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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제43권 제1호Vol.43, No.1

세월호 재난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참여 경험 연구

Experiences of Local Residents with Post-Disaster Community Recovery Programs Following the Sewol Ferry Disaster

알기 쉬운 요약

이 연구는 왜 했을까?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안산 지역 주민들의 집단 트라우마적 상실과 고통, 지역사회에 만연했던 주민 간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재난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재난 피해 지역 주민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맥락과 이를 통한 회복 경험 및 기제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재난 지역의 주민들은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이웃과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개인이 미처 해결하지 못하였던 애도와 추모, 죄책감으로부터 심리적・정서적 회복 과정을 가지게 되고, 주민 갈등을 일으키는 다양한 의견을 사회적으로 다루어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관계성 인식을 기반으로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참여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사회 참여의 반경을 확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재난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높은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닌, 재난 당사자와 비당사자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형성하고 일상적 관계 맺음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또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가 재난에 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되어 사회적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residents’ experiences with community recovery programs in Ansan, which was designated as a special disaster area following the Sewol ferry disaster.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and a focus group interview were employed to collect and analyze the experiences of 12 participants as part of this general qualitative study. The findings of our analysis were categorized into: the local context after the disaster; the motivation to participate in the program; the nature of the healing experienced by the participants; capacity building based on relationship awareness; and understanding of others and restoration of relationships. The stories of the participants reveal that recovery from disasters was based on the experience of understanding and establishing relationships with others, including the dead and their neighbors. Based on the findings, we suggest implications for practitioners in disaster areas to consider for local community recovery.

keyword
DisasterDisaster RecoveryCommunity Recovery ProgramSewol Ferry

초록

이 연구의 목적은 세월호 참사 이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던 안산시 주민의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참여 경험을 탐색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일반적 질적연구로, 개별심층면접과 초점집단면접을 통해 참여자 12명의 경험을 수집・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참여자들이 인식한 재난 이후 지역의 상황적 맥락과 프로그램 참여 동기, 자신이 경험한 치유의 성격, 관계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 역량 강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계 회복으로 범주화되었다. 참여자들의 이야기는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이 희생자와 그 가족, 이웃을 포함한 타자에 대한 이해 및 관계 맺음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또한 재난으로 인해 공동체 내에서 심리적・관계적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회복하는 과정과 기제가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재난 사회복지 실천 영역에서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해 고려해야 할 지향점들을 제시하였다.

주요 용어
재난재난 회복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세월호

Ⅰ. 서론

울리히 벡의 ‘위험 사회’라는 개념은 우리 삶에서 재난 위험의 편재성과 재난 발생의 사회 구조적 특성을 시사한다. 코로나 사태, 또한 최근에 발생한 10.29 참사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현대인은 자신의 의도나 의식, 기여와 무관한 재난의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의 재난은 기술의 발전으로 재난 규모와 피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대형화 및 복잡화의 특징을 가짐으로써 전통적인 안전관리의 영역을 넘어선 국가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채종헌, 최호진, 이재호, 2018, p.2).

우리나라 학계에서 재난 관련 담론은 국가적 차원의 재난관리 및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와 재난 당사자의 심리적 외상과 치유에 관한 논의가 두 축을 이루어왔다(한소정, 2018, pp.9-19). 이는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통한 추가적 피해 예방과 위기에 처한 재난 당사자에 대한 심리정서적 돌봄의 중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아직까지 사회문화적으로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을 재난으로 인한 피해 보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이며(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2017, p.131, 281), 학문적 담론에서도 피해 보상을 둘러싼 지역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의 문제가 중점적으로 부각된다(김도균, 박재묵, 2012, pp.37-39; 김민정, 2016, pp.9-28 ; 채종헌, 최호진, 이재호, 2018, p.359). 기존 연구에서는 재난 발생 지역의 갈등 발생 과정 및 사회통합적 관점에서의 갈등 관리 방안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반면, 재난 지역 공동체의 집단적 재난 체험, 그들이 재난에 부여한 의미, 재난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한 자료 축적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국외 선행연구자들은 지역 공동체가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에 유용한 자원이며, 재난 회복 노력은 가족과 지역 공동체를 포괄하는 다체계적인 접근이어야 함을 강조하였다(Walsh, 2007, p.207; Chaskin, 2008, pp.69-70). 이러한 맥락에서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안산 지역은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주지하듯 안산은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학생과 교사 261명이 사망하면서 지역 단위의 큰 피해를 경험했다. 유가족과 생존자는 말할 것도 없이, 얼마 전까지 일상을 보내던 친구와 이웃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은 집단적 트라우마적 상실과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의 왜곡된 정보 제공과 보상 프레임의 보도는 주민들 간 오해와 불신, 세월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증가시켰다. 또한 희생 학생들의 교실을 존치하는 문제와 추모공원 설립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경험했다.

안산 지역에서는 지역 갈등을 해결하고 주민 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 직후 30여 개의 민간 기관에서 148개의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치유와 공동체 성장을 위한 네트워크, 2016, pp.4-9) 2017년부터는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피해지원법) 제31조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의 개발・시행 조항에 근거하여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실시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 재난 피해 공동체 회복을 위해 국가가 재정을 지원한 첫 번째 사례로써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단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 사업으로 6년간 약 138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1)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로 매해 양적인 성과에 대한 보고2)와 ‘재난 극복 공동체 회복 모델’로 매뉴얼화하는 데 대한 보고가 있었다(정창기 외, 2020). 그러나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이나 유가족들의 회복 경험이나 치유 혹은 변화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발생한 포항 지진 재난 지역에서도 국가가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였으나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경험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본 연구의 원자료(raw data)는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 대한 국가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던 2017년도에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통한 주민들의 치유와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수집되었고 지역 내에서 보고되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재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참여자 경험에 대한 연구는 그 희소성이 있으며, 당시에 수집된 참여자들의 이야기는 재난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 당시 주민들이 체험한 재난 지역 분위기와 내면의 욕구,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경험한 변화 등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중요한 자료이다. 해당 자료를 분석하여 재난 지역 주민들이 얻은 경험과 그 의미를 탐색하는 작업은 이후 재난 피해 공동체 회복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의 목적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의 경험을 질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재난 지역 공동체의 재난 체험과 프로그램 참여 경험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본 연구는 재난 피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기 및 회복의 의미를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내어, 재난 피해 공동체에 대한 다체계적인 접근의 중요성과 필요성의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재난 지역에 대한 공적 개입 설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재난을 경험한 지역 주민들의 내적 경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재난 지역에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운영시 참고할만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연구 질문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의 경험과 그 이면의 의미는 무엇인가?”이다.

