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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제41권 제2호Vol.41, No.2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따른 입원적합성심사와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경험

Stakeholders’ Experiences Related to the Admission Review Committee After the Revision of Mental Health Welfare Act

알기 쉬운 요약

이 연구는 왜 했을까?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고 억울하게 강제 입원하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원절차를 심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이하 입적심)’ 제도가 새로 만들어졌다. 이 연구는 입적심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인터뷰하여 실제로 강제로 입원한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이 향상되었는지 알아보았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입적심 제도를 통해 강제 입원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방법이 줄어들었고, 정신질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대면조사가 아닌 서류심사가 주를 이루었고, 정신질환자에게 입적심의 절차는 이해하기 어려웠으며, 까다로운 입원절차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대면조사가 확대되고, 정신질환자가 입원과 퇴원을 결정하기 어려워할 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절차보조인의 지원이 강화되고, 병원과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Abstract

The revision of the “Mental Health Act” into the “Act on the Improvement of Mental Health and the Support for Welfare Services for Mental Patients” in 2016 led to the tightening of procedures for involuntary hospitalization through the implementation of the “Committee for Review as to Legitimacy of Admission” (hereinafter “Admission Review Committee”). This study evaluated whether the Admission Review Committee has achieved its goal to promote the human rights of people with a mental illness through qualitative analysis of stakeholder experiences. The evaluation is based on interviews with a total of 27 subcommittee members from all the five national psychiatric hospitals which have an Admission Review Committee in place. Those interviewed were psychiatrists, lawyers, mental health professionals, patients and their families, and investigators. As a result, a total of four categories and 16 themes emerged from the thematic analysis. Our study shows that the Admission Review Committee has promoted human rights by functioning as a minimum safeguard to prevent unjust involuntary hospitalization and forced transfer to psychiatric hospitals. However, insufficient procedural assistance has limited the right to self-determination, and the committee heavily relied on paper review rather than the face-to-face investigation with people with a mental illness. For a better supportive committee for the human rights of people with a mental illness, we suggest that the committee adopt the face-to-face review process, procedural assistance services, and a governance system closely connecting medical facilities with local communities.

keyword
Mental Health and Welfare LawAdmission Review CommitteeInvoluntary AdmissionPeople with Mental IllnessQualitative Research

초록

2016년, 구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면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이하 입적심) 제도가 신설되고 비자의입원 절차가 강화되었다. 본 연구는 입적심의 목표인 정신질환자의 인권증진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경험을 질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나아갈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에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서 입적심과 관련된 총 27명의 전문의, 법조인, 정신건강전문요원, 가족, 당사자, 조사원, 정신질환자를 심층 면담하였다. 주제분석 결과, 4개의 주제와 16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다. 입적심 제도는 부당한 비자의입원 및 강압 이송행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여 인권을 향상시켰지만, 대면조사보다 서류심사가 주를 이루고 의사결정지원이 미흡하여 자기결정권이 제한된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추후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면조사와 절차보조사업을 확충하고,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서비스를 연결하는 협력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주요 용어
정신건강복지법입원적합성심사비자의입원정신질환자질적연구

Ⅰ. 연구의 필요성

2016년, 헌법재판소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을 요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및 제2항에 대해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헌재 2016. 9. 29. 2014헌가9, 판례집 28-2상, 276). 헌법재판소는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고 사회안전을 지키기 위한 보호입원의 목적 자체는 정당하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절차의 부재로 제도의 악용이나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박종익 외, 2019, p.40). 이러한 배경에서 구 정신보건법은 2016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되었다.

기존의 정신보건법에 비해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비자의입원 요건이 강화되었는데, 입원에 대한 객관적인 심사를 담당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이하 입적심)가 신설되었다는 것이 두드러진 변화이다. 입적심 제도와 함께 2인 진단제도가 새롭게 시행되었는데, 이는 비자의입원을 2주 이상 지속하기 위해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의 추가진단이 필요한 제도이다.

입적심은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비롯한 5개 국립정신병원 산하에 입원심사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를 설치하여, 각 관할지역 내에서 이루어진 입원의 적합성 여부를 심사한다(제46조 제1항, 제2항). 입적심의 위원은 국립정신병원 소속의 위원장을 포함하여 전문의, 법조인,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의 정신건강전문요원, 정신질환자의 가족이나 당사자 등으로 구성되며, 이 중 5명 이상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소위원회를 설치한다(제46조 제3항, 제4항). 입원 후 3일 이내에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입원 사실을 입적심에 신고해야 하며, 소위원회는 입원에 대한 심사결과를 1개월 이내에 정신의료기관에 통지하여야 한다.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도 입원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위법이 있다면 입적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는데, 이는 입원 과정에서 정신질환자의 권리구제 절차를 강화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이동진, 2018).

지금까지 살펴본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정신질환자들의 지역사회 복귀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박종익 외, 2019). 하지만 이러한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윤제식 외(2017)는 입적심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었으며, 이동진(2018)은 2인 진단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3년 동안 입적심의 도입 및 정착과정을 고려할 때, 입적심 제도가 본래 목적한 정신질환자의 인권증진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비자의입원과 관련된 입적심의 역할과 기능, 필요성에 대한 고찰 연구와(박종익 외, 2019; 박현정, 2019; 윤제식 외, 2017), 입적심에 참고할 수 있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제도와 비교하여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가 주로 보고되었다(김혜수 외, 2018; 박현정, 2019; 양승엽, 2017; 조근호 외, 2019). 서구사회의 경우, 이미 50여 년 전부터 탈수용화와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이 강조되었기 때문에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사회 복귀를 위한 관리체계 마련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Marcussen & Ritter, 2016).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여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정신질환자에게 서비스 제공하고자 하였으며, 정신질환자의 의료수요 욕구 충족 측면에서 입원 및 재입원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국가 간 비교를 통한 탈수용화와 양질의 정신보건서비스 제공에 관한 연구 등이 이루어진 바 있다(Golay et al, 2019; Hudoson, 2016; Hudoson, 2019; Zarzar et al, 2018).

이에 비해 입적심이 신설된 이후 입적심 제도가 의도했던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평가하려는 국내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라 할 수 있다. 특히, 입적심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과 경험을 탐색하는 연구는 아직 부재하다. 보건의료정책 및 체계에 있어서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제도의 효율성, 접근성 등의 차원에서 그 제도를 평가하는 데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김창엽 외, 2012, p.8). 정신보건분야의 패러다임이 과거 증상 위주의 의학 모델에서 소비자 중심 회복 모델로 전환되면서, 회복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정신보건정책의 실천방안에 대한 다학제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입적심 또한 이러한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고자 구성되었다. 그러나 각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양적으로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입적심을 어떻게 경험하고 인식하고 있는지 질적연구를 통한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상의 논의로 도출한 본 연구의 목적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따른 입적심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경험을 심층적이고 통합적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5개 국립정신병원의 권역별로 입적심에 속해있는 이해관계자들 –전문의, 법조인, 정신건강전문요원, 가족, 당사자, 조사원 등-과의 개별 면담을 통하여 입적심의 주요 목적인 인권 및 자기결정권의 증진과 관련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입적심이 나아갈 개선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Ⅱ.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입적심 제도가 비자의입원에 대한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방법을 이용한 질적 서술적 연구(qualitative descriptive design)이다.

