위해 과거력뿐 아니라 현재의 경험까지 공적으로 공유하는 유형이다. 이는 무분별한 공개와 달리, 정신장애에 대한 통제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 가능하다. 또한 정신장애인 중 어떤 사람들이 더 커밍아웃을 많이 하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Corrigan et al., 2015; DeTore et al., 2019) 더 많이 공개하고, 조현병이 다른 장애 유형보다(Bos et al., 2009; Brohan et al., 2012), 그리고 증상이나 사회적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더 많이 공개하며(Jones, 2011; Brohan et al., 2012), 자기낙인을 더 많이 지각하거나 낙인 관련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 더 많이 공개하는 것(Corrigan et al., 2015)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유형의 연구는 커밍아웃 후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반응을 경험했는지, 그리고 커밍아웃이 공개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다. 먼저 커밍아웃 시 상대방의 반응에 초점을 둔 연구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고, 미래에 더 많은 커밍아웃을 결정하게 된다고 본다(Chaudoir & Fisher, 2010). 공개자인 정신장애인의 입장에서 지지적/비지지적 반응을 분류한 연구(Barth & Wessel, 2021)에 의하면, 그들은 염려와 같은 정서적 지지, 회복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 물질적 도움 등을 지지적 반응으로 분류하였고, 능력을 폄하하는 모욕, 증상을 핑계로 보는 증상 부정, 침묵하거나 주제를 바꾸는 등의 회피, 도움 요청을 거부하며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반응, 해고나 배척 등의 차별을 비지지적 반응으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반응은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체로 가족은 긍정적/지지적 반응을, 경찰은 부정적/비지지적 반응을 보인다고 하였다. 그러나 종교활동에서는 커밍아웃할 확률은 낮지만 일단 공개하면 부정적 반응보다 긍정적 반응이 조금 더 많고, 대부분은 중립적 반응을 보인다고 하였다(Pandya et al., 2011).

커밍아웃이 공개자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로 Corrigan et al.(2010b)이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을 감소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전제하에 COMIS를 활용하여 BBO와 RSI 두 하위요인과 삶의 질, 공개전략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것이 있다. 연구 결과 BBO는 자기낙인과 삶의 질을 의미 있게 매개하여, 자기낙인이 낮을수록 BBO를 높게 지각하고 이것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하였다. 그러나 RSI는 삶의 질과 의미 있는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커밍아웃하는 전략 중 대중의 낙인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거나 교육하는 것, 타인의 반응은 그들의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라는 냉담(becoming aloof)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 BBO가 의미 있게 향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커밍아웃이 직장 적응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분석한 연구(DeTore et al., 2019)에서는 자신의 정신장애를 슈퍼바이저에게 공개한 집단과 공개하지 않은 집단의 직업 성과(work outcome)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공개한 집단이 비공개집단보다 증상이 더 심하고, 전반적인 사회적 기능이 더 낮았지만, 공개집단에서 관심사가 반영된 직업을 구할 확률이 더 높고, 더 오랫동안 일하며 직업성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공개유형 중 완전 공개는 자기낙인을 감소시키고 임파워먼트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 하였다(Corrigan et al., 2013).

세 번째 유형의 연구들(Rüsch et al., 2014; Corrigan et al., 2015; Mulfinger et al., 2018)은 커밍아웃을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공개할지를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제하에 COP와 HOP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실험설계를 통해 분석한 것들이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실험집단이 통제집단에 비해 자기낙인과 공개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의미 있게 감소하였고, 삶의 질, 도움추구행동, 공개와 관련된 태도가 현저히 향상되었다. 또한 취업 서비스를 받고있는 미취업자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PMPI를 실시한 결과, 실험집단의 고용지표가 통제집단보다 4.9배 더 높았고, 실험집단의 85% 이상이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다른 결과를 제시한 연구도 있다(Setti et al., 2019). 조현병 환자 31명을 통제집단 없이 실험집단에만 참여시켜 사전, 사후, 3주 후 추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히려 사후에 낙인 관련 스트레스와 내재화된 낙인이 증가하였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공개를 결정하고 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낙인의 패러독스이거나, 아니면 브라질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해석하였다.