Ⅱ. 선행연구 검토

재난은 재난 당사자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해당 재난이 발생한 지역사회와 더욱 광범위한 사회 전체 구성원들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오혜영, 2016, p.947). 예컨대 2001년 네덜란드에서 구제역으로 2만 7천마리의 가축이 도살처분 되었던 당시, 도살처분이 없었던 지역에서도 20퍼센트 이상의 농부들이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을 보였고(Olff, Koeter, Van Haaften, Kersten & Gersons, 2005, pp.165-166), 미국 9.11 테러 당시 테러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인구 집단에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을 경험했다(Ahern et al., 2022, pp.291-295) 또한 가장 최근 우리 사회가 경험한 재난인 COVID-19 사태와 SARS의 사례를 조사한 Hsieh et al.(2021, pp.578-579)는 감염병 유행 시 의료계 종사자를 포함한 일반인들 사이에서 공포와 불안 등 부정적 심리가 증가하고, 자살률이 증가했음을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재난이 가깝게는 지역 인근부터 멀리는 사회 전체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을 심리정서적 고통에 노출시키며 이와 관련한 사람들의 취약성이 증가함을 시사한다.

재난으로 인한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는 국가적으로 큰 재해가 있었던 몇몇 나라에서 이루어졌는데,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재해에 강한 지역 모델을 구축하기 위하여 10년간의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과 공공이 협업하여 재난을 복구하고 나아가서 지역사회의 과제를 해결하는 선진적인 지역 만들기를 위해 노력하였다(이자성, 2012). 동일본 지진 중 오카와 지역에 대한 연구(이인자, 2017)에 의하면 재난 지역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과 피해자 규모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고, 마을의 공동체적 단결력이 강할수록 사상자의 수가 적고, 피해 복구 과정에서도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삶을 재건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뉴올리언즈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에서도 외부에 강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재난 대피와 회복에 있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고(Fussell, 2006), 재난 회복을 위해 여러 단체들이 공동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이웃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Pyles, 2007).

국내 관련 선행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난은 지역 내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파생시키며, 이는 지역공동체의 해체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이 드러난다. 선행연구자들은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이후 지역 내 피해보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 양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으며(김도균, 박재묵, 2012, pp.37-39), 우면산 산사태를 비롯한 여러 재난 상황에서 재난 대응 미흡, 보상제외 문제, 원인조사 및 복구 과정에서 민관 및 관청간 갈등이 발생함을 보여주었다(김민정, 2016, pp.31-51). 2003년 1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에도 추모공원 조성 및 추모행사를 둘러싸고 지역 내 갈등이 이어졌으며(416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 2017, pp.131-132), 이 갈등은 참사 이후 약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동아일보, 2021. 2. 18.).

세월호 참사를 다룬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안산 지역 역시 재난의 부정적 영향이 매우 심각했음을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 발생 당시부터 언론의 오보와 재난 컨트롤타워의 무능한 대응으로 재난 당사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분노와 좌절감을 경험하게 만들었고, “지역 주민 모두가 상주(喪主)”라는 표현처럼(한소정, 2018, p.72), 재난 당사자를 포함한 안산 지역 주민들은 트라우마적 상실의 직간접적인 피해자였다. 세월호 참사 이래 피해 지역주민의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 결과(이진숙, 이은주, 이수경, 2018, pp.900-901)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지역 사회복지사들의 실천 경험을 다룬 연구(김수영, 성정숙, 김주미, 2017, pp.107-113; 한소정, 2018, pp.52-189)는 당시 주민과 관련 실무자를 포함한 안산 지역이 집단적 혼란과 공황 상태에 빠졌던 처절한 상황을 보여준다. 또한 안산 지역은 집단적 트라우마와 공포심, 정부에 대한 분노를 극심하게 경험했던 초기 이후에도 애도 피로감과 지역 경기 침체, 세월호를 둘러싼 정치적 담론, 기억교실 이전 및 추모공원 건립을 둘러싼 논란과 반대 운동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해소되지 못한 2차 갈등이 이어졌다(정창기 외, 2020, pp.30-32). 자영업자의 경험을 통해 세월호 이슈를 둘러싸고 만연했던 지역 내 긴장과 충돌, 공동체의 높은 피로도를 드러냈던 김서영, 이혁구(2020, pp.167-191)의 연구 결과 또한 안산 지역이 심각한 수준으로 공동체 와해를 경험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서 이루어졌던 일련의 노력에는 지역 공동체 차원의 회복을 위한 지향점이 반영되어 있다. 참사 이후 안산에서는 세월호피해지원법에 의거해 “지역 주체들이 최소한의 동의 지점을 기반으로 소통의 폭을 넓히며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과 “회복 이슈를 물리적 복구 차원을 넘어 상호연계를 통해 대응하고, 향후 다른 재난에 대비해 사회자본을 구축하는 상태”를 위한 다양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수행되었다(정창기 외, 2020, p.19). 안산시에서 추진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참사로 인한 직접적 트라우마뿐 아니라 공동체 갈등의 해소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가족-주민 간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 프로그램 참여자 역량이 강화되었다는 등의 성과가 보고되었다(정창기 외, 2020, pp.55-57).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을 직접 다룬 상기 보고서나 김도훈, 정창기, 김현수(2020, pp.263-269)의 연구는 외부자적 관점에서 프로그램 모델화 및 성과 평가에 치중하여, 해당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실제 경험을 내부자적 관점에서 심도 있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이후 학계에서는 재난과 공동체 회복에 대한 학자들의 관심이 증가하여 다음과 같이 관련 주제를 다룬 연구들 또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박수경(2017, pp.33-51)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 고잔동과 와동을 중심으로 나타난 대안적 치유 공간의 지리적 특징을 분석하여, 치유 대상이 개별 치유 공간을 장소로 받아들였다는 점, 개별 치유 공간을 활용하는 대상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 치유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권수영(2015, pp.11-41)은 신경과학적 관점에서의 트라우마 기억의 특징과 신학적 관점에서의 트라우마 기억의 의미를 바탕으로, 안산 지역이 치유되기 위한 공동체적 기억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신나라(2015, pp.144-147)는 세월호 사건을 경험한 공동체의 외상 후 성장을 위한 상담사의 역할에 관한 연구에서 상담사의 역할로 개인이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 만들기, 사회적 지지 연결하기, 용서를 발견하도록 수용하기를 제시하였고, 한소정, 박미정(2017, pp.485-501)은 안산온마음센터의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한 사례연구를 바탕으로 그들의 경험을 ‘공동체를 위한 사명감의 발현’, ‘환자와 이웃, 사이의 권력관계’, ‘불행의 연대로 일상의 변증법을 이어가는 연결자’, ‘낡은 부대에 부어진 새 술’, ‘정치적 결사체로의 조직된 힘의 미약’의 5개 주제로 범주화하고,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적인 통합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위와 같은 학계의 노력은 재난 당사자들과 지역을 위한 개입이 주요 관심 대상이 되지 못했던 기존의 사회적・학문적 기조를 고려할 때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산 지역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음에도 선행연구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의 경험을 직접 다루지 않고 있어 여전히 본 연구의 필요성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Ⅲ. 연구 방법

1. 일반적 질적연구

본 연구는 세월호 이후 세월호 집중 피해 지역인 고잔동, 와동, 선부동에서 실시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의 경험과 경험 이면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질적연구방법을 선택하였고 질적 연구의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일반적인 질적연구방법(general qualitative research)을 통하여 분석하였다.