2. 연구참여자 선정

본 연구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비자의입원과 입적심 제도와 관련된 경험을 연구하기 위해서 의도적 표본 추출(purposive sampling) 및 눈덩이 표집방식(snow-balling)을 실시하였다. 이에 입적심이 설치된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서 입적심 소위원을 구성하고 있는 전문의, 법조인, 정신건강전문요원, 가족이나 당사자 위원들을 각각 1명씩 모집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경험을 다각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또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서 입적심 대면조사 경험이 있는 조사원들을 각각 1명씩 모집하였으며, 대상자 중심의 관점(patient-centered perspective)을 반영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개정 이후에 비자의입원을 직접 경험한 정신질환자를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3.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2020년 10월 7일부터 2020년 11월 13일까지 이루어졌다. 연구참여자의 모집을 위해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 소속된 입적심 담당자에게 공문을 발송하여 연구참여자를 추천받았다. 또한, 서울 소재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과 당사자 모임에 모집 공고문을 공지하여 입적심 경험이 있는 당사자를 추가로 모집하였으며, 전문의의 추천을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비자의입원 중인 정신질환자를 모집하였다. 연구자들은 추천받은 대상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시도하였고, 자발적으로 본 연구에 참여하고자 할 경우 면담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자료수집은 정신질환의 특성에 따른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개별 면담을 원칙으로 하였다. 면담 장소는 면담참여자가 편하게 여기는 장소를 선정하여 면담참여자가 연구에 참여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도록 하였다. 면담 장소는 주로 5개 국립정신병원 내부에 있는 입적심 사무실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외에 법조인 사무실 내 격리된 공간이나 면담대상자가 원하는 조용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면담 시간은 40분에서 90분 정도 소요되었다. 자료수집은 정신간호학 박사과정 중인 연구원 2명과 보건학 박사 1명에 의해 이루어졌다. 2명의 연구자는 다수의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정신건강간호사이며, 이 중 1명은 지역사회에서 당사자들의 회복을 지원하고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1명은 정신의료기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3명의 연구자는 면담이 이루어지는 동안 매주 만나 면담 자료를 검토하고 분석하였으며, 면담자료의 포화가 이루어졌을 때 면담을 종료하였다.

면담 과정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진행되었다. 면담이 이루어진 모든 장소에서 발열체크 및 문진을 시행하였고, 연구자 및 참여자 모두 면담 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끝까지 착용하는 등 안전을 먼저 고려하여 모든 인터뷰 과정을 진행하였다.

연구 질문은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한 입적심 제도가 비자의입원에 대한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입적심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으로 8개의 주요 질문을 구성하였고, 이해관계자별로 각자의 역할에 초점을 둔 세부질문을 추가하였다. 연구 질문은 도입 질문, 주요 질문, 세부 질문, 마무리 질문 순으로 이루어졌다. 면담은 주요 질문을 위주로 진행되었으며, 이해관계자별로 세부질문과 함께 인터뷰 진행 중 필요한 개방형 질문을 추가하여 반구조화된 면담을 진행하였다. <부록 1>

4.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면담을 수행하기 전 연구참여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IRB No. 7001988-202010-HR-1011-02). 자료수집에 앞서 연구의 목적과 면담을 녹음하는 진행 절차를 설명한 후,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를 희망하는 대상자를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면담 내용이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연구참여자의 익명과 비밀이 보장되고, 언제든지 연구 참여를 포기할 수 있음을 사전에 설명하고 서면 동의서에 사인을 받았다. 면담기록지는 무기명으로 부호화하여 입력하고 분석하였으며, 특정 기관명이나 직위명 등은 초성(initial)을 사용하여 자료화되었다. 수집된 모든 자료는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서랍장과 암호화된 파일이나 컴퓨터에 보관하였다.

5. 자료 분석 방법

전사된 자료는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 방법을 이용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Braun & Clarke, 2006). 이는 연구 현상에 관한 기술에서 개념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전사 작업을 거친 면담자료를 기반으로 맥락을 고려하여 귀납적 방식으로 공통된 주제로 끌어올리게 된다. 주제분석은 다음과 같이 6단계에 거쳐 이루어졌다(Braun & Clarke, 2006). 첫째, 녹취록과 필사본을 전체적으로 반복적으로 듣고 읽으면서 초기 생각을 기록하였다. 둘째, 각각의 코드와 관련된 특징을 모으며 초기 코드를 작성하였다. 셋째, 중요한 코드를 결정하고 코드를 범주화하여 잠재적인 주제를 취합하였다. 넷째, 코드와 전체 자료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주제 지도를 생성하였다. 다섯째, 주제 의미를 명확하게 생성하고 주제를 명명하였다. 여섯째, 최종 분석을 작성하고 각 주제의 인용문을 기술하였다.

6. 연구의 질 확보

본 연구는 질 확보를 위해 Sandelowski(1986)가 제시한 신뢰성(credibility), 적합성(fittingness), 감사가능성(auditability), 확인가능성(confirmability)의 기준을 고려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첫째,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방형 질문으로 면담을 시작하였고, 자료 분석 결과에 대해 연구참여자 검토를 시행하고, 입적심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정신병원으로부터 내용 검토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3명의 연구자들은 분석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함께 논의하고 서로의 의견이 일치할 때까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둘째, 적합성이란 연구결과를 다른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며, 본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의 일반적인 특성과 현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심층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적합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셋째, 감사가능성이란 연구 절차에 따라 연구자 외에 다른 연구자도 동일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말하며, 이를 위해 자료수집 과정, 방법 및 기간,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또한, 주제분석 방법에 따라 자료를 분석하였고 원자료를 인용문으로 삽입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확인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자의 주관과 편견을 배제하고 연구참여자의 경험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신뢰성, 적합성, 감사가능성이 모두 충족되었으므로 확인가능성도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Ⅲ. 연구 결과

1.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연구참여자는 총 27명으로 일반적인 특성을 <표 1>에 제시하였다. 27명의 연구참여자 중 21명은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 소속된 입적심 위원들이었으며 법조인 5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명, 정신건강전문요원 5명, 정신질환자의 가족 4명, 당사자 2명으로 구성되었다. 5명의 법조인은 모두 변호사이었으며 5명의 전문의는 모두 소위원회 위원장이었고, 이 중 1명은 추가진단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었다. 또한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 소속된 조사원 5명과 정신의료기관에 비자의입원 중인 조울증 대상자 1명이 포함되었다.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비해 지방에 있는 국립정신병원들은 당사자들의 동료지원활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소위원회 구성원 중 당사자가 포함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본 연구는 입적심의 구성요건에 근거하여 입적심 위원들의 직업과 역할에 따른 경험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을 통합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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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표 1.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N=27)
순번 구분 ID 특성 입적심 소위원회 소속여부
1 정신의학과 전문의 PO1 소위원회 위원장
2 PO2 소위원회 위원장, 추가진단 전문의
3 PO3 소위원회 위원장
4 PO4 소위원회 위원장
5 PO5 소위원회 위원장
6 법조인 PO6 변호사
7 PO7 변호사
8 PO8 변호사
9 PO9 변호사
10 PO10 변호사
11 정신건강 전문요원 PO11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간호사
12 PO12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건강사회복지사
13 PO13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건강사회복지사
14 PO14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간호사
15 PO15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간호사
16 조사원 PO16 정신건강사회복지사 x
17 PO17 정신건강사회복지사 x
18 PO18 정신건강사회복지사 x
19 PO19 정신건강사회복지사 x
20 PO20 정신건강사회복지사 x
21 정신질환자 가족 PO21 가족강사, 인권강사, 동료상담가
22 PO22 가족강사, 인권강사
23 PO23 정신장애인 가족협회 사무국장
24 PO24 정신장애인 가족협회 회장
25 당사자 PO25 조울증, 동료상담가
26 PO26 조현병, 요양보호사, 동료지원가
27 정신질환자 PO27 조울증, 입원 대상자 x

