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6-072X
알기 쉬운 요약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limitations of psychological and emotional support programs and donation culture in Korean children's hospitals and to examine the potential of the Seacrest Studios model in addressing these challenges. To achieve this,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12 experts from tertiary hospitals in Korea, and the data were analyzed using Colaizzi’s phenomenological approach. The findings indicate that Seacrest Studios can facilitate positive changes in the hospital environment by providing pediatric patients with opportunities for self-expression and offering caregivers much-needed respite from their caregiving responsibilities. Furthermore, leveraging media content to engage with the public was found to play a crucial role in enhancing the hospital’s public value and establishing a sustainable donation infrastructure. This study highlights the necessity of fostering a stable healing environment and psychological and emotional support in children's hospitals while providing practical strategies to promote a culture of giving. The findings can serve as a foundation for policy decisions and strategic planning for the future implementation of similar programs.
본 연구는 한국 어린이병원의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과 기부 문화 활성화의 한계를 탐색하고, 미국 Seacrest Studios 사례를 통해 이러한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 상급종합병원 소속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하고, Colaizzi의 현상학적 접근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Seacrest Studios는 환아에게 자기표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보호자에게는 돌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휴식의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병원 환경의 긍정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대중과의 소통이 병원의 공익적 가치 전달 및 지속 가능한 기부 재원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본 연구는 어린이병원의 안정적인 치유 환경 조성과 심리정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유사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정책적 결정과 실행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 의학과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아사망률은 현저히 감소하였으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지닌 소아청 소년 환자(이하 중증 환아)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만 24세 이하 소아청소년 중 중증 질환을 앓는 연간 유병 인구는 약 13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중 매년 1천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Kim et al., 2020). 중증 환아는 성인 환자에 비해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가 오랜 기간 병원에서 고강도의 치료를 받기 때문에, 환아 본인과 가족은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중증 환아와 가족의 고통을 완화하고 그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아청소년 호스피스·완화의료(이하 소아완화의료)가 대두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2023)는 소아완화의료를 중증 환아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여, 질병의 진단 시점부터 사별 이후까지 신체적, 심리적, 영적 돌봄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소아완화의료는 질병 치료와 병행되며 증상 관리, 치료 및 돌봄 계획 수립, 가족 상담, 심리·정서적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의료진,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적 접근이 요구된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소아완화의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여 1980년대부터 어린이병원과 지역 사회에 소아 완화의료를 도입하였다. 영국은 1982년에 세계 최초로 소아 전문 완화의료기관인 헬렌의 집(Helen’s House)을 설립한 이후, 지역 사회 기반의 독립형 소아완화의료 기관을 구축하여 환아와 그 가족에게 통합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김초희 외, 2019). 미국의 경우, 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소아완화의료팀을 운영하며, 자문형, 입원형, 가정형, 외래형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수혜자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다(Feudtner et al., 2013). 이와 같이 해외에서는 소아완화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소아완화의료가 중증 환아의 치료 및 돌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소아완화의료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2016년에 발표된 제3차 국가암관리종합계획에서는 소아 청소년 호스피스·완화의료 제공 체계 구축을 주요 과제로 명시하였다. 2018년에는 소아완화의료 시범 사업이 두 개 기관에서 시행되었고, 2025년 1월 현재 12개 기관이 소아완화의료 지원사업 기관으로 선정되어 참여하고 있다.
이는 중증 환아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한걸음 다가서는 진전이지만, 소아완화의료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들이 남아있다. 첫째, 중증 환아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심리·정서적 지원을 더욱 활성화하고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환아들은 병원을 두려움, 불안, 외로움, 지루함, 슬픔 등을 경험하는 낯선 공간으로 묘사하며(Coyne, 2006; Wilson et al., 2010), 사회적 고립, 낮은 자아존중감과 삶의 질을 보고하였다(Rennick & Rashotte, 2009). 이를 해소하기 위해 환아들은 병원 내 놀이 활동과 놀이 시설이 확충되기를 소망하고 있으며(전주영, 하성규, 2023; Coyne & Kirwan, 2012), 의료진 및 다른 환아들과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이고 있다(Lindeke et al., 2006). 또한 환아의 가족들 또한 자녀의 장기 입원으로 인해 극심한 육체적·심리적 소진과 경제적 부담에 직면해 있으며(Choi et al., 2020), 병원 내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나 기본적인 생활 편의 시설 등 가족에 대한 배려와 신체적, 심리적 돌봄을 필요로 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18). 이에 소아완화의료 체계 내에 환아와 가족을 위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이 존재하기는 하나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중증 환아와 가족들을 위한 치유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의 다양한 심리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환아, 보호자와 일반 대중에게 소아완화의료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중증 환아의 보호자 중 소아완화의료를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11%(보건복지부, 2018)에서 24%(윤혜선 외, 2018)에 그치며, 소아완화의료가 치료를 중단하고 자녀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보호자들도 존재한다(강경아, 황애란, 2012). 소아완화의료에 대한 일반인의 인지율을 조사한 연구는 현재까지 없지만, 중증 환아 보호자의 낮은 인지율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인지율과 이해도는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소아완 화의료가 개별 의료 기관의 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부 차원의 법적·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필수 의료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환아와 보호자의 인식 개선은 물론, 전국민적인 공감대와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소아완화의료를 범국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소아완화의료 체계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재정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소아완화의료 체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력 및 시설의 확충이 뒤따라야 하며(이규리, 김중백, 2024), 이를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병원은 낮은 원가 보전율로 인해 만성적인 적자에 직면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김민선 외, 2021). 결국 어린이병원은 현재로서는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마저도 수가 개선 없이는 소아완화의료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 차원에서 어린이병원에 대한 후원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이 기업의 단발성 고액 기부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일반 대중으로부터 소액의 후원금을 지속적으로 모금할 수 있는 가시적이고 접근성이 용이한 후원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어린이병원 내에 Seacrest Studios의 설립을 검토하고자 한다. Seacrest Studios는 미국의 유명 방송인 Ryan Seacrest가 설립한 Ryan Seacrest Foundation(RSF)의 핵심 사업으로 병원 내 라디오와 TV 구성 요소를 갖춘 방송 미디어 센터이다. 현재 미국 전역 14개의 어린이병원에 설립된 Seacrest Studios에서는 매주 25~40시간의 라이브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라디오와 TV쇼, 유명인 방문, 게임, 라이브 음악 공연, 생일 및 졸업 축하 행사와 같은 특별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Ryan Seacrest Foundation, n.d.). Seacrest Studios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아가 병원 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심리·정서적 발달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기존에 한국에서 시행된 환아 대상의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나아가 Seacrest Studios는 보호자에게 휴식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하여 심리적 소진을 덜 수 있도록 돕고, 미디어 매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대중으로부터 어린이병원으로의 기부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 상급종합병원 어린이병원의 각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통해 어린이병원의 전반적인 어려움과 환아 및 보호자와의 경험을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Seacrest Studios의 필요성, 기대효과와 도입 과정에서의 과제 및 실행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탐색하여 국내 도입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 어린이병원에서 환아의 정서적 발달을 촉진하고, 보호자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소진감을 개선하며, 지속 가능한 어린이병원의 기부 재원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공하여, 중증 환아의 치료 환경을 보다 선진화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소아완화의료는 환아와 그 가족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신체적, 심리적, 영적 지원을 제공한다(Himelstein et al., 2004). 이중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은 환아와 가족에게 심리적, 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기능한다. 국내 소아완화의료 체계에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은 주로 환아가 음악, 미술, 놀이 치료사와 같은 전문 인력과 치료적 활동을 하거나, 자원봉사자와 학습·창작 활동, 문화 행사, 고민 나누기, 또래 간 교류 등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환아와 가족을 대상으로 개별 및 집단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보건복지부, 2023).
