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6-072X
알기 쉬운 요약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how public and private professionals identify and support individuals at risk of solitary death, in order to draw practical and policy implications for prevention. To this end, data were collected through focus group interviews with 10 public officials and 7 social workers involved in solitary death-related work, recruited via community referrals. The data were analyzed using content analysis. The analysis yielded 4 major themes and 15 subcategories. Focusing on the major themes, we found that recognizing the widening gaps in services is critical. However, difficulties in identifying those at risk are increasing, and even when they are identified, providing adequate support remains difficult. Furthermore, this study emphasized the need for a human safety net involving neighbors, along with a systematic and collaborative service delivery system, to better identify and support those at risk. Based on these findings, this study recommends continued attention to the characteristics of solitary death risk groups, expanding resources to address service gaps, and strengthening local community participation to prevent solitary deaths.
본 연구의 목적은 공공 및 민간 전문가의 고독사 위험군 발굴·지원 경험을 이해함으로써 고독사 예방을 위한 실천적·정책적 함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지역사회의 추천으로 고독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 10명과 사회복지사 7명을 선정하여 초점집단면접을 실시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내용분석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4개의 대주제와 15개의 하위범주를 도출하였다. 대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넓어지는 사각지대에서 발굴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발굴에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굴이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지원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현실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웃과 함께하는 인적 안전망의 중요성과 체계적이고 협력적인 전달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고독사 예방을 위하여 고독사 위험군의 특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필요성과 사각지대 지원을 위한 자원의 확대, 지역주민 참여 강화 방안 마련 등을 제언하였다.
고독사는 현대사회의 그늘 속에 자리한 비극으로 2023년 기준 연간 3천 명 이상이 홀로 생을 마감하며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가족구조의 변화, 1인 가구의 증가, 지역사회와 공동체 의식의 약화 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정순둘 외, 2023). 최근 1인 가구 비율이 35.5%에 이르렀다는 통계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인 동거 가족의 부재를 보여주며,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직면한 고립의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드러낸다(통계청, 2023).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사회적 고립은 더욱 심화하였으며, 팬데믹 이후에도 비대면 활동이 지속되면서 개인 간 상호작용의 감소와 사회적 연결성이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외로움’, ‘사회적 고립’이라는 관계의 결핍으로 인한 새로운 사회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고독사 문제가 수면 위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고독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2020년 「고독사 예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23년에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에서는 고독사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와 깊이 관련된다는 점을 강조한다(관계부처합동, 2023. 5. 17.). 그에 따라 기존의 경제적 취약 가구뿐만 아니라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지자체의 공공 및 민간 기관들도 통합사례관리, 복지 사각지대 발굴, 위기가정 지원사업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연계하여 고독사 위험군에 대한 발굴 활동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관협력 기반 활동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사회적 고립이나 고독사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강화 및 활발한 대응 네트워크 구축도 이루어지고 있다(Dahl, 2020). 이러한 변화는 고독사 문제를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고독사 예방을 위한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전달체계는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통합사례관리, 복지 사각지대 발굴사업, 위기가정 지원사업 등 기존 복지사업 체계를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간접적으로 발굴하고 있으며,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이 협력하여 조기 발견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김수진 외, 2023; 정순둘 외, 2023). 다만, 지자체의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은 복지위기가구 발굴 과정에서 1인 가구, 위기 및 고립 가구,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가구 등을 식별하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사업들은 고독사 예방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고독사 위험군에 특화된 발굴 및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기존 복지사업과의 유기적 연계와 통합적 접근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또한 고독사의 위험 특성이 점차 다양화되고 복잡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류주연 외, 2023), 현장의 발굴 및 지원 활동 역시 전문성과 정교함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고독사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고독사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독사 문제를 일선에서 다루는 현장 전문가의 경험을 다루는 것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고독사라는 특정 현상에 대한 현장의 경험은 기존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독사는 중앙정부의 정책이 뒤늦게 수립된 만큼 현장의 전문가들이 먼저 각자의 영역에서 고독사 예방과 지원의 활동을 수행해 온 분야이다. 그만큼 현장에서 직접 고독사의 문제를 접해온 그들의 축적된 경험적 지식을 이해하는 것은 고독사 문제에 대한 심층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현장 전문가는 고독사 위험군의 발굴과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현장 전문가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행연구에서는 전문가의 고독사 대응 경험을 이해하고자 시도한 연구를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연구는 고독사의 현황 및 실태를 파악하거나(송인주, 김명숙, 2016; 김수진, 류주연, 2023), 고독사의 영향 요인을 분석한 연구(정순둘 외, 2023), 고독사 관련 조례 분석(임유진, 박미현, 2018; 김윤민, 2023), 고독사의 양상을 인구집단별로 분석한 연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의 고독사(Holwerda et al., 2012; 최승호 외, 2017; 김수진 외, 2023; 이상우, 2024), 청년의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이수비 외, 2022; 조미형 외, 2022; 류주연 외, 2023), 중장년 1인 가구와 고독사 위험에 대한 연구(박선희 최영화, 2020; 장수미 외, 2022; 박민진, 김성아, 2022)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고독사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복지 사각지대 발굴의 실천 경험을 다룬 연구도 있다(최지선, 2020). 이러한 연구들은 새롭게 부상한 고독사라는 현상의 원인과 양상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였으나, 공공과 민간 영역을 아울러 실제 지역사회 내에서 고독사 위험군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발굴되고 전달체계에 편입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맥락이나 실제 발굴 및 개입 경험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공공 및 민간 전문가들의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지원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여, 전문가들이 직면한 도전과 경험을 분석하고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지원 활동에 직접 참여한 공공 및 민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수집된 자료를 질적 연구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고독사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사회 내 공공 및 민간 부문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하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국가법령정보센터, 2023).