2. 주제분석 결과

법조인, 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 당사자, 보호자를 포함한 입적심 위원들, 조사원,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개별 면담을 분석한 결과, 4개의 주제와 이에 속한 16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다. <표 2>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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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주제 분석 결과: 입원적합성 심사와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경험과 인식
주제 하위주제
입적심 제도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인권 향상 1) 비자의입원 과정의 절차적 권리 강화
2) 비인도적인 환자 이송 사례의 감소
3) 입원한 정신질환자가 알아야 할 권리고지 안내 시행
비자의입원 과정에서 인권과 치료권의 충돌 1) 입적심 제도의 절차 준수와 치료권의 충돌
2) 시의적절한 치료의 접근성 저하
입적심 운영규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별 대립과 일치 1) 비자의입원 신고 및 소위원회 개최 기한에 관한 입장의 차이
2) 전문의 2인 진단의 의의와 한계
3) 당사자와 가족 위원의 입적심 참여에 대한 의견의 차이
4) 입적심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에 대한 전반적인 동의
절차적 권리 보장에서 자기결정권 증진으로 나아가기 1) 환자중심의 이해하기 쉬운 권리고지 시행
2) 절차보조인의 접근성과 권한이 강화된 절차보조사업
3) 서류심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면조사
4) 당사자와 보호자의 발언을 존중하는 소위원회 분위기 조성
5) 표준화된 입적심 가이드라인
6) 과도한 심사업무를 개선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 지원
7) 부적합 판정 이후 선택 가능한 지역사회 연계시스템

가. 입적심 제도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인권 향상

1) 비자의입원 과정의 절차적 권리 강화

입적심 제도의 목적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증진이라고 할 수 있다. 입적심 도입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증진에 기여한 바가 있는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구했고, 대부분의 연구참여자가 인권증진 측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입적심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인권증진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먼저 입원절차의 권리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입원절차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 없이 입원이 이루어진 과거와 비교하여 현재 비자의입원에 대한 객관적 절차가 존재하는 것이 인권증진에 기여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특히, 입적심 제도로 인해 결격 사유가 되는 입원 사례, 서류 미비, 행정 절차상 문제 등이 과거보다 줄어들었으며, 이는 비자의입원에 대한 절차적인 정당성이 확보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입적심이라는 게 결국에는 행정적인 절차라는 게 저는 생각이 들거든요. 입적심이 입원이 정당한지 안한지를 평가하는 작업인 거잖아요? 공식적으로, 그런데 그전에는 이러한 공식적인 평가 작업이 없었단 말이에요. 그러면 공식적인 평가 작업을 통해서 환자들이 적절하게 입원을 할 수 있느냐 아니면 그렇지 못하느냐를 그 가르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이 과정 자체가 저는 인권이 증진되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P11)

다음으로 입적심 제도가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과거보다 입원 치료의 필요성과 적절성에 대해 더 엄격하게 살펴보는 분위기가 마련되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입적심 제도가 도입되면서 비자의입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비자의입원으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인권침해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어떤 부적합, 부적법한 입원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이제 우리가 차를 몰고 갈 때도 한 150킬로 이상 갈 수 있는 거를 중간에 과속 방지 턱이 하나만 있거나 아니면 과속 카메라가 하나만 있어도 저희가 좀 줄이게 되고, 또 사고를 좀 예방할 수 있는 역할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역할을 입적심이 조금이나마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요. (P20)

2) 비인도적인 환자 이송 사례의 감소

입적심 제도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인권 개선과 관련하여 입원환자의 이송 과정에서 나타나는 강압적인 행동들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과거에는 사설 응급이송단을 통해 정신질환자를 결박한 후 강제로 정신의료기관에 이송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러한 강압적 행위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설응급구조단을 통해서 강압적으로 끈을 사용하거나 도구를 사용해서 오는 경우는 거의 많이 없어졌고요. 그리고 가족분들도 이제 많이 알고 계시고, 응급환자 이송단 분들도 “이거 하면 안 된다.” 라고 말씀을 해주시고 그렇게 해서 경찰의 도움으로 지금 협조도 훨씬 더 많이 더 돼야 되긴 하지만, 지역에 따라 이것도 참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옛날보다는 잘되고 있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P17)

강압적인 이송 행위가 줄어든 이유는 입적심에서 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강박 및 신체 구속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송 과정에서 강박이나 신체 구속이 있게 되면 위원장 직권조사를 통해 대면조사가 이루어지고, 입적심에서 입원 부적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신질환자의 보호자 및 이송단이 과거에 비해 조심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조금 더 조심을 하실 수밖에 없겠죠? 왜냐면 호송 과정에서 누구랑 호송을 했는지, 강박이라든지 신체의 구속 여부는 있었는지 그런 거를 다 체크하게 되어있고, 만약에 불가피하게 그런 경우가 있으면 직권에 의해서 바로 대면조사가 이루어지거든요. (중략) 그런 면에서 입원하러 오실 때 조금 더 조심시키시는 경우가 있고, 보호자들은 굉장히 불만이 많으시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P03)

3) 입원한 정신질환자가 알아야 할 권리고지 안내 시행

입적심에는 정신질환자가 입원하였을 때 환자의 권리에 대해 고지하였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입적심에서 환자 권리고지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정신질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였다. 권리고지 서식에는 입적심 심사청구, 대면조사 신청, 퇴원과 관련된 정신건강심사위원회 심사청구, 정신질환자의 권익보호와 관련된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다. 심층면접 결과, 환자 권리고지 의무를 입적심에서 확인하는 과정이 정신질환자의 권리 보장에 일조하며 인권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일단 취지처럼 처음에 입원을 하실 때 권리고지에 대해서 제대로 듣는지를 입적심에서 확인하다 보니까 환자분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거는 전보다 확실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그 부분을 확실한 것 같아요. 그래서 뭐 권리고지를 하지 않아서 환자가 퇴원((부적합 판정) 되는 경우도 있고 입적심에서… 그런데 그 전에는 입적심이 없었을 때는 이걸 확인할 수 있는 경로가 없었을 거예요. (P17)