‘일반적인 질적 연구’는 해석주의 패러다임 안에서 다양한 질적 연구 방법들을 절충할 수 있고 연구자의 관심사와 선택에 따라 인식론적・존재론적 전제에 구속되지 않고 폭넓은 연구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다(김인숙, 2016, pp.96-101). 또한 일반적 질적연구방법은 어떠한 사회적 개입이 인간의 삶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에 관한 지식을 확장하고 구축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접근 방법인 바(김인숙, 2016, p.101), 연구자들은 본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반적 질적 연구 방법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2. 연구 참여자 모집 및 선정

연구 참여자 선정 방법은 의도적 표집과 프로그램 운영 기관 실무자들의 추천을 받은 세평적 사례 선택(reputational case selection) 방법을 사용하였다. 연구자는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기관 실무자들로부터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운영 중인 프로그램에 2년 이상 참여하고 있으면서 참여도가 높은 주민들을 추천받았다.

최종적으로 본 연구의 참여자로 선정된 12명은 아래 <표 1>과 같다. 이중 서로 다른 프로그램 참여자 7명과는 개별심층면담(In-depth Interview)을 하였고 동일한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5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참여자 중 남성은 3명, 여성이 9명이었으며 연령은 참여자 P04를 제외하고 40~50대가 주류로 구성되었다. 참여자들의 직업은 가정주부, 회사원, 교사, 강사, 자영업 등이었다. 참여자 성별은 남성이 3명, 여성이 9명이었고, 연령은 한 명을 제외하고 40~50대였으며, 직업은 가정주부, 회사원, 교사, 강사, 자영업 등이었다. 참여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합창, 우드버닝, 공예, 자수, 오케스트라, 밥 한끼 합시다3)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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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사항
구분 성별 나이 직업 자료 수집 방법
P01 50대 가정주부 개별심층면접
P02 40대 가정주부 개별심층면접
P03 40대 교사 개별심층면접
P04 70대 가정주부 개별심층면접
P05 40대 가정주부 개별심층면접
P06 40대 강사 개별심층면접
P07 50대 자영업 개별심층면접
F01 50대 회사원 초점집단면접
F02 50대 가정주부 초점집단면접
F03 40대 회사원 초점집단면접
F04 40대 회사원 초점집단면접
F05 40대 회사원 초점집단면접

3. 자료 수집과 분석

자료 수집 방법은 개별심층면접과 초점집단면접을 병행하였다. 본 연구에서 두 방식이 병행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는 일대일 개별심층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자 설계되어, 서로 다른 프로그램에 속한 참여자들을 선정하여 면접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특정 프로그램(오케스트라)의 구성원들이 매우 활발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 본 연구의 목적과 취지에 적합한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이 파악되었다. 이에 연구자는 추가적 자료 수집의 일환으로 별도의 면접을 기획하되, 자료 수집 당시의 시간적 제약 및 동일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구성원들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초점집단면접이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자료 수집은 개별심층면접과 초점집단면접 두 방법이 병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자료 수집에는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준비한 반구조화된 질문지가 활용되었다. 연구자는 참여자들에게 먼저 전화로 동의를 구한 후 이메일을 통해 문서로 전달하였고, 인터뷰 시 연구의 목적과 연구윤리가 포함된 전 과정을 충분히 고지한 후 동의를 얻었다.

면담은 2017년 3월 8일부터 2017년 9월 23일까지 개별심층면접 각 1~2회, 초점집단면접 1회가 진행되었으며,4) 각 면담은 최소 90분에서 최대 150분까지 이루어졌다. 면담 장소는 조용하고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고 비밀보장이 될 수 있는 곳으로써 참여자가 제안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자료 분석 방법은 먼저 전사 자료를 반복해서 읽으며 눈에 띄는 범주와 핵심 용어를 기술하여 임시 스토리를 구성한 뒤, 의미단위(mean unit) 분석과 패턴 분석 후 범주를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최종 범주를 구성한 후 이를 기준으로 각 범주에 포함되는 내용과 연구자의 해석을 종합해 기술하였다. 분석과정에서 494개의 의미단위, 74개의 패턴, 17개의 범주가 발견되었고. 범주를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참여의 상황적 맥락, 프로그램 참여 동기, 프로그램 참여 경험과 변화에 관한 범주로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애도와 갈등의 지역사회’, ‘치유와 안전한 사회활동으로서의 프로그램 참여’, ‘기억의 시간과 초월성의 체험: 상처와 고통의 극복과 치유’, ‘관계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 개인의 역량 강화’, ‘주민 간 관계성 형성 및 회복: 유가족에 대한 이해로’로 명명하고 분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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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인터뷰 자료 분석 과정
상위범주 범주 패턴
프로그램 참여의 상황적 맥락: 애도와 갈등의 지역사회 우울한 지역사회 지역 주민들의 불안 증가, 지역사회 분위기의 침체, 우울한 지역사회, 희생자에 대한 기억, 기억으로 인한 고통, 세월호 참사로 인한 심리・정서적 고통, 상갓집을 다니면서 느낀 고통, 생존자의 고통과 타인에 대한 분노
세월호 사건에 대한 무력감과 피로함 세월호 사건에 느끼는 무력감, 제3자로서 지침과 단절, 거리 두고 싶은 마음, 세월호 사건에 대한 피로도
지역 주민 간 대립과 갈등 지역 주민으로부터의 상처, 지역 주민 간 네트워크 단절, 세월호 이슈를 둘러싼 지역 주민 간 대립, 모두가 피해자가 됨, 유가족은 소리 지르고 우는 분이라는 인식, 주민 간 오해와 단절, 지역 내 만연한 보상 프레임, 유가족과 다른 주민들 간 입장 차이로 인한 분열
프로그램 참여 동기: 치유와 안전한 사회활동으로서의 프로그램 참여 죄책감 해소 남은 자의 죄책감,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
심적 안정과 치유 심리적・정서적 고통의 위로가 필요, 세월호와 관련된 부정적 자극 차단
타인과의 관계 형성 및 소속감 프로그램 참여자가 활동을 통해 마을에 대한 정주 의식 확립을 원함, 좋은 마을을 만들고자 함, 마을에 대한 긍정적 의식 고취를 원함
활동에 대한 관심 예술 활동 또는 창작 활동에 대한 개인적 열망, 참여비가 저렴하며 접근성이 높음
기억의 시간과 초월성의 체험: 상처와 고통의 극복과 치유 부정적 생각과 감정의 중단 활동 중에 부정적 생각이나 감정이 멈춤
망자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 활동 중에 망자를 기억함, 망자를 기억함으로써 치유됨, 망자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함, 잊지 않기 위한 의지를 다짐, 행동으로 기억을 실천함
상처와 고통의 치유 프로그램은 나를 구원한 존재, 활동이 즐거워 위로를 받음, 활동을 통해 아픔을 달래고 힐링됨, 죄책감으로 시작했으나 치유가 됨, 활동을 통해 긍정적 마음으로 바뀜, 음악은 감정과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가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매개가 됨, 살아갈 힘을 얻음
몰입을 통한 시간 체험 몰입과 깨달음의 시간으로서의 프로그램 활동, 프로그램 활동 중 과거로 회귀함, 프로그램 활동 중 과거를 체험함
관계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 개인의 역량 강화 개인적 차원의 역량 강화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함, 실력 향상의 목표를 가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낌, 지속적 활동 참여에 뿌듯함, 연주회를 하며 성취감을 느낌, 마을 공연에 참여하려는 장기적 비전을 가짐, 인생관이 질적으로 변화함, 타인에게 영향(메시지)을 주려는 의지로 확장
타인과의 관계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 성취감 다른 구성원과 관계 형성 및 성장, 타인의 피드백으로 성취감을 느낌, 마을에 대한 소속감 형성,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증가, 지역 안에서 다른 관계로 확장되는 계기,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선 변화, 프로그램 활동을 통한 자녀와의 관계 변화, 복합적 재미
주민 간 관계성 형성 및 회복: 유가족에 대한 이해 유가족에 대한 조심스러움 유가족에 대한 조심스러움, 유가족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함
유가족과의 만남이 필요함 유가족과 비유가족이 접촉할 필요가 있음, 유가족과의 관계 맺기 방법을 배워야 함, 유가족과 자주 접하고 협력해야 함
프로그램 활동을 계기로 유가족을 이해함 프로그램을 통해 유가족과 연결됨, 유가족에 대한 편견 수정 및 이해의 계기가 됨, 유가족과의 대화 자체가 서로에게 위로가 됨, 세월호 관련 활동에 연결됨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상호성 경험 다른 기관과는 다른 반김이 있음, 참여자 욕구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이루어짐, 주민과 네트워크 형성 및 유지를 위한 노력