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4년 동안 고독사의 정의는 세 차례에 걸쳐 변화하였다. 2020년 제정 당시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의 죽음으로 규정하였으나, 2022년 ‘홀로 사는 사람’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으로 변경하였고, 2024년 개정에서는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정의에서 삭제함으로써 고독사의 범위가 보다 넓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러한 변화는 고독사의 정의가 사회적 고립의 맥락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다루어질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죽음(good death)"이란 개인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고 자율성과 존엄성을 유지하며, 사랑하는 이들의 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평화롭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한다(Lederman, Z, 2024). 이 개념은 문화적·철학적·종교적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통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반면, 고독사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과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채, 정서적 지지나 돌봄이 결여된 상태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좋은 죽음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특히 임종의 순간 특정한 사람이 곁에 있기를 바라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에도 불구하고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은 잘못된 죽음, 나아가 사회적 실패라고 여겨진다(Lederman, Z, 2024). 고독사에 관한 연구들은 이러한 죽음이 가지는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결핍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Seale, C. 2004; Nelson-Becker & Victor 2020). 김수진 외(2023)는 고독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독생(孤独⽣)’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죽음 자체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고독사 현상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사회적 고립 상태와 죽음 이후 개인이 놓인 사회적인 상황 모두를 아우르는 현상이다. 따라서 고독사는 단순히 개인의 고립으로만 볼 수 없으며, 사회구조와 환경의 변화 속에서 복지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는 고독사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조건이다. 가족구조의 변화, 저출산, 고령화 현상, 도시화와 개인주의 확산, 경제적 이유 등에 의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장수미, 배은경, 방혜선, 2022; 김윤민, 2023). 2024년 현재 1인 가구의 인구비율은 41.8%에 이르며 가속화되어 가고 있어 미래 사회를 위협하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안준현. 2024. 4. 11.). 특히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은 우울증과 자살, 고독사의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Hajek, A., & König, H. 2021). 사회적 고립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고립이 개인의 정신건강과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Cacioppo, J. T, 2003; 박찬웅 외, 2020; 최지현 외, 2022)
도시화나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지역공동체의 해체로 이러한 사회적 고립이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 과거 지역공동체가 전통적으로 사회적 연결을 담당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해왔으나 개인중심적 가치관의 강화로 인해 이러한 공동체의 기능이 약화되었고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노년층에서 겪는 지역사회와의 단절은 건강의 악화나 경제적, 정신적 위기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하고 결국 고독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Kellehear, A, 2009; Kim, H. S, 2017, 최승호 외, 2017). 고독사 위험군의 영향요인 연구에서는 지역공동체의 영향이 약화된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에 고립의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정순둘 외, 2023).
사회복지정책의 낮은 접근성과 엄격한 지원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도 사회적 고립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고독사는 이러한 정책적 사각지대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실제로 복지서비스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복지 혜택을 신청하지 못한 사람들이 고립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에서 고독사가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최지연, 2018, 이동임, 천정환, 2021; 류주연, 2023). 또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관계망 약화도 고독사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펜데믹 기간 동안 물리적 접촉이 제한되면서 가족, 친구, 이웃들과의 소통이 줄어들고 이는 고령자 및 취약계층에 심각한 사회적 고립을 초래했다(Nelson-Becker & Victor, 2020). 이로 인해 기존 지역공동체나 돌봄체계가 중단되거나 축소됨에 따라서 고립계층에 정서적, 사회적 지원이 줄어들면서 고립이 심화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인구가 증가하였으며,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고독사가 발생하는 다양한 원인이 드러나면서 고립된 일상과 단절된 삶을 특징으로 하는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고독사 위험군’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송인주, 2016). 고독사 위험군은 일반적으로 1인가구나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사회적 관계망에서 고립된 개인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본 연구에서는 고독사를 예방하고 ‘고독생(孤獨⽣)’의 맥락을 탐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고독사 위험군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고독사의 가능성이 높은 집단”으로 정의한다.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과 정서적·경제적 고립이 장기적으로 누적된 결과로 이해된다. 선행연구에서는 고독사의 주요 원인을 ‘사회적 고립’으로 지목하며, 이는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질병으로 간주된다(Cacioppo & Hawkley, 2009; Cacioppo et al., 2010). 사회적 고립은 우울증, 불안,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건강문제를 유발하며,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Gerst-Emerson & Jayawardhana, 2015; Liu et al., 2020). 청년기에도 사회정서적 장애, 자살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Chan et al., 2015), 노년기에는 신체·정서적 쇠약과 함께 자살이나 고독사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최승호 외, 2017; Kim, 2017).
이러한 맥락에서 고독사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현대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역 커뮤니티와 사회적 연결망 회복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오독립, 2023).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커뮤니티를 회복하고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정책의 움직임에서도 커뮤니티 회복 담론이 중심적인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주민 간의 상호작용과 돌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고립된 개인이 공동체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말한다.
이렇듯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이나 실천 영역에서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적으로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최초로 추진한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2018년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설립하고 우편집배원이나 민간 활동가가 혼자 사는 노인에게 방문하여 말동무 서비스를 해주는 사업을 운영하여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Dahn, 2020). 일본에서는 ‘이바쇼’라는 개념을 통해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자신을 편안히 보여줄 수 있는 공유공간을 조성함으로서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공통체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이윤정 외, 2015).