국내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제한적이다. 김미경, 서미경(2023)이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정신장애인 12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질적 분석한 것이 유일하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커밍아웃 대상을 선택적으로 하고, 사회적 지지와 배려, 복지혜택 때문에 커밍아웃한다고 하였다. 또한 커밍아웃 후 자신감, 편안함, 증상 완화와 같은 긍정적 변화가 있었으나, 일부는 절망과 불안, 위축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이외 커밍아웃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체성 공개를 전제로 한 문화예술 및 유투버크리에이터 활동(이은주, 정현주, 2023)과 인식개선활동(이민화, 서미경, 2018; 이은주, 정현주, 2023)에 참여한 정신장애인의 회복 경험에 대한 연구들이 있다. 이들 연구 모두, 활동 후 타인과 더불어 성장하고, 세상에 나가기를 희망하며, 두려움을 떨치고 우뚝 서며,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임파워먼트와 회복을 경험하였다고 하였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목적 및 연구 문제

본 연구의 목적은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커밍아웃 수준을 탐색하고,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를 매개로 자기낙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목적에 따른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 수준은 어떠한가?

둘째,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은 어떠하며, 반응 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는가?

셋째, 커밍아웃을 예측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넷째,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를 매개로 자기낙인에 이르는 경로는 통계적 유의성을 가지는가?

2. 가설적 연구모형

본 연구는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을 감소시키는 다양한 전략이 모색되어야 함을 전제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핵심적 전략을 ‘커밍아웃’으로 보고, 기존의 비가시성 정체성의 커밍아웃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형들에 근거하여 다양한 상황에서의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반응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를 매개로 자기낙인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따라서 연구모형은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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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가설적 연구모형
hswr-43-4-289-f001.tif

가설 1.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이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가 증가하여 자기낙인이 감소할 것이다.

가설 2.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부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이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는 감소하고 자기낙인이 증가할 것이다.

3. 조사 대상 및 자료 수집

본 연구는 연구자가 소속된 기관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로부터 연구윤리 승인을 받아 진행되었다(IRB No. GIRB-A23-NY-0016).

조사 대상은 경남, 부산, 대전, 대구, 광주지역 소재의 14곳 기관에서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236명이다. 자료 수집을 위해 편의표집 방법을 활용하였다. 먼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정신재활시설에 유선으로 연구 목적과 내용을 설명하고, 기관장 및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에게 조사에 관한 사전 동의를 얻었다. 그다음 이들 기관에서 연구 목적과 내용을 이해하고 연구 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대상에게 2023년 4월부터 7월까지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는 자가 보고형 설문지를 활용하였다. 이를 위해 스스로 설문 작성이 가능하며, 지적장애를 중복 진단받지 않은 20세 이상의 정신장애인을 조사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설문지는 연구자가 직접 배부하여 수거하거나 우편을 통해 이루어졌고, 수거된 설문지 중에서 분석에 부적합한 자료를 제외한 236부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조사 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조사 대상자의 성별은 남성 122명(51.9%), 여성 113명(48.1%)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7.97(±13.24)세이고, 50대가 77명(32.6%)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다음 40대 55명(23.3%), 60대 이상 41명(17.5%), 30대 36명(15.3%), 20대 25명(10.7%) 순이었다. 조사 대상자의 교육 수준은 평균 12.42(±2.64)년이고,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졸업이 각각 142명(60.4%), 59명(25.1%)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정신장애인의 진단명은 조현병이 157명(66.8%), 우울증 47명(20.0%), 양극성정동장애 26명(11.1%)이다. 정신장애로 처음 치료를 시작한 연령은 평균 28.93(±13.25)세이며, 평균 치료기간은 19.06(±11.75)년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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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조사 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변수명 빈도(명) 비율(%)
전체 236 100.0
성별 122 51.9
(n=235) 113 48.1
연령 47.97(±13.24)
(n=234) 20~29 25 10.7
30~39 36 15.3
40~49 55 23.3
50~59 77 32.6
60 이상 41 17.5
교육 수준 12.42(±2.64)
(n=235) 초등학교 졸업 10 4.3
중학교 졸업 20 8.5
고등학교 졸업 142 60.4
대학교 졸업 59 25.1
기타 4 1.7
진단명 조현병 157 66.8
(n=235) 양극성정동장애 26 11.1
우울증 47 20.0
불안장애 1 0.4
기타 4 1.7
치료시작 연령 28.93(±13.25)
치료기간 19.06(±11.75)

3. 측정도구

가. 종속변수: 자기낙인

자기낙인을 측정하기 위해 Boyd et al.(2014)이 타탕화한 Internalized Stigma of Mental Illness(이하 ISMI) scale 단축형을 사용하였다. ISMI 단축형은 29문항으로 구성된 원척도의 5개 요인(소외감, 고정관념 동의, 차별 경험, 사회적 고립, 사회적 위축, 낙인저항) 중에서 각 요인별 2문항씩을 추출하여 재구성한 10문항의 4점 척도이다. 각 문항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1점)에서 매우 동의한다(=4점)까지 측정하고, 이중 낙인저항 요인 2문항은 역점수로 평가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자기낙인 수준이 높음을 의미하며, 척도의 Cronbach’s α값은 .820이다.

