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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제43권 제4호Vol.43, No.4

editorial

사회서비스 공공성과 유연성의 개념 변화: 상충에서 조응으로1)

Changes in the Concept of Publicness and Personalisation in Social Services: From Conflict to Alliance

1. 사회서비스 공급과 이용의 두 담론

‘사회서비스 공급은 공공적이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이의가 없을 것이며, ‘사회서비스는 이용자에게 맞게 유연해야 한다.’라는 명제에도 반대가 없을 것이다. 이 두 명제를 결합하면 ‘사회서비스는 공급에서 공공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이용자에게 맞게 유연해야 한다.’가 된다. 그런데 공급 측면을 강조하는 공공성과 이용 측면을 강조하는 유연성은 상충할 것 같은 의심이 생긴다.

그래서 챗GPT에 ‘사회서비스에서 공공성(publicness)과 유연화(personalisation) 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질문해 보았다. 다음 표로 요약되는 답을 내놓으면서, ‘이 두 개념은 상충하는 가치를 대변하며, 두 가치 간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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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챗GPT가 말하는 공공성과 유연성의 상충 관계

구분 공공성 접근 유연화 정책
통일성과 개별성 평등한 처우를 받도록 표준화된 서비스 개인의 선호에 맞는 개별화된 서비스
책임성과 재량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를 통한 책임성 개별화된 지원을 위한 일정 수준의 재량과 사적 측면
표준과 자율 전문가 재량보다는 표준화된 프로토콜 개인 욕구 충족을 위한 전문가의 높은 자율
안전과 위험감수 안전을 강조하고 위험을 최소화 개인의 선호에 따라 일정 수준의 위험 감수

챗GPT가 말하는 것처럼 사회서비스 공급의 가치인 공공성과 서비스 이용 측면을 강조하는 가치인 유연성은 상충할까? 어느 한쪽을 높이면 다른 한쪽을 희생해야 하는 관계일까? 정말 그런지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2. 공공성, “소유로 구분하는 예리함에서 가치로 포섭하는 넉넉함으로”

사회서비스는 사람에 대한 치료, 지원, 공감이 전달되는 활동을 제도화한 것으로 사람 관계가 복잡한 만큼 서비스 활동에 대한 정부의 비용지불 방법도 변화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은 민영화, 시장화에 대항하여 공공 가치를 회복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이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공공성의 수수께끼(publicness puzzle)’를 풀려는 노력이 공공행정 분야에서 이어졌는데, 이 과정을 통하여 공공성 논의는 핵심 접근(core approach)2)에서 다차원 접근(dimensional approach)3)으로 전개되었고, 이어서 규범 접근(normative approach)4)으로 이어졌다(Anderson, 2012; Hall, et al., 2016; 김용득, 2019). 핵심 접근은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은 시장구조의 존재 여부, 소유권의 이전 가능성 등에서 명확히 구분된다고 보며, 공공성 강화는 민간조직의 축소와 공공조직의 확대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다차원 접근은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을 단순하게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조직의 정당성 확보와 자원 조달에서 정부의 영향 정도를 중시하며, 민간조직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지원으로 공공성이 강화된다고 본다. 규범 접근은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의 공공성 차이는 단순히 법적 지위나 정부의 관여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절차, 책임성, 사회적 기여 등 공공 가치에 충실한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공공성 접근이 소유를 강조하는 형식 중심에서 공공적 가치를 강조하는 내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은 시민과 이용자의 참여를 기반으로 공공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연결하는 공동생산, 공동체주의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Alford, 2016; 김용득, 2019). 경계를 강조하고 주체를 구분하는 예리한 공공성에서 체계의 특성과 주체의 본성을 존중하고 통합하면서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넉넉한 공공성으로 변화하고 있다(김용득, 2022).

3. 유연성, “자립, 선택, 시장에서 상호의존, 참여, 공동생산으로”

서구의 사회서비스는 의존모델(dependence model), 자립모델(independence model), 상호의존모델(interdependence model)로 순차적으로 변화되었다(김용득, 2019). 의존모델의 시기에는 동정에 기반한 보호적 서비스가 주를 이루었고, 자립모델의 시기에는 표준적 사회서비스가 소비자주의 기반으로 제공되었으며, 상호의존모델의 시기에는 공동체 접근이 강조되었다.