국내에서도 고독사 예방을 위한 주민참여형 전달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장수미 외(2022)는 장년층 1인가구에 대한 사회복지 현장 실무자의 실천 경험에 대한 FGI 연구를 통해 고독사 위험군 발굴의 어려움 뿐 아니라 전문기관에의 연계의 어려움, 지역사회복지서비스의 자원 연계의 한계 등을 지적하였다. 최지선(2020)은 통장, 이웃,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자원봉사단체로 구성된 인적 안전망이 사각지대 발굴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들은 위기가구에 자발적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고독사 실태와 관련된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고독사의 최초발견자가 집주인, 이웃 등으로 나타나 고립의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지역사회 커뮤니티에서 발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송인주 외, 2017, 류주연 외, 2023).
이렇듯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의 문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이기에 이에 대한 대응 역시 다양한 부처와 기관이 협력하여 종합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정부는 제1기 고독사 예방 계획을 수립하면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통한 고독사 위험군 발굴, 고독사 예방 게이트 키퍼 양성, 통합사계관리 체계와의 연계 등을 통한 전달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관계부처합동, 2023. 5. 17.). 그러나 고독사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로서 대응기반이 약하다 보니 중앙부처-지자체-유관기관간 네트워크가 미약하고 체계적 협업시스템이 부재한 현실이다(류주연, 2023). 고독사 특성상 주변의 발굴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사전관리와 예방사업 시행의 핵심 주체인 지역 중심의 네트워크 구축과 자원개발이 제한적이라는 문제도 제기된다(송인주, 2016). 실제로 지역(community)의 역량이 고독사 예방 사업의 성패를 좌우함에도 불구하고 관련한 연구들이 부재하였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지역의 고독사 관련 조례개발 연구들도 진행되었다(임유진, 박미현, 2018; 박미현, 2019; 김윤민, 2023).
주민이 참여하는 고독사 위험계층 발굴 지원이 공공복지의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며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역사회복지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송인주 외, 2017; 최지선, 2020; 이영글 외 2021). 이는 주민참여가 단순한 발굴을 넘어서 지역사회 복지 자원을 극대화하고,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이영글 외, 2021). 다양한 연구에서 읍면동 사례관리자, 방문 간호사 등의 공공역 역과 사회복지관,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 민간기관의 협력이 고독사 예방의 실효성을 높인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체계 내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 간 협력 시스템이 미약하며 민간 거버넌스 작동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류주연 외, 2023).
고독사 문제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고립 상황에 처해 있는 개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지원기관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에서 넘어서 당사자의 가족이나 지역사회를 활용한 발견과 연결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오독립, 2023).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전달체계나 정책 시스템을 분석하는 데는 용이하지만, 실제 고독사 위험군의 발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공공 및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고독사 위험군 발굴의 실제 모습은 어떠하고 어떠한 문제점들이 도출되고 있는지 심도있게 탐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고독사 전달체계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지역사회에서 고독사 위험군 발굴을 위해 일하는 공공과 민간 전문가들의 경험을 경청하는 것은 고독사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지원체계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고독사 위험군 발굴 과정에서 공공 및 민간 실천 주체가 실제로 경험한 인식, 실천 전략, 어려움과 한계 등을 질적으로 탐색함으로써, 고독사 예방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지속가능한 발굴 및 지원체계를 마련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조사일 기준 고독사 예방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 및 민간 전문가를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조사(Focus Group Interview, FGI)를 실시하였다. 연구참여자는 00광역시에 종사하는 자치구 담당 공무원 5명, 행정동 담당 공무원 5명, 사회복지기관 사회복지사 7명이 참여하였으며, 의도적 표집방법을 활용하여 시청, 사회복지 유관조직, 지역 관계자 등의 추천을 통해 소개받았고 이들에게 연구에 대해 안내하고 참여의사를 확인한 후 최종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단, 공공 조직의 경우 공공의 순환근무 특성상 현재 관련 사업 담당 주무관이나 팀장을 우선으로 하였고 최대 6개월 이상 업무를 담당한 자로 하였다. 민간 사회복지기관의 경우 지역사회보호사업의 일환으로 위험군 발굴 등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예방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에 1년 이상 참여한 담당자를 우선으로 추천받았다. 그 결과는 다음의 표와 같다.
구분 | 참여자 | 성별 | 소속 및 직위 | 전체 경력 | 현 업무 경력 |
---|---|---|---|---|---|
공공: 자치구 | A_1 | 남 | 구청 팀장 | 25년 | 1년 |
A_2 | 남 | 구청 주무관 | 3년 | 2년 | |
A_3 | 여 | 구청 팀장 | 30년 | 1년 | |
A_4 | 남 | 구청 주무관 | 17년 | 6개월 | |
A_5 | 여 | 구청 주무관 | 19년 | 2년 | |
공공: 행정동 | B_1 | 남 |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10년 | 3년 |
B_2 | 여 |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11년 | 4년 | |
B_3 | 여 |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15년 | 1년 | |
B_4 | 여 | 행정복지센터 팀장 | 18년 | 1년 | |
B_5 | 여 |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20년 | 2년 6개월 | |
민간: 사회복지관 | C_1 | 여 | 사회복지관 팀장 | 11년 | 9년 |
C_2 | 여 | 사회복지관 과장 | 13년 | 1년 5개월 | |
C_3 | 여 | 사회복지관 과장 | 13년 | 11년 | |
C_4 | 남 | 사회복지관 과장 | 17년 | 17년 | |
C_5 | 여 | 사회복지관 부장 | 22년 | 22년 | |
C_6 | 여 | 사회복지관 부장 | 24년 | 19년 | |
C_7 | 남 | 사회복지관 부장 | 16년 | 16년 |
본 연구는 초점집단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FGI)를 통해 2023년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약 2개월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였다. FGI는 유사한 특성을 가진 연구 주제에 적합한 참여자들로 구성하여 집단의 역동과 상호작용을 통해 이들의 의견, 태도, 인식 등의 통찰력 있는 질적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Patton 1987; Krueger, 1994) 고독사 위험군 발굴이라는 복잡한 실천 주제를 탐색하는데 적절한 연구 방법이다. 본 연구에서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3개 집단(자치구 공무원, 행정동 공무원, 민간조직 사회복지사)으로 구분하여 조사하였다.
