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6-072X
알기 쉬운 요약
Children with brain tumors face a high risk of neurological sequelae that heavily burdens caregivers, yet few domestic studies have examined caregivers’ experiences across the full treatment trajectory. This study explored the caregiving experiences and structures of meaning among caregivers of pediatric brain tumor patients, from diagnosis and active treatment to early survivorship.
In-depth interviews with 15 caregivers were analyzed using Braun and Clarke’s thematic analysis. Experiences during treatment yielded three themes: “the weight of caregiving beyond one’s capacity and a crisis of life,” “coping to endure an uncontrollable situation,” and “meaning and relationships reconstructed through information and solidarity.” Post-treatment experiences yielded three themes: “persistent uncertainty and burden within caregiving that does not end,” “expectations and caregiving roles realigned to a new reality,” and “the search for sustainable caregiving that rebuilds life’s balance.”
Caregivers’ emotional suppression was a strategic adaptive mechanism rather than mere avoidance; gaps in formal support were filled by informal peer self-help networks; and treatment completion marked not relief but the onset of long-term caregiving compounded by late effects, recurrence fears, and social stigma. These findings call for a multidisciplinary, life-course psychosocial support system differentiated by treatment stage, with institutional linkage of caregiver self-help networks.
소아뇌종양은 신경학적 후유증 위험이 커 보호자의 돌봄 부담이 크지만, 치료 과정 전반의 보호자 경험을 심층 탐색한 국내 연구는 드물었다. 이에 본 연구는 소아뇌종양 환자의 보호자가 진단 및 치료기부터 치료 종결 후 초기 생존기까지 겪는 돌봄 경험과 그 의미 구조를 탐색하였다. 소아뇌종양 환자의 보호자 15명을 대상으로 개인심층면담을 실시하고, Braun과 Clarke의 주제분석을 적용하였다. 치료 중 경험은 “감당범위를 넘어선 돌봄의 무게와 삶의 위기”, “통제불능의 상황을 버텨내기 위한 대응”, “정보와 연대 속에서 재구성되는 의미와 관계”의 세 주제로 도출되었다. 치료 종결 후 경험은 “끝나지 않은 돌봄 속에서 지속되는 불확실성과 부담”, “새로운 현실에 맞추어 재조정되는 기대와 돌봄 역할”, “삶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지속 가능한 돌봄 모색”의 세 주제로 나타났다. 치료 중 보호자의 정서 억제는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환자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적응 기제였고, 공식 지원의 공백은 동료 보호자와의 비공식적 자조망으로 메워졌으며, 치료 종결은 부담의 해소가 아니라 후유증·재발 불안·사회적 낙인이 맞물린 장기 돌봄의 시작으로 경험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급성기 위기 개입에 머무르기보다, 진단·치료·생존 단계별로 차별화된 다학제적·생애주기적 심리사회 지원 체계와 보호자 자조망의 제도적 연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치료가 끝난지 한참된 환자이고, 이제는 성인인데 여전히 병원에 부모가 같이 옵니다. 성인이 된 자식을 데리고 나이든 부모가 십 수년째 병원에 오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연구자가 참가한 2025년 대한소아종양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어떤 전문의가 한 말이다. 이 진술에서 뇌종양 치료는 끝이 났으나 장기간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생존자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 자녀의 일상을 돌봐야 하는 가족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뇌종양은 소아기에 발생하는 고형 종양 중 가장 흔한 암종으로, 백혈병에 이어 소아암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Johnson et al., 2014; Ostrom et al.,2022). 뇌종양은 치료가 종료된 이후에도 종양의 위치, 크기, 유형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 운동장애, 시력 손상, 내분비 이상 등 다양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Scheinemann & Bouffet, 2024; Sayal et al., 2023; Moscato et al., 2023). 소아뇌종양의 후유증은 학교 성적 저하, 학업 지연, 또래 관계 문제, 성인기 직업 적응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남석인, 최권호, 2013; Patel et al., 2025).
Kazak 외(2005, 2007)는 소아암 환자와 가족이 치료의 각 시기마다 심리사회적 요구가 달라지므로, 그들을 대상으로 심리사회적 돌봄을 설계할 때 치료의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뇌종양 역학 컨소시엄(Brain Tumor Epidemiology Consortium)은 2024년 회의에서 소아 및 성인 뇌종양 생존(Survivorship from Pediatric and Adult Brain Tumors)을 주제로 생존자와 가족의 장기적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 전략을 논의하였다(Coven et al., 2025). 이런 의학계의 동향은 소아뇌종양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심층적인 이해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으로, 본 연구는 소아뇌종양 환자의 가족이 치료와 그 이후의 적응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주목하였다.
환자를 돌보는 핵심 역할을 하는 보호자는 대부분 부모인데, 진단부터 치료, 회복 및 생존의 전 과정에서 환자와 함께 생활한다. 뇌종양 진단부터 치료까지의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은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와 가족에게 충격을 주는 외상적 경험이 될 수 있다(Ljungman et al., 2014; da Silva et al., 2010). 소아암 환자 보호자의 약 3분의 1이 경도에서 중증의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며, 수면 문제, 피로, 우울, 불안 등의 신체적·정서적 증상을 겪는다(Deribe et al., 2024; Koyu & Arslan, 2021). 하지만 Paul 외(2025)는 소아암 생존자 가족의 일상 복귀 과정에서 의료 및 심리사회적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지원 요구가 있으나, 실제 심리사회적 서비스 이용은 제한적이며 다양한 접근 장벽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국내에서 생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심리사회적 서비스는 체계적인 제공이 부족하며(김민아 외, 2021), 특히 보호자 지원 서비스의 개발 근거 자료는 매우 부족하여 학문적 관심이 절실하다.
