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6-072X
알기 쉬운 요약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normative framework for guaranteeing the housing rights of older adults at the end of life, with a focus on Germany’s Specialized Outpatient Palliative Care (Spezialisierte ambulante Palliativversorgung, SAPV) system, and to derive policy implications for the Korean legal framework. While existing studies have approached hospice and palliative care primarily as issues concerning the expansion of medical or long-term care services, this study distinguishes itself by reframing the issue from the perspective of housing rights.
The analysis demonstrates that Germany provides eligible insured persons with an enforceable entitlement to specialized outpatient palliative care and operates this system as an institutional mechanism supporting continued residence at the end of life within a social insurance framework comparable to that of Korea. The German SAPV system takes the qualitative notion of a “familiar home environment” as its normative point of departure, institutionalizing the assessment of the home-care environment and the organization of care there through the Koordination (coordination) benefit. It also evaluates the necessity of inpatient hospice care and the availability of home-based alternatives through the assessment algorithm developed by the Medical Service (Medizinischer Dienst Bund, MD Bund). In particular, the assessment guidelines (Begutachtungsanleitung) updated in 2026, which codify procedural mechanisms for determining the limits of home-based care, offer concrete legal-policy implications for Korean society, where significant institutional gaps in end-of-life care remain unaddressed.
This study confirms the validity of the German SAPV model as a comparative legal reference framework for addressing the problem of death concentration in medical institutions in Korea, and can inform institutional reform toward a rights-based end-of-life care system.
본 연구는 임종기 노인이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으며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조건을 주거권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임종기 주거권을 비자발적 거처 이동에 대한 보호라는 소극적 차원, 거주 지속에 필요한 돌봄 지원이라는 적극적 차원, 거처에 관한 결정에서 당사자의 의사와 정당한 절차를 보장하는 절차적 차원으로 구성하고, 독일 전문외래완화의료(SAPV)의 법령, 지침, 계약을 검토한다.
분석 결과, 독일 법제는 법정 요건을 충족한 피보험자에게 요양시설을 포함한 익숙한 거처에서 전문 완화의료를 받을 급여 청구권을 인정한다. 또한 초기 사정을 통해 가정의 돌봄 자원과 부담을 확인하고, 필요한 돌봄을 조직하는 조정을 독립된 급여로 보상한다. 입원형 호스피스의 급여 요건에는 환자의 희망과 재가 돌봄의 불충분성이 포함되며, 질병금고의 의뢰를 받은 독립적 의료지원단은 대안적 돌봄 가능성을 검토하고 처방이나 신청과 다른 권고의 사유를 제시한다. 독일 사례는 임종기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려면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데 더하여 거주 지속에 필요한 급여와 돌봄 조정, 의사결정 절차를 함께 마련해야 함을 시사한다.
노인이 살던 곳에서 최대한 오래 머무르는 지역사회 계속거주(Ageing in Place, AIP)가 정부 정책 전반에서 강조되면서, 임종까지 살던 곳에서 맞이하는 ‘Dying in place’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Dying in place’는 익숙한 환경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하며,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분야에서 ‘좋은 죽음’의 핵심 요소로 논의되어 왔다. 완화의료 분야에서 좋은 임종 돌봄은 당사자가 선택한 장소에서 통증 없이 존엄을 지키며 최선의 돌봄을 받는 것으로 정의되어 왔다(McGlinchey et al., 2023).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러한 정책적 지향과 상당한 거리를 보인다. 통계청의 2023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한국인 사망자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비율은 75.4%에 달하는 반면, 주택에서 사망한 비율은 15.5%에 머물러 있다(통계청, 2024, p. 16). 2012~2021년 32개국의 사망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분석 자료 기준 의료기관 사망 비율은 47.5%였고, 네덜란드는 24.2%로 가장 낮은 반면 한국은 74.5%로 가장 높았다(Lopes et al., 2024). 같은 연구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미국이 1980년대, 영국이 2000년대부터 병원 사망이 줄고 자택 사망이 늘어나는 추세로 전환된 반면, 한국은 그리스, 포르투갈, 일본과 함께 병원 사망 추세가 이어진 국가로 소개한다.