나. 비자의입원 과정에서 인권과 치료권의 충돌

1) 입적심 제도의 절차 준수와 치료권의 충돌

입적심 제도의 목적인 인권증진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보건의료정책이 나아갈 궁극적인 지향점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입적심 제도가 정신질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치료권에 미친 영향도 함께 살펴보고자 하였다. 심층면접 결과, 입적심 제도가 도입되고 비자의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분명한 정신질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절차상의 단순한 서류 미비로 인해 입원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정신질환자의 치료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간혹 서류가 구비가 안 된 거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이건 무조건 입원해야 될 상황인데, 탈락돼서 그분이 치료를 못 받게 되는 정말 큰 불상사가 있어요. 30년 동안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보호자가 서류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왜 보호자가 안 되는지 해명, 소명자료를 첨부를 못하면 그분은 탈락되고 퇴원을 했는데... 그분은 좋아할 수 있죠. 치료받기 싫은데 퇴원 명령이 떨어지니까, 그런데 객관적으로 사회의 안전 이런 것을 생각한다면 그분이 나가서 또 안인득 같은 그런 행동을 하실 수 있는 그 정말 위험한 상황인데... 그런 의미에서는 치료권이 박탈되는 또 부작용, 역작용도 있죠. (P04)

반면, 정신질환자의 치료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는 의견에 반론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입적심의 심사과정 중에 치료 필요성이 고려되고 있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는 대부분 입원 적합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절차 및 행정상 나타나는 문제점보다 입적심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한다면 절차 미준수로 인한 부적합 퇴원을 치료권과 결부시킬 수 없다는 의견도 언급되었다.

꼭 그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환자...환자 입장에서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대면 심사, 조사원 대면 심사도 하고 자기가 환자 의견 진술을 상세하게 하게 되고 그러면서 치료받아야 할 사람은 거의 적합이 되는 것이고, 부적합이 되는 경우, 초창기에는 권리고지를 안 해가지고 또는 3일 안에 하는 신고? 입원신고를 그 한 4일, 5일 있다가 이렇게 하는 바람에 부적합으로 되는 그런 경우는 있는데, 그거는 행정적인 문제고, 그것은 입적심의 의의하고는 좀 다르겠죠. 그건 병원에서 규칙, 규정을 안 지켜서 그렇게 하는 거니까요. (P08)

2) 시의적절한 치료의 접근성 저하

한편, 입적심의 제도적 허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었다. 특히, 입적심의 주요한 부적합 기준인 자·타해 위협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치료의 문턱이 높아졌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만성정신질환자의 경우 음성증상과 사회적 위축으로 인해 자·타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엄격해진 비자의입원 기준으로 인해서 이러한 정신질환자가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되었고, 증상이 악화되거나 재발된 정신질환자가 시의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보호자의 돌봄 부담감이 가중되고 정신질환자인 자녀의 폭력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게 예전에는 치료의 필요성도 입원 요건이 되었는데, 이게 바뀌면서 자타의 위험성이랑, 둘 다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치료를 제 때 못 받고... (중략) 계속 은둔형, 위생관리도 안되고 하는데 타해 위협은 없어, 그런데 가끔 식구들한테 폭력을 하는데 언어폭력도 폭력이거든요. 얼마나 무서운데요? 언어폭력도. 엄마 죽여버리겠다 뭐 하겠다 그래 봐요. 소름 돋지요. 얼마나 무서워요? 그러다 때릴 수도 있죠, 거기에다가 씻지도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그럴 때 약도 안 먹고, 약을 먹으면 다행이에요. 그런데 약도 안 먹고. 그러니까 치료시기, 치료시기가 자꾸 늦어지는 거에요. 그러니까 옛날 같으면 어떻게든지 보호자가 입원을 시켰어. 근데 입원을 하려고 데리고 와도 그게 쉽지 않은 거에요. (P21)

다. 입적심 운영규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별 대립과 일치

1) 비자의입원 신고 및 소위원회 개최 기한에 대한 입장의 차이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 이후 입적심이 열려야 하는 기간인 한 달과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이 신고해야 하는 72시간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 보았다. 72시간에 대해서는 대부분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했으며, 한 달의 기간에 대해서 환자 입장에서는 긴 시간이지만, 행정적인 절차를 고려한다면 필요한 시간이라는 목소리가 공존하였다. 반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역설적으로 치료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되었다.

사실은 입원을 딱 했을 때, 그때 바로 심사가 들어가는 경우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한 달이라는 그 시간 동안 환자 입장에서는 그 결과를 기다려야지 된다고 하면 얼마나 답답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어쨌든 병원까지 입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안전이라든지 다른 타인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입원을 했다고 하면, 어느 일정기간 동안에 그 시간은 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한 달이라는 그 시간에 심사를 한다고 하는 것은 좀 늦는... 긴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P19)

또한, 정신건강전문요원인 연구참여자는 72시간의 기간을 지키지 못하여 치료권을 보장하려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사례를 언급하면서, 예외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펼치기도 하였다. 면담에서 나타난 많은 사례와 함께 이해관계자별로 다양한 견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요, 안 적당해요. 그러니까 왜냐하면 좀 예외를 뒀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아까 그런(절차상 문제 때문에 환자를 입원시키지 못 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중략) 저는 솔직히 말하면. 3일은 문제가 없는데... 약간 예외규정을 줬으면 좋겠다는 게 있어요. (P15)

2) 전문의 2인 진단의 의의와 한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생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입원 당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명의 진단 이후, 2주 이내에 국공립병원 소속의 전문의에 의한 2차 진단이 추가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신설된 전문의 2인 진단제도에 대한 의견으로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정신질환자의 인권증진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상반된 주장이 맞서고 있었다.

먼저, 전문의 2인 진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전문의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정신건강전문요원 등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도 거론되고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의사집단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문화적 특징을 고려했을 때, 2인 진단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한 의문이 전문의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다. 더욱이 국공립병원 소속의 전문의 인력확보가 어려워지자 정부가 지정 진단병원을 확대하고 민간 의사를 동원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었다. 2차 진단을 주로 맡는 한 전문의는 잦은 출장에 대해 일화를 나누며, 2인 진단을 위한 인력과 예산의 지원에 대한 중요성을 웃으며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게 솔직히 한 달 내내 보는 의사가 본 소견을 잠시 5분, 10분 본 의사가, 암만 전문의라도 그걸 뒤집는다는 것은 저는 이건 상식적으로도 안 맞다고 봐요. 진짜 그렇게 되려면 2인 주치의 제도로 아예 바꾸던가. 만약에 하려면 근데 그거는 환자 치료에 역행됐죠. 한 명하고 라포가 잘 형성이 되어야 되는데, 여기 안 되면 저기 매달리고 치료 자체가 진행이 안 될 거고, 2인 진단제도를 사용하면 어쨌든 두 번째 보는 진단의사가 1차 진단의사를 뒤집는다는 거는, 특히 아는 사이면 더 더욱이, 이건 말이 안 되는 거고, 같은 병원이면 더 더욱이 말이 안 되는 거고, (중략) 그래서 이거를 확실히 하려면, 무조건 공공기관의 독립적인 의사가 2차 진단이 무조건 나와야 돼요. 시간 할애를 많이 해서. (P04)

그러나 법조인들은 전문의 2인의 판단이 추가로 안전망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라는 상반된 의견을 개진하였다. 한 법조인은 대면조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2인 진단을 결부시키며 자신은 정신장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므로, 전문의 두 명의 대면검토는 입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였다. 즉, 2인 진단의 절차는 그 자체로 입적심의 올곧은 목표인 당사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므로, 앞서 문제점으로 제기된 형식성과 의사의 양심에 기대어야 하는 한계를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는 (추가진단이) 필요하다 라는 생각이 들고, 이왕 하는 거면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좀 더 친절하게 기술을 해주시고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들어요. 의사 선생님들은 전문가고 의사로서 책임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현실에 맞춰가는 거 보다는 시작할 때 올곧은 목적을 갖고 진행을 했었고, 그 목적한 바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어찌보면 의사선생님들이 바뀌어야 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지금 선생님도 인터뷰할 때 저 한 사람만 하는 거 아니잖아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함께하고 그렇게 하는 것처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환자분 입장에서 본다면, 불필요한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P13)

3) 당사자와 가족 위원의 입적심 참여에 대한 의견의 차이

입적심과 관계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 법조인, 회복한 당사자 및 가족, 등이 입적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각 지역의 조사원들은 자료조사와 대면조사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입적심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 할 수 있다. 구성의 다양성은 곧 의견의 다양성으로 이어지며, 입원결정에 대한 의견이 한편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막아 주는 안전망으로 작용한다.