여러 선행 연구에 의하면 소아완화의료 내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은 중증 환아와 그 가족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Warth 외(2019)는 소아완화의료를 받는 환아를 대상으로 심리 상담이나 음악 치료와 같은 심리사회적 개입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들을 메타분석하였다. 그 결과, 심리사회적 개입을 받은 중증 환아 집단은 무처치 집단에 비해 삶의 질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으며, 정서적 고통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Hudson 외(2010)는 중증 환아의 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정서적 지원의 효과를 검토한 연구들 을 메타분석한 결과, 심리·정서적 지원을 받은 가족들은 삶의 질이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울, 수면 장애, 정신적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문이지와 엄명용(2020)은 국내 소아완화의료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아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담하였으며,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이 보호자로 하여금 치료 상황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환아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신체적·정신적 소진을 경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과는 소아완화의료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이 중증 환아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1월 현재 국내 12개 기관이 소아완화의료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제공 형태는 기관마다 다양하지만, 대체로 환아가 머무는 병실이나 별도의 공간에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은 2015년부터 꿈틀꽃씨 쉼터를 개소하여 자체적으로 모금한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을 통해 심리정서지원 사업을 지속해왔다. 환아와 가족을 위한 별도의 시설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 맥도날드 하우스는 환아와 가족에게 개별 욕실이 있는 방, 식사와 조리를 위한 부엌, 도서관 및 놀이방 등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여 병원 근처에서 가족이 함께 머물며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RMHC KOREA, n.d.). 또한 일부 기관에서는 보호자와 가족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환아의 단기 의료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단기 의료 돌봄센터인 넥슨어린이통합 케어센터(도토리 하우스)에서는 환아가 보호자 없이 1회 최대 7박 8일, 연간 최대 한 달 동안 전문 의료진의 돌봄을 받으며 음악, 미술, 놀이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SNUH, n.d.). 경북대학교 어린이병원 중증 어린이 단기 입원 병동 또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설을 통해 보호자와 가족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2018년 소아완화의료 시범 사업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음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으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현재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국고와 일부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수가로 정형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환아와 가족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과 휴식·돌봄 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운영비가 소요되나, 현재 시행되는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은 개별 치료나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어, 대외적 홍보나 기부 활동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국민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지속적인 기부를 유도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Seacrest Studios는 미국의 유명 방송인 Ryan Seacrest가 설립한 Ryan Seacrest Foundation(RSF)의 핵심 사업으로, 소아완화의료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의 다각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병원의 대내외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어 일반인, 기업, 기관 등 다양한 주체로부터 기부를 유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미국 전역 14개의 어린이병원에 방송 미디어 센터를 구축한 Seacrest Studios는 환아와 보호자들이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환아가 라디오, TV, 뉴미디어를 체험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를 실시간 녹화하여 스튜디오가 설립된 전국 어린이병원에 방영함으로써 환아 간 상호작용과 경험 공유를 촉진한다. Seacrest Studios는 단순한 오락적 기능을 넘어, 환아와 보호자의 정서적 안정과 치료 적응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병원 내에서 운영되는 미디어 프로그램은 심리사회적 지원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으며, 다수의 연구에서 이러한 개입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Akard 외(2015)는 암을 앓는 환아들이 직접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경험할 때 감정 표현 및 가족 간 소통이 촉진되며, 보호자에게도 정서적 위안을 제공할 수 있음을 밝혔다. 또한 Chicas 외(2023)의 연구에서 수술을 앞둔 환아에게 아동 생활 전문가가 제작한 영상 자료를 제공한 결과, 수술 전 불안 수준이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이후 부적응 행동도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Kim 외(2024)는 중증 환아를 둔 보호자가 자녀와 함께 노래를 제작하고 기록하는 미디어 기반 개입을 경험했을 때, 보호-유대감과 양육 자신감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즉, Seacrest Studios와 같은 병원 내 미디어 활용 프로그램은 환아와 가족에게 실질적인 심리사회적 지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Seacrest Studios는 정서적 유대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미디어 경험과 더불어 기존의 병원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특별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가령 지금까지 Taylor Swift, Selena Gomez, Justin Bieber 등 1,200명이 넘는 유명인들이 방문하였는데, 이는 병원 구성원 모두에게 뜻깊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Seacrest Studios는 생일, 할로윈, 크리스마스와 같은 기념일에 빙고 게임, 특별 이벤트, 퀴즈쇼, 공연 등을 개최하여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직접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병실에서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으며, 전화와 문자, 메일 등의 연락 수단을 활용하여 스튜디오의 이벤트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도 있다(Boston Children’s Hospital, n.d.).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기존 한국의 소아완화의료 심리정서지원과 달리, 병원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색다른 활동을 질병 단계와 관계없이 제공함으로써, 환아와 가족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아울러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유대 감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Seacrest Studios가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은 그 자체가 방송 센터이기 때문에 소아완화의료 전반과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Seacrest Studios는 어린이병원에 방문하는 유명인을 홍보대사(celebrity ambassador)로 삼아 미디어를 통해 어린이병원에 대한 홍보 효과를 높이고 관심을 유도 한다. 유명인의 신뢰도와 매력도는 미디어 메시지의 설득력과 파급력을 높이며(Chu & Kamel, 2008; Hovland & Weiss, 1951), 이는 소아완화의료 전반과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의 취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유명인의 참여는 팬덤 효과를 일으켜 팬들이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과 관련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기부에도 동참할 가능성을 높인다(김지선, 2025. 1. 16.). 대표적으로, 미국 가수 Sabrina Carpenter가 Seacrest Studios에 방문한 이후 그녀의 팬들은 소셜미디어에서 #DontTwiddleYourThumbs 캠페인을 자발적으로 실행하며 RSF에 기부금을 전달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Beyond The Stage Magazine, 2017. January 26). 이처럼 유명인의 방문은 대중의 관심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기부 참여를 이끄는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여 기부 참여를 확대하고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Seacrest Studios는 TV, 라디오 등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어린이병원 기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환아와 보호자의 일상을 조명함으로써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 증진을 뒷받침할 기부 의향을 고취할 수 있다(Lindauer et al., 2020; Small et al., 2013).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활발한 쌍방향 소통은 환아와 보호자, 기부자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기부 참여의 동기를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Seacrest Studios는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대외로 송출하여 환아와 가족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 및 지역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여 기부와 협력의 가능성을 높인다. 가령 Boston Children’s Hospital(n.d.)의 Seacrest Studios는 Musicians on Call, My Music Rx, Pacific Marine Mammal Center 등 여러 단체와 협력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이를 통해 환아의 심리정서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중과 기업의 관심을 이끌어, 지속 가능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기부 기반을 조성하는 선순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본 연구는 Seacrest Studios라는 미국의 성공적인 어린이병원 심리정서지원과 모금 활성화 사례를 분석하여 한국 도입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음 <표 1>과 같은 연구 질문을 설정하고 상급종합병원에 종사하는 부서별 전문가들과의 1:1 심층 면담을 통해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였다.