4. 연구의 엄격성과 윤리적 이슈

본 연구에서는 연구 과정에서 내적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 참여자의 재확인을 받는 절차를 거쳤다. 연구의 엄격성을 높이기 위해 참여자 선정 과정과 인터뷰 등 자료 수집 과정에서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수료자 2인의 자문을 받았고, 분석하고 해석한 글에 대해 사회복지학 박사 1인의 자문을 반영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의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한 각종 기록물을 참고하고, 자료 수집 당시 관련 행사에 참여하여 연구자의 민감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또한 연구자들은 판단중지와 괄호치기 기법을 사용해 참여자들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고자 노력하였고, 자료 분석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각자 해석한 내용에 대한 생각이나 의미를 공유하며 연구자의 주관성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명윤리위원회(IRB)로부터 연구에 대한 승인을 받았으며 이를 준수하여 연구를 수행하였다. 참여자의 권리보호와 비밀보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였고, 연구 참여자들이 익명으로 표기되고 인터뷰 내용은 비밀이 보장되고 연구 목적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참여자들이 원한다면 연구 개시 전 언제든지 연구내용에서 제외할 수 있음을 사전 고지하였다. 심층면접 중 참여자가 과거 경험을 구술하는 과정에서 심리・정서적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정신건강 전문가들로부터 신속한 개입 약속을 받고 연구에 임했으며, 일정 금액의 사례비를 지급하였다.

Ⅳ. 분석 결과

1. 프로그램 참여의 상황적 맥락: 애도와 갈등의 지역사회

세월호 참사 이후 초기 몇 년간 안산 지역 주민들이 경험해야 했던 슬픔과 고통, 분열과 갈등, 우울하고 침체된 분위기는 어떤 단어나 표현으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수준이었다. 사고 발생 이후 지역에서는 수많은 장례식이 치러졌다. “평생 다녀야 할 상갓집을 그때 다 간 것(P07)” 같았고, “교회 나와서 아침저녁으로 울고 ⋯ 날만 새면 초상집 갔다 오고(P04)” 하는 와중에 어지럼증과 기억력 감퇴로 병원 치료를 받거나 “자다 깨서 울고, 누구 만나고 오면 울고, 누구 생일이면 울고, TV보다 바다만 나와도 울었다(F03)”는 등의 이야기는 지역 주민들이 한 사람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체험했음을 드러낸다. 당시 지배적인 지역의 담론은 실직, 이혼,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한 걱정 등 세월호와 관련해 지역 공동체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담론들이었고(P01), “계속 악몽을 꾸는 것처럼(P03)”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일상의 감각은 상실되었으며(P01, P03), 단원고 학생들의 등하굣길에 핀 벚꽃에서 더 이상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우울감을 촉발시킨다는 진술은(P05) 재난이 해당 지역 주민의 공간 감각마저 변화시켰음을 시사한다. 또한 세월호 참사는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우리 사회는 이게 안 되는 건가”라는 무력감을 느끼게 했을 뿐 아니라, 언젠가 본인도 또 다른 재난에서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P02).

한편 안산 지역 주민들은 집단적 우울과 트라우마 경험 가운데 안산 지역은 단원고 기억 교실 존치와 추모공원 설립 이슈,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 등의 이슈를 둘러싼 지역 주민들 간 갈등에 노출되는 이중의 역경을 직면하였다. 다양한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지역사회 안에서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대립이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세월호 사고나 유가족과 관련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의 영향은 지역 주민 간의 소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은 갈등이 더욱 깊어지며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5)

사실은 이 사건만 있는 게 아니라 사건 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너무 힘든 일이 사실은 많거든요, 그러니까 그분들한테는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저희도 지역 주민으로서 갖는 그 사고 이외에 것 정치적이든 간에 뭐 개인 간에 어떤 뭐 이해관계라든가 이런게 사실은 너무 막 되어 있기 때문에 (⋯) 저희가 지금 학교 문제도 있잖아요, 사실 있었잖아요, 그래서 또 지역 간에 이제 뭐 여러 가지 문제가 아직은 풀린 게 안 풀린게 많잖아요, 지금 당장도 안전공원 문제 때문에도 지역 주민들 저희 동네 주민들도 찬반이 굉장히 많은 걸로 또 알고 있고 그런데 그런 게 서로한테는 어떻게 보면은 이게 사고의 아픔하고는 또 다른 문제고, 아픈 만큼 더 큰 문제는 없는데 이게 자꾸 다른 문제들이 일어나서 자꾸 골이 깊어지고 사이가 안 좋아지다 보니까 그분들도 그럴 거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 그러니까 그렇게 돼 버렸어요, 일이 그래서 제가 생각을 해도 정말 서로 반대 누가 이렇게 가해자 피해자가 있는 게 아니고 다 피해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P02)

유가족은 유가족대로, 유가족 이외 주민들은 주민대로 서로 간의 소통의 단절을 경험하는 가운데, 지역 안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해소되지 않는 재난 이후 상황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하였다(P02, P07).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방식의 집단적 상실에 대한 대처 기술의 부족은 유가족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이들과의 단절이 심화되는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사람이 나는 또 내 일이 아니다 보니까 그래 사람도 살아야지 이런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기도 하고 아 계속 이제 동네가 시끄럽고 나라가 시끄럽고 하니까 아 이게 저게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이런 마음도 사실은 있고 그래서 좀 그분들한테 다가가는게 사실은 쉽지가 않았던거 같아요. 또 잘 모르기도 하고 그리고 저희들도 이제 엄마들이 이렇게 하다가 누가 이렇게 저기 멀리 보이시면 저기 유가족 엄마라고 이제 우리끼리만 그러는 거예요, 어떻게 그 앞에서는 웃지를 못하고 그냥 이렇게 그냥 가만히 지나가는 거예요, 그 아픔과 많은데 그러니까 이걸 내가 어떻게 접근을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P02)

2. 프로그램 참여 동기: 치유와 안전한 사회활동으로서의 프로그램 참여

세월호 참사 이후 다중의 혼란과 디스트레스 상황에서 많은 참여자들이 공통으로 언급한 개인의 심적 체험은 ‘죄책감’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직접 재난을 초래한 것도, 재난 상황에서 피해를 가중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호소하였다. 참여자들에게 있어 프로그램 참여 동기는 세월호 사건 이후의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였다.