암환자 가족에 대한 LeSeure와 Chongkham-Ang(2015)의 연구는 보호자들이 정서적 붕괴와 과부하 속에서 감정의 균형을 잡고, 일상성을 지키며 결국 질병을 넘어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소아뇌종양 환자의 보호자에 대한 연구(Palma et al., 2015; SanGiacomo et al., 2019; Sayal et al., 2023)에 의하면 환자의 부모는 치료 종료 후 길게는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의료·교육·후유증 관리, 자녀의 자립 지원, 형제·가족관계 조율, 본인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 유지라는 복합적 요구를 감당하며, 기쁨과 감사, 걱정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정서 속에서 장기적인 돌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의 최근 소아암 환자의 보호자 관련 연구로는 소아암 환자 부모의 자녀양육 지원 서비스 욕구(김민아 외, 2016), 소아암 경험자 및 보호자의 취약성과 치료궤적 기반 심리사회적 서비스 요구(최권호, 2018) 등이 있다. 국내 연구는 주로 소아암 전체 가족 연구에 암종이 세부적으로 구분되지 않거나(이상혁 외, 2003), 뇌종양 환자를 일부 포함하거나(김민아 외, 2016; 심미경, 2004; 최권호, 2018; 최권호, 남석인, 2020), 뇌종양 환자 위주의 분석에 보호자 요인을 함께 다루는 연구(양윤경 외, 2012)로 구분할 수 있으나, 이 연구들은 대부분 소아암 전체를 대상으로 하거나 서비스 욕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소아뇌종양이라는 특정 질환군의 보호자의 돌봄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경학적, 인지적 후유증을 동반할 위험이 높은 소아뇌종양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치료의 전 과정을 밀착하여 지켜보고 함께 생활하는 보호자의 돌봄 경험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소아뇌종양 환자 보호자가 진단부터 초기 생존기에 이르는 치료과정(Kazak et al., 2005, 2007)에서 겪는 돌봄 경험과 이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도모하고자 질적 연구 방법을 채택하였다. 보호자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신경·인지적 후유증 위험을 감당함과 동시에 무너진 가족의 일상을 재건해야 하는 복합적 부담에 직면한다(Palma et al., 2015; SanGiacomo et al., 2019; Sayal et al., 2023). 아픈 자녀를 돌보는 보호자의 경험, 특히 지난한 재활과정을 동반하는 자녀를 돌보는 보호자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은 보호자가 치료와 재활과정의 모든 것을 감내하는 독박 돌봄을 줄이기 위해 매우 필요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소아뇌종양 환자의 주 보호자는 진단부터 치료 종결 후 초기 생존기에 이르는 치료과정 전반에서 어떠한 돌봄 경험을 하는가. 구체적으로 치료 중과 치료 종결 후 각 시기에 보호자가 직면하는 심리사회적 어려움과 대처 양상은 무엇이며, 그 경험은 어떠한 의미 구조를 지니는가를 연구문제로 탐색하였다. 아픈 자녀를 돌보는 보호자의 경험과 대처 양상은 양적 연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미시적이고 복합적인 의미 구조를 지니므로, 참여자의 관점에서 그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질적 접근(Braun & Clarke, 2006)이 유용하리라 판단하였다. 본 연구가 소아뇌종양 치료 과정에 특화된 보호자 대상 심리사회적 지원 체계 마련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환자 가족 및 임상 현장 대상자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적 함의를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뇌 및 중추신경계 종양은 조직학적 유형, 종양 위치, 진단 연령, 성별, 인종 및 민족에 따라 발생률과 예후가 매우 다양하다(Ostrom et al., 2022). 소아뇌종양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는 모양세포성 성상세포종(pilocytic astrocytoma), 수모세포종(medulloblastoma), 뇌간 교종(brainstem glioma) 등이 있다(Ostrom et al., 2022). 모양세포성 성상세포종은 WHO 분류 Grade 1의 비(⾮)악성 종양으로 전체 소아 중추신경계 종양의 약 15%를 차지하며, 10년 생존율이 96% 이상으로 예후가 양호하다(Johnson et al., 2014; Ostrom et al., 2022). 반면 광범위 내재성 다리뇌신경아교종(diffuse intrinsic pontine glioma)은 전체 소아 중추신경계 종양의 약 10~15%를 차지하며, 진단 후 2년 내 사망률이 90%에 달하는 매우 불량한 예후를 보인다(Hargrave, 2012; Johnson et al., 2014). 환자와 가족이 경험하는 질병의 진단부터 치료, 회복, 그리고 생존 또는 사별에 이르는 전 과정이 종양 유형별 예후의 차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소아뇌종양의 치료는 종양의 유형과 위치에 따라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한다(Mostoufi-Moab & Grimberg, 2010). 뇌종양의 특성상 치료 과정에서 신경학적 손상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으며, 인지기능 저하, 내분비 장애, 성장장애, 청력 손실 등 다양한 장기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Heitzer et al., 2020; Scheinemann & Bouffet, 2024). 이러한 후유증은 환자의 학교 복귀와 사회적응을 어렵게 하며, 가족에게 지속적인 돌봄 부담을 줄 수 있다(남석인, 최권호, 2013).
Barrera 외(2017)는 치료종료 후 일반 학급에 재학 중인 소아뇌종양 생존자를 대상으로 8개월에 걸친 종단 연구를 수행하였다. 정서적 삶의 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상되었으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아동, 집행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아동, 여아, 11세 미만의 아동, 비(⾮)백인 아동, 저소득 가정의 아동의 경우 전반적 삶의 질이 저하됨을 보고하였다. 즉, 삶의 질 저하가 아동청소년기의 발달과업 성취에 생기는 어려움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가족과 관련된 요인도 생존자의 삶에 질에 영향을 미치므로 가족과 보호자와 관련된 심리사회적 요인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아암은 진단부터 환자 가족 전체에 심대한 심리사회적 영향을 미친다. Borrescio-Higa와 Valdés(2022)에 따르면 보호자는 진단 시기부터 자신의 부정적 정서, 가족 역동의 변화, 환자의 우울·낙담·과민 등 정서적 고통,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환자의 형제자매와 부모의 관계, 보호자의 배우자·파트너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며, 절반 이상의 가족이 진단 및 치료로 인해 주거지가 변경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소아암 보호자의 심리적 고통에 관한 연구에서 Deribe 외(2024)는 에티오피아의 3차 의료기관에서 암 환자 보호자 3명 중 1명이 경도에서 중증의 심리적 고통을 보였으며, 이는 일반 인구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하였다. 낮은 교육 수준, 재발 경험, 진단 후 경과 기간이 짧은 경우 심리적 고통 수준이 심했으며, 이는 진단 후 조기에 보호자의 심리적 고통을 선별하여 심리사회적 개입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암 환자 부모의 신체적·심리사회적 증상이 돌봄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Koyu와 Arslan(2021)의 연구에서 대부분의 부모가 수면의 질 저하, 중등도의 우울, 피로, 불안을 경험하였으며, 중등도 이상의 돌봄 부담을 보고하였다. 여러 사회적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돌봄 부담이 확인되어, 암 환자 부모의 어려움을 포괄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뇌종양의 위치와 치료로 인한 신경학적 후유증은 환자의 인지기능, 운동기능, 감각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장기적인 발달 지연과 학습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Heitzer et al., 2020). 이에 따라 소아뇌종양 환자의 보호자는 다른 소아암 보호자의 역할에 더하여 신경재활, 인지기능 회복 지원, 특수교육 요구 충족 등의 추가적인 돌봄을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
수모세포종 생존자의 보호자 경험을 탐색한 Sayal 외(2023)의 질적 연구에서는 보호자의 장기적인 어려움이 나타났다. 돌봄의 어려움은 신체적 돌봄에 그치지 않고, 정서적·심리적·가족적 측면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부모는 자녀의 후유증 관리, 학습이나 사회적 적응 지원, 장래에 대한 불안 같은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감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수모세포종 생존자 가족을 위한 돌봄 역량 강화 교육, 가족 상담, 장기 추적 프로그램과 같은 맞춤형 지원 모형의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Palma 외(2015)는 소아뇌종양 생존자의 청소년·청년기 어머니 보호자의 일상 돌봄 역할을 살펴보았다. 주요한 돌봄 역할은 의료 관리, 일상생활 활동 지원, 사회적 상호작용 촉진, 자녀의 독립성 증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돌봄 역할은 다른 만성질환 아동의 보호자가 겪는 경험과 비슷하지만, 소아뇌종양 생존자의 보호자에게는 인지기능 회복 지원이라는 특유의 돌봄이 추가되었다. 이렇게 소아뇌종양 생존자의 보호자는 생존자, 본인, 가족의 문제를 모두 감당해야만 하는 과중한 부담을 떠안았다(SanGiacomo et al.,2019).