면접조사는 연구참여자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에서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한 사회복지학 전공 박사 2인이 주 진행자와 보조 진행자로 직접 참여하여 집단별 1회씩 총3회 실시하였다. 모든 인터뷰는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해 집단별로 2시간~2시간 30분가량 소요되었고 보완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e-mail 등을 통해 보완하여 자료의 포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인터뷰의 전 과정은 연구참여자의 동의하에 녹음기를 활용해 녹음하였다. 주요 질문으로는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과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어려움 등은 무엇입니까?’, ‘고독사 등의 대응을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등이었다.
분석을 위해서 우선 연구참여자의 진술을 모두 전사한 후 질적내용분석으로 분석하였다. 질적내용분석은 자료를 분석하고 자료의 의미를 해석하는 질적연구 방법 중 하나로 텍스트의 내용과 맥락적 의미에 관심을 두고 구체적이거나 추론된 의사소통 내용을 범주화 할 수 있는 방법이다(Cavanagh, 1997; Hsieh & Shannon, 2005; 손행미, 2017에서 재인용). 무엇보다 코딩 과정에서의 체계적인 분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텍스트 자료의 내용을 주제나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손행미, 2017). 이에 연구진은 전사자료와 현장노트를 여러번 읽어 내용에 친숙해진 후 자료의 핵심적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주요 의미에 따라 자료를 코드화하였고 이를 그룹화하여 주제를 도출하였다. 연구진이 함께 연구 내용을 검토하며 수정 과정을 반복하였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분석 내용을 정리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윤리적 고려를 위하여 다각적으로 노력하였다. 먼저, 연구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연구진 모두는 조사 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선이해나 편견을 의도적으로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연구참여자를 대상으로 연구 목적과 내용을 설명하였고 비밀보장, 참여 중단, 개인정보관리, 녹음에 대한 동의 등을 안내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았다.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인터뷰 진행 중 현장 노트를 작성하여 분석에 활용하였고, 분석 과정에서 필요시 연구참여자에게 질의하는 등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추가자료를 확보하였으며 참여자의 진술을 풍부하게 제시하였다. 이 외에도 질적 연구 경험이 많은 사회복지학 박사로부터 연구 결과에 대해 확인받는 과정을 거쳤다.
본 연구는 고독사 위험군의 발굴과 지원을 수행해 온 공공 및 민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장 실천 속에서 체감된 제도적 한계와 가능성을 조망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총 4개의 대주제와 15개의 하위범주가 도출되었다. 구체적으로 <표 2>와 같다.
대주제 | 하위범주 |
---|---|
넓어지는 사각지대에서 발굴의 중요성 | 새로운 사각지대가 나타남 중요함 |
열리지 않는문... 닫힌 문을 열기가 어려움 | |
한 명이라도 더 찾는 것이 중요함 | |
발굴 후에도 지원하기 어려운 현실 | 발굴이 개입으로 연결되지 못함 |
책임만 있을 뿐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음 | |
신속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함 | |
닫힌 문이 열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함 | |
이웃이 함께 만드는 인적 안전망의 중요성 | 발굴은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함 |
자주 찾아가 관계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함 | |
참여하는 이웃 등의 역량과 의지가 중요함 | |
활동 지속을 위한 보상이 필요함 | |
체계적이고 협력적인 전달체계의 필요 | 고독사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함 |
민관 고유의 역할 수행이 필요함 | |
민관 간 협력이 필요함 | |
전문 영역 간 연계가 필요함 |
최근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독사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부분까지 관심 영역이 넓어지게 되면서 고독사 위험과 관련된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다. 연구참여자는 현재 드러나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고독사의 위험이 높으며, 사각지대의 범위 자체가 새롭게 확대되었다고 언급하였다. 구체적으로 현 제도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제도권 밖에 있는 청년과 중장년, 낮은 사회적 관계를 가진 사람 등의 고독사를 우려하였다. 아직 대부분의 사회서비스가 노년층에 집중되면서 소외되는 청년과 중년의 높아진 위기는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외로움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개인이 고독사와 연결될 수 있음을 제기하였다. 기본적으로 개인의 어려움이 사회적으로 보호된다면 고독사로 이어지지 않겠지만, 사각지대에 위치하여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경우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좀 더 신경을 쓰고 좀 더 노력하고 하다 보니까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또는 여기 이쯤에 이런 분들이 많이 계실거야라고 했던 분들이 실제로 발굴되다 보니까 우려되는 집단 대상이 좀 많아진 느낌이고 (C_1)
공공과 민간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고독사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의 닫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한 명 한 명 직접 찾아가며 문을 열기 위한 시도에도 그 문이 잘 열리지는 않으며 강제할 수도 없다. 문을 두드리는 것 자체도 쉽지 않으며, 은둔이나 고립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접근을 반기지 않고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되며, 이제는 발굴 후 지원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발굴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많은 위험군을 찾아내고 있지만, 찾아낸 위험군에게 어떻게 지원하고 개입해야 할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사각지대 위험군의 특성상 발굴이 되었을지라도 서비스에 대한 거절로 이어져 실질적인 개입으로 연결되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발굴 이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은 점도 개입을 저해하는 부분이다. 연구참여자는 자신에게 고독사 예방을 위해 위험군을 찾고 지원해야 한다는 책임은 있지만, 해결을 위한 자원이나 서비스가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무엇보다 빈곤 등 전통적인 취약층이 아니라 청년, 중년, 혹은 우울 등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있는 사람과 같이 기존 제도권 밖의 고독사 위험군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 제도권 내의 자격을 충족하지 않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 기준을 완화하는 등을 통해 제도권 밖에 존재하는 고독사 위험군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마련이 중요하다.