다수의 참여자가 현재 위원회 구성의 다양성과 적합성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표하였다. 하지만 당사자나 가족의 참여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였으며, 몇몇 전문직 이해관계자는 당사자나 가족의 참여에 대하여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제 편견일 수도 있는데... 환자분을 배제했으면 싶어요. 보호자 분까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왜냐하면 간혹 좀 치료가 덜 된 분이 오시더라고... 좀 많이 파라노이드(paranoid, 편집적)하다 던지...물론 자기 경험에 비추어서 그럴 필요까지 없다는 거를 어필하는 것까지는 이해는 되지만, 너무 객관적이지 못하게 막 과거에 그런 안 좋았던 그런 걸로 인해서 환자 편만 들어버리면 한 표가 거의 사표가 돼 버리는 거니까. (P04)

반면, 입적심 내에서 당사자나 가족의 참여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소위원회에서 아직 당사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한 정신건강전문요원은 회복된 당사자를 위한 교육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별 격차를 언급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에서 당사자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렇듯 당사자나 가족의 역할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의 의견에 치중되는 위원회의 중립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포함되었다. 앞서 표출된 편견을 고려해봤을 때, 앞으로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복 당사자를 양성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묵직한 목소리가 있었다.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환자나 가족분들이 겪고 계시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그러니까 제가(법조인)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나 공정성에 대해서 판결을 해주고 서류적으로 뭔가 미비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겠지만, 환자의 가족 같은 경우 실질적으로 이렇다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이고, (정신보건)기관에 계시는 분들은 이러이러한 환자 케이스가 있었다는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고, 정확한 판단 같은 경우는 위원장님이 해 주실 것이고... 그렇게 되니까 구성 자체는 다양한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P06)

위원구성에 그 비율이 실제적으로 환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좀 떨어지는 것 같고... 또 이거는 그냥 제가 소위원회 하면서 체감했던 부분인 건데... 사실 소위원장이 의사고,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법조인이 소위원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다른 위원들이 봤을 때 당연히 이제 의사나 뭐 변호사 그런 법적인 같은 분들은 사회적인 지위가 높잖아요? 그래서 의학적인 해석이나 법적인 해석에 조금 더 이렇게 치중되지 않나... 그리고 사회적인 지지가 있는 분들도 그렇게 얘기하는데 뭐 정신질환 가족이나 전문요원이 어떤 그런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 않나? 이렇게 좀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P15)

4) 입적심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에 대한 전반적인 동의

비자의입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입적심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위원회의 구조적 위상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심층면접 결과 대부분 연구참여자는 중립성과 독립성이 잘 확보되고 있다는 의견을 비치었다. 입적심 위원들은 심사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고 진술하면서, 비록 입적심이 독립된 행정기구는 아니지만 입적심의 독립성이 확보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위원회 독립성은 거의 완벽하다. 완벽하게 유지되어 있다 라고 저희는 생각하는데, 왜냐면 저희 기관… 저희 국립병원 자체 특성상 기존 정신의료시설, 정신의료기관에서 약간 지도감독 기관으로 바라보는 경향들도 있고, 그리고 보건복지부 말고 외부 기관들과는 거의 약간 독립되어 있는 하나의 기관으로서 인식이 되어 있고, 그 역할대로 하기 때문에 독립성은 100% 보장되어 있는 것 같아요. (P18)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현 입적심 소위원회 위원장이 대부분 전문의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을 지목하며,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전문의들 사이에서 언급되었다는 측면은 환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비추어지기도 하였다.

일단 뭐 위원회 관련해서 제가 어디로부터 이 환자는 꼭 입원을 유지해주세요 그런 압력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뭐 (살짝 웃음) 독립성이나 중립성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고 생각을 하지만, 중립성 부분에서 지금 위원장이 정신과 의사로 되어 있잖아요? 소위원장들이. 저는 그 부분에서는 입적심 참여하시는 분들이나 혹은 뭐 환자분들 뭐 그 분들 입장에서는 중립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저는 보거든요. 어 의사가 의사 편들지 누구 편들겠냐? 그렇게 되어버리면.. 독립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안 하지만, 중립성 부분에 대해서는 뭔가 좀 보완이 필요하다. 라는 생각을 좀 합니다. (P02)

라. 절차적 권리 보장에서 자기결정권 증진으로 나아가기

1) 환자중심의 이해하기 쉬운 권리고지 시행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치료진은 정신질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입원 시 권리고지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권익을 옹호하려는 취지로 시도된 권리고지는 정작 입원하는 정신질환자에게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었다. 조사원들에 의하면, 입원 당일 정신질환자가 법 조항들이 나열된 권리고지를 듣고 서명을 하더라도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환자 의견진술서도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조울증으로 진단받고 입원 중이었던 연구참여자도 입원 당시 제공받았던 권리고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조사원들은 정신질환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구나 그림을 첨부해서 권리고지서를 만들거나, 권리고지 동영상을 일괄적으로 제작해서 정신의료기관에 배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대면조사를 나갔을 때 환자분들이 “이게 뭐예요 제가 이거 신청했어요?”라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물어보면 본인 서명 맞다고 하세요. 사실 처음에 권리고지를 의료기관에서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의 문제인 거 같구요. 입원 당시 입원을 원하시지 않으시는 분들이니까 붙잡고 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우실 것 같아요. 그리고 권리고지가 법조항만 나열되어 있어요. “이러이러한 권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라고 풀어서 설명을 해드리면 참 좋은데…그래서 알아듣기 쉽게 만들고 차라리 그림이 들어가거나 구조화했으면 좋겠어요.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미란다 법칙처럼.. 아니면 세 문장으로 딱딱딱하고 나머지는 읽어보십시오. 웹툰처럼 드리도록, 의료기관에서 말하는 멘트도 차라리 정해져 있었으면 좋겠어요. (P17)