소아암 환자의 보호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는 심리사회적 서비스의 필요성과 현황에 대한 것이 주요하였다. 소아암 환자 부모의 자녀양육 지원 서비스 욕구를 탐색한 김민아 외(2016)의 연구에서 양육방법 지원, 양육지지 네트워크 형성, 가족기능 강화, 재정지원, 돌봄지원, 양육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서비스 욕구를 나타냈다. 최권호(2018)의 연구는 생애 초기의 소아암 경험이 이후 생애 전반에 걸쳐 경험자와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치료 과정의 각 단계에서 차별화된 심리사회적 서비스가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김민아 외(2021)의 연구 결과, 진단 초기 및 치료과정 중 환자와 주 돌봄 제공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사회적 사정 및 개입, 경제적 어려움 사정과 지원은 적극적으로 제공되었으나, 형제자매나 다른 가족구성원에 대한 개입은 제한적이었다. 치료 종료 이후 장기 추적관리 단계에서의 심리사회 서비스는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었다.
암 경험을 이해하는 대표적인 이론적 틀로 Mullan(1985)이 제시한 3단계 생존모델과 Kazak 외(2005, 2007)가 제안한 소아암 치료 전 과정(across treatment)에 대한 심리사회적 관점이 있다. Mullan(1985)은 시기별로 구체적 기간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진단 이후의 생존 궤적을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일어나는 급성 생존(acute survivorship), 치료 종결 전후 및 재발을 모니터링하는 확장 생존(extended survivorship), 장기간 생존으로 접어드는 영구 생존(permanent survivorship)이라는 세 시기로 구분하였다. 각 시기마다 환자와 가족은 고유한 도전과 요구에 직면한다(Hussey et al.,2024; Nabhan, 2024).
Kazak 외(2005, 2007)는 각 시기의 의미를 정의하지는 않았으나, 소아암 아동과 가족의 심리사회적 개입의 설계에서 진단 시점부터 적극적 치료, 치료 종료 이후의 추적관리 및 생존기를 포괄하는 치료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각 시기마다 가족의 취약성과 보호요인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기별로 차별화된 평가와 개입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두 관점을 고려하면, 소아뇌종양 환자와 가족이 경험하는 치료 궤적을 시간적 단계와 치료 과정의 연속선이라는 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소아뇌종양 환자 보호자의 경험을 급성 생존부터 확장 생존, 영구생존까지의 시간적 단계와 치료 전 과정의 연속선 위에서 살펴보았다.
이상의 문헌고찰을 통해 소아암 환자의 보호자가 치료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심리사회적 어려움과 그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소아뇌종양 환자의 보호자만을 대상으로 치료 과정의 돌봄경험 전반을 탐색한 연구는 국내외 모두 부족한 형편이다. 본 연구는 개인심층면담을 통해 소아뇌종양 환자 보호자의 진단, 치료, 회복 및 생존에 이르는 과정의 돌봄경험을 탐색함으로써, 각 과정별로 가족이 직면하는 고유한 스트레스 요인과 적응 과제를 파악하고, 심리사회적 중재와 지원 전략을 제안하는 데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소아뇌종양 환자 보호자의 돌봄 경험과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 개인심층면담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최근까지 관련 선행 연구들을 고찰한 결과(고주미 외, 2024; 최권호, 2018; Ayvat & Atli Ozbas, 2025; Berg et al., 2022; Broom et al., 2023; Cottrell et al., 2024; Mensah et al., 2023; Sayal et al., 2023), 암환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수행된 분석방법의 하나가 주제 분석이다. 본 연구에서도 이러한 선행연구가 시사하는 바를 숙고해서 Braun과 Clarke(2006)가 제안한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선택하였다.
암환자 및 그 가족 대상 선행 연구들이 주제 분석을 선택한 이유를 종합하면, 주제 분석은 ① 기존 이론이나 도구로 충분히 탐색되지 않은 새로운 현상을 귀납적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 ② 개별 경험의 특수성보다 다수 참여자들 간의 공유된 의미 패턴을 확인하는 데 연구 목적이 있을 때, ③ 치료과정과 같이 시간적 흐름과 단계적 변화를 포함하는 복합적 경험을 탐색할 때 적합한 방법으로 일관되게 선택되고 있다. 본 연구는 소아뇌종양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치료과정에 걸친 돌봄 경험의 의미를 탐색하고자 하였으므로, 위의 세 가지 경우에 모두 부합한다. 따라서 다양한 질적 방법론 중 주제 분석이 본 연구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방법론으로 판단하였다.
연구참여자 선정 기준은 국내 소아암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를 참고하여 다음과 같이 마련하였다. ① 환자가 소아뇌종양으로 진단되어 치료 중이거나 치료 종결 후 2년 내외일 것, ② 환자가 20세 이하일 것(김민아 외, 2016), ③ 연구참여자가 환자의 주 돌봄 보호자일 것(김민아 외, 2016; 최권호, 2018), ④ 연구참여자가 한국어로 원활히 의사소통 가능하고, 연구 목적과 절차를 이해하며, 자발적으로 서면 동의할 것 등이다. 선행 이론에서 제시된 생존모델(Mullan, 1985)을 참고하여, 본 연구에서는 치료 종결 직후 2년을 확장 생존기의 초기 구간으로 보았다. 이는 치료 종료 후 1~2년 동안 재발에 대한 불안, 후유증, 학교·직장 복귀와 관련된 문제가 집중된다는 임상적 관찰과 연구 목적을 반영한 연구자의 기간 설정이다.
표집은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참여자를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하였다(김민아 외, 2016). 의도적 표집은 책임연구자 소속 의료기관 등록 환자 중, 환자 및 보호자의 상태와 보호자의 면담 가능 여부를 고려하여 연구진이 선정하였다. 보호자이기는 하지만 환자의 진료와 돌봄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경우, 보호자가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의사소통에 중대한 제약이 있는 경우, 환자가 사망 가능성이 높은 암종으로 진단받은 경우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본 연구는 국립암센터 의생명연구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아 연구윤리 기준에 따라 진행하였다(IRB No. NCC2023-0143). 연구팀은 소아암 전문의,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임상심리 분야 전문가 및 상담 인력을 포함한 다학제로 구성하였다. 면담은 환자의 치료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경력 10년 이상의 임상심리 분야 전문가 두 명이 전담하였다. 면담 전 참여자에게 연구 목적, 절차, 예상 소요 시간, 잠재적 불편감, 비밀보장 및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설명하였고, 참여자에게 언제든지 면담을 중단할 수 있음을 알렸다. 참여자에게는 소정의 참여비와 교통비를 지급하였다.