저는 너무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실은 죄책감 같은 게 많이 들어요. 아무것도 해드리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잖아요. 어후 내가. 아 내가 참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그냥 그죠 뭐 위로해 드리고 기도하고 항상 이제 이렇게 아침에 눈 뜨면은 이렇게 기도를 하는데, 어 그거 늘 떠나지 않는 부분인 거 같아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P03)

죄책감이 너무 들었어요, 제가 뭔가 참여하고 그거를 행동으로 내가 계속 기억하고 있다라는 거를, 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죠, 말로만 맨날 뭐 TV에 나오면, 그래서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F04)

또 다른 프로그램 참여 동기는 개인의 심적 안정과 치유를 위한 동기였다. 참여자들은 안산 지역 주민으로서 세월호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며, 심리・정서적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필요로 했다. 참여자들은 세월호와 관련하여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이어지는 담론, TV만 틀면 연일 쏟아지는 관련 보도 등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촉발하는 자극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내적 상태를 표현하거나 해소하고 싶었던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일차적으로 “도피처”이자 유용한 자원으로 인식되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프로그램활동)만 했던 것 같아요. 굉장히 그니까, 몰두를 했던 것 같아요. 다른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아들하고 **, 집. (⋯) 스트레스 받는 이야기, TV, 뉴스 막 굉장히 힘들었잖아요. 저희들이. 왜냐하면 관련된 게 계속 나오니까, 몇 년 동안. 아예 그런 것 다 그냥 안 보고 차단하고⋯. (P01)

저한테 지금 그런 게 필요하겠구나, (⋯) 그냥 내 마음을 내 마음속에 있는 거를 표현하고 싶었고 위로받고 싶었고⋯. (P03)

세 번째 프로그램 참여 동기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 및 소속감과 관련되어 있었다. 참여자들은 자녀와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거나 특정 활동을 통해 지역 내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다른 주민과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마음”(F02), 또는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마을에 대한 정주 의식과 소속감을 고취하고자 하고자(P06)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세 가지 차원의 프로그램 참여 동기는 참여자별로 구분되는 단일하고 상호배타적인 범주가 아니라, 각자 세월호 참사와 관련 맺고 있는 정도의 차이와 개인사적 맥락에 따라 한 사람의 동기 안에서도 혼합되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참여자 중 일부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이야기하였다. 참여자들은 예술 작품 또는 공예품 창작 활동에 대한 개인사적인 관심과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거주지 가까이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의 동기를 강화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3. 기억의 시간과 초월성의 체험: 상처와 고통의 극복과 치유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발생한 내면의 유의미한 질적 변화를 이야기하였는데, 그 변화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내용과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내용으로 구분되었다.

먼저 참여자들은 안산 지역 주민으로서 세월호와 관련한 고통을 함께 경험을 하였으며, 그러한 맥락은 프로그램 참여 동기에도 반영되어 있었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 활동을 지속하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겪었던 부정적 감정을 점진적으로 소거시키고 실제로 치유와 위로를 받으며 감사한 마음까지 느끼는 긍정적 경험을 하였다. 참여자들이 이야기한 긍정적 경험과 프로그램 참여에 부여한 의미는 한 참여자의 “나를 구원한 존재(F03)”라는 표현으로 압축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자신의 내면과 외부의 부정적 자극을 차단하고 생각과 감정을 멈출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매개가 되었다. 또한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좋아했던 활동을 하며 몰입한 시간은 타인을 애도하며 쇠약해진 심신의 건강을 되찾는 데 일조했다.

자료 분석 결과 참여자들의 이러한 경험의 기저에는 아래와 같은 내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개인적 수준의 치유와 회복은 프로그램 활동이 각 참여자에게 고유한 시간 체험의 매개가 되었기에 가능했다. 예컨대 공예품 창작 활동의 경우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 매우 긴 시간 필요했고, 실수하지 않기 위한 높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이때 몰입한 행위자의 내면은 주변에서 자극이 있더라도 그것이 전달되지 않는, “그냥 백지”와 같은 일종의 무아지경의 상태가 조성되며, 그러면서도 동시에 “엄청난 집중이 되면서 뭔가 생각을 하게” 되고, “옛날이든, 과거였든, 미래였든” 한 지점에 머무르는 정신적 체험이 발생했다(P01). 그 가운데 참여자는 세월호 참사로 상실한 누군가를 추모하면서 “두통이 올 지경”으로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그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근데 이게 왜 좋냐면, 좋다는 표현보다는 제가 유가족 학생들을 해봤잖아요, 버닝을. 이게 참 그냥 뭔가 그림을 막 그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 아이를 계속 바라보잖아요. 그쵸. 저는 그 OOO 선생님도(故단원고 교사), 버닝을 제가 했지만, 계속 바라보면서 기도가 돼요. 기도. 계속 그래 OO야(희생자 학생).. 그게 되더라고요. 그 기도가 너의 편안한 안식과 그리고 여기 힘들어 하면서 머물러 있는 가족, 엄마. 예.. 그렇게 사는.. 저는 그러더라고요. 선생님을 하면서도6) 제가 중간에 못하고 많이 멈췄어요. 오, 안 되더라고요.. 너무 힘들어가지고 머리가 막 아픈 거예요. 선생님을 막 이렇게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막 진짜 두통이 올 지경이더라고요. 그래서 하다가 이렇게.. 못 보겠는 거예요. 선생님을. 그래서 완성을 못하고 되게 오랫동안 힘들어 했어요. 근데 기도가 막 나와. 아, 우리 선생님. 정말 고마웠고, 진짜 예.. 그곳은 편안했으면 좋겠다라는 기도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이게 그냥 단순히 한 사람을 그냥 그린다? 이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P01)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참여자들의 이야기 역시 이와 유사한 지점을 드러낸다. 참여자들에게 있어 예술 작품을 스스로 구현하고 완성해 가는 작업은 과거에 같은 시공간을 살았던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것, “그 아픔을 기억하고 가족들도 생각”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F01).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재난 초기의 충격과 견디기 어려웠던 고통의 강도는 감소했지만, 참여자들은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하였다. 재난 이후 초기에는 죄책감이 프로그램 참여의 이유 중 하나였지만, 이후 피해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반복된 노력은 삶에서 하나의 실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 ‘무엇인가를 해야할 것 같다’는 의무감은 적극적으로 기억하겠다는 의지와 사회적 기억을 위한 자신의 역할 인식으로까지 이어졌다.