2) 절차보조인의 접근성과 권한이 강화된 절차보조사업

비자의입원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비자의입원 절차에서 정신질환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절차보조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2018년 12월부터 진행 중인 절차보조사업은 동료지원가가 정신질환자의 입퇴원 과정에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비자의입원에 대한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당사자 위원인 연구참여자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심리적으로 취약한 정신질환자들을 위해 정서적인 공감과 지지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연계를 강화하는 절차보조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절차보조사업은 정신의료기관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면서, 입원환자들에게 절차보조인의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정신의료기관의 높은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인식이 개선되고, 절차보조인의 권한을 강화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입원이라는 폐쇄적인 환경에 있을 때 환자를 옹호하는 당사자가 들어가야 된다는 거죠. 어쨌든 심리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심리지원을 할 수 있는 당사자가 절차보조 단계에서 들어가는 거는 너무 중요하고 좋다. 물론 전문교육을 받고 훈련된 사람이 들어가야겠더라고요. 일단은 굉장히 막막했는데 절차보조사업 하시는 분이 오셔서 굉장히 든든하고 도움이 됐다. 왜냐하면 지역사회 연계도 잘 해주시고 정보도 많이 주시고, 무엇보다도 같은 경험이 있으니까 굉장히 공감이 되었다 이런 경험을 들어봤고... (P25)

절차보조도 허락을 안 해주는 병원도 있데요. 병원에서 의사선생님들 마인드가 어떤지 굉장히 중요해요. 일단 병원에 들어갔을 때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거에요. 본인이 신청하고 동의를 해야 받는데, 저는 입원 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중략) 근데 아직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아요. 3곳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죠. 일단 인식 개선이 필요하죠. 전문가들이 이 당사자를 믿고 맡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안 되죠. (P21)

이와 더불어 당사자 위원인 연구참여자는 대상자의 선호와 의사를 고려하는 대상자 중심의 의사소통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핀란드의 위기개입 접근방식인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가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직접 제시했다. 오픈 다이얼로그에서는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정신질환자, 가족, 정신건강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이웃, 직장동료, 친구, 경찰 등의 사회적 관계망 모두가 첫 회의에 참석한다. 이들은 수평적인 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치료과정을 함께 계획해나간다. 이렇듯 정신질환자의 개인적인 견해와 선호도를 고려하여 의사결정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진정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의 오픈다이얼로그 같은 경우에는 그 사람을 중심으로 지인, 중요한 타인, 또 경찰, 이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그 분의 이야기를 듣는대요. 그게 제도상으로 안착이 됐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끔.. 그게 얼마나 참 지루하고 비용도 많이 들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지지만 뭐를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서. 아 나는 돈을 우선순위에 둬. 아 우리는 인력을 제일 우선시에 둬. 아 우리는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제일 우선시에 두게 하면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그런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거죠. (P25)

3) 서류조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면조사

입적심 제도는 입원환자가 원하는 경우 조사원을 대면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다. 비자의입원에 대한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면조사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연구참여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었다. 비자의입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신질환자가 처한 급박한 상황을 서류만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러한 대면조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의 악화로 인해 2020년부터 대면조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조사원들은 대부분의 정신의료기관에서 대면조사가 화상이나 전화 통화로 대체되었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언급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조사원들은 대면조사를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정신의료기관의 협조 규정을 강화하여 인권 친화적인 대면조사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박 상황을 봤을 때, 환자가 심하지 않은 상태인데 자타의 위협이 없는데... 방에 있는 것을 갑자기 끌어낸다거나 막 이랬을 때 의심이 되면 대면조사를 하는 거죠. 상황마다 판단해서, 그래서 강압성이 있었다. 당사자가 그랬을 때는 직권조사도 나가고...강박 설명을 당사자에게 그렇게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현장에서 서면으로 적힌 것을 보면 당사자가 너무 거부를 하고 어떤 때는 물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공격을 해서 상황설명을 쫙~해놔요. 그래서 묶은 이유, 수갑을 채운 이유, 이런 것은 서면에 적혀 있어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설명할 겨를이 없는 거에요. 너무 긴박한 상황이다 보니.., 그러면 가족도 동의를 하고...(P21)

화상통화나 전화로는 확실히 한계가 있고, 어쨌든 저희가 찾아감으로 인해서 그...의료기관들도 긴장을 하고 환자의 인권보호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이런 부분들도. 화상통화로도 조금 어려움이 있지 않나...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상도 어쨌든 옆에 치료진이 있고, 볼 수 있고,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런 것 들이 있기 때문에 저는 조사는 되도록이면 대면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대면율이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어서...(중략) 대면이 저는 거의 100%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P17)

4) 당사자와 보호자의 발언을 존중하는 소위원회 분위기 조성

소위원회 구성원의 요건에는 정신질환자의 가족이나 회복된 정신질환자인 당사자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 중 2곳의 소위원회에서 당사자 위원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있었으며, 당사자 위원들은 전문가 위원들이 사용하는 의학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가족 위원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범죄사건이 언론에 주목받을 때마다 위축되었고, 가족의 발언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였다. 당사자와 가족의 발언을 존중하는 소위원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위원들이 당사자와 가족의 심리적인 부담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전문용어보다는 일반적인 쉬운 용어를 사용하길 원한다는 바람이 언급되었다.

증상 중심으로만 말씀하시고 위원장님 권위가 상당히 높아요. 지난번에는 계속 sedation, sedation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sedation이 한국말로 뭐에요? 이랬어요. 그랬더니 진정작용이라고…어쨌든 여기가 병원은 아니고 당사자의 인권을 위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언어를 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야지 위원들이 마음 편하게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전에는 분위기에 눌려서 막 하고 싶은 말을 못해요. 제가 질문하면 어떤 교수님이 그렇게 하면 이거 못 끝난다고 핀잔을 주시더라고요. (중략)... 입적심 위원들은 당사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당사자 감수성을 높이시길 바랍니다. (P25)

처음에 용감하게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다 했더니 막 면박을 주셨죠. 이번에 챙겨서 가족이 참석하는 거지 그동안 가족이 올 수도 없었던 자리라고 막 의학적으로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분 성함하고 그 표정 다 기억해요. 동생 강제입원을 처음 경험했을 때만큼 그것도 저한테 충격이었어요 (중략) 임세원 교수 사건이 있을 때 회의장에 들어가면 의사선생님이 조사원들한테 조심하라고.. 되게 주눅 들어 있거든요. 그런 사건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일어났다 하더라도 입적심 갔을 때는 굉장히 조심하셔야 돼요. 우리도 상처 엄청 받았거든요. (P22)

5) 표준화된 입적심 가이드라인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비자의입원의 요건은 자·타해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모두 충족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강화되었다. 하지만 엄격해진 비자의입원 요건은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소위원회 내에서도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더불어 비자의입원시 보호의무자에 대한 법적 허용 범위와 퇴원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도 일치하지 않아서 소위원회마다 입적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비롯한 국립정신병원들이 모두 동일한 심사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입적심 심사기준이 본부에서부터 내려오고 어떤 지침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같은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소위원회마다 조금씩 결과가 달라진다. 기준이 달라지는 거죠. 하물며 다른 병원 내 또 다른 그 소위원회 같은 경우에도 저희 기준하고 또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큰 틀은 같지만 5개 병원이 동일한 기준으로 가져가야 되지 않나? 그래야지만 입원병원 행정직원들의 혼란도 없을 거고... (P20)

모두 다 알고 있는 퇴원의 개념은 병원 밖을 나가는 거잖아요? 이것에 대한 법적기준이 없기 때문에 논쟁이 있어요. 퇴원을 어디까지 볼 것이냐? 병동 문 밖을 나오면 되는 것이냐? 아니면 병원 밖으로 나가야 되냐? 아니면 저 담장도 나가야 되냐? 아니면 환자에게 이야기해서 퇴원 서류에 사인하고 행정적인 절차만 밟으면 되냐? 이것에 대한 논쟁도 있어요. (P16)

6) 과도한 심사업무를 개선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 지원

입적심 위원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과도한 심사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업무 부담감을 토로하였다. 소위원회 위원장인 한 전문의는 2시간 동안 70~80여 건을 심사하기 위해 한 건의 심사에 5분 이상을 투자하기 어려운 현실을 언급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면밀하고 심층적인 심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였다. 조사원들 역시 인권친화적인 대면조사를 위한 전문 인력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처럼 입적심 제도가 형식적인 서류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입적심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제기되었다.