구분 | 질문 |
---|---|
Seacrest Studios 도입은 필요한가? | 어린이병원이 직면한 문제점과 어려움은 무엇인가? |
환아 및 보호자와 대면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 또는 사례가 있는가? | |
Seacrest Studios 도입 시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 스튜디오 건립을 통해 환아와 보호자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
스튜디오가 기부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
Seacrest Studios 도입 시 과제와 전략은 무엇인가? | 스튜디오의 도입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가? |
스튜디오가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가? |
본 연구에서 설정한 연구 대상은 한국 상급종합병원에 종사한 경험이 3년 이상인 각 부서의 전문가이다. 상급종 합병원은 환자의 의료적 치료와 처치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있는 한편, 모금 업무를 담당하는 모금 컨설턴트 (philanthropy advisor), 예산 업무를 맡는 행정 연구원, 진료비 연계와 상담을 담당하는 의료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직업에 따라 병원에서 발생하는 상황과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다각적인 시선을 담고자 행정, 의료, 사회복지로 구분하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어린이병원의 안정적인 치유 환경 조성과 심리·정서적 지원 체계를 위한 방안을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기에, 의료진은 환아의 치료에 직접 관여하는 소아청소년과 소속으로 한정하였다. 또한 본 연구의 참여자는 Seacrest Studios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하였으며, 일부 참여자는 Seacrest Studios를 국내 특정 병원에 도입하고자 한 실무자들로서 Seacrest Studios에 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다른 참여자들에게도 면담 전 스튜디오의 개념과 주요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자료를 제공하여 사전 숙지를 돕고, 면담 직전 추가 브리핑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첫 번째 참여자는 제1저자가 소아완화의료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쌓은 개인적 친분을 통해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이후 참여자는 유의 표집법(purposive sampling)과 눈덩이 표집 방법(snowball sampling)을 활용하여 선정하였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총 5개의 상급종합병원에서 12명의 참여자를 모집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선정된 연구 참여자 특성은 다음 <표 2>와 같다.
연번 | 연구 참여자 | 분류 | 직업 | 경력 연차 |
---|---|---|---|---|
1 | A1 | 행정 | 모금 컨설턴트 | 23년 |
2 | A2 | 행정 | 행정 연구원 | 4년 |
3 | A3 | 행정 | 모금 컨설턴트 | 26년 |
4 | M4 | 의료 | 의사, 교수 | 20년 |
5 | M5 | 의료 | 의사 | 6년 |
6 | M6 | 의료 | 의사, 교수 | 25년 |
7 | M7 | 의료 | 간호사 | 25년 |
8 | M8 | 의료 | 간호사 | 4년 |
9 | M9 | 의료 | 간호사 | 10년 |
10 | S10 | 사회복지 | 의료사회복지사 | 5년 |
11 | S11 | 사회복지 | 의료사회복지사 | 5년 |
12 | S12 | 사회복지 | 의료사회복지사 | 5년 |
본 연구의 자료는 2024년 8월 19일부터 2024년 11월 1일까지 수집했다. 10명의 참여자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확보한 시점에서 데이터 포화 상태에 도달하였음을 확인하였으며, 이후 추가로 2명을 대상으로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한 결과, 새로운 내용이 도출되지 않음을 확인하고 면담을 마무리하였다. 자료의 명확성을 확인하거나 추가적인 의견이 필요한 경우, 연구 참여자가 선호하는 방법을 통하여 추가 자료를 확보하였다. 면담은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기반으로 약 60분에서 100분 동안 진행되었으며, 연구 참여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 면담 내용을 녹취한 후 전사하였다.
면담 질문은 한국 어린이병원(소아청소년과)과 모금의 현 상황, 환아 및 보호자의 병원 생활과 환경, 환아와 보호자에 관하여 기억에 남는 경험, 스튜디오 건립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와 고려해야 할 점, 한국 어린이병원의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 확대 방안과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연구자는 상급종합병원 전문가로서 병원 운영의 현실적인 제약, 심리정서지원의 필요성 및 현황, 기부 문화의 한계 및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 개방형 질문에서 시작하여 점차 초점 질문으로 범위를 좁히며 면담을 진행하였다.
녹취된 면담 자료는 Colaizzi(1978)가 제시한 현상학적 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그가 제시한 분석 절차는 면담 내용 전사, 전사 내용의 반복적 숙독, 주제와 관련된 의미 있는 진술 추출, 추출된 진술을 바탕으로 한 의미 구성, 그리고 도출된 의미의 주제 범주화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본 연구의 목적은 Seacrest Studios라는 미국의 특정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어린이병원의 안정적인 병원 환경 조성과 심리·정서적 지원 체계의 성공적인 운영 방안을 탐색하고, 이를 한국에 도입할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있다. 해당 분야는 이제까지 알려진 바가 제한적이며, 학문적 논의와 실증적 연구가 충분히 체계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Colaizzi의 현상학적 연구 방법은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핵심적인 의미를 도출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Colaizzi의 현상학적 연구 방법은 연구자가 참여자의 주관적 경험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도, 공통된 경험의 패턴을 체계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다. 본 연구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 종사하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하였기에, 참여자의 진술로부터 심리·정서적 지원과 병원 운영 실태에 대한 핵심적인 의미를 도출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범주화함으로써 병원 환경 조성에 대한 실질적인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분석 과정을 거쳐 도출된 의미들은 최종적으로 세 가지 범주(1. Seacrest Studios 도입의 필요성, 2. Seacrest Studios 도입 시 기대효과, 3. Seacrest Studios 도입을 위한 과제와 전략)로 분류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료의 포괄적 기술을 본질적 구조로 통합하여 정리하였다.