저희가 이 안산에서 그거 자체가 (⋯) 말로만 기억하고 추억하는 그게 아니라 정말 이거는 내가 끝까지 잊지 않고 그 끌고 가는 데 있어서 내가 행동으로 삶에 있어서 실천하는 어떤 영역으로는 하나쯤은 내가 가는 데 있어서 제 스스로 굉장히 대견하고요. (⋯) 늙어서까지 이걸 잊지 않고 뭔가 계속 그런 그 자리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죠. 네 그래서 좀 계속 지속적이고 이게 단발적으로 3년 5년 그러지 않고 뭐 5.18도 뭐 몇십 년 지나고 이렇듯이 이게 세월이 지나도 늘 이 지역과 우리나라가 이걸 기억하고 그걸 추억하는 음악회 정도는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자리에 저도 있을 거고요. (F04)

처음에는 죄책감으로 시작한 이게 제 삶 전반에 이제 파고들었고 그리고 제가 지금 인천 지역에서 근무하고 서울하고 이렇게 왔다갔다 하지만 어쨌건 이 안산에서 세월호와 관련된 이 뜻깊은 모임을 지속적으로 제가 하고 있다는 데 있어서도 어 좀 죄책감도 덜하고 그리고 어디가서도 좀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 (F04)

한편 프로그램 활동의 성격도 아픔의 극복과 치유에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예품 만들기의 경우 사람에 따라 높은 수준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활동으로, 해당 작업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는 참여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참여자의 언어에서 활동 자체의 긍정성이 가장 극명하게 두드러진 경우는 음악 관련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들은 음악 자체가 주는 치유의 힘을 강조하였다. 치유와 회복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해당 활동에서 참여자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높은 수준을 달성하느냐가 아니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감정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언어를 넘어선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영적인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예술 활동 그 자체를 접하는 것, 그리고 같은 활동을 하는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저는 음악만큼 그 마음을 이렇게 치유할 수 있는 거는 없다고 생각해요 ⋯ 물론 사람의 상담이나 어떤 것도 말로 위로하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이거는 감정적인 부분이잖아요, 정서를 건드리는 거잖아요, 그다음에 약간 영혼까지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P03)

아휴, 틀리면 틀리는 대로 그냥 즐겁게만 부르면 돼요, 그러니까 이 마음을 달래는 데 힘쓰지 뭐 누구한테 잘 해 보이련다, 선생님도 별로 연습도 안 해요, 그냥 잘하고 있대요, 다 틀려. (P04)

4. 관계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 개인의 역량 강화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개인의 역량 강화를 체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적인 성장과 성취의 경험은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프로그램 참여 동기를 고취하였고, 활동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프로그램 외적인 추가적 노력으로까지 이어졌다. 프로그램에서 장단기적으로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과 결과는 참여자들에게 보람과 뿌듯함, 만족감, 자부심을 가져다주었으며, 활동을 통해 가정에서의 불화가 줄어들고 “성격이 모난 부분이 좀 많이 누그러진” 것 같은 개인의 성격 변화로 체험되기도 했다(F02, F05). 참여자들의 언어 속에서 역량 강화 체험은 한편으로 온전히 개인적 차원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타났다. 프로그램 활동 전에는 부재했던 개인적 능력이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계발되거나 향상되었고(F05), “버벅거림에서 좀 탈피하기 위해” 프로그램 활동을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만들고 이를 통해 “내가 상상한 대로 이루어냈다”는 이야기(F01)는 역량 강화의 개인적 차원의 일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로그램 활동을 하면서 참사 경험을 반추하며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욕심”을 포기하고 삶에 대한 질적으로 변화된 관점을 획득한 참여자의 이야기 또한 유사한 지점으로 이어진다(P01). 요컨대 프로그램 활동은 참여자 P02가 이야기한 것처럼, 참여자들에게 하나의 도전이면서도 성취와 성장, 보람이 개재된 복합적인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진짜로 만드는 거는 또 만들어서 가져가는 것 내가 만들었다면 어떤 재미 그거는 뭐 하나도 정의하기는 그렇고 좀 복합적이죠, 그냥 단순히 막 웃고 즐기고 이런 재미가 아니라 힘들어도 보람 있고 힘들어도 뭐 성취감도 있고 바빠도 어 이런 것도 내가 한번 해보네, 참여해보네 또 새로운 거에 대한 도전 같은 거. (P02)

참여자들의 개인적 역량 강화 체험은 명시적 언어로 개인적 차원에 속한 것으로 드러날 때조차 타인과의 관계성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다시 말해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간과 노력에서 발현되는 역량 강화는 개인의 내적 차원에서 종합되었지만, 그러한 체험은 자신의 가족,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타인, 같은 지역 공동체에 소속된 이웃이 그 활동에 반응하는 방식 또는 특정 방식으로 반응하리라는 기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앞서 “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던 참여자의 경우, 프로그램 활동에서 새로운 능력의 습득은 미래에 자신의 자손들과 함께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향후 교육 자원봉사를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토대로 했기에 긍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프로그램 외부에서 추가적 노력을 기울였던 경우도, 그것이 단지 개인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활동을 통해 “우리 지역에 또 모르는 많은 사람들한테 하나의 메시지를 주고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제가 거기에 좀 심취해서 연주를 해야될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프로그램 활동은 개인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러한 성취감은 그 결과물을 보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며 긍정적 피드백을 주는 가족들의 존재(P01), 그리고 프로그램 성원이 서로를 지지하며 “서로 밀고 당기는 힘”으로 강화되었다(F04).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변화된 인생관은 내적인 성찰과 깨달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 대해서도 “돈 많이 벌어와, 일 열심히 하고와”가 아니라 “오늘도 잘 갔다 오고, 재미있게 하고 와, (…) 내가 도와줄게, 내가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졌다(P01). 즉, 프로그램 활동은 참여자가 명시적‧잠재적 타인에 대한 인식과 개인적 성취 및 성장이 선순환적 관계를 맺으며 역량 강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이는 프로그램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동인이 되었다.

음악을 하니까 그 힘든 것이 음악 쪽으로 관심이 가고 어 음악을 통해서 뭔가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막 노력하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좀 바뀌게 되고 저는 그게 좋았어요, (⋯) 밖에서 만났으면 아마 그냥 인상 탁 쓰고 지나갔을 분들도 많을 텐데 여기 오면 다 좋아요, 다 나 다 좋아해주시고, 그런 부분들이. (⋯) 좋은 착각하면서 살래요, 이렇게 계속 유지되는 어떤 비결인 것 같고요, 바람이 있다면 요런 거에 여기 지역 주민들이 많이 와서 많이 참석해서 힐링되는 시간 좀 가졌으면 좋겠어요. (F03)

우리가 느끼는 걸 이 지역 주민도 아 저 처음에는 아우 그냥 틀려도 이런 시각으로 앉아계셨거든요, 막 박수쳐주고 딱 그 분위기가 느껴져요, 그런데 매번 보잖아요, 우리를 볼 거니까 그러면 성장해 가는 것도 볼 거란 말이죠, 그런데 거기서 지역사회에서 뭔가 꾸준히 이런 게 가면 그게 이제 같이 성장하고 같이 키운 느낌이고 그래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그런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그럴 거 같아요, 그런 보는 사람도 바뀌거든요, 보는 시각이 우리를 봐주는 그 시각이 달라지는 게 보여요, 보면 반응이 달라요. (F04)