개인심층면담을 위하여 연구진이 마련한 질문지는 <표 1>과 같다. 미리 마련한 질문대로 진행하되, 참여자의 말에 따라 추가 질문을 통해 경험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반구조화 면담(semi-structured interview) 방식으로 하였다. 치료 종결 환자의 보호자에게는 치료 중의 경험에 대하여 회고적으로 질문하고, 치료 종결 후의 경험을 별도로 구분하여 질문하였다.
| 번호 | 질문 내용 |
|---|---|
| 도입 | 환자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요? 이번 인터뷰에 참여하시게 된 동기나 기대가 있으신가요? |
| 1 | 환자가 진단을 받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세부질문) 진단을 받고 보호자는 어떤 생각과 감정이 떠올랐나요? (세부질문) 환자는 진단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
| 2 | 치료 중에 겪었던 힘든 일은 무엇인가요? (세부질문) 그 경험이 어떤 의미였으며 신체적,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세부질문) 보호자 입장에서 그 경험에 대한 대처는 어떠했나요? |
| 3 | 치료 종결 후에 겪었던 힘든 일은 무엇인가요? (세부질문) 그 경험이 어떤 의미였으며 신체적,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세부질문) 보호자 입장에서 그 경험에 대한 대처는 어떠했나요? |
| 4 | 보호자의 삶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세부질문) 본인의 개인적 변화를 포함하여 일상, 가족, 주변사람과의 관계 등에서 생긴 변화는 무엇인가요? (세부질문) 이러한 변화들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준 것 같나요? |
| 5 | 현재 가장 큰 걱정이나 염려는 무엇인가요? (세부질문) 이러한 걱정들이 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나요? (세부질문) 지금 가장 필요하거나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
면담은 2023년 5월 19일에 시작하여, 2023년 8월 21일에 종료하였다. 대면면담 소요 시간은 평균 약 60분이었다.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전 과정을 녹음하였고, 면담자는 참여자의 표정, 태도, 정서적 반응 등 비언어적 요소를 관찰하여 기록하였다. 녹음 자료는 매번 면담 직후 전사록으로 만들었으며, 그 과정에서 참여자를 식별할 수 있는 고유명사는 삭제하였다. 분석 내용의 참여자 검토를 위한 추후면담은 유선 또는 화상으로 2023년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한 회씩 진행하였다. 소요 시간은 평균 약 20분이었다.
암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선행 질적연구(김다은 외, 2019; 김민아 외, 2016; 최권호 외, 2014)를 참고하여 면담 인원은 최소 10인으로 하였으며, 10인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면담에서 동일한 내용이 반복해서 나오는 지점을 면담 중지 인원으로 합의하였다. 동일한 경험이 반복적으로 나오는지 여부는 치료중 환자의 보호자와 치료종료 환자의 보호자를 나누어 판단하였으며, 총 15명 진행 이후 면담을 종료하였다.
주제 분석은 Braun과 Clarke(2006)의 자료와 친숙해지기, 1차 코드 생성, 주제 탐색, 주제 검토, 주제 정의 및 명명, 절차 검토 단계를 밟았다. 각 단계는 자료와 코드를 끊임없이 대조하며 수정·보완하는 순환적 과정을 통해 수행되었다. 질적 연구로서의 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Lincoln과 Guba(1985)의 기준을 준거로 엄격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특히 추후 유선 및 화상 면담을 통해 도출된 범주와 주제가 참여자의 경험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참여자 검토(member checking)를 실시하였으며, 참여자 대부분이 주요 범주와 주제에 동의하였다.
연구참여자의 특성은 <표 2>와 같다. 환자와의 관계는 아버지가 한 명, 할머니가 한 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어머니이다. 면담 시점을 기준으로 보호자는 63세가 최고령자, 38세가 최연소자이고 환자는 17세가 최고령자, 4세가 최연소자이다. 남성 환자의 보호자가 10명, 여성 환자의 보호자가 5명이다. 치료 단계는 치료가 진행 중인 환자의 보호자가 8명, 치료가 종결된 환자의 보호자가 7명이었다.
| 기호 | 보호자 나이 |
환자와 관계 |
환자 성별 |
진단연월 (yy/mm) |
환자 진단령 |
환자 현재령 |
진단명 | 치료 단계 |
치료종결연월 (yy/mm) |
대면면담 (yy/mm/dd) |
비대면면담 (yy/mm/dd) |
|---|---|---|---|---|---|---|---|---|---|---|---|
| C01 | 39 | 모 | 남 | 22/07 | 13 | 14 | MGCT1) | 종결 | 23/02 | 23/05/19 | 23/08/23 |
| C02 | 38 | 모 | 여 | 22/12 | 5 | 6 | PB2) | 진행 | - | 23/06/15 | 23/08/24 |
| C03 | 39 | 모 | 여 | 22/02 | 7 | 8 | MGCT1) | 진행 | - | 23/06/15 | 23/08/23 |
| C04 | 40 | 모 | 여 | 22/10 | 9 | 9 | OPG3) | 진행 | - | 23/06/20 | 23/08/25 |
| C05 | 43 | 부 | 남 | 22/10 | 13 | 14 | GMN4) | 종결 | 23/03 | 23/06/26 | 23/08/25 |
| C06 | 48 | 모 | 여 | 21/01 | 2 | 4 | PB2) | 진행 | - | 23/07/18 | 23/08/23 |
| C07 | 63 | 조모 | 남 | 23/05 | 9 | 9 | MB5) | 진행 | - | 23/07/18 | 23/08/24 |
| C08 | 50 | 모 | 여 | 22/04 | 12 | 14 | MB5) | 종결 | 23/04 | 23/06/13 | 23/08/24 |
| C09 | 50 | 모 | 남 | 23/04 | 13 | 13 | MB5) | 진행 | - | 23/06/13 | 23/08/23 |
| C10 | 43 | 모 | 남 | 22/08 | 16 | 17 | GMN4) | 종결 | 23/05 | 23/06/01 | 23/08/23 |
| C11 | 47 | 모 | 남 | 22/11 | 10 | 11 | GMN4) | 진행 | - | 23/06/01 | 23/08/23 |
| C12 | 43 | 모 | 남 | 22/08 | 12 | 13 | MGCT1) | 종결 | 23/03 | 23/06/15 | 23/08/23 |
| C13 | 60 | 부 | 남 | 21/08 | 13 | 15 | AEPN6) | 종결 | 21/12 | 23/06/28 | 23/08/23 |
| C14 | 39 | 모 | 남 | 23/03 | 7 | 7 | EPN7) | 진행 | - | 23/06/28 | 23/08/24 |
| C15 | 46 | 모 | 남 | 20/08 | 12 | 15 | GMN4) | 종결 | 21/01 | 23/08/21 | 23/08/25 |
치료 중 보호자 면담자료에서는 총 321개의 1차 코드가 생성되었고, 이를 12개 하위주제와 3개 상위주제로 통합하였다(표 3). 1차 코드가 많다는 것은 해당 범주나 상위주제가 보호자에게 더욱 다양하게 경험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상위주제 중 “감당범위를 넘어선 돌봄의 무게와 삶의 위기”가 가장 많은 코드를 포함하였으며(213개), 그중 “무너진 일상 속에서 직면하는 충격과 상실의 공포”에 가장 다양한 1차 코드가 나타났다(63개). 다음으로 “24시간 쉴 틈 없는 돌봄과 누적되는 신체적 피로”(46개), “치료를 감당하며 위협받는 경제·사회적 기반”(44개), “환자의 생존에 매달리며 흔들리는 가족체계”(40개) 순으로 나타났다. “빈약한 정보와 인프라로 마주한 현실적 장벽”은 상대적으로 적은 종류를 보였다(20개).