나. 독립변수: 커밍아웃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Pandya et al.(2011)의 연구에서 활용한 Disclosure question을 참조하였다. Disclosure question은 정신장애인이 관계를 맺고 있는 부모, 친척, 배우자, 자녀, 친구, 동료, 직장, 이웃, 의사, 경찰에게 자신의 정신장애를 어느 정도 공개하였는지를 질문하는 4점 척도이다. 본 연구에서는 첫째,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일반 의사, 간호사, 약사, 둘째,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를 제외한 친척, 셋째, 기관 동료를 제외한 친구나 연인, 넷째, 이웃이나 종교모임, 다섯째, 직장동료 및 고용주로 관계유형을 구분하고, 각각의 집단에게 자신의 정신장애를 어느 정도 알려주었는지를 질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와 부모, 배우자, 형제들은 제외하였다. 그 이유는 조사 대상자 모두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치료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이들에게 그들의 장애가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커밍아웃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각 문항은 전혀 알리지 않았다(=1점)에서 모두 알렸다(=4점)까지 측정하고, 점수가 높을수록 커밍아웃 수준이 높음을 나타낸다. 척도의 Cronbach’s α값은 .722이다.

다. 매개변수: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 사회적 지지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기 위해 Pandya et al.(2011)의 연구에서 활용한 도구를 활용하였다.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 반응 4문항, 부정적 반응 6문항으로 구성된다. 긍정적 반응은 회복 격려, 질병에 대한 관심, 상호 어려움 공유, 존경 표현으로 구성되고, 부정적 반응은 질환에 관한 주제 회피 및 부정적 평가, 열등한 자로 대우, 친구 관계 거부, 부정적 태도 및 감정 표출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항상 그렇다(=5점)까지 측정하고, 점수가 높을수록 커밍아웃 후 각각의 반응에 대한 인식이 높음을 의미한다. 척도의 Cronbach’s α값은 긍정적 반응 인식 .756, 부정적 반응 인식 .840이다.

사회적 지지를 측정하기 위해 박지원(1985)이 개발한 사회적 지지 척도를 이원남(2016)이 수정 보완한 것을 활용하였다. 사회적 지지 척도는 돌봄, 애정, 신뢰, 격려 등의 정서적 지지, 문제해결을 위한 조언 및 정보제공 등을 포함한 정보적 지지, 실질적인 도움 제공 및 지원에 관한 물질적 지지, 수용, 긍정적 피드백, 존중 등을 포함하는 평가적 지지의 내용으로 12문항으로 구성된다. 본 연구는 4유형의 지지 제공자(가족, 친척, 친구 및 동료, 치료진)에 대하여 각각의 지지 유형을 측정하기 위해 총 48문항을 구성하였고 전체 점수의 범위는 48점~240점이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항상 그렇다(=5점)까지의 5점 척도로 측정하고, 점수가 높을수록 4유형의 지지 제공자로부터 받은 각 유형의 지지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지지 척도의 전체 문항에 대한 Cronbach’s α값은 .972이고, 정서적 지지 .899, 정보적 지지 .908, 물질적 지지 .902, 평가적 지지 .917이다.

라. 기타변수

증상은 조사 대상자에게 지난 한 달 동안 주요 증상들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지를 질문하여 그 정도를 측정하였다. Kahng(2002)이 활용한 the Colorado Symptom Index를 이진향, 서미경(2011)이 우리 표현에 맞게 수정한 14문항을 활용하였다. 각 문항은 ‘전혀 아니다’에서 ‘항상 그렇다’의 5점 척도로 측정하고,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 수준이 높고 정신과 증상을 자주 경험하였음을 의미한다. 척도의 Cronbach’s α값은 .892이다. 사회적 기능을 측정하기 위해 서미경(2018)이 개발하고 사용한 정신장애인의 자기건강관리에 관한 10문항을 활용하였다. 여기에는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외래 방문 및 약물복용,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생활 유지, 사회적 활동 참여, 필요시 전문가에게 도움 요청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항상 그렇다(=5점)로 측정하고, 점수가 높을수록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기능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척도의 Cronbach’s α값은 .783이다. 그 외 성별, 연령, 교육 수준, 진단명, 치료기간 등을 측정하였다.