5. 주민 간 관계성 형성 및 회복: 유가족에 대한 이해

마지막으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주민들과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차적으로 프로그램 활동은 그 자체로 관계 형성 및 강화의 계기가 되었다. 기존에 프로그램이 수행되었던 동사무소나 여성회관 같은 공적인 분위기에서 기술과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따라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환대하는 “반김”이 있고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받으며 휴식할 수 있고 참여자 개개인이 원하는 것을 허용해주는 살가움이 있었다(P01). 참여자들은 프로그램 활동 관련 자신의 역량 강화를 통해 만족감을 얻기도 했지만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지역성과 공동의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노란 리본 만들기 활동을 계기로 다양한 프로그램 콘텐츠 기획과 참여를 함께 했던 한 참여자의 이야기는 이 지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마을이 친해지다 보면 마을 사업이 아니고 저희가 뭐 사업을 한다고 거창하게 뭐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친해지고 우리 마을이 좋아지게 하면 그게 마을 사업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해요. (⋯) 이 사업을 내는 목적이 ‘00동도 있다’ 우리 애들이 가서 그러니까 청소년들이 가서 기죽지 말라고, 야 00동에 없는 건 많지만 야 우리 리코더 이런 사업도 하고 이런 대회도 있고 이런 잔치도 있고... 있는 것 좀 자랑하고 다니라고 좀 그래서 00동에서 떠나려는 생각 말고 00동도 이런 거 있으니까 좀 정착해서 살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 (P06)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참여자들은 활동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지역 공동체의 실태와 현안에 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증가되었다. 프로그램 공간은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과 같은 공간이 되었고, 참여자들은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해서 알아감과 동시에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며 지역 공동체 관계망을 형성했다. 프로그램 활동의 시작은 “비누 한 개, 자수 한두 개(P02)”와 같이 미약했지만, 그렇게 시작된 활동의 시공간은 프로그램 외부의 다른 지역 주민 및 타 프로그램에 연계될 수 있는 물꼬를 터주었고, 대규모 자원봉사 활동과 같은 보다 광범위한 시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참여자 개인의 역량 강화를 넘어 참여자가 자신이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속감과 상호성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글쎄 활동을 이렇게 사실은 된게 계기는 고공주7)였거든요, 사진. 그래서 여기에서 이렇게 사진을 배우다가 동네분들도 많이 알게 되고 해서 그다음 연결이 편집위원 그다음에 이제 희망마을 연결 연결이 됐는데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냐면 조금 아 내가 동에 뭔가 일을 하는게 내가 주민으로서 우리 내가 사는 내 동이 우리 동이란 약간 소속감 같은 게 생기는 거 같아요, 예전에 서울 살 때는 좀 그런 거는 사실 없었던 거 같거든요, 좀 번화화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그런 동네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런 소속감 같은 거는 사실 없었는데 조금씩은 그런 게 생겨 생기고 또 동의 일이라는 게 이제 편집위원을 하고 있으니까 동의 일을 좀 이렇게 알게 되잖아요, 아무래도 그런데 다 가면은 학교 엄마 동네 엄마 다 주변 지인이에요, 생각해보면 그래서 아 저 사람이 이런 일 하면 한번 도와주지 나 시간도 있고 힘도 있는데 좀 도와주면 되지 약간 이런 생각 그래서 하나 둘 하다 보니까 나도 재미를 느끼고 내가 일을 하는 게 뭐 큰 뭐 일을 해서 보람이 아니라 그냥 하다못해 저런 꽃이라도 만들어 드리면은 아 여기 힘드실 텐데 조금 보탬도 된다. 그리고 또 이런 4.16 이제 뭐 3주기 같은 때 나도 뭔가 여기에 내 마음이 있다는 거를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거 그래서 조금 사실은 바빠요. (P02)

한편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때로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어색하게, 또는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만나며 이들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선입관을 없애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의 토대를 제공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비유가족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안산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었으며, 마땅히 지역 공동체 회복의 공동 주체이자 동시에 서비스 지원 대상이었다. 그러나 전술한 것처럼,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적 맥락은 같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 유가족 대(對) 비유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분열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고, 이러한 양자의 단절은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또는 서로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거리두기로 심화되었다. 참여자 중에는 프로그램과 별도로 사적 원조 활동을 통해 이웃으로서 유족들과 관계를 맺으려 노력한 이들도 있었지만, 당시 지역에서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을 넘어서 지역민들이 접촉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따라서 각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서는 유가족들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유가족들과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오해와 왜곡을 완화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나는 그 나아질 수 있는 방법들이 어, 계속 관계를 유지해야 된다고 보거든요. 접촉을 해서. 계속 어떤 접촉이든 계속 접촉을 해서 나는 그런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 서로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만들어 준거잖아. 일대일로 만나서 못하는 얘기들을. 누가 또 좌절하고 상처 줄까 봐 얘기하기 조심스러운데 이 자리를 깔아놓고 그러니까 얘기 한번 해보자. 뭐, 어떻게 지내? 뭐 이웃 주민 만나듯이 그냥 이렇게 그러다 보면 서로 세월호 얘기도 좀 나오고. 아, 그랬구나. 뭐 얘기도 나오고. 이게 소통이 되는 것들이 되다 보니 자기들이 좀 답답하고 말 못 했던 것들이 조금씩이라도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고, 유가족도 좋아하고, 주민들도 좋아하고. (⋯) 유가족들도 웃고 싶고, 친해지고 싶고 방법을 모르는 거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내가 이렇게 했을 때 저 사람들이 손가락질 안 할까? 욕 안 할까? 그런 두려움들이 서로가 같이 유가족은 유가족,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조금씩 있는 거지, 불편함 그런 마음들이. 그런 것들로 우리는 좀 걸러주는 작업을 단체들이 좀 했으면 좋겠다. 연결해 주고 어, 그런 작업들로. (P07)

실제로 참여자들은 자신이 활동했던 프로그램에서 같은 프로그램 참여자로서 유족들을 만났고, 함께 무언가를 배우거나 일상을 보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고 한 사람의 주민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을 경험한 한 사람으로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프로그램 활동 내용에 따라 때로는 서로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었고, 때로는 이전보다 가까워진 물리적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하며 안에서 심리적 거리 또한 줄어들었으며, “섣부른 위로”가 아니라 “진상규명이나 사건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라는 식의 관계 맺기 방법(P02)도 배우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와서 그냥 선생님한테 저흰 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르니까 유가족분들한테 그냥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얘기하고 같이 우리 배우고 있는거 배우고 하는 게 저한테도 그게 좀 뭐랄까 조금 더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까 그 언니랑 그 얘기를 하다가 아 이게 우리도 나름의 트라우마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극복을 해나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유족과 거리감을 느끼는 가운데에서도] 음 근데 여기로 오면서는 조금 그게 편해졌고 또 그분들을 얼굴을 바라볼 수가 있다는게 저한테도 굉장히 좀 힘이 되고 네 좀 그랬던 거 같아요. (⋯) 그래도 바로 한 공간에 옆에서 선생님하고 얘기하면서 배우고 가르쳐주시고 하니까 조금 뭐 진짜 거리감이 그냥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4.16 유가족에서 동네 주민이 된 느낌이 된 듯한 느낌 내 그냥 정말 아기 잃은 엄마라는 생각이 좀 더 들더라고요. (P02)