| 상위주제 | 하위주제 | 코드 수 | 대표 1차 코드 |
|---|---|---|---|
| 감당범위를 넘어선 돌봄의 무게와 삶의 위기 | 24시간 쉴 틈 없는 돌봄과 누적되는 신체적 피로 | 46 | 간병으로 목이랑 어깨, 허리가 안좋아짐 / 극도의 신체적 피로가 발현됨 / 아이가 잠을 못자서 보호자도 못잠 / 치료와 학교에 자신의 모든 생활을 다 맞춰야 함 / 24시간 환자 케어에 집중되어 있고 개인시간이 전혀 없음 |
| 환자의 생존에 매달리며 흔들리는 가족체계 | 40 | 치료 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로 부부갈등 / 엄마의 빈자리로 환자 외 형제들 힘들어함 / 엄마의 빈자리를 배우자가 제대로 채우지 못함 / 배우자가 일을 알아서 했으면 좋겠는데 하나씩 알려줘야 해서 화가 남 | |
| 무너진 일상 속에서 직면하는 충격과 상실의 공포 | 63 |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 아이를 잃을까 하는 마음이 항상 있음 / 병원에서 친했던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서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될까 무서움 / 아이가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공포감 | |
| 치료를 감당하며 위협받는 경제·사회적 기반 | 44 | 치료비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됨 / 직장생활과 아이 치료 병행의 어려움 / 외벌이 전환으로 빚이 날 것에 대한 걱정 / 노후준비 계획한 부분들이 다 없어지니까 불안함 / 아버지가 조퇴, 연차 많이 써서 승진 불이익 걱정 | |
| 빈약한 정보와 인프라로 마주한 현실적 장벽 | 20 | 뇌종양에 대한 정보 부족 / 치료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막막함 / 교사가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서 보호자가 제도 정보 조사해서 알려줌 / 한국소아암재단 쉼터는 대기인원이 많아서 이용하기 어려움 | |
| 통제불능의 상황을 버텨내기 위한 대응 | 무너진 현실을 납득하려는 발병 이유 찾기 | 17 | 원인을 찾고자 하는 시도를 하게 됨 / 원인을 알면 납득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 운이 없다고 생각하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 / 발병 원인에 대한 강한 탐색 욕구 |
| 현재의 치료에 전력을 기울이는 행동중심적 대처 | 16 | 망설이지 않고 실행 우선으로 달라짐 / 치료 스케줄을 빨리 소화하는게 급함 / 언제든 입원할 수 있도록 여행가방 준비 / 일단 어떻게든 살리고 본다는 마음 | |
| 환자를 지키기 위해 동요를 억누르는 정서조절 | 12 | 환자 앞에서 감정을 숨겨야겠다 마음먹음 / 부모의 영향을 생각하여 환자 앞에서 울지 않음 / 엄마는 강해야한다고 마음을 다잡음 / 가족들 앞에서 감정을 절대 안보이려고 함 / 마음은 흔들리지만 끝까지 잡고 있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 | |
| 환자돌봄에 밀리는 자기돌봄 욕구 | 20 |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를 해주는 상담을 받고 싶음 /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생각이 절실함 / 누구에게도 말못하는 속마음을 말하고 싶음 / 편안한 모임이 있었으면 함 | |
| 정보와 연대 속에서 재구성되는 의미와 관계 | 불확실한 경과를 견디기 위한 실제적 정보 확보 | 20 | 인터넷 까페에 가입하여 도움이 될 만한 정보 찾기 / 정보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함 / 보호자에게는 정보가 희망의 끈 / 생존 환자 이야기를 통해 심리적 위안 및 희망 유지 |
| 같은 처지의 보호자들과 형성하는 지지적 자조관계 | 7 | 다른 아픈 아이 엄마의 대화가 도움됨 / 같은 상황의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 중요성 /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말이 누구보다 큰 위로 / 인터넷에 올린 글의 댓글로 위로 받음 | |
| 위기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삶의 가치와 가족 유대 | 16 | 가족의 소중함 알게됨 / 경험을 나누어서 사회적 기여를 하고싶음 /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집안 분위기로 바뀜 / 아이와 가까워진 관계를 유지함 |
두 번째 상위주제인 “통제불능의 상황을 버텨내기 위한 대응”(65개)에서는 “환자돌봄에 밀리는 자기돌봄 욕구”(20개)가 가장 많았고, “무너진 현실을 납득하려는 발병 이유 찾기”(17개), “현재의 치료에 전력을 기울이는 행동중심적 대처”(16개), “환자를 지키기 위해 동요를 억누르는 정서조절”(12개)이 뒤를 이었다. 세 번째 상위주제인 “정보와 연대 속에서 재구성되는 의미와 관계”(43개)에서는 “불확실한 경과를 견디기 위한 실제적 정보 확보”(20개)와 “위기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삶의 가치와 가족 유대”(16개)가 두드러졌으며, “같은 처지의 보호자들과 형성하는 지지적 자조관계”는 상대적으로 종류가 적었다(7개).
보호자는 자신의 일상을 제쳐두고 24시간 환자 돌봄에 전념하였다. 잦은 요의, 가려움, 시력 저하, 편마비, 구토 등 뇌종양 증상과 치료의 부작용이 혼재되어 세심한 관찰과 즉각적 대응이 요구되었고, 보호자는 환자 곁에서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유지하였다. 입원 기간에는 불편한 간이침대, 야간 활력징후 측정, 병동 내 소음 등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워 소진과 체력적 한계를 느꼈다.
뇌종양 치료 과정은 가족 전체의 일상과 역할을 크게 변화시켰다. 환자는 학교를 중단하거나 생활반경이 축소되었고, 어머니는 병원 동행과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기존 계획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으며, 아버지는 생계 유지와 증가한 가사·육아 부담 사이에서 이중의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조부모·친척의 돌봄 참여, 형제자매의 분리 양육 등 가족 생활 전반이 재편되면서 긴장과 갈등이 깊어졌다. 특히 치료 방향이나 병원 선택 등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모 간 갈등이 두드러지기도 하였다.