발굴해서 그다음 단계의 과정을 저희가 실질적으로 할 수 없다면 (중략) 왜냐하면 책임만 저희한테 주어지고 저희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거는 제가 몇 번 경험해 보니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B_5)
사각지대의 위험군을 발굴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개별 상황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고, 증빙해야 할 서류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한 연구참여자는 과거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예산이 고독사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였다고 언급하였다. 현재의 제도권에서 줄 수 있는 지원이 없을 때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만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물리적으로 닫힌 문과 닫힌 마음이 충분히 열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 참여자는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아무리 참여를 이끌고 서로 간의 관계망 등을 마련하고 싶다고 할지라도 단기간에 그 결과를 얻기에는 힘들었음을 언급하였다. 사업의 준비와 시행, 결과 등을 단기간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실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기간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실제 한 연구참여자는 본인이 일하는 사회복지관에서 중년 간의 관계망 형성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하는 데에 10년의 시간이 걸렸음을 밝혔다.
40~60대들을 대상으로 나오세요 했을 때도 절대 안 나오신단 말이에요. (중략) 그들한테 계속 관심을 보이고 마음의 문이 열렸을 때 나올 수 있다고 봐요. 근데 그 과정이 굉장히 장기간인건데 (외부에서는) 당장 프로그램 만들어서 오세요, 그러세요. 당연히 안 되고 거기까지 오는 과정들을 좀 충실히 복지관이 할 수 있게 도와줘야 되지 않을까 (C_1)
50대 후반인 남자분이 (중략) 내가 죽을 것 같다, 나 자살할 것 같다, 나 좀 살려달라 이렇게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중략) 그분 한 명을 진짜 살리기 위한 사회복지사의 노력이 엄청났었어요. (중략) 그분 관계망을 만들기 위해서 1인, 독거세대 요리하는 남자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중략) 거기에서 형님, 동생이 생기면서 요리하면서 식사를 하고, 형님 동생 관계가 생기면서 아프면 그분들이 서로를 돌봐주고... (중략) 2시간 정도를 앉아서 수다를 떨다 가세요. 그런데 그 관계가 진짜 관계망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본인들끼리 외출 나가서 시장도 같이 다니고... (중략) 자그마치 10년이 걸렸다는 얘기예요. (C_1)
숨어있는 고독사 위험군을 찾기 위해서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공공과 민간의 전문가만으로는 지역사회 전반에서의 발굴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지역주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며 실제 통장, 집주인, 관리인, 검침원 등의 활동은 큰 힘이 되었다. 이는 고독사 위험군을 찾기 위한 노력이 특정한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할 때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효과성만큼 나아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발굴 활동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우리도 인력난이 있기에 그런 대상자 찾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근데 (주민들이) 찾아주니까 우리가 한번 이렇게 페이퍼를 올려주시면 우리가 가서 이제 우리 팀원들이 가서 저희도 같이 가서 이제 사정을 해보는 거거든요. (C_4)
우리가 사각지대 발굴이 정말 어렵거든요. 그래서 가장 잘 발굴할 수 있는 분들은 사실 통장님들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통장님, 반장님들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분들을 좀 많이 활용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어요. (중략) 통장님들이 그 통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같이 가는 경우가 많고 통장님들이 또 발굴이 되시면 또 복지관으로 또 전화를 주시기도 하시고 하니까 (C_6)
집주인들의 신고가 되게 정확도가 높아요. 제 경험상 집주인들이 이 사람 진짜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고 월세 체납은 기본이고 (중략) 그냥 놔뒀으면 잘못하면 혼자 돌아가실뻔한 경우들이 몇 번 있었어요. (중략) 집주인들의 신고가 중요해요. (B_2)
고독사 위험군의 지원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사람의 힘이었다. 안부를 확인하고 교류하는 사람이 없는 고독사 위험군에게 교류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기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 등이 함께 활동하면서 위험군을 찾아가 도시락이나 밑반찬 등을 전달하고 교류하며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유용한 방안으로 제기 되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와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가 고독사 위험군이 단절을 끝내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역주민과 함께 활동하는 데에 있어서 주민들의 활동에 대한 관심과 의지, 역량 등은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연구참여자는 지역의 통장과 같이 지역문제에 관심이 있고 주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중요함을 언급하였다. 이 외에도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해보았거나 상담이나 가정 방문 등의 활동을 수행해 본 경험이 있어 이러한 역량을 갖고 있는 이웃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한편, 통장이나 장기간의 자원봉사자 등과 같은 의지와 역량이 있는 지역주민의 경우에는 고독사 예방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일부는 업무 등으로 주어지면서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는 상황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검침원과 같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고 직장의 방향일 때 개인의 관심도가 낮다면 제대로 된 역할하지 못할 수 있으며, 실제 요구르트 배달 사업의 경우 매일 전달되지 않아 폐지되었던 사례도 있었다.