그 어떤 (유가족) 어머니 오셔가지고 이제 아들 그렇게 사고 당한 거 얘기하시고 막 이렇게 하시는데 너무 안쓰럽고 진짜. 뭘 이렇게.. 직접 가족이 아니라서 내가 아무리 뭐, 이렇게 슬퍼는 하지만 어떻게 그 마음이 이해가 가겠어요? 안쓰럽고. 어떻게 위로가 얼마나 되겠어요. 사실은. 근데 그나마 이제 그때 공연 때 저희들이 이제 막 이렇게 연주하고 찍은 화면. 아휴, 그분들이 이제 딱 이렇게 같이 참여해 주시고 또 감사하다는 표현도 하시고 이런 거 보면 뭔가 도움이 됐나보다. 그런 마음이 좀 들었어요. (P05)

Ⅴ. 결론

본 연구는 안산 지역 주민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어떠한 경험을 하였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를 통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참여자들의 이야기는 안산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역 차원의 위기에 직면했으며, 재난 발생 시 지역을 단위로 한 지원과 개입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세월호 참사는 비자연재난으로 안산 지역 자체의 물리적 환경 변화는 부재했음에도 재난 이후 안산 정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공간 감각은 변화했다. 안산 지역은 피해자들에 대한 슬픔과 애도뿐만 아니라, 애도의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세월호를 둘러싼 지역사회 내 이슈에 압도되었다. 기억과 망각,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문제에 관한 불신과 오해, 갈등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 분열을 야기했고, 이와 같은 상황은 참여자들이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할 당시 맥락적 조건으로 이야기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참여자들의 프로그램 참여 경험은 재난으로 인한 슬픔과 우울, 죄책감을 동반한 심적 고통으로부터의 벗어남과 프로그램 활동을 통한 역량 강화의 과정으로 요약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예술 관련 학습형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참여자들의 의식에서 중요한 의미는 기법적 발전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었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서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기분 전환을 하거나 유대감 또는 소속감을 느꼈다. 일부는 활동 중에 자신만의 깊은 내면의 세계로 빠져들어 망자를 기억하거나 추모하고, 또 다른 이들은 활동을 매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카타르시스적인 위로를 얻는 방식으로, 또는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재난을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주체로 거듭나는 방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구성해 나아갔다. 특정 기술 습득은 개인적 회복에 선행하는 조건은 아니었으나 일부 참여자의 경우 이 점이 내적 치유와 선순환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전반적인 면접 내용과 분석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참여자들에게 프로그램은 자신이 당면한 어려움을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공동의 작업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자조적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참여자들은 프로그램 활동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같은 프로그램 참여자로서 또는 해당 프로그램 활동을 매개로 다른 유가족들과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접점의 형성은 서로에 대한 무지와 오해, 상처에 대한 우려로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양자 사이의 벽을 허물었고, 유가족은 “아이 잃은 엄마”로서의 존재로, 비유가족 주민은 함께 아픔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로 관계 맺을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될 수 있었다. 비유가족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유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서로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 네트워킹을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였다. 나아가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다른 이웃들과 만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이러한 관계를 통해 다른 자원에 관한 정보를 얻고 활동 반경을 확장하는 장으로도 기능하였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자들은 실천 현장에서 재난 이후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가에 관한 실천적 함의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먼저 재난 지역 사회복지 실천 영역에서는 재난의 성격과 관련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며, 잘못된 정보로 인해 지역 내에서 발생한 오해와 불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 공동체 구성원의 치유와 성장,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경우 고도의 기술을 습득하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목적 지향성보다는 재난 당사자와 비당사자 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형성하고 성원이 서로와의 일상적 관계 맺음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우선순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공유된 고난 경험을 기반으로 형성된 자조적 관계들이 유지 및 강화된다면, 이러한 관계들은 당면한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됨을 넘어서 추후 새롭게 다가올 재난을 대비하는 사회적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재난 이후 지역 공동체 주민들이 형성한 회복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관리 또는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지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주로 40~50대의 중장년층으로 구성되어 그 외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들을 포함하지 못하였다. 또한 참여자 중 여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성별 균형이 확보되지 못하였으며, 재난 생존자 또는 유가족의 경험이 포함되지 못하였다. 이에 본 연구자들은 후속 연구에서 참여자 구성과 관련해 상기 한계점들이 보완되어야 할 것을 제안한다.

Notes

3)

주민들과 유가족 간의 만남을 위해서 계획된 프로그램으로 분기별로 동주민센터 옥상에서 함께 공예품을 만들고 식사도 하며 소통하는 방식의 콘텐츠

4)

관점에 따라 자료 수집 시기가 본 연구의 한계로 비춰질 수 있어 이와 관련해 자료의 텍스트성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본 연구의 자료는 안산시희망마을지원단의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성과 평가 연구의 일환으로 2017년도에 수집되었다. 이 시기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아직까지 안산 지역에서 재난의 여파로 인해 지역 사회에 분열과 갈등이 만연했던 시기이며,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발달 초기에 해당한다. 만약 현재 시점에서 당시 참여자들을 면접한다면 이후 오랜 시간을 거치며 생성된, 다른 잠재적 의미를 담은 자료가 수집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목적은 재난이 발생한 이후 프로그램이 수행되던 바로 그 당시의 프로그램 참여 경험이 어떠한 의미였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때문에 당시의 시간성이 반영된 해당 자료가 연구의 목적에 적합한 자료임은 부정할 수 없으며, 자료 수집 시기로 인해 자료의 타당성이나 적절성이 절하된다고 볼 수는 없다. 본 연구자들은 해당 자료를 이 시기에 수집된 이야기에서만 드러날 수 있는 현장성과 시간성이 반영된 역사적 자료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 자료를 통해 최근까지 학계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참여자들의 경험을 드러내는 학술적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5)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재난 관리 시스템의 취약성과 사회 정의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고,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 분야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되물을 정도로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한 보상프레임의 언론 보도, 유가족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한다는 루머, 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정치적 담론의 역동은 당사자 대 비당사자 구도의 분열을 야기했으며, 이는 단식농성을 하던 유가족의 옆에서 ‘폭식 투쟁’으로 이들을 조롱했던 장면으로 여실히 표출되었다(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2015, pp.22-24). 실제 참여자들의 이야기에서도 “(생존자는) 원하는 대학에 아무데나 골라간다며. 땡 잡았네. 뭐 해준다며, 좋겠다(P01).”라는 이야기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상 다 받았잖아.’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P07).”라는 연구 참여자들의 이야기는 안산 지역에서도 보상 프레임 및 왜곡된 정보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6)

우드버닝 프로그램에서 나무에 희생자들의 얼굴을 새기는 활동을 의미한다.

7)

공동체 회복을 위해 세월호 집중 피해지역인 고잔1동에 만들어진 ‘고잔1동 공동체 주민모임’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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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knowledgement

본 연구는 안산시의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하였던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성과 평가 연구」 내용 중 일부를 수정 및 보완하여 작성되었음. IRB No. SKKU-2017-02-007


투고일Submission Date
2022-07-31
수정일Revised Date
2023-02-01
게재확정일Accepted Date
2023-02-03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