“병원마다 말이 다 달랐어요…. (부부가) 이렇게 싸워본 적이 없는데, (치료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요. 애는 가운데서 자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이렇게 싸우니 죄인이에요.” [C10]
돌봄이 환자에게 집중되면서 다른 자녀의 불안·우울, 위축, 등교 회피, 활동 감소가 나타나기도 했다. 보호자는 환자 치료를 우선할 수밖에 없어 다른 자녀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안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꼈다.
보호자들은 진단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의 충격과 절망을 경험하였다. 뇌종양 진단까지 시간이 걸린 경우에는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죄책감과 후회가 동반되었다. 일부는 자신의 아이가 병에 걸린 것에 원망과 분노를 느꼈다.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말 많이 절망적이었죠. 믿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병원도 한 군데가 아니라 몇 군데 계속 다녔던 것 같아요. 오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지만 또 정말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C04]
보호자의 슬픔과 우울은 매우 컸다.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녀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꼈다. 다른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보호자들은 자신의 아이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두려움은 매우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와 보호자들에게 극심한 불안을 안겨 주었다.
보호자가 경제활동을 중단하면서 가정의 수입은 감소한 반면, 의료 관련 비용은 증가하여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일부 가정은 사보험이나 지원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았으나 전반적으로 가계 부담이 크게 증가하였다. 치료 기간, 완치 가능성, 기능회복 여부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보호자가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지고, 미래를 위한 재정 계획이 흔들렸다.
보호자에게 소아뇌종양은 낯선 질환이었다. 병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느꼈다. 치료 과정에서는 수술 여부, 항암·방사선 치료 방법과 시기, 전원 등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되는데, 충분한 정보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항암을 세 차례 약을 바꿔서 했는데, 다시 또 항암을 하자니까, 정말 이게 해도 되는지, 아이한테 득보다 실이 어떤 게 더 많은지를 사실 저희는 모르잖아요. … 저보고 어떻게 하고 싶냐고 반문을 하시니까, 제가 조금 더 힘든 거예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니까. 아닌데 결국 제 선택으로 아이가 어떻게 결정되니까. 제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 찾아봐도 정보가 없으니까, 이게 어디다가 자문을 구할 수가 없는 거예요.” [C04]
수도권 중심의 의료자원으로 인해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환자는 치료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병원 근처로 거처를 옮기는 경우가 잦았다. 보호자는 숙소·교통·식비 부담과 함께 낯선 환경에서의 여러 가지 생활 제약을 경험하였다.
자녀의 갑작스러운 뇌종양 진단으로 일상이 붕괴된 보호자들은 발병 이유를 찾으며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을 납득하고자 하였다. “왜 하필 내 아이에게”라는 반문과 함께, 자녀의 고통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난 일로 남을 때 현실을 더욱 견디기 어렵게 느끼는 모습이었다. 보호자들은 발병 원인을 알아도 진단이나 치료 계획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원인을 탐색하였는데, 이는 의학적 정보 획득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 같은 현실을 스스로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경험으로 바꾸어 가기 위한 시도로 보였다.
보호자들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력감을 줄이고 통제감을 회복하기 위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즉각적인 행동 대처를 보였다. 이는 수동적으로 치료 과정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되겠다. 얘를 어떻게 해야 살리나. 저도 처음이고 주변에서도 있었던 일도 아니고 하니까 카페, 인터넷 이런 걸 엄청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뭐라도 하기 위해서.” [C01]
어떤 보호자는 병실 부족으로 치료가 지연되는 상황을 여러 번 맞닥뜨리자, 즉시 입원할 수 있도록 늘 대기하며 생활하였다. 입원 상시 대기 상태는 불확실한 치료 일정 속에서 보호자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많은 보호자들은 자신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환자에게 전해져 불안을 유발하거나 치료 순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환자 앞에서 걱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이들에게 우선순위는 자신의 정서적 안녕보다 환자의 치료와 생존이었으며, 부모로서 버텨야 한다는 마음으로 간병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다.
보호자는 환자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두고 자신의 돌봄과 회복을 뒤로 미루었다. 극심한 심리적 부담과 정서적 소진을 겪으면서도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털어놓기 어렵다고 느꼈으며, 감정을 안전하게 드러낼 시간도 이를 받아줄 적절한 대상도 없다고 인식하였다. 한편으로는 전문적인 심리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심정을 안전한 공간에서 온전히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싶다는 자기돌봄과 회복에 대한 욕구를 드러냈다.
“엄마들 상담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어디다 뿜을 데가 없으니까. 정말 이 마음을 신랑한테도 말 못하고, 부모님한테도 말 못하는 것들을 그런 분들을 통해서, 내가 속에 있던 말을 좀 뿜어내면, 좀 마음이 편하고 그 분들이 얘기를 해주실 때 위로감을 받을 것 같아요.” [C06]
보호자들은 자신을 위해 도움을 구하는 일조차 사치로 여겨 죄책감을 느끼며, 버거운 감정을 홀로 억누른 채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으나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위로나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자 하는 조심스러운 바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치료 중인 환자의 보호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였다. 이는 단순한 지식 축적을 넘어 불확실한 상황에서 돌봄의 방향을 설정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비 과정이었다. 동시에 보호자들은 비슷한 처지의 긍정적 생존 사례를 절박하게 탐색하며 자신의 자녀도 살 수 있다는 심리적 위안과 희망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보호자의 정보 수집은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실질적 대처이자, 내면의 동요를 다잡기 위한 정서적 생존 기제로 기능하는 양상을 보였다.
보호자는 다른 보호자들과 대화하며, 가족이나 배우자에게는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감정과 고민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는 아픈 아이를 둔 부모만이 공유할 수 있는 경험으로서 비공식적 지지망으로 기능하였으며, 보호자들은 이러한 관계를 스스로 조직·유지함으로써 고립감을 완화하고 서로를 동료로 삼아 돌봄 스트레스와 불안을 조절해 나갔다.
치료종결 후 2년 내외 보호자 면담자료에서는 총 90개의 1차 코드가 생성되었고, 이를 12개 하위주제와 3개 상위주제로 통합하였다(표 4). 상위주제 중 “끝나지 않은 돌봄 속에서 지속되는 불확실성과 부담”이 가장 많은 코드를 포함하였으며(53개), 그중 “후유증 이후 자녀의 발달·학업·진로를 둘러싼 막막함”이 가장 높은 분포를 보였다(13개). 다음으로 “장기적 가이드라인과 지원체계 부재 속 부모에게 집중되는 관리 부담”(11개), “기약 없는 회복과 재발 가능성 속에서 지속되는 불안”(10개), “끝없이 이어지는 돌봄 속에서 깊어지는 만성적 소진”(10개), “질병의 흔적을 향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인한 상처”(9개) 순으로 나타났다.