본 연구는 Lincoln과 Guba(1985)의 엄밀성 평가 기준을 적용하여 연구의 사실적 가치, 적용성, 일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하여 질적 연구의 엄격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첫째, 연구자는 연구의 사실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의 진술을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하고자 면담 내용을 반복적으로 숙독하고 검토하였으며,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참여자 검토 과정을 수행하였다. 또한 연구자 삼각 측정(triangulation)을 통해 연구자 간 해석의 일관성을 검증하였다. 검증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한 경우, 연구자는 불일치가 나타난 부분에 대해 원자료를 면밀히 재검토하고, 기존 연구 및 이론적 근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둘째, 연구의 적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의 경험이 실제 맥락에서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을 수집하였으며, 자료의 포괄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 간 경험의 차이를 고려하였다. 또한 면담 과정에서 연구자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개방형 질문을 활용하여 연구 참여자의 경험이 왜곡 없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연구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의 전 과정에서 동일한 분석 절차를 적용하고, 연구자의 주관적 해석을 최소 화하기 위해 코드 및 범주화 과정을 반복적으로 검토하였다. 넷째, 연구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의 각 단계에서 동료 연구자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였으며,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자 간 독립적인 분석을 수행하였다. 또한 연구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 과정과 분석 절차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연구 참여자의 피드백을 반영함으로써 자료 해석의 편향을 최소화하였다.
연구자는 경희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로부터 연구 승인(IRB No. KHSIRB-24-212)을 받아 연구 참여자들의 권리를 보호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는 연구자와 이해관계가 없으며, 자신의 이익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고 자발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참여자로 구성하였다. 연구자는 면담에 앞서 연구 목적과 방법, 비밀 보장, 연구 참여 중단의 권리를 설명하였고, 연구 종료 후 참여자에게 참여에 대한 사례금을 제공하였다. 본래 한 상급종합병원 내에서 만 참여자를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의료 공백의 장기화로 인해 전국 병원으로 모집 단위를 확장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심층 면담을 통해, 한국 어린이병원의 환아와 보호자를 위한 심리정서적 지원 환경과 모금 상황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였다. 수집된 자료를 기반으로 20개의 의미 단위를 추출하였고 이를 분석한 결과, <표 2>와 같이 3개의 주제와 6개의 하위 주제가 도출되었다.
상위범주 | 하위범주 | 의미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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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정서지원 증진을 위한 Seacrest Studios 도입의 필요성 |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 환아와 보호자의 병원 환경 |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한 정서적 고립 |
병원 생활로 인한 사고 변화 | ||
병원에서의 일상 경험과 치유 환경 조성의 필요성 | ||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 어린이병원 모금 | 병원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심리적 거리감 | |
단기적 지원 중심의 병원 기부 | ||
치료비에 집중된 병원 기부 | ||
병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 | ||
Seacrest Studios 도입 시 기대효과 | 어린이병원의 지속적인 기부 재원 조성 | 유명인 방문을 통한 긍정적 영향력의 확대 |
잠재 기부자의 유입 가능성 | ||
병원 기부의 접근성 강화와 인식 확산 | ||
치유 환경 조성이 환아와 보호자에게 미치는 영향 | 병원 환경과 질병 인식에 대한 환아의 심리적 변화 | |
환아의 신체적 치료 효과 도모 | ||
환아 돌봄에서 보호자의 역할과 자기 돌봄의 균형 | ||
병원의 치유 환경 조성과 기부의 선순환 | ||
Seacrest Studios 도입을 위한 과제와 전략 | Seacrest Studios 도입을 위한 과제 | 신체 노출의 민감성과 정보보안법 |
의료와 비의료의 경계선 허물기 | ||
대중의 부정적 인식 전환 | ||
형평성 문제와 우선순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 ||
Seacrest Studios 도입을 위한 전략 | 사회적 명분 개발과 공감대 형성 | |
적극적인 기부 피드백과 예우 |
전문가들은 환아들이 병원의 낯선 환경에서 경험하는 정서적인 어려움과 걱정, 병원 생활과 환경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환아가 “무서움”(A2), “죽음의 두려움”(M9)을 경험하며, 병원을 “불편한 공간”(M5)으로 인식한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환아의 심리적 지원을 담당하는 의료사회복지사 S11은 병원의 제한된 공간이 인간관계의 단절을 일으키며, 어린이가 사회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의사 M6은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 환경에서 소아 희귀질환 환자들이 서로 다른 질병을 지닌 아이들과 한 병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으며, 각기 다른 증상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제한된 공간이라는 것 자체가 되게 큰 것 같아요. (…) 아이들이 친구들, 또래들이랑 놀고, 배우고, 사회화를 겪어야 되는데, 아무래도 치료를 하다 보면 외래를 왔다 갔다 하거나, 항암 치료를 하거나, 아니면 에크모를 달고 있어서 아예 움직일 수가 없다거나. 그런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친구 관계도 많이 단절되는 것 같아요. 당연히 학교 수업, 학원 수업 이런 것도 못하기 때문에 아이가 배우는 부분에 있어서도 중단이 되는 게 커요. 부모님들도 거기에 대한 걱정이 많았고, 아이들도 ‘친구들이 나를 잊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공통점이 없어진다는 두려움도 분명히 많았던 것 같아요.” (S11)
“소아 희귀질환 환자들은 서로 다른 질병의 아이들이 한 방에 모여 있게 돼요. 저 아이는 새로 진단받은 백혈병 아이, 나는 재발한 뇌종양 환자 (…) 어떤 아이는 계속 석션하고 모니터링 하면서 삐삐삐 소리가 나는데 다른 아이는 그런 소리를 계속 들어야 되니까 사실 저는 편안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M6)
의료사회복지사 S10은 특히 특정 질환으로 인해 신체적 이상이 겉보기에 드러나는 경우, 환아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대인관계를 단절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이러한 신체적 변화가 외모에 영향을 미쳐 심리적 위축을 유발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회피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임을 지적하였다. 소아완화의료를 담당하는 간호사인 S10은 환아들이 병원 환경에서 심리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아들에게 의료진이 유일한 정서적 지지자가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식 편대 증후군이라고 해서 내 세포가 아니라 막 밀어내려고 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만일 (부작용이) 피부에 오는 경우에는 피부가 아주 까맣게 되거나, 머리가 아주 하얗게 되거나 이런 식으로 외모에 변화를 주기도 하거든요. 그런 아이들은 바깥에 나올 힘이 있어도 이런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냥 고립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제가 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뭔가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때 느낀 건 제가 아이들에게 유일한 친구일 수도 있겠다는 거예요.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보호자인 엄마 또는 매일 왔다 갔다 하시는 병동 간호사 선생님 외에는 없더라고요. 온전히 이 아이와 아이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이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 물론 (의료진) 선생님들도 순간순간 그걸 해주시지만, 그분들의 첫 번째 역할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 (S10)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병원 생활이 환아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부정적인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제한된 병원 환경은 환아로 하여금 부정적인 정서 상태에 머물게 하고, 무기력과 체념의 감정을 형성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보호자 역시 자녀의 상태에 대한 지속적인 걱정과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우울감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치료 과정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환아와 보호자의 심리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정서적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몇 년씩 병원 안에 입원해 있는 아이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런 아이들 같은 경우는 굉장히 염세적이고 비관적으로 사고가 바뀌어요. 얘기를 하다 보면 '얘가 7살 아이가 맞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화가 약간 두려워지는 경우들이 있어요. 심지어는 "어차피 죽을 건데요." 이런 얘기를 하니까 너무 안타까운 거죠.” (A1)