워낙 이제 상담이나 가정 방문 활동하시는 것에 경험이 풍부하신 그런 분들이 이제 중장년 가구 방문하면서 전화 상담하기도 하고 가정 방문하면서 어려운 것들을 이제 확인해 주시고 (C_3)
지역주민 등 많은 사람의 참여가 중요한 만큼 이들의 활동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정으로 봉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금액이라도 활동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보상은 지역주민조직의 참여 동기 강화나 지속적 참여 유도, 전문성 강화 등은 물론 동시에 자치구나 행정동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지역사회 지원을 강화 등 보다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보상이 경제적 보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업무를 조율하여 업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 식사하며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 것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민들한테 발굴하시는 분들한테 정으로 봉사를 요구하기보다 어떤 활동비를 지급을 해준다든가 그렇게 되었을 때 더 의무감을 가지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발굴을 하시는 것 같거든요. (중략) 저희가 굉장히 적은 금액이지만 발굴단분들에게 일정 활동비를 지원을 해드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호응이 좋아요. (중략) 대가가 없어도 일을 하셨던 분들이시잖아요. 근데 어떤 대가가 주어지면 더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요. (C_6)
이웃들도 돌보고 지사협 위원분들도 솔직히 봉사활동이라고 하지만 (중략) 그런 분들한테 수당이라도 주시고 좀 이렇게 지역사회 이런 분들 좀 관리해 달라. 아니면 좀 어디 병원 갈 때 모시고 가달라 이런 거라도 부탁하려면 수당이라도 좀...(B_4)
연구참여자는 고독사의 문제가 심화되는 만큼 이를 전담하여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고독사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하나의 방향을 가지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연구참여자는 같은 광역자치단체에 속해 있을지라도 지역자치단체마다 고독사 예방 역량, 자원 등이 천차만별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민간과 공공의 사업이) 그냥 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요. 누군가 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부분들을 하나로 뭉쳐가지고 큰 그림을 그려서 플랜을 짜서 해야 되는데 저는 그 그림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중략) 이 사업들이 어떻게 함께 뭉쳐 가지고 전체적인 부분들을 연계해서 할 것인가라고 하는 부분들은 솔직히 되게 많이 좀 어려웠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C_7)
연구참여자는 고독사 대응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았다. 공공에서는 고독사 대응을 위한 예산을 수립하고 공적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공공에서 발굴한 위험군을 대상으로 사례관리사 등을 통해 초기 개입하는 역할이 제시되었다. 민간은 공공 등을 통해 발굴된 사례에 대하여 장기간 계획하에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꾸준히 사례관리를 수행하는 것과 공적 지원이 불가한 경우에 대응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연구참여자는 고독사 예방을 위하여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다. 한 지역사회에서 고독사 예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기에 함께 하는 활동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과 민간 각각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며, 서로의 강점을 활용함으로써 더욱 견고한 지역의 안전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공공의 경우 공무원의 인사이동이 상대적으로 잦다는 점도 고민하여 민간과 공공이 각자의 역할과 이를 토대로 한 협력이 필요하게 된다. 사소한 정보교류부터 현장 동행 등 그 범위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체계가 잘 이루어질 때 고독사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의 안전망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6월 달에 이렇게 고독사 되신 분이 있으셨는데 (중략) 행정복지센터나 이렇게 연계해서 다 마무리가 되면 복지관으로 이렇게 연락이 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저희 복지관은 알 수 있는 그런 연결고리가 없거든요. 주민을 통해서 이제 한참 이후에 이게 들은 부분들도 있긴 한데 (중략) 저희는 좀 한참 이후에 알게 된 부분들이 사실 있었거든요. (C_2)
고독사가 복합적인 사회문제에 기인하는 만큼 고독사 예방은 어느 한 영역의 노력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렵다. 공공의 영역 안에서도 전문 직렬에 따라 접근하는 관점과 방법이 다르며, 다른 영역과 함께 할 때의 강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노인맞춤돌봄이나 정신건강 서비스 등 이미 사회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서비스를 활용하여 고독사 예방을 함께하기 위해 연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연구참여자는 정신보건 전문가나 간호직이 동행하여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언급하였으며 전문 영역 간의 협력이 중요함을 제기하였다.
(노인맞춤돌봄은) 대부분이 기초연금 받는 사람은 신청은 다 되거든요. (중략) 내가 물어보니까 생활지원사들은 노인만 보인대. 그러니까 자기가 관심 분야가 노인이니까 지나가다가 노인분만 보이는 거예요. 노인 부분은 그 부분에서 커버를 하면 되고 그 이하 부분은 지금 아까 1인 가구라는 그 시스템 안에서 이런 말 다 없애버리고 그렇게 지원하면은 접근하기가 좀 수월하죠. (A_1)
본 연구의 목적은 고독사 예방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 및 민간 전문가의 실천 경험을 이해하여 고독사 예방을 위한 실천적․정책적 함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4개의 대주제와 15개의 하위범주를 도출하였으며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독사 위험과 관련된 사각지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그만큼 발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독사에 취약한 사각지대의 특성이 점점 구체화 되면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독거노인의 문제로 여겨졌지만(박선화, 최영화, 2020), 현장에서도 더욱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다 보니 우려되는 대상이 많아졌고 특히, 전통적인 취약층으로 여겨졌던 노인보다도 청년과 중년에서 고독사가 관찰되고 있었다. 실제 2024년 발표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서도 계속 50대와 60대의 고독사 사망자 비율이 높은 것은 현장의 우려가 고독사 발생 전반의 현실임을 보여준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4. 10. 18.). 또한,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을지라도 낮은 사회적 관계망으로 인한 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사회적 고립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관계의 양과 질에 의해 위험 수준이 고려되는 만큼 현장에서도 빈곤하지는 않지만 고립된 사람들의 위험이 체감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위험군이 발견될지라도 문제는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이 서비스, 방문 등을 거부하여 계속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던 위험군이 누군가의 방문이나 지원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으로 고독사 위험군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거부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함이 나타났다.