4. 분석 방법

본 연구는 자료 분석을 위해 SPSS Statistics(ver. 28.0)와 AMOS(ver. 28.0)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다. 첫째, 수집된 자료의 정규성 검증과 측정도구의 신뢰도 분석을 실시하였다. 둘째, 조사 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빈도분석과 기술통계분석을 실시하고, 주요 변수의 평균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독립표본 t-검증을 실시하였다. 셋째, 주요 변수 간 관련성을 살펴보기 위해 상관관계분석을 실시하고, 커밍아웃의 예측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넷째, 측정모형의 적합도를 평가하고 연구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구조방정식을 활용하였다. 모델 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절대적합지수(Absolute Fit Measure)와 증분적합지수(Incremental Fit Measure)를 참조하였고, Bootstrapping 방법을 이용하여 매개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Ⅳ. 연구 결과

1. 주요 변수의 상관관계분석

주요 변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표 2>와 같다. 우선 커밍아웃과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커밍아웃 수준이 높을수록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r=.373) 혹은 부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이 모두 증가하지만, 부정적 반응 인식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긍정적 반응 인식은 사회적 지지(r=.407)와 의미 있는 정적 상관관계를, 자기낙인(r=-.271)과 부적 상관관계를 보여, 긍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이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는 증가하고 자기낙인은 감소한다. 반대로 부정적 반응 인식은 사회적 지지(r=-.209)와 부적 상관관계를, 자기낙인(r=.544)과는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리고 사회적 지지는 자기낙인과 의미 있는 부적 상관관계(r= -.259)를 보여 사회적 지지가 증가할수록 자기낙인이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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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주요 변수 간 상관관계
변수명 1 2 3 4 5
1. 커밍아웃 -
2. 긍정적 반응 인식 .373** -
3. 부정적 반응 인식 .017 -.144* -
4. 사회적 지지 .372** .407** -.209** -
5. 자기낙인 -.123 -.271** .544** -.259** -

주: *p<.05, **p<.01

2.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 경험

가. 커밍아웃 수준

조사 대상자의 커밍아웃 수준을 살펴본 결과를 <표 3>에 제시하였다. 일반 의사나 간호사, 약사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커밍아웃한 수준이 평균값 2.97(±.8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다음 친척(2.75±.94), 친구나 연인(2.56±.94), 직장동료나 고용주(2.17±1.04) 순이었다. 이웃이나 종교모임에서의 커밍아웃 수준은 평균값 2.16(±.97)으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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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대상자별 커밍아웃 수준
커밍아웃 대상 평균 전혀 알리지 않았다 거의 알리지 않았다 대부분 알렸다 모두 알렸다
(정신건강의학과 제외) 일반 의사, 간호사, 약사 2.97±.80 10(4.2%) 49(20.8%) 115(48.7%) 62(26.3%)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 제외) 친척 2.75±.94 30(12.7%) 52(22.0%) 102(43.2%) 52(22.0%)
(기관 동료 제외) 친구, 연인 2.56±.94 36(15.3%) 70(29.7%) 91(38.6%) 39(16.5%)
이웃, 종교모임 2.16±.97 71(30.1%) 81(34.3%) 59(25.0%) 25(10.6%)
직장 동료, 고용주 2.17±1.04 84(35.6%) 56(23.7%) 68(28.8%) 28(11.9%)

나.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

조사 대상자의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 결과 <표 4>와 같다. 조사 대상자는 부정적 반응(2.55±.79)에 비해 긍정적 반응(3.14±.77)을 더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다(t=7.730, p<.001). 긍정적 반응 중에서 ‘회복될 수 있다고 격려해주었다’ 항목이 평균값 3.53으로 가장 높았고, ‘정신장애나 증상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3.36, ‘자신의 어려움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3.10,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내게 존경을 표했다’ 2.59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반응은 ‘정신장애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항목이 평균값 2.90으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 ‘정신장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77, ‘혼란스러워하거나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2.50, ‘지적기능이 낮은 사람을 대하듯 나를 대했다’ 2.46 순으로 나타났다. ‘더이상 나를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 항목과 ‘나와 단둘이 있는 것을 꺼렸다’ 항목은 평균값 2.34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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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
내 용 평균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보통 이다 그렇다 항상 그렇다 t
긍 정 적 반 응 인 식 회복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 3.53±.99 11 17 79 93 36 7.730***
4.7% 7.2% 33.5% 39.4% 15.3%
정신장애나 증상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3.36±.95 11 24 91 88 22
4.7% 10.2% 38.6% 37.3% 9.3%
내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자신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나에게 털어놓았다. 3.10±1.04 19 43 88 68 18
8.1% 18.2% 37.3% 28.8% 7.6%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내게 존경을 표했다. 2.59±.95 40 74 74 39 9
16.9% 31.4% 31.4% 16.5% 3.8%
전체 평균 3.14±.77
부 정 적 반 응 인 식 정신장애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2.90±.95 21 50 102 57 6
8.9% 21.2% 43.2% 24.2% 2.5%
지적기능이 낮은 사람을 대하듯 나를 대했다. 2.46±1.06 58 53 88 33 4
24.6% 22.5% 37.3% 14.0% 1.7%
정신장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77±1.09 41 44 87 57 7
17.4% 18.6% 36.9% 24.5% 3.0%
더이상 나를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 2.34±1.07 60 78 64 26 8
25.4% 33.1% 27.1% 11.0% 3.4%
혼란스러워하거나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2.50±1.08 50 70 70 40 6
21.2% 29.7% 29.7% 16.9% 2.5%
나와 단둘이 있는 것을 꺼렸다. 2.34±1.09 3 72 67 25 9
26.7% 30.5% 28.4% 10.6% 3.8%
전체 평균 2.55±.79