“소아청소년과는 환자한테 교육을 시키는 것도 있긴 한데 사실 대부분 보호자에게 “이렇게 하세요.”라고 하는 거기 때문에 우울 지수는 (환아와)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오히려 애는 상황 파악 못하고 그냥 (치료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거고, 보호자는 아니까 우울감이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죠.” (M4)
전문가들은 병원 환경이 환아와 보호자 모두에게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일상을 제공하며, 환아들은 병원을 단조로운 치료 공간으로만 인식하게 되어 점차 흥미를 잃고 정서적 위축과 사회적 단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였다. 환아들은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단절되고, 놀이와 학습 기회가 부족한 환경에서 일상적인 즐거움을 찾기 어려워하며, 병원 생활을 지루하고 답답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 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되게 할 게 없어요. 물론 아픈 아이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을 수도 있고요, 근데 그렇지 않은 애들은 생각보다 하루하루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아요. 병원이라는 곳이 당연히 재미없는 곳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병원이 꼭 재미없을 필요도 없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병원이 놀이공원처럼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기 싫은 곳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갔다 오면 힘이 업그레이드된다.’ 이런 인식이랄까? 그런 식으로 ‘내가 더 힘 세져서 오는 곳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든지, 이렇게 기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스튜디오도 아이들에게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긍정적인 곳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M5)
“좀 안타깝긴 하죠. 왜냐면 뛰어놀고 놀이터도 가고 이래야 될 애들인데, 맨날 앉아서 핸드폰, 태블릿 이런 것만 보고 있고 (…) 그러니까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뭔가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해요.” (M8)
보호자의 경우, 자녀의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환경에서 개인적인 삶을 돌볼 여유가 부족해지며, 이로 인해 신체적 피로와 심리적 부담이 점차 누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아의 상태에 대한 불안과 돌봄의 의무 속에서 보호자의 지속적인 긴장과 책임감은 정서적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호자가 온전히 쉴 수 있도록 잠시 아이를 맡기거나, 아이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보호자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보호자에게는 쉼. 엄마들 쉼. 잠을 조금이라도 자게 해줬으면 좋겠고 (…) 한 두시간이라도 온전히 쉬게 하고, 차라도 마시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고, 그 시간에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M9)
“제가 여러 보호자를 봤을 때 보호자들의 이슈는 소진감이에요. 아이들이랑 거의 24시간에 붙어 있는 보호자 분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 사실은 온전히 보호자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은 프로그램인데, 여긴 병원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랑 떨어질 수가 없어요, 엄마가. (S10)
이와 같이, 전문가들은 병원에 장기간 머무르는 환아와 보호자가 심리적 고립 및 관계 단절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환아의 경우,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또래와의 상호작용 기회가 감소함에 따라 정서적 위축과 사회적 발달 지연을 겪게 되며, 보호자 또한 지속적인 돌봄의 부담과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심리적 소진과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환아가 병원 생활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치료 과정에서의 동기부여가 약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며, 병원이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환아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환경으로 조성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보호자 역시 자녀의 치료 과정에 지속적으로 동행하면서 심리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며, 보호자에게 쉼과 휴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환아의 치료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보았다.
전문가들은 병원 환경이 환아와 보호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재원 조달의 한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 어린이병원에서의 심리·정서적 지원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병원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참여자들은 일반 대중이 병원을 재정적으로 풍족한 기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병원에 대한 기부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음을 언급하였다.
또한 기부 절차의 복잡성과 심리적 접근성의 한계는 기부 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의료사회복지사 S12는 다른 비영리 단체에 비해 병원 기부가 절차적으로 복잡하고, 기부자가 직접 병원과 접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기부 의사가 있어도 실행으로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하고, 병원 기부를 보다 직관적이고 친숙한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의료나 병원 기부가 일단 접근성 측면에서 조금 힘들긴 해요. 세이브더칠드런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가 기부하겠다.’ 이렇게 약정서 쓰면 끝이고, 보이는 게, 그리고 바로바로 할 수 있는 게 있는데, 의료나 병원 기부를 하려면 ‘내가 병원에 방문해야 하나?’ 아니면 ‘병원에 전화를 해야 하나?’ 이런 게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요즘 핸드폰 앱으로도 기부를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게 너무 턱이 높다는 생각이 들고 (…) 그리고 요즘에 전화 공포증도 너무 많잖아요. 내가 굳이 기부를 위해서 전화해서 “기부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걸 물어보기도 좀 힘들고 (…)” (S12)
전문가들은 병원 기부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고 있으며, 기부자들이 주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지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는 평소 인식되지 않던 환아들의 필요가 특성 시기에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공감과 동정심이 촉진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행정 연구원 A2는 어린이병원의 기부 패턴이 일정한 주기에 따라 반복되며, 일시적인 기부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기부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정 서적 지원보다는 선물 제공과 같은 단기적인 지원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 환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의료사회복지사 S12는 기부자가 아이들의 일시적인 행복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선물 기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심리정서지원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어린이병원 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치료비 지원에 집중되면서, 환아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심리정서적 지원에는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주요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참여자들은 병원 기부가 치료비 지원에 국한되어 있으며, 이는 기부자들이 병원 기부의 다양한 가능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하였다. 즉, 병원 기부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기부의 상당 부분 또한 치료비 지원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는 기부자들이 병원 기부를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유의미한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부금은 적은 편은 아니다. 사실 치료비는 이미 충분히 기부금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정서 지원 쪽으로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기부자분들이 그런 부분에 대한 인사이트가 많지 않다 보니까 (…) 왜냐하면 치료비는 딱 “내가 치료비를 지원해 줘서 애가 치료를 받아서 잘 나았습니다.”라고 하면 사실 기부자 입장에서 그것만큼 리턴이 돌아오는 게 없거든요. 근데 정서적인 거는 치료비에 비해서 가시적이지 않으니까.” (S12)