둘째, 발굴이 이루어졌을지라도 실질적인 개입으로 이어지기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발굴의 중요성이 인정되면서 발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실제 발굴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기존 취약층을 위한 제도에는 사회적 고립의 문제는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면서 연구참여자는 고독사 예방을 위한 책임과 동시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게 활용가능한 예산의 확보와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충분한 개입 시간 보장이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사회복지정책은 실적을 요구하고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고독사가 기존 정책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하고 그 범주가 점점 확대되고 있기에 정책적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위험군을 즉각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정부에서 긴급복지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건당 지원 액수가 부족하고 그 안에서도 지원 규정을 벗어나는 사각지대 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선행연구 결과는 연구참여자의 주장을 지지한다(김진우, 2012; 최재성 외, 2022). 따라서 고독사라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와 그에 따른 사각지대의 위험군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셋째, 지역사회에서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웃의 참여가 중요하다. 숨어있는 위험군을 찾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부분이며, 이렇게 발굴된 이후에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주변 이웃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이웃의 활동이 지역사회에서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이웃의 역량과 의지가 중요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보상이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미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독사 문제가 심화되었던 일본의 경우에도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위험군을 대상으로 지켜보고 말을 거는 활동이 추진되었다(이진아, 2013).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체계 구축 사업으로 ‘이웃의 재발견’ 사업을 통해 ‘주민활동가’를 양성하여 고립가구 발굴과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김성현, 2024). 실제 정부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에서도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 등 이웃을 통한 발굴과 부동산, 미용실, 세탁소, 식당 등 지역밀착형 상점의 참여 필요성이 나타났다(관계부처합동, 2023. 5. 17.). 다만, 본 연구의 결과가 보여주듯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인적망의 구성에서 나아가 참여 주민의 역량 강화와 지속적인 활동 촉진을 위한 보상 마련 등 운영 방안을 고도화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특정 업종의 참여가 실효성 있게 실현되기 위해서 참여자가 정부 정책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지역 내 고독사 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기대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체계적이고 협력적인 전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독사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많은 기관의 연계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지역 고독사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어야 하며 특히, 민간과 공공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안에서의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고독사 예방 정책은 2023년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하여 5개년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이후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이에 따른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관계부처합동, 2023. 5. 17.). 광역시도가 중심이 되어 계획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연구참여자의 주장과 같이 일개 광역시에서도 지역마다 차이는 존재하며 이끌어 주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부재하며, 참여 기관에서의 역할이 여전히 분명하지 못하다고 체감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달체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정책적·실천적 제언을 다음과 같이 도출하였다. 첫째, 고독사 위험군의 개념과 특성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과 심화가 필요하다. 고독사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세대에 따라 그 위험 요인도 다양하고, 사회적 흐름에 따라 더욱 복잡화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참여자 또한 고독사의 위험이 점점 다양화되고 있고 위험군에도 더욱 많은 특성이 포함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실제 고독사 예방법은 2020년 제정 이래로 고독사의 정의가 두 차례나 개정한 바 있어, 고독사 특성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분석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변화하는 고독사의 위험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새로운 연구 방법의 적용이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심리사회적 부검이다. 현재 중앙정부에서 매년 고독사 사망자의 실태를 분석하여 발표하고 있으나, 사망자의 정보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성별, 연령, 발견장소, 발견자 등 특정 정보를 보여주는 데에 그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심리사회적 부검을 통해 그들의 삶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삶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심리사회적 부검은 다른 죽음의 형태인 자살 대응에 있어 기여하였다는 점에서(박지영, 2014),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에 있어서도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대부분 사망자에 대한 실태보다는 위험수준을 진단하여 위험군의 특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서윤정, 윤주영, 2022; 류주연 외, 2023; 용태희 외, 2023; 한지연 외, 2023) 중앙정부의 고독사 사망 실태 분석과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사망 실태조사 결과와 각 지자체의 위험군 조사 결과를 연계하여 분석함으로써, 지역적 특성과 전국적 경향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은 고독사에 대한 실증연구가 점차 확장되는 현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과제이다.
둘째, 발굴에 있어 거부 사례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등을 보급하고 현장 전문가의 관련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는 고독사의 위험이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지라도 실질적으로 사각지대 밖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한 원인으로 당사자의 거부가 지적되고 있다. 실제 관련 연구에서도 고독사 고위험군의 21.1%가 서비스 등을 거부한 경험이 있었으며,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귀찮아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지 않아서, 내 어려움을 드러내기 싫어서 등으로 답하였다(류주연, 김수진, 주연선, 2023). 하지만 당사자가 거부한다고 할지라도 고독사의 위험이 존재한다면 이들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기에 거부 사례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거부 사례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공무원, 사회복지사 등 현장 실천가를 대상으로 교육하여 가능한 많은 관계자가 거부를 우려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셋째, 기존 정책이 아우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활용할 수 있는 민간과 공공의 자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넓어지는 사각지대만큼 현재의 기준으로는 넓어지는 사각지대를 충분히 커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긴급지원제도와 같이 공공과 민간에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의 확대가 요구된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큰 무기라는 연구참여자의 말과 같이 예산이 갖는 중요성은 고독사 위험 당사자에 맞는 서비스를 연결함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고독사는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적 고립의 다양한 측면을 다룰 수 있는 지원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도 나타났듯이 경제적 취약은 아닐지라도 외로움과 관계단절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관찰된다는 결과는 이들에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예컨대, 영국의 사회적 처방을 참고할 수 있다. 사회적 처방은 외로움 등이 있는 사람에게 의료적 처방이 아니라 사회활동 참여 등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각자의 상태에 맞는 사회적, 정서적, 실천적 서비스를 처방하는 서비스이다(HM government, 2018).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고립 상태로 관계의 질이 낮거나 양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의 마련을 도모할 필요가 제기된다.