| 상위주제 | 하위주제 | 코드 수 | 대표 1차 코드 |
|---|---|---|---|
| 끝나지 않은 돌봄 속에서 지속되는 불확실성과 부담 | 기약 없는 회복과 재발 가능성 속에서 지속되는 불안 | 10 | 손상된 뇌의 회복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음 / 언제까지 재활치료를 해야하는지 고민 / 완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니까 장애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을 알게 됨 / 피검사를 할 때마다 일주일 전부터 떨림 / 재발이 항상 불안함 |
| 후유증 이후 자녀의 발달·학업·진로를 둘러싼 막막함 | 13 | 치료 동안 멈춘 학교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 / 아이의 미래와 진로 걱정 / 후유증이 생기면서 학습 시 계속 봐줘야 / 어른이 되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 막막함 | |
| 질병의 흔적을 향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인한 상처 | 9 | 아이의 병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현실에 상처 /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계속 당할까봐 걱정 / 다른 학부모의 병에 대한 무지로 아이 폄하발언 들음 | |
| 장기 가이드라인과 지원체계 부재와 부모에게 집중되는 관리 부담 | 11 | 몰라서 바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 신체기능에 대한 재활 정보가 없음 / 경과와 재활, 생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 / 돌봄은 오로지 부모의 짐 | |
| 끝없이 이어지는 돌봄 속에서 깊어지는 만성적 소진 | 10 | 아이를 돌보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 치료 후에도 지속되는 아이 돌봄에 한계를 느낌 / 아이 공부를 보호자가 끌고 가니 힘듬 / 아이가 재활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답답함 | |
| 새로운 현실에 맞추어 재조정되는 기대와 돌봄 역할 | 병전의 기대를 내려놓고 자녀의 건강과 일상의 행복을 우선함 | 6 | 그냥 건강하게 오래만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 / 재발이 되더라도 아이가 먹고 싶은 거 먹게 해주자는 마음 |
| 지속적 돌봄 책임감의 강화 | 5 | 아이를 꼭 돌봐줘야 되겠다는 사명감 / 내 아이는 내가 나서서 지켜야겠다 다짐 / 장애 아이를 둔 부모 심정을 알게 됨 | |
| 삶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지속 가능한 돌봄 모색 | 현재에 맞추어 목표를 낮추는 돌봄의 완급 조절 | 5 | 아이를 앞으로 계속 끌어안고 가야 하니까 장기전으로 생각 / 무리하지 말아야겠다 다짐 |
| 환자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회복해 가는 가족체계의 균형 | 13 | 치료 중에는 몰랐던 다른 자녀의 소외감 발견하고 대화 / 가족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계획 / 다른 자녀를 돌보기 위해서 심리상담을 받음 | |
| 버텨낸 자신을 다독이며 시작하는 자기돌봄 | 9 | 이제야 내 몸도 힘들구나 자각 / 스스로 돌보기 위해 많은 노력 / 그동안 스스로는 챙기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 |
상위주제 ‘새로운 현실에 맞추어 재조정되는 기대와 돌봄 역할’(11개)에서는 “병전의 기대를 내려놓고 아이의 건강과 일상의 행복을 우선함” 가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고(6개), “지속적 돌봄 책임감의 강화”(5개)가 뒤를 이었다. 상위주제 “삶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지속 가능한 돌봄 모색”(24개)에서는 “환자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회복해 가는 가족체계의 균형”가 가장 많았으며(13개), “버텨낸 자신을 다독이며 시작하는 자기돌봄”(6개), “현재에 맞추어 목표를 낮추는 돌봄의 완급 조절”(5개) 순으로 나타났다.
보호자들은 치료가 끝나면 아이가 활기찬 모습을 되찾고 다시 발병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대와는 달리 뇌종양으로 인한 기능 저하와 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치료 이후에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치료를 모두 마친 이후에도 보호자들은 회복의 경과를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경험하였다.
“시력이 안 돌아온 지 벌써 한 6개월이 됐어요. (주치의는) 1년 이상 걸릴 거라고 얘기도 하세요. 그럼 나는 1년 6개월로 보고, 1년 6개월 안에 빨리 되면 되게 좋은 거고 1년 6개월도 안 되면 다시 또 그때 치료 방법 찾으면 되고. 이게 다 현실이니까. … 이거는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어쨌든 아이랑 계속해서 풀어서 나가야 되니까.” [C05]
보호자들은 치료가 일단락되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재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정기 검사 일정이 다가올 때마다 검사 결과에 대해 긴장하게 되었다.
치료 종결 이후 보호자들은 자녀의 발달·학업·진로 전반에 대해 뚜렷한 방향을 그리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경험하였다. 장기간의 입원과 통원으로 학업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제한되면서 또래와의 학업 격차가 생겼다. 병의 영향으로 나타난 주의집중·기억력·체력 저하는 학업 적응과 또래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더하였다. 청소년기는 진학과 진로를 구체화해야 할 시기임에도 누적된 학업 지연과 기능 제약으로 인해 환자는 학업 동기나 진로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다. 보호자는 자녀가 충분히 회복하여 스스로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지, 혹은 다른 교육과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았을 때를 생각하면 미래가 막막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2-3년 이렇게 갭이 생기면 다른 애들처럼 공부를 따라갈까하는 그 걱정이 제일 많더라고요. 치료가 끝나갈 무렵에는 너무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공부에 대해서.” [C09]
보호자들은 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과 학업 적응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부담을 느꼈다. 단기간에 뚜렷한 호전이 체감되지 않아, 환자들은 재활에 대한 의욕을 잃고 계속하기 꺼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들은 회복을 위해 재활을 어느 정도까지 독려할지, 또 무리하지 않도록 그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지에 대한 고민이 보고되었다.
치료 종료 후에도 외모 변화나 부작용이 남아 있는 경우, 보호자들은 타인의 시선과 질문을 반복적으로 마주하며 매번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다. 자녀의 질병이 이야깃거리가 되거나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컸다. 무심한 비교나 배려 없는 반응을 접할 때 보호자들은 편견과 낙인을 체감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깊은 상처를 받았다.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자녀의 상태를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 자체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다.
보호자들은 치료 종결 후 자녀의 기능 회복과 일상 복귀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 소개 등 개인적 경로로 정보를 구하였다. 지원 서비스를 알게 되더라도 긴 대기기간과 복잡한 신청 절차로 인해 이용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었다. 특히 비(⾮)수도권에서는 자원 부족과 이동 문제로 지역 간 서비스 격차가 두드러졌다. 보호자들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치료 이후 삶을 단계적으로 안내하는 가이드라인, 서비스와 정보를 한곳에서 연결하는 통합 창구를 절실하게 원하였다.
치료가 끝난 직후 보호자들은 자녀가 다시 병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아이의 학업과 생활을 이전의 기준에 맞추려 하였다. 그러나 치료 이후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기능 수준과 더딘 회복의 현실을 마주하며, 이들은 과거의 삶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함을 점진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보호자들은 자녀가 또래 수준의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부모가 기대했던 성취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며, 자녀를 향한 기대를 자녀의 현재 모습에 맞추어 수정해 나갔다.