Seacrest Studios에서 제공하는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유명인 방문은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병원의 사회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모금 컨설턴트 A1은 유명인의 병원 방문이 단순한 홍보를 넘어, 소아청소년 의료 및 완화의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유명인의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은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기부 참여를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참여자는 이러한 활동이 “셀럽 필란트로피(celebrity philanthropy)”의 일환으로, 병원이 유명인과 협력하여 기부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Seacrest Studios는 병원의 이미지 제고뿐만 아니라, 환아 및 가족의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지지를 위한 기부 확대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더맨 주인공 톰 홀랜드가 S 병원에 왔는데, 와서 사진만 찍고 갔어요. 근데 영상 찾아보면 그 친구가 아틀란타에 가서는 인터뷰를 하잖아요.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나오지는 않았는데, 어쨌든 예를 들자면 그 친구가 거기에서 소아 청소년 의료의 중요성이라든가 완화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마디만 하더라도, 완화의료의 인지도라든가 이런 것들은 말 그대로 떡상하는 거죠. 그게 제가 추구하는 셀럽 필란트로피의 핵심이에요. 연예인들은 인지도라든가 이미지가 생명이니까, 우리는 그들을 정말 멋지게 포장해 주는 거죠. 그리고 그 친구들은 그 대가로 본인들의 영향력을 통해서 확산시켜 주는 거죠.” (A1)
Seacrest Studios는 기존 병원 이용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잠재적 기부자 범위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의료사회복지사 S11은 병원을 직접 이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와 보호자뿐만 아니라, 과거 병원을 이용했던 사람들, 병원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 사회 구성원들까지도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기에 잠재 기부자로 고려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즉, 이러한 미디어 공간은 병원이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기부 기반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Seacrest Studios의 도입이 병원 기부의 접근성을 높이고 대중의 인식을 확산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았다. 스튜디오는 기존에 병원이 특정 계층만이, 고액으로만 기부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완화하고, 누구나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부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원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이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됨에 따라, 환아와 보호자의 일상이 보다 친숙하게 전달되고, 이를 통해 치료비 중심의 기존 기부 관행에서 벗어나 심리정서 지원과 같은 새로운 기부 분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부 참여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소규모 기부 참여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보다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기부 기반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스튜디오가 ‘병원이 그렇게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곳이다.’라는 걸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줄 수 있는 장소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병원 모금이라고 하면 연예인들이 크게 기부해서 병원장님이랑 사진을 찍는다거나, 그런 식으로 하는 걸 주로 보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병원 기부는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거. 충분히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스튜디오가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되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안에는 많은 프로그램과 많은 방법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A2)
“스튜디오가 생긴다면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장치가 되지 않을까. 진짜 밖에서는 몰라요. 어머님들이 처음 진단받고 “세상에 이렇게 아픈 아이가 많이 있는지 몰랐어요.”라고 말씀하시거든요. 로컬 소아과에는 중증 질환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잘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 정도의 병만 봤지, 단순 감기나 열이 나거나 (…) 이렇게 크게 입원해서 치료받는 것 자체는 사실 상상도 못하고 있는 일들일 거라. 그리고 이거는 굳이 어디 알릴 만한 내용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모를 것 같아요. 재난이면 뉴스에 빵하고 나올 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 (…)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하는 활동들이 자연스레 외부로 노출된다면 당연히 병원 쪽으로의 기부가 커질 것이라 생각해요. 그게 이제는 치료비가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정서적인 프로그램까지 지원해 줄 수 있는 영역으로 더 많이 기부가 되지 않을까.” (M9)
살펴본 바와 같이, Seacrest Studios의 도입은 병원의 기부 환경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재원 조성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인의 방문을 통한 대중의 관심 증대는 기부 참여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더 많은 기부자의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전달됨으로써 병원 기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기부 절차의 접근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병원 환경의 질적 향상, 즉 환아와 보호자의 심리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긍정적인 병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Seacrest Studios가 환아들이 질병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병원의 제한된 환경과 치료 과정에서의 반복적인 경험은 환아들이 자신의 질병을 부정적으로 인식하 게 만들고, 이는 정서적 불안과 우울감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Seacrest Studios는 환아들이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병원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을 제공함으로써, 병원을 친숙한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입원 기간 환아들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고, 기존에 병원 환경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인식을 수용적으로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는 안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우리나라 애들은 질병의 진단을 받으면 음지로 다 들어가 버리는 것 같아요. 내놓는 것도 싫어하고, 애들하고 다르다고 느껴지는 순간 굉장히 자기 파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은데, 스튜디오가 건립되면 조금 더 긍정적으로 아이들이 변하지 않을까, 그게 기대가 되네요.” (M4)
“아이들이 아이답게 뛰어놀 수 있는 그런 거. 꼭 앉혀놓고 상담하고 이런 게 아니라, 뛰어놀 수 있는 거? 그런 공간들이 되게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처음에는 애들이 여기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거를 너무 좋아하길래, ‘그렇게까지 좋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해 보면 얘네들이 그 삭막한 공간에서 갖고 놀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놀이터 같은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 아이들에게는 여기가 병원이라는 걸 잠깐 잊게 해줄 수 있는 그런 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S11)
전문가들은 환아의 치료 과정에서 심리정서지원이 신체적 치료 효과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들은 치료의 시작이 단순히 약물 투여나 의료적 처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환아가 치료 과정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협조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보았다. 특히 환아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때 치료 과정이 원활해질 수 있으며, 치료 효과 또한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였다. Seacrest Studios는 기존 병원 환경에서 환아의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감소시키고, 치료 과정에서의 심리적 장벽을 완화하는 역할로 작용할 수 있다.