두 시간 동안 거의 한 7~80건 처리하는데 너무 형식적이잖아요? 뭐 5분 다 같이 서류 한 번 더 보는 게 뭐 필요하나? 실무진들이 시간 많으실 때 근무하실 때 쭉 보고 꼼꼼히 보고 통과하면 안 올려도 됩니다. 진짜 꼼꼼히 봤는데 애매한 부분이 있는 거 80건 중에 많으면 한 5건에서 10건 될 거거든요. 그것만 올려서 우리 심층적으로 다 같이 토의합시다. 했는데 안 된대요. 하하하하 그걸 건의했는데, 왜냐하면 모든 위원의 찬반 거수가 필요하기 때문에…진짜 대안은 인력 확보! 시간 확보! 비용 확보! 네 그게 맞죠. (P4)

7) 부적합 판정 이후 선택 가능한 퇴원 연계 시스템

입적심 제도는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과 관련된 적법성을 심사하여, 정신과 입원을 유지할 것인지 지역사회로 퇴원시킬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입적심 결과에서 부적합 판정이 날 때 지체없이 퇴원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준비에 대한 의제를 제외하고 입적심 자체만을 다루는 것은 반쪽짜리 논의가 될 수 있다. 심층면접 결과, 입적심에서 입원 부적합 판정이 나더라도 입원환자를 연계할 지역사회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문제점으로 부각되었다. 한 참가자는 비자의입원에 대한 적합과 부적합 판정 이외에 선택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외래치료명령제나 지역사회 연계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부적합 판정 결과를 통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나 환자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불복신청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언급하였다.

위원들의 선택은 입원을 할 건지, 퇴원을 시킬 건지 이, 두 가지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입원이 필요한 경우라든지...이 병원에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인 환자, 뭐 치매라든지... 그런 사람인 경우에는 어떤 법적인 근거를 들어서 다른 시설로... 다른 대안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그런 매뉴얼이 좀 만들어졌으면... 그렇게 되려면 지역사회에서 시설들이 입적심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이 많이 되어 있어야지 될 것 같은데... (중략) 정신건강심사위원회처럼 외래치료를 권고한다던지, 아니면 뭐 사회복귀시설로의 전환이라 던지, 저희가 명령을 내려서 따를 수 있었으면 조금 더 편하게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P19)

부적합에 대한 옵션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부적합이라면 무조건 퇴원시켜야 해요. 그러면 좀 안타까운 경우들도 있어요. 실제로 알코올 환자인데 퇴원했었어요. 보호자가 안 왔는데 병원에서 내보내 버린 거죠. 그 환자가 식당 가서 술 먹고 옆의 사람을 때려서 형사 처벌, 소위 말하면 깽값을 물어주고 보호자가 저희쪽으로 컴플레인 건 경우도 있어요. 조건부 퇴원이라던가... 2주 더 치료를 받고 퇴원한다거나.. 아니면 보호자 입장에서도 항소나 상고의 개념으로... 정신건강심의위원회에서는 적합이 났을 때 환자가 “나는 못 받아들이겠어.”라고 하면 그게 상위기관으로 올라가 다시 심사가 이루어져요. 그런식으로 한번 더 있으면 어떨까 싶어요.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청구권이 있는 거죠. (P16)

앞서 언급했듯이 퇴원 명령 이후 정신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정신건강센터의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정신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서비스를 연결하는 협력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 지역사회 전문가는 퇴원 예정인 정신질환자에게 지역사회 서비스를 연계하여 치료 연속성을 마련하려는 방안으로 시범사업 중인 병원기반 사례관리사업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지역사회 전문가는 응급 입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전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step one은 병원의 의사가 대상자에게 퇴원 교육을 하는 거에요. 그 마음안내서든 뭐든, 의사든 간호사든 누구든. 그리고 step two는 이제 우리(기초센터)가 하는 거에요. 원래 그것들을 했었었는데, 지금 뭐 코로나고 뭐고 안 되니까...그래도 사장되지 않게 계속 해서 이어갈 생각이에요. 어떻게 하면 미등록을 놓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안인득처럼 그런 사건이 되지 않도록... (P15)

Ⅳ. 논의

입적심 제도의 시행 배경에는 비자의입원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정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에게 비자의입원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부여함으로써 제도의 오용이나 남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였고, 독립적이고 중립성이 보장된 기관에 의해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는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을 위헌 사유로 지적했다(정태호, 2016). 이에 입적심 제도는 비자의입원에 대한 공정하고 독립된 심사기구의 부재로 인해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했던 점을 고려하여 권리구제 절차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신설되었다(신권철, 2018).

본 연구는 한국에 도입된 입적심 제도가 시행된 지 만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경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입적심 제도가 본래의 취지대로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증진하며 나아가는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진행되었다. 이에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 소속된 조사원, 입적심 소위원회 위원(정신의학과 전문의, 법조인, 정신건강전문요원, 가족이나 당사자), 정신질환자의 입적심 참여경험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주제분석 결과, 연구참여자의 입적심 참여경험은 총 4개의 범주와 16개의 세부 주제로 도출되었다.

먼저 입적심 제도가 가지는 의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입적심 제도는 비자의입원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마련하여 제도의 오용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었다. 특히, 입원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강압적인 이송 행위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으며, 입원시 환자에게 권리고지를 의무화하여 인권을 보호하고자 한 부분도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반면 이러한 입적심 제도의 의의와 더불어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한계점도 있었다. 첫째, 비자의입원 요건이 강화되면서 치료의 사각지대에서 놓인 정신질환자들이 시의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보호자의 돌봄 부담감이 가중되고 범죄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둘째, 입원 부적합 판정이 날 때 지역사회로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 기반이 부족하여, 치료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입적심 제도는 대면조사보다는 형식적인 서류심사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권리고지를 비롯한 입적심 제도에 대한 정신질환자의 이해가 부족하여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점을 드러냈다. 전문의 2인 진단제도 역시 국공립병원 소속의 전문의 인력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정부가 지정 진단 병원을 확대하고 민간병원의 전문의를 동원하면서 공공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는 2인 진단이 환자의 인권보호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렵고 비용과 의료 재원의 낭비라는 연구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윤제식 외, 2017).