넷째, 지역주민의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이렇게 참여한 사람들이 고독사 예방에 대한 역량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도입한 ‘이웃연결단’ 제도에서는 지역주민이 지역 내 고독사 대응망으로 역할하여 고립가구를 조기 발견하고 복지서비스로 연계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5. 3. 5.). 이러한 활동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에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지역단위의 작은 캠페인부터 중앙정부에서의 공익광고 등 전방위적인 캠페인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독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회문제 중 하나임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주민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콘텐츠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육콘텐츠는 일회성으로 운영되는 것보다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일회성 교육은 이벤트로 접근되는 경향이 강하며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일본에서는 은둔형외톨이 지원사업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서포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포터는 관심이 있는 지역민들이 일정 시간의 교육을 이수함으로써 자격을 얻게 되는데 이러한 교육은 교토부 우지시의 경우 3회 수강 과정을 마련하고 있으며(교토부 우지시 홈페이지, 2024), 도치기현에서는 3년마다 팔로우업(follow-up) 연수를 받아야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후생노동성, 2023). 또한, 우리나라의 자살예방 분야에서는 생명지킴이 교육이 단시간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것 등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제기되고 있다(이종익, 오승근, 2014; 류주연, 임정숙, 정명희, 2023; 유득권, 황태연, 2024). 이를 토대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지역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소정의 활동비 지급을 비롯하여 참여주민 간의 정기모임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연구참여자에 따르면 통반장 등 지역활동에 적극적인 주민의 고독사 예방 활동 참여도가 높은 만큼 이들에게 명함이나 상장 등 상징적 차원의 보상안을 마련하는 것도 유용할 수 있다. 실제 송호준, 김남희, 천성용(2017)의 연구에서는 상징적 보상물의 효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지역사회를 잘 이해하는 이웃이 역량과 의지를 가지고 함께 활동해나갈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전달체계의 보완을 통해 고독사 예방에서 관련 기관 등 다양한 주체의 역할을 확립하고 이들 간의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협력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지역주민부터 사회서비스기관, 유관기관, 행정복지센터, 기초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어떻게 연결하여 협력할지 등 고독사 예방이 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한 지역 중심의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기관이 함께 해야 하는 만큼 중심이 되는 역할을 누군가 수행하지 않는다면 방향성을 잃을 가능성도 있으며, 지역간의 차이나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정책의 상위 체계인 광역시도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혹은 정부정책에 따라 앞으로 지정 예정인 사회적고립센터 등 특정 전담기관을 통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분명히 고려해야 하는 것은 연구참여자도 언급하였듯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민에게 기대되는 역할, 공공에 기대되는 역할, 민간에 기대되는 역할 등 기관 고유의 기능을 중심으로 이를 확립할 필요가 있으며 그 안에서도 광역, 기초, 행정동 등 공공의 다양한 영역, 민간기관의 유형에 따른 역할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고독사의 위험이 있는 사람을 찾았을 때 어디로 신고하며 이를 위한 지원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등의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대전시의 통합돌봄서비스는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면서 통합돌봄 창구의 역할을 명시하여 대상자의 발굴이나 직접 신청이 어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지, 각 관련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서비스가 이루어지는지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고독사 예방도 지역사회 안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원을 고려하여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참여주체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고독사 예방 및 지원 업무 경험이 있는 공공과 민간의 현장 전문가의 경험을 분석하여 고독사 대응을 위한 정책적·실천적 함의를 도출하였다. 특히,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정되고 정부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상황에서 앞서 현장에서 고독사를 접하고 대응해 온 공공과 민간 전문가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별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본 연구가 일개 광역시를 연구의 범위로 하고 있고 사회복지 현장전문가를 사회복지관으로 한정하여 다양한 현장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후속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고독사라는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2023).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https://www.law.go.kr
교토부 우지시. (2024. 6. 13). 히키코모리 서포터 양성 강좌. https://www.city.uji.kyoto.jp/soshiki/70/66043.html
. (2024. 1. 2). 소외되지 않도록... 이웃의 재발견 사업. 중도일보. https://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40102010000532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4. 10. 18).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건복지부.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10100&bid=0027&act=view&list_no=1483372&nPage=1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5. 3. 5). 사회적 고립 가구 지원을 위해 이웃연결단이 함께합니다. 보건복지부.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10100&bid=0027&act=view&list_no=1484882&tag=&nPage=1
. (2024. 4. 11). 1인가구 ‘1000만 시대’.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4/10/TDJB6DDDNRBF3IN2BC6EDJSQCU
후생노동성. (2023). 2023년 히키코모리 지원사업보고서. https://www.mhlw.go.jp
, & (2003). Loneliness and pathways to disease. Brain, Behavior, and Immunity, 17(1), 98-105. [PubMed]
, & (2021). Do loneliness and perceived social isolation reduce expected longevity and increase the frequency of dealing with death and dying? Longitudinal findings based on a nationally representative sampl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22(8), 1720-1725. [PubMed]
, , , , , , , , & (2012). Increased risk of mortality associated with social isolation in older men: Only when feeling lonely? Results from the Amsterdam Study of the Elderly (AMSTEL). Psychological medicine, 42(4), 843-853. [PubMed]
, , , , , , & (2014). Feelings of loneliness, but not social isolation, predict dementia onset: results from the Amsterdam Study of the Elderly (AMSTEL).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 Psychiatry, 85(2), 135-142. [PubMed]
(2024). Dying a lonely death: A conceptual and normative analysis. Bioethics, 38(4), 282-291. [PubMed]
, , & (2016). Social support mediates loneliness and depression in elderly people.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21(5), 750-758. [PubMed]
(2004). Media constructions of dying alone: a form of ‘bad death’. Social science & medicine, 58(5), 967-974. [PubMed]
, & (2021). Social isolation and loneliness in old age: Exploring their role in mental and physical health. Psychiatriki, 32(1), 59-66. [Pub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