“되게 중요한 부분인데, 정서적인 지원을 통해서 치료 효과는 계속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이 질병을 치료하는 게 단순히 한 개의 치료만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특히 아이들은 일단 치료를 받게 하는 것부터가 치료예요. 치료의 시작은 치료 약물의 투입이 아니라 아이가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 그러려면 심리·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인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실제로 아이들도 이런 거를 다 궁금해해요. 엄마는 “무조건 치료해 주세요.” 이렇게 하고, 아이들은 사실 억지로 당하는 면이 없지 않거든요. 근데 그게 아이한테는 트라우마일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이 아이의 치료에 대한 협조, 치료 참여에 있어서 되게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M5)
Seacrest Studios는 보호자에게 자녀의 치료 과정에서 경험하는 심리적·신체적 부담을 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보호자들은 아이와의 지속적인 동행으로 인해 충분한 휴식과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스튜디오를 통해 보호자는 자녀가 안전한 환경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잠시나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심리적 여유를 회복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호자가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기에, 자녀와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치료 과정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이는 보호자가 더욱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자녀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치료 과정 전반의 질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보호자가 그 시간 동안 편하게 쉴 수 있는 거, 그것도 필요할 것 같고, 아니면 (보호자가) 원하신다면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도 할 수 있는 거? 근데 저는 가능하면 (보호자와 아이를) 떨어뜨려 놓고 싶긴 했었어요, 애가 노는 동안은. 아이를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내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 누구의 보호자가 아니라 그냥 온전히 나일 수 시간을 좀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어떤 방법이 됐든 아무것도 안 하셔도 되니까, 아니면 “나가서 산책을 하고 오세요.”라는 미션을 주든, “나가서 카페에서 혼자 차 한잔 드시고 오세요.”가 됐든, 어쨌든 저는 그런 시간을, 아이랑 분리된 시간을 분명히 주고 싶었어요.” (S11)
환자와 보호자의 초상권 및 개인 정보 보호는 병원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이며, 특히 질환의 특성상 신체 노출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환아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문제로 두드러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법과 병원의 보안 규정이 환자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장치임을 강조하며, Seacrest Studios 도입 시 사생활 보호와 환아의 자율성 존중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우리나라에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게 생각보다 굉장히 까다롭고, 범법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우리 병원에 정보보안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는데, 거기에서는 어떤 문제가 터지기 전에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원내 규범을 만들어 놓고, 또 그 규칙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많은 감시 활동 같은 걸 하시거든요. 전 근데 그건 너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우리나라 병원의 큰 틀이 있고, 그 안에 우리 병원의 규범이 있는 거다 보니까 개개인의 선호도나 허락만으로는 되지 않을 때도 많더라고요. 특히나 완화의료 프로그램하면서 그런 걸 많이 느꼈거든요. 그래서 그걸 뚫는다면 저는 개개인과의 관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S10)
“종양을 진단받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종양의 위치가 너무 눈에 딱 보이는 곳이었어요. 목 쪽이었거든요. 그래서 주변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고 자신을 노출하는 거에 대해 굉장히 예민했고 (…) 생각해 보면 자신을 노출하는 걸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미국에 비해 많이 닫혀 있잖아요. 닫혀있는 문화, 그게 예의라고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 ‘과연 환영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확실히 드네요. 개인정보의 보호 차원에서도 중요한 것 같아요.” (M5)
한편, 의료사회복지사 S11은 환아와 보호자들이 초상권과 관련하여 예상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그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병원 환아와 보호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는 사례를 경험하며, 환아와 보호자 중 일부는 자신의 투병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초상권 보호와 관련한 규제를 적용할 때 획일적인 접근보다는 개별적인 동의와 선호를 존중하는 유연한 운영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얼굴 초상권에 대한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하긴 했는데, 그런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유튜브 올라와서 우리 병원 애들 올라온 거는 거의 다 봤거든요, 근데 우리 병원 애들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 애들이랑 어머님들도 잘 나오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보면서 되게 놀란 게, 생각보다 ‘지금 이런 투병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내고 있어.’를 어찌 보면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오히려 ‘얼굴을 공개하고 그런 거를 꺼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게 내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었어요.” (S11)
참여자들은 Seacrest Studios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심리적, 구조적 장벽을 넘어, 여러 부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언급하였다. 특히 참여자들은 병원 내에서 의료와 비의료 영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스튜디오가 부가적 서비스가 아닌 치료 과정의 일환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참여자들은 Seacrest Studios가 단순한 방송 시설이 아니라, 의료진의 치료 및 환아의 정서적 회복을 지원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병원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즉, 의료진이 스튜디오의 역할과 가치를 이해하고, 치료 과정에서의 상호 보완적 기능을 인식할 때 Seacrest Studios는 병원 내 핵심적인 치유 환경의 일부로 정착할 수 있다.
“의료진도 “여기가 너무 필요해. 이 스튜디오가 우리가 치료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자신의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너무 도움이 되고, 스튜디오가 있어야 해. 그래야지 이 병원이 굴러가.”라는 그런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이런 서포티브 서비스가 들어온다면 동떨어진 섬처럼 마치 그냥 방송국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에서 원래 하던 역할들이랑 융화되어서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거는 그냥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얘기인 거죠. 그런 준비가 많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S10)
행정 연구원 A2는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도입에 있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였다. 특히 병원의 진정성과 공익적 목적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 스튜디오를 상업적 이익을 위한 시설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는 병원의 신뢰도와 기부 참여 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스튜디오의 운영 목적과 기대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스튜디오가 단순한 오락 공간이 아니라 환아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치료 과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치유 환경의 일부임을 밝힐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모든 환아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환아의 필요와 의료적 시급성을 고려한 명확한 우선순 위를 설정하고, 이를 보호자와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문화 조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호자들이 뭐에 제일 민감하냐면, "쟤는 해주는데 왜 나는 안 해줘?" 이거예요. 사람은 이득보다는 손실에 되게 민감한데, 그게 모성하고 합쳐지면 분노로 이어져요. 그래서 형평성 부분이 제일 중요한데, 모든 아이한테 다 똑같이 해줄 수는 없어요. 다만, 그 형평성을 뭐로 조정하느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부분들. 누가 더 아프고 시급한가인 거예요. '저 스튜디오는 아이들한테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공평하지만, 하이 레벨 부분에서는 분명히 우선순위가 있어.' 라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인지될 수 있게끔 문화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고, 저희도 노력해야 하죠.” (A1)
Seacrest Studios의 성공적인 도입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모금 활동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부각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참여자들은 병원 기부가 단순한 재정적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혁신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환아와 보호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병원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대중이 병원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홍보와 소통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신뢰 기반을 조성하고, 궁극적으로 기부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모금=돈을 모으는 일이라는 접근 방식은 이제 잠재 기부자를 비롯해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펀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회적 문제점 및 명분을 공론화시키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해결하며 임팩트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이니셔티브이자 이노베이션의 역할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모금을 포지션 하는 게 중요합니다. (…) 돈을 바라보지 말고 사회적 명분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변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 마음을 모은다는 원칙을 차근차근 실행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A3)
““병원에서 저런 걸 왜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더라도 “쓸데없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잘 알린다면. 분명히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잘 홍보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 그렇잖아요. 지금 서울대병원에서 그런 모델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잖아요. 단기 돌봄 도토리 하우스도 사실 국내에 없던 것들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을 봤을 때, 과연 “병원에서 왜 저런 것까지 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이런 것도 있네.” 충분히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환자야 뭐 당연히, 애들은 정말 너무 좋아할 것 같고, 보호자들은 되게 고마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11)