본 연구를 통해 드러난 입적심 제도의 의의와 한계를 토대로 향후 제도적 개선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절차보조사업이 활성화되어 비자의입원한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의사와 선호를 최대한 반영하여 의사결정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2018년부터 시범사업 중인 절차보조사업은 비자의입원 절차에서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보조인의 조력절차가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정책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시도되었다(제철웅, 2017; 2018). 현재 절차보조사업의 수행 인력으로는 동료지원가가 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낯선 입원 환경에 있는 정신질환자에게 정서적 지지와 공감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었다(하경희 외, 2020). 하지만 영국의 독립적 정신능력 옹호(Independent Mental Capacity Advocate, IMCA) 서비스와 비교할 때, 국내 절차보조인은 절차보조사업에 대한 실제적인 권한이 부족하여 의료진이 차단할 경우 서비스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었다(하경희 외, 2020). 추후 절차보조 서비스를 원하는 정신질환자들이 전문성 있는 절차보조인의 지원을 받도록 의료진의 인식을 개선하고, 절차보조인의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오픈 다이얼로그는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 정신건강전문가, 가족, 사회적 네트워크를 모두 동원하여 정신질환자인 당사자와 수평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서비스이다(Seikkula, 2003).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오픈 다이얼로그는 정신질환자의 정신병적 증상과 입원율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Dan Hartnett, 2019).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원 준비 과정에서부터 당사자의 관점을 반영하여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정책이 입원요건을 강화하는 절차적 정당성 마련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입원 부적합 판정이 난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에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2018년부터 시범사업 중인 병원기반 사례관리사업은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전문의, 동료지원가, 회복자상담가가 협력하는 다학제 팀을 구성하여, 입원환자에게 퇴원 후 3개월까지 단기집중 사례관리를 제공하고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는 지역사회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고자 시행되었다. 병원기반 사례관리를 3년 동안 수행한 결과, 집중 사례관리 서비스에 참여한 중증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1개월 내 외래방문율이 100%, 재입원율은 4.0%로 보고되어 사업의 유의미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이해우, 2020). 비자의입원 요건이 강화되면서 정신질환자의 시의적절한 치료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신의료기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입적심 제도가 형식적인 서류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대면조사를 중심으로 한 실효성 있는 심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다. 인터뷰 결과 심층적인 심사가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딜레마가 언급되었는데, 면밀한 심사가 이루어지 위해서는 입적심 위원과 조사원의 인력이 충원되고 이에 대한 예산이 확충되어야 한다. 또한, 전국 5개 권역별 국립정신병원 중에서 소위원회에 당사자 위원이 전혀 없는 지역이 2곳이나 되었으며, 가족과 인권전문가의 참여율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선구 외, 2020). 입적심에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정신질환자의 관점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고 심사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위원의 참여가 더욱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비자의입원의 심사기준에 대해 보편적으로 합의된 개념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는데, 향후 입적심 심사기준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심층면접 결과, 입적심 제도가 의도했던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입원환자의 대면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었다. 이를 위해 입적심 제도는 조사원에 의한 대면조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입적심 위원들이 정신질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의견을 청취하는 대면심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이선구 외, 2020).

본 연구는 입적심 제도에 참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경험을 다룬 최초의 연구이며, 입적심 제도가 정신질환자의 인권증진에 이바지한 의의와 한계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질적연구를 통해 입적심 위원들이 현장에서 경험하고 인식하고 있는 여러 관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입적심이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구체적인 근거와 사례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시행 초기 단계에서 입적심 제도의 성과와 문제점을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본 연구는 당사자 위원의 경험과 비자의입원을 직접 경험한 정신질환자의 사례를 폭넓게 다루지 못한 제한점이 있다. 후속연구에서는 당사자 중심의 관점에서 입적심 참여경험을 조사하고, 입적심에서 대면조사를 신청하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신질환자의 경험을 탐색하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입적심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경험을 탐색하여 입적심이 의도했던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에 기여한 결과를 점검하고, 향후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심층면접 결과, 입적심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비자의입원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고, 오용과 남용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입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이송, 감금 또는 폭행 등과 같은 강압적인 행위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으며, 입원환자에게 사전 권리고지를 의무화하여 권익을 옹호하고자 한 부분도 인권보호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반면, 이러한 입적심의 의의와 함께 자기결정권 보장에 대한 한계점도 언급되었다. 무엇보다 입·퇴원 절차에서 정신질환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권리를 옹호하는 절차보조인의 권한이 미흡하였다. 입원 당시 의료진이 수행하는 권리고지는 정신질환자에게 어렵게 느껴졌고, 대부분 서류심사로 입원적합성이 결정되며 입원환자가 요청할 때만 대면조사가 제공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따라서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입원환자가 법적인 권리와 절차를 이해하고 의사를 표현하도록 지원하는 절차보조사업과, 조사원에게 직접 의견을 진술하는 대면조사가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Append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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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질문
도입질문 1. 입적심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2. 입적심과 관련하여 어떤 역할을 맡고 활동을 하시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입적심 준비과정이나 열리는 날의 일과를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주요질문1 - 공통질문 1. 입적심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증진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2. 입적심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치료권이 증진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3. 입적심의 운영 규정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세요.
  • - 입원 후 3일 이내 정신의료기관 신고기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 입원 후 한 달 내에 입적심이 열리도록 한 규정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주세요.

  • - 전문의 2인이 입원에 대한 소견을 작성하는 규정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주세요.

  • - 소위원회 및 위원회 구성은 전문가적인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 입적심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4.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정신건강심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주세요.
5. 입적심 이후 환자의 입원 진행 절차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6. 입적심 이후 환자의 입원 호송 과정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7. 절차보조사업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옹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8. 입적심 제도를 통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말씀해주십시오.
주요질문 2 - 이해관계자별 세부질문 [조사원]
1. 대면심사의 절차와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2. 기억에 남는 대면조사 사례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특별히 기억에 남은 이유가 있을까요?
3. 조사원의 대면조사의 횟수와 시간은 적정하다고 생각합니까?
4. 대면조사가 환자보다 가족 및 입원 기관의 의견에 의존적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 부적합 판정 이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퇴원 계획에 대한 관리가 있습니까?
6. 권리고지 및 의견진술서를 작성하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7. 이상적인 환경이라면 대면조사에서 어떤 점을 바꾸거나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환자, 당사자]
1. 입원 당시 자신의 입원 사유에 대한 설명을 들으셨나요? 만약 들었다면 그 내용을 이야기해주세요.
2. 권리 고지 및 의견진술서를 작성하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3. 대면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어떠한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이야기해주세요.
4. 환자가 입적심에 직접 출석하고 발언할 권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족]
1. 입적심 소위원회에 당사자 또는 가족단체의 참여가 보장되고 있습니까?
2. 입원 호송 과정의 어려움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3. 환자 및 보호자의 입장에서 입원 절차가 어렵거나 복잡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전문의 2인의 소견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떠한 사례였나요?
2. 전문의 2인 진단 기준과 관련하여 타 병원 전문의는 입원 당시 전문의의 소견서를 참고하나요? 아니면 별도로 환자를 접견하고 진단하나요?
[법조인]
1. 입적심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한 사법입원제도 도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신건강 전문요원]
1. 입적심 이후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건강재활시설에서 제공하는 지역사회 서비스에 변화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 입적심 퇴원 결정 이후 퇴원 환자와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를 연계하는 지원 방안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마무리질문 지금까지 입적심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지막으로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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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knowledgement

본 연구는 국립정신건강센터 연구용역 사업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되었습니다.


투고일Submission Date
2021-04-30
수정일Revised Date
2021-06-15
게재확정일Accepted Date
2021-06-21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