주: ***p<.001

3.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 예측요인

조사 대상자의 커밍아웃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통계학적 및 임상적 변수를 살펴보기 위해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표 5). 독립변수의 종속변수에 대한 설명력은 18.8%이고, 회귀모형의 F값은 7.266이다(p<.001). 우선 인구통계학적 변수인 성별, 연령, 교육 수준은 커밍아웃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임상적 변수 중 치료기간과 사회적 기능이 커밍아웃을 의미 있게 예측하였다. 즉, 치료기간이 길수록, 사회적 기능이 높을수록 커밍아웃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진단명과 증상 수준은 유의한 예측력을 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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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
커밍아웃의 예측요인
변수명 커밍아웃
B β t p
(상수) 1.012 2.111 .036
성별 -.043 -.033 -.520 .604
연령 -.004 -.074 -1.017 .310
교육 수준 .020 .082 1.288 .199
진단명 -.058 -.041 -.612 .541
증상 -.065 -.071 -1.051 .294
치료기간 .013 .235 3.244 .001
사회적 기능 .363 .308 4.460 <.001

주: 1) 성별더미(1=남자), 진단명더미(1=조현병), 치료기간=(현재 연령)-(치료시작 연령)

2) F=7.266 (p<.001), R2 =.188, df=7;220

4.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에 미치는 영향

가. 측정모델 검증

측정모형의 적합도와 측정도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살펴보기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설정한 잠재변수는 총 5개(커밍아웃,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 및 부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 사회적 지지, 자기낙인)이며 이를 구성하는 관측변수는 23개이다. 분석을 통해 표준화회귀계수가 0.5 이하인 3개의 관측변수(d1, n1, i4)를 삭제하였고, 그 결과 모든 관측변수의 표준화회귀계수가 0.5 이상으로 나타났다. 수정된 측정모델의 적합도를 <표 6>에 제시하였다. χ2값은 부적합하였지만 다른 적합도 지수를 함께 고려한 결과, 측정모델의 적합도가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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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6.
측정모델의 적합도 평가
χ2=285.098 (p<.001); Degrees of Freedom=160 (210-50)
모델 적합도 지수 통계량 수용기준
절대적합도 지수 표준 χ2 1.782 <2-3
SRMR .0599 <.08
증분적합도 지수 NFI .895 >.90
IFI .951 >.90
TLI .941 >.90-.95
CFI .950 >.90-.95
기타 RMSEA .058 <.08

나. 연구모델 검증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를 매개로 자기낙인에 미치는 연구모델을 구조방정식으로 검증하였다(그림 2). 각 경로의 계수는 <표 7>과 같다. 커밍아웃에서 부정적 반응 인식에 이르는 경로를 제외한, 모든 경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모델 적합도를 살펴보면, χ2값은 384.338 (df=164, p<.001)로 부적합하게 나타났지만, 표준 χ2 2.344, IFI .914, TLI .899, CFI .913, RMSEA .076으로 다른 적합도 지수가 양호하여 연구모델이 적합하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커밍아웃 수준이 높을수록 상대방으로부터의 긍정적 반응을 더 많이 인식한다. 이러한 긍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이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를 향상시키고, 이것이 다시 자기낙인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지지가 높을수록 자기낙인이 감소한다. 그러나 커밍아웃이 부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을 낮추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부정적 반응 인식이 사회적 지지를 의미 있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본 연구의 가설 1은 채택, 가설 2는 기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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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연구모델 검증
hswr-43-4-289-f002.t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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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7.
연구모델의 경로계수
경로 B β S.E. C.R. p
커밍아웃 → 긍정적 반응 인식 .505 .534 .107 4.702 <.001
커밍아웃 → 부정적 반응 인식 -.021 -.014 .123 -.172 .864
긍정적 반응 인식 → 사회적 지지 .659 .498 .118 5.600 <.001
부정적 반응 인식 → 사회적 지지 -.141 -.172 .053 -2.678 .007
사회적 지지 → 자기낙인 -.164 -.267 .044 -3.690 <.001