“(학기말) 시험이 끝났거든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시험 잘 봤니? … 한 7-80점이라고 하길래, 우리 OO이 학원도 안 가고 집에 와서도 자습, 복습도 안하는데, 7-80점이면 잘했다, 그렇게 말했어요. … 내 입장에서는 공부고 뭐고 건강하게 오래만 살아줬으면.” [C13]
치료 이후 보호자들은 재발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녀의 생활 전반을 엄격히 관리하며, 병 이전의 삶으로 되돌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가 원하는 것을 먹게 하고, 일상 속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보호자들은 예전의 기준을 그대로 고수하기보다, 달라진 현실 속에서 아이의 건강과 일상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돌봄을 바꾸어 가고 있었다.
치료 이후 보호자들은 자녀의 재활과 학업, 일상 관리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돌봄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조정하였다. 학교생활을 보조하고 재활치료 일정까지 챙기다 보면 자신의 체력과 시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고, 돌봄을 같은 강도로 계속하기는 어렵다고 느꼈다.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필요한 영역부터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보호자들은 돌봄의 완급을 조절하며, 가족의 현실과 자녀의 상태에 맞춘 장기적인 돌봄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 있었다.
치료가 일단락되자 보호자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려 하였다. 여행을 가거나 함께하는 활동을 계획하여 가족관계를 회복하려 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른 자녀는 환자가 혹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느끼며 쌓였던 서운함과 소외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환자에게 집중되었던 돌봄을 다른 자녀와 보호자 자신을 포함한 가족 전체로 다시 분배하며,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돌봄의 균형과 가족의 응집력을 회복해 가려는 적응 과정으로 해석된다.
본 연구는 소아뇌종양 환자 보호자의 돌봄 경험을 진단 및 치료기에서 생존기까지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탐색함으로써, 치료 종결이 돌봄의 종결이 아닌 장기적 돌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특히 예후의 불확실성과 신경학적 후유증 가능성이 보호자의 일상과 가족 체계에 스며드는 양상을 한국적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냈으며, 공식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보호자들이 비공식적 자조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적·정서적 자원을 확보해 가는 양상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선행연구와 비교하여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치료 중 보호자들은 24시간 밀착 간병으로 인한 신체적 소진과 반복적 상실의 공포가 중첩된 복합적 위기를 경험하였다. 이는 소아뇌종양 환자 부모가 일반 아동 부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족 갈등과 디스트레스(distress)를 보고하였다는 Sayal 외(2023)의 결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둘째, 보호자들은 내면의 동요를 통제하고 치료 일정 관리나 의사결정과 같은 실질적 과업에 집중하는 정서 억제 및 행동중심 대처를 보였다. 이는 아시아권 가족이 환자 보호를 위해 외적 평정(calmness)을 중요한 돌봄 역할로 인식한다는 논의(Lee & Bell, 2011; Rezaei et al., 2024)와 상응하며, 단순한 심리적 회피라기보다 전략적이고 기능적인 적응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자기 시간을 갖는 것조차 죄책감으로 경험하는 내적 충돌(Tan et al., 2022)을 고려할 때, 장기화될 경우 정서적 소진과 우울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임상적 주의가 요구된다.
셋째, 보호자들은 동료 보호자와의 비공식적 지지망을 통해 정서적 위안과 실천적 지식을 함께 얻는 통합적 적응 자원을 형성하였다. 이는 다학제팀 기반의 구조화된 심리사회적 지원이 제공되는 일부 해외 사례(Wiener et al., 2015)와 달리, 의학적 치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 현실과 연결된다. 또한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가족과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변화는, 부정적 고통과 긍정적 성장이 병존하는 양가적 경험(최권호, 남석인, 2020)의 역동적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넷째, 치료 종결은 보호자에게 부담의 해소가 아닌 더딘 회복, 재발 불안, 신경학적 후기 후유증(late effects)으로 인한 자립 지연을 수반하는 장기 돌봄의 시작으로 경험되었다. 이는 뇌종양 생존자의 만성적 후유증(Paltin et al., 2024) 및 성인기 독립 지연 가능성(Palma et al., 2015)과도 상응한다.
다섯째, 생존 단계의 보호자 소진은 뇌손상의 특수성,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 제도적 공백이 맞물리면서 가중되었다. 보호자들은 외모 변화나 인지 저하를 겪는 자녀가 마주할 편견에 민감하게 반응하였으며(김현진 외, 2025; 최권호 외, 2015), 이는 뇌손상 관련 낙인이 가족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선행연구(Phelan et al., 2011)와도 맥을 같이한다.
여섯째, 다중적 장벽 속에서도 보호자들은 발달적 기대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자기돌봄을 다시 모색하는 적응을 시도하였다. 이는 규범적 기대를 재조정하는 인지적 재조정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Rezaei et al., 2024), 동시에 돌봄 책임이 부모의 노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내포한다.
종합하면, 소아뇌종양 환자 보호자의 경험은 치료 종결 이후에도 상당한 불확실성과 만성적 돌봄 부담을 수반하므로, 정책적·실천적 지원은 급성기 위기 개입에 머무르기보다 후유증 관리, 학교 및 사회 복귀, 보호자의 장기적 심리사회적 적응을 함께 다루는 생애주기적·다학제적 연계 체계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실천적 제언으로는, 첫째 진단 초기부터 추적관찰기까지 보호자의 소진과 가족 갈등을 정기적으로 사정하는 다학제적 지지 체계 마련, 둘째 보호자의 정서 억제 및 행동중심 대처를 병리화하지 않으면서도 누적된 정서적 부담을 완화하는 심리사회적 개입과 휴식 지원 연계, 셋째 치료기 및 종결 후 단계에 따른 심리교육과 재활·교육·복지 자원 안내 체계 구조화, 넷째 병원·학교·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지원체계 마련 및 동료 보호자 지지모임 활성화를 제안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을 바탕으로 후속 연구를 제언한다. 첫째, 표집과 일반화 측면의 한계이다. 본 연구는 단일 의료기관에 등록된 15명을 의도적으로 표집하였고 참여자 대부분이 어머니였으며, 사망 가능성이 높은 암종의 보호자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로 인해 보호자의 부담이 가장 큰 중증 및 사별 상황의 경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였고, 결과를 소아뇌종양 보호자 전체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는 다기관·다지역으로 표집을 확대하고, 아버지·형제자매·조부모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과 중증 및 사별 보호자를 포함하여 돌봄 경험의 이질성과 가족 역동을 폭넓게 포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연구설계 측면의 한계이다. 본 연구는 진단부터 치료 종결 후 2년 내외의 시점에서 수집한 단면적 면담자료에 근거하므로, 장기 생존기로 이어지는 돌봄 경험의 종단적 변화와 치료를 마친 보호자의 회상에 따른 편향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였다. 이에 향후에는 동일 보호자를 진단 시점부터 장기 생존기까지 반복적으로 추적하는 종단적 설계를 통해 시기별 적응 궤적과 전환점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본 연구에서 도출된 의미 재구성 방식과 적응 기제를 반영하여, 진단·치료·생존의 각 단계에 특화된 가족 맞춤형 심리사회적 개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 . (2013). 소아암 아동청소년의 학교복귀 및 적응 어려움, 기존 서비스의 한계와 대안. 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38, 181-215. https://kiss.kstudy.com/Detail/Ar?key=3236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