1980년대 이전 서구 복지국가에서 제공했던 사회서비스는 대형시설, 병원, 작업장 등에서의 분리 보호나 재활훈련이 주를 이루었으며, 이는 의존이 제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990년을 전후하여 자립모델이 등장하면서 서비스 수혜자로 인식되었던 사람들이 서비스를 선택하여 이용하는 지위를 가지게 되었으며, 이를 구현하는 데 시장 기제가 채택되었다. 자립모델을 구현하는 1차 유연화 정책에서는 이용자의 선택을 강조하는 자기 주도(self-directed) 지원이 강조되었다(Christensen & Pilling, 2014). 2000년대 중반기 이후 시장 기제가 사람들 간의 관계를 계약관계에 머물게 하고, 지역사회 참여와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사람들의 관계와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2차 유연화가 제안되었다. 이 시기의 서비스는 개별화된 지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공동체를 지향하는 특징을 가진다.

1차 유연화가 시장 기제를 통하여 이용자 선택을 강조하였다면, 2차 유연화는 이용자 선택제도 위에 이용자와 지원자의 협력과 지역사회 참여가 이루어지는 협동적이면서 관계 지향적인 서비스가 되도록 하는 전략이다(SCIE, 2022).

4. 공공성과 유연성, “상충이 아닌 조응의 관계”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공공성의 가치가 잘 공유되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서비스 이용을 통하여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지역사회 참여가 강화되어야 한다. 공공성은 제공기관으로 매개되지만 위압적이지 않은 평등한 서비스, 유연성은 금전(계약) 관계로 매개되지만 사람 냄새가 물씬한 따뜻한 서비스를 지향한다. 그래서 이 두 개념은 상충이 아닌 조응의 관계이다. 챗GPT의 답은 초기 공공성과 유연성의 개념에 단순히 머물러 있는 오류의 결과이다. ‘사회서비스에서 공공성과 유연성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며, 각 개념에 충실하게 수행되면 서로를 지지하는 조응 관계이다.’로 조만간 수정될 것이다.

Notes

1)

본고는 2023년 12월 13일에 개최된 한국사회복지학회 정책토론회 ‘사회서비스 고도화의 정책적 현황과 과제’에서 발표된 “사회서비스 공공성과 유연성, 개념과 동향”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2)

‘Emphasized ownership and formal legal status’(Perry & Rainey, 1988)

3)

‘Emphasized control in terms of the political and economic authority held by an organization as a way to distinguish between publicness and privateness’, ‘Political authority is defined as the extent to which the organization is subject to central government control’(Bozeman, 1987)

4)

‘Defining publicness as the extent to which an organization expresses attachment to and/or provides public values’(Bozeman, 2007)

References

1 

김용득. (2019). 지역사회 기반 복지관의 공동체주의 지향성 강화 필요성과 과제: 공공성 담론의 확장과 사회서비스 운영 원리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사회복지행정학, 21(2), 203-232.

2 

김용득. (2022). 보건복지의 공공성, 넉넉한 접근이 필요하다. 보건사회연구, 42(1), 5-6.

3 

김용득. (2023). 서회서비스 공공성과 유연성, 개념과 동향. 한국사회복지학회 정책토론회(사회서비스 고도화의 정책적 현황과 과제) 자료집. 한국사회복지학회. 11-16.

4 

Anderson S.. (2012). Public, private, neither, both? publicness theory and the analysis of healthcare organizations. Social Science & Medicine, 74, 313-322.

5 

Alford J.. (2016). Co-production, interdependence and publicness: extending public service-dominant logic. Public Management Review, 18(5), 673-691.

6 

Bozeman B.. (1987). All organizations are public: bridging public and private organization theory. San Francisco: Jossey-Bass.

7 

Bozeman B.. (2007). Public Values and Public Interest: Counterbalancing Economic Individualism. Washington, DC: Georgetown University Press.

8 

Christensen K., Pilling D.. (2014). Policies of personalisation in Norway and England: on the impact of political context. Journal of Social Policy, 43(3), 479-496.

9 

Hall K., Miller R., Millar R.. (2016). Public, private or neither? analysing the publicness of health care social enterprises. Public Management Review, 18(4), 539-557.

10 

Perry J. L., Rainey H. G.. (1988). The Public-Private Distinction in Organization Theory: A Critique and Research Strategy.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13, 182-201.

11 

SCIE. (2022). Co-production: what it is and how to do it. London: Social Care Institute for Excellence.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