변수들의 영향력을 비교해보면 커밍아웃→긍정적 반응 인식(β=.534)의 영향력이 가장 크고, 그다음 긍정적 반응 인식→사회적 지지(β=.498), 사회적지지→자기낙인(β=-.267), 부정적 반응 인식→사회적 지지(β=-.172) 순이다. <표 8>은 Bootstrapping 분석 방법으로 각 경로의 간접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본 연구의 가설인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를 매개로 자기낙인으로 이어지는 경로의 간접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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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8.
각 경로의 간접효과
경로 간접효과 편차교정(BC) p
커밍아웃 → 긍정적 반응 인식 → 사회적 지지 .336 .137~.703 .002
긍정적 반응 인식 → 사회적 지지 → 자기낙인 -.108 -.219~-.047 .001
부정적 반응 인식 → 사회적 지지 → 자기낙인 .023 .003~.057 .015
커밍아웃 → 긍정적 반응 인식 → 사회적 지지 → 자기낙인 -.055 -.146~-.019 .001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 경험을 탐색적으로 이해하고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을 감소시키는 경로를 분석함으로써, 자기낙인을 극복하는 전략으로서 커밍아웃의 유용성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236명을 대상으로 커밍아웃 수준과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 지각하는 사회적 지지, 자기낙인 등을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 몇 가지 주요 사항이 발견되었다.

첫째, 커밍아웃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 하는지 질문하였을 때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커밍아웃하는 수준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 친척, 친구와 연인 순이었고, 직장동료와 고용주, 그리고 이웃이나 종교모임에서의 커밍아웃 수준이 가장 낮았다. 관계유형에 따라 커밍아웃하는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결과는 대부분의 조사 대상자들이 커밍아웃하는 대상을 선택적으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Bos et al.(2009)도 가족, 친척, 친구에게는 대부분 커밍아웃하지만, 지인과 동료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적게 하는 선택적 공개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볼 때, 커밍아웃하는 상대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그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가(closeness)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많은 지지적 반응을 예상하기 때문이다(Venetis et al., 2018). Pandya et al.(2011) 역시 본 연구와 유사하게 질문하였는데, 가장 많이 커밍아웃하는 대상이 의사와 가족(부모, 배우자)이고, 확대가족, 친구, 자녀가 중간 정도이며, 고용주와 동료, 교회, 경찰, 이웃이 가장 낮았다.

둘째,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으로 분류해 측정한 결과, 긍정적 반응을 부정적 반응보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게 인식하였다. 긍정적 반응 중 가장 높게 인식한 항목은 ‘회복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이고 그다음이 ‘정신장애나 증상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이다. 부정적 반응으로는 ‘정신장애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가 가장 높고, ‘정신장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가 그다음이다. 그러나 더이상 친구로 여기지 않거나 단둘이 있는 것을 꺼리는 거부반응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김미경, 서미경(2023)의 연구에서도 커밍아웃 후 정신장애인이 경험한 타인의 긍정적 반응으로 가장 많은 것이 ‘이해’와 ‘수용’이었고, 부정적 반응으로는 ‘연락 두절’이 가장 많았다.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에 초점을 둔 연구들은 타인의 반응을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하고 있어 본 연구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Pandya et al.(2011)이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본 연구와 동일하게 질문하였을 때, 조금 다른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긍정적 반응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회복을 격려’하고 ‘증상이나 장애에 관심을 보였다’ 문항으로 유사하나, 부정적 반응에서는 ‘지적기능이 낮은 사람을 대하듯 나를 대했다’ 문항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 ‘정신장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순이다. 긍정적, 부정적 문항 모두 응답자의 60~70% 정도가 “sometimes”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심지어 50% 이상에서 ‘더이상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에 응답하여 본 연구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부정적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 문화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국내에서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더 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커밍아웃 후 긍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이 조사 대상자의 심리적 건강을 예측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Hamilton et al.(2011)은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한 집단과 비공개 집단의 차별경험을 비교했을 때, 공개하였다고 하여 차별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은 아니라 하였다. Zamansky (2013)는 정신장애를 가진 사회복지사 36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커밍아웃 후 타인의 반응을 질적 분석했을 때 가장 많이 인식한 것이 ‘동료와 슈퍼바이저로부터의 지지’이고, ‘관계를 회피하거나 차별을 받았다’라는 반응은 단 1명뿐이었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커밍아웃할 경우 대체로 타인으로부터 부정적 반응보다 긍정적 반응을 더 많이 인식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긍정적 반응을 더 많이 예측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Chaudoir & Fisher, 2010). 즉, 어느 정도의 관계인지, 그리고 얼마나 깊이 있는 정보를 공개하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데, 신뢰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 지나치게 내밀한 정보까지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 반응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예외 없이 커밍아웃 후 타인의 긍정적 반응을 인식하는 경우 사회적 지지가 증가하고, 임파워먼트가 향상되며, 이후의 더 많은 커밍아웃을 이끌어낸다고 하였다(Bril-Barniv et al., 2016; Barth & Wessel, 2021).