기부자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피드백 제공과 기부자에 대한 적절한 예우가 중요하다. 참여자들은 기부 행위가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닌, 환아와 보호자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병원은 기부금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긍정적인 변화를 기부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부자들이 자발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 병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실행될 때, Seacrest Studios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움이 된다는 거를 느끼게 해줄 수 있어야 할 것 같기는 하거든요. 기부라는 것 자체가 내가 뭔가 받으려고 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이런 걸 했기 때문에 알려지는 거를 원할 것 같아요. 그러면 (기부를) 조금 더 많이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다양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네가 기부해 주는 걸로 내가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편지도 보내주고, (기부자가) 편지도 쓰게끔 해주고, 그런 피드백을 계속 줘야 할 것 같아요.” (M7)
“이걸 통한 결괏값들을 결국에 공유를 해주시잖아요, ‘우리가 이거 받아서 뭐 했어.’라는 거를 보여주시잖아요. 그런 걸 통해서 끊지 않고 기부를 계속 이어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M9)
“기부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래도 기부함으로써 뭔가 가시적으로 보이는 성과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야 연속적인 기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려면 어떤 치료 효과, 아니면 병원 이용률 증가, 아니면 설문지를 통해서 병원에서 삶의 질이 좋아졌다든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줄었다든지 그러한 자료들을 만들어 주면 기부자의 입장에서도 기부했을 때 보람을 느낄 것 같고, 한편으로 그런 (병원 기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다른 기업들이나 개인들이 좀 더 기부하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M5)
본 연구는 Seacrest Studios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 어린이병원의 안정적인 치유 환경 조성과 심리·정서적 지원 체계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한국 상급종합병원의 각 부서 전문가 12명과 심층 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심리정서지원 증진을 위한 Seacrest Studios 도입의 필요성’, ‘Seacrest Studios 도입 시 기대효과’, ‘Seacrest Studios 도입을 위한 과제와 전략’이라는 3개의 주제와 총 6개의 하위 주제가 도출되었다. 주요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그 의미를 논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장기간 병원 생활을 하는 환아와 보호자는 심리·정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제한된 환경은 환아와 보호자 모두에게 사회적 단절을 초래했으며, 고립감과 질병에 대한 불안은 정서적 위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환아와 보호자가 병원을 두려움, 불안, 외로움, 지루함, 슬픔 등을 경험하는 낯선 공간으로 인식하며, 사회적 고립, 자아존중감 저하, 삶의 질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고한 선행 연구(Coyne, 2006; Rennick & Rashotte, 2009; Wilson et al., 2010)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처럼 병원이 환아와 보호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유발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심리정서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전문가들은 병원이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환아와 보호자가 심리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들은 Seacrest Studios 도입이 환아에게 자기표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보호자에게는 돌봄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휴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병원 환경의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둘째, Seacrest Studios는 병원의 공익적 가치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병원 기부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Seacrest Studios는 TV, 라디오 등 전통 미디어뿐만 아니라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대중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디어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이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고, 병원 기부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특히, 병원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이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외부로 확산되면서, 기존의 치료비 중심의 기부를 넘어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정서적 지원에 대한 관심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선행 연구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공감을 촉진함으로써 기부자의 참여 의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Lindauer et al., 2020; Small et al., 2013)과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유명인의 병원 방문이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소아완화의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Seacrest Studios가 유명인의 참여를 통해 팬덤 효과를 일으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과 관련된 활동을 자발적으로 촉진하고, 나아가 기부 참여를 활성화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김지선, 2025. 1. 16.). 아울러, Seacrest Studios는 병원을 이용했던 환아와 보호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구성원까지도 기부자로 포함시켜, 잠재 기부자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Seacrest Studios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다양한 과제와 전략이 제시되었다. 우선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서로 다른 질환을 지닌 환아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신체 노출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환아의 사생활 보호와 자율성 존중이 중요한 고려 요소로 강조되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병원의 보안 및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환아와 보호자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한편, 최근 한국 사회에서 질병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환아와 보호자가 보다 개방적인 태도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Seacrest Studios의 도입 및 운영 과정에서 병원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뿐만 아니라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이 핵심적인 과제로 부각되었다. Seacrest Studios 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병원의 본래 목적과 무관하게 인식될 수 있는 만큼, 병원 내부의 여러 부서와의 유기적인 협력은 물론, 대중에게 병원의 진정성과 공익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병원의 공익적 목적이 지역 사회의 잠재 기부자에게 수용될 수 있도록, 기부자에 대한 체계적인 피드백 제공 및 적절한 예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부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Seacrest Studios의 성공적인 도입과 운영을 위해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병원 내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이 환아와 보호자의 요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환아의 연령, 질환 특성, 가족의 돌봄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치료 과정 전반에서 환아와 보호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특히 병원 내 여러 부서 간 협업을 통해 환아의 신체적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 안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다학제적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프로그램의 운영 성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Seacrest Studios는 환아들에게 단순한 활동 공간을 넘어, 병원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다. 이를 통해 환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작은 성취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Seacrest Studios의 도입이 병원의 공익적 가치와 기부 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 접근도 요구된다. 병원은 다양한 대중 홍보 전략을 활용하여 Seacrest Studios의 필요성과 효과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를 통해 지역 사회 및 기업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 제작, 유명인 협력, 지역 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기부 유도로 연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부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및 피드백 제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기부 유지를 위한 차별화된 예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Seacrest Studios는 환아와 보호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함과 동시에, 병원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eacrest Studios가 환아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병원과 지역 사회가 함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한국 상급종합병원 내 전문가들의 경험과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의 실제 수혜자인 환아와 보호자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추후 이들의 경험과 요구를 반영한다면 보다 실질적인 프로그램의 증진 및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 상급종합 병원 전문가의 경험에 기반한 인식적 분석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한국의 병원 환경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한국의 병원 문화와 기부 관습을 반영한 실천 전략을 구체적으로 모색함으로써 Seacrest Studios 도입의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한계점에도 본 연구는 한국 어린이병원의 안정적인 치유 환경 조성과 심리정서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기부 문화 활성화 방안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중증 환아와 보호자를 위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의 부족 문제를 소아완화의료에 대한 대중의 낮은 인식,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의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다루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러한 맥락에서 Seacrest Studios의 도입은 단순한 치유 환경 조성을 넘어, 환아와 보호자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고 병원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며, 기부 문화 확산을 촉진하는 긍정적 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가 향후 Seacrest Studios와 유사한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정책적 결정과 실천적 기반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본 연구가 한국 어린이병원 환경에서 심리정서지원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논의에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
. (2025. 1. 16). 강다니엘 등 아이돌 팬들, 굿네이버스에 1천만원 기부.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50116015000371?input=1195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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