셋째, 커밍아웃의 예측요인을 분석한 결과, 치료기간, 사회적 기능이 의미 있는 예측요인이었다. 즉, 치료기간이 길수록, 사회적 기능이 좋을수록 커밍아웃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성별, 연령, 교육 수준, 진단명과 증상 수준은 의미 있는 예측력을 가지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남성이 여성보다 커밍아웃을 더 많이 하고(Brohan et al., 2012; Corrigan et al., 2015; DeTore et al., 2019), 증상이나 사회적 기능이 좋지 않을수록, 조현병과 정동장애가 다른 장애유형 보다 커밍아웃을 더 많이 한다(Jones, 2011; Brohan et al., 2012: DeTore et al., 2019)는 연구 결과들과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일부 연구(Corrigan et al., 2010b)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성별, 연령, 교육 수준과 무관하다 하였고, Pahwa et al.(2017)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커밍아웃한다고 하였으나 증상이나 기능과 같은 임상적 변수는 의미 있는 관련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증상이나 사회적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더 많이 커밍아웃한다는 연구 결과들은 대부분 직장에서의 커밍아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직장에서 동료나 슈퍼바이저에게 어느 정도 자신의 장애를 공개할 것인지에 초점이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증상이나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쉽게 눈에 띄고, 커밍아웃을 통해 여러 가지 편의와 배려를 받을 수 있으므로 더 많이 커밍아웃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대상자들은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증상 때문에 더 눈에 띄거나 특별한 배려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요인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본 연구 대상자들의 커밍아웃 수준은 모든 관계유형에서 중간점수 2.0점 이상으로 나타나 ‘은폐’보다 ‘공개’를 더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장애를 은폐하기 위해 지역사회서비스 이용하지 않는 많은 정신장애인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본 연구의 한계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해석은 본 연구에서 증상과 사회적 기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척도가 다른 연구에서 사용한 것과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PANSS(Positive and Negative Syndrome Scale)와 SAS(Social Adjustment Scale)를 활용하여 임상가들이 대상자를 평가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와 달리 본 연구에서는 정신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임상적 상태를 평가하도록 증상은 Colorado Symptom Index를 사용하고, 사회적 기능은 자기건강관리 척도를 활용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의 사회적 기능은 스스로 질병 관리, 규칙적인 생활, 사회활동 등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결국 임상가와 정신장애인 간의 평가 방법의 차이로 인한 것일 수 있으나, 이는 후속 연구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긍정적, 부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지를 매개로 자기낙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사회적 지지를 향상시켜 자기낙인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가설 1이 검증되었다. 그러나 커밍아웃이 상대방의 부정적 반응에 대한 인식을 낮추긴 하지만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부정적 반응 인식에 의한 매개효과를 검증한 가설 2는 기각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Chaudoir & Fisher(2010)가 비가시성 낙인을 가진 사람들의 정체성 공개 후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제안한 DPM에 의해서도 지지된다. 즉, 정체성 공개 후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은 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키고, 사회적 지지가 심리적, 행동적 건강을 예측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모형에서는 커밍아웃에 영향을 미치는 공개의 목적이 선행된다고 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이를 분석단위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을 의미 있게 감소시키는 전략이고(Corrigan et al., 2010b; Corrigan et al., 2015),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이 긍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Barth & Wessel, 2021) 역시 본 연구 결과를 지지한다. 이러한 결과는 커밍아웃 경험이 쌓이면서 좀 더 상대방에게 적합하고, 신중한 커밍아웃이 가능해지기 때문일 수 있다. 커밍아웃이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내고, 이것이 직장에서의 높은 적응력과 관련된다는 결과들(Jones, 2011; Pahwa et al., 2017) 역시 본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 연구는 직장에서의 적응에 초점을 두고 있고, 사회적 낙인 수준이 국내와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본 연구 결과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조심스럽다. 김미경, 서미경(2023)이 국내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커밍아웃 경험을 질적 분석한 결과에서도 커밍아웃 후 자신감과 편안함 증가, 지속적인 커밍아웃 노력, 증상 완화 등 긍정적 결과를 경험한다고 하였고,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위축, 불안 등의 부정적 결과 역시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커밍아웃 결과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에서도 커밍아웃이 부정적 반응 인식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가지지 않지만, 일단 부정적 반응이 나타나면 사회적 지지가 의미 있게 감소함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커밍아웃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이 사회적 지지 향상과 자기낙인 감소에 주요 요인이므로 긍정적 반응을 이끌 수 있는 잘 계획된 커밍아웃이 필요하다. 실제 무분별한 커밍아웃이나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전 지나치게 개인적인 얘기까지 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으므로 신중하고 잘 계획된 결정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다(Bos et al., 2009; Peterson et al., 2011).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이 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키고 자기낙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용한 전략임을 확인하였으므로, 커밍아웃을 잘 계획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연습해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의 개발을 제안할 수 있다. 즉, HOP나 PMPI와 같은 프로그램을 응용하여 한국형 커밍아웃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커밍아웃 프로그램이 개발・확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의 커밍아웃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즉, 정신장애인이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을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장애를 커밍아웃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기회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제공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개선 프로그램, 완전 공개를 전제로 한 다양한 미디어 활동, 직장에서의 커밍아웃을 돕는 리허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커밍아웃 유형 중 ‘완전 공개’는 대중의 인식변화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뿐 아니라,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자기효능감, 자신감 회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미경, 서미경, 2023; Chaudoir & Fisher, 2010; Corrigan et al., 2013). 또한 이러한 완전 공개는 다른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의 모델이 되기도 하고, 동료지원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커밍아웃의 확산을 위해서는 서비스제공자 못지않게 정신장애인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넷째, 정신장애 유형에 따라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의 내용이 다르므로, 커밍아웃 연구가 조현병과 정동장애에 국한되지 않고 약물이나 도박중독과 같은 다양한 정신장애 유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자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커밍아웃의 긍정적 결과를 예측하였으나, 김미경, 서미경(2023)의 연구에서는 일부 정신장애인들이 커밍아웃 후 차별과 ‘너와 나는 다르다’는 식의 선 긋기 반응을 경험하였고, 이로 인해 더 위축되고 절망을 느꼈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전혀 알지 못하는 대상에게 커밍아웃하는 과정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즉, 커밍아웃으로 인한 이득과 손실을 충분히 평가하여 커밍아웃을 결정하고, 이때 어떤 정보를,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커밍아웃할 것인지를 세밀하게 계획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에 대한 연구가 매우 제한적인 국내에서 그들의 커밍아웃 수준을 탐색하고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을 의미 있게 감소시킬 수 있는 유용한 전략임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조사 대상자가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관계망 내에서 커밍아웃 수준이 높은 편이다. 즉, 자의든, 타의든 어느 정도 커밍아웃 된 상태로 서비스 이용에 따른 이득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커밍아웃을 원치 않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경쟁취업 상태 등에서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정신장애인은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커밍아웃 수준은 대상자의 사회적 관계망이나 활동 수준과 밀접히 관련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평가항목에 포함하지 않았다. 관계망의 유형이 다양하거나 사회적 활동 영역이 넓은 경우 커밍아웃과 관련된 양상이 더 복잡할 수 있다. 이러한 관련성을 밝히지 못한 한계가 있다. 둘째, 측정도구에 한계가 있다. 기존 연구들에서도 커밍아웃 수준이나 상대방의 반응을 측정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본 연구도 탐색적으로 기존 연구들이 사용한 방법 중 일부를 선택하여 활용하였으나 한계가 있다. 먼저 커밍아웃 수준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자의적 혹은 타의적 커밍아웃을 구분하지 못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구직, 주거, 여가, 종교활동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커밍아웃을 구분하여 평가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커밍아웃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 인식을 포괄적으로 평가하였다. 즉, 커밍아웃 후 상대방의 반응을 어떻게 인식하였는지를 질문하였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커밍아웃 수준이 다르듯, 관계에 따라 상대방의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커밍아웃 대상별로 반응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 역시 후속 연구에 제안한다. 셋째, 정신장애인의 커밍아웃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이론적 모형 검증을 시도하지 못하여, 커밍아웃이 자기낙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즉, 정신장애인이 어떤 상황(예. 상대방과의 관계, 커밍아웃에 대한 예측 반응, 이득과 손실에 대한 기대 등)에서 커밍아웃을 결정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론적 모형을 검증하려는 노력 또한 후속 연구에 기대해본다.

Notes

1)

자신의 낙인적 정체성을 타인에게 밝히는 것을 연구자에 따라 커밍아웃 혹은 공개(disclosur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본 연구에서는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드러낼 때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커밍아웃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되, 선행연구를 언급할 때는 각각의 연구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를 가급적 그대로 인용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커밍아웃과 공개라는 용어가 혼용되어 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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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knowledgement

본 논문은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 연구재단의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21S1A5A2A03061931). IRB No. GIRB-A23-NY-0016


투고일Submission Date
2023-10-30
수정일Revised Date
2023-12-20
게재확정일Accepted Date
2023-12-26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