의료기관 사망 비율은 각국의 완화의료 인프라와 가족 구조 등 복합적 요인으로 결정되지만, 문제의 본질은 임종 장소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선택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가에 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53.9%가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강은나 외, 2023, pp. 633). 자택 임종을 선호하면서도 실제로는 병원에서 사망하는 간극은 여러 나라에서 보고된다(Gomes et al., 2013b; Gomes & Higginson, 2008). 집에서 맞는 임종을 중요하게 여기는 노인이 다수임에도 실제 임종이 병원에 집중되어 있다면, 당사자의 선택을 지지하지 못하는 현 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임종 장소에 대한 자기결정은 서비스 확충의 과제이기에 앞서, 당사자의 선택을 실제로 보장할 국가의 의무에 관한 문제이다. 본 연구는 임종 장소에 대한 자기결정을 ‘주거권’의 관점에서 다룬다. 현대 법치국가에서 주거권은 단순히 물리적 거처를 확보할 권리를 넘어, 안전과 평화, 존엄 속에서 살아갈 권리로 이해된다(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CESCR], 1991). 주거권의 관점을 도입할 때, 임종 장소의 선택은 국가가 재정 여건에 따라 제공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선택적 서비스가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 규범적 요청이 된다. 본 연구에서 임종기 노인의 주거권은 스스로 선택한 장소에서 임종을 맞을 권리를 핵심으로 한다. 권리가 실제로 행사되려면 선택한 장소가 임종까지의 돌봄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갖추어지도록 국가에 지원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거주지에 관한 결정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본 연구가 독일의 사례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보장법제의 모태인 사회보험 체계의 동질성뿐만 아니라, 주거권 관점에서 참고할 점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07년에 전문외래완화의료(Spezialisierte ambulante Palliativversorgung, SAPV) 체계를 도입한 이래, 연방공동위원회(Gemeinsamer Bundesausschuss, G-BA)와 연방의료지원단(Medizinischer Dienst Bund, MD Bund)의 지침 개정을 통해 환자가 익숙한 환경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규범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Gemeinsamer Bundesausschuss [G-BA], 2022a). 의료(사회법전 제5권, SGB V)와 요양(사회법전 제11권, SGB XI)이 법적으로 분절된 이원적 체계 아래에서도 법정 요건을 충족하는 피보험자에게 전문외래완화의료를 청구할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익숙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을 지원해 왔다.
본 연구는 임종 장소의 문제를 서비스 공급의 문제에서 권리 보장의 문제로 재구성하여, 서비스 전달체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한국의 지역사회 계속거주와 생애말기 돌봄 정책에 권리 기반의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논의는 생애말기 장소 애착을 주거권이 보호해야 할 이익으로 밝히고, 주거권을 소극적, 적극적, 절차적 차원으로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독일 전문외래완화의료(SAPV) 체계에서 임종기 노인의 주거권 보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와 최신 동향을 검토하고,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정책에서 참고할 시사점을 밝힌다.
본 연구는 임종기 노인의 거처에 대한 주거권적 보장 기제를 밝히기 위하여 독일의 완화의료 관련 법령 및 공적 지침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대상 문헌은 규범의 성격과 위계에 따라 ‘법령 및 지침’과 ‘협약 및 계약’으로 구분하였다.
국가 및 공적 기구가 제정한 상위 규범으로, 수급권의 법적 정당성과 의료적 질의 표준을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SGB V(2026)의 SAPV 관련 조항(제37b조, 제132d조, 제283조)과 함께, 해당 조항을 신설하거나 개정한 2007년 법정건강보험 경쟁강화법(Gesetz zur Starkung des Wettbewerbs in der gesetzlichen Krankenversicherung, GKV-WSG), 2015년 호스피스 완화의료법(Hospiz- und Palliativgesetz, HPG), 2018년 간호인력강화법(Pflegepersonal-Starkungsgesetz, PpSG) 등을 상위 법령으로 분석하였다. 실행 지침으로는 G-BA의 SAPV 지침(SAPV-Richtlinie)의 최초 의결본(2007년 12월 의결, 2008년 3월 발효)과 2010년 및 2022년 개정본을 수집하였으며(G-BA, 2008, 2010, 2022a), 최신 개정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MD Bund가 발행한 「전문외래완화의료 및 입원형 호스피스 돌봄 심사 지침」(Begutachtungsanleitung, 이하 BGA)을 확보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Medizinischer Dienst Bund [MD Bund], 2026).
SAPV의 구체적인 운영 조건과 보상은 보험자(질병금고, Krankenkasse) 단체와 공급자 단체 간 계약으로 정해지므로, 본 연구는 SAPV 도입 초기에 당시 7개 질병금고 연방연합회(Spitzenverbande der Krankenkassen)가 공동으로 제정한 2008년 공동 권고(Spitzenverbande der Krankenkassen, 2008), 2022년 연방 기본계약(Rahmenvertrag; GKV-Spitzenverband, 2022), 2024년에 개정된 입원형 호스피스 기본협약(Rahmenvereinbarung; GKV-Spitzenverband, 2024)을 분석하였다(표 1 참조).
| 구분 | 분석 대상 문헌 | 분석 초점 |
|---|---|---|
| 법령, 규정 | 독일 사회법전 제5권(SGB V, 2026)과 개정 법률(GKV-WSG, 2007; HPG, 2015; PpSG, 2018), SAPV 지침(G-BA, 2008, 2010, 2022a), MD Bund 심사 지침(MD Bund, 2026) | 권리의 법적 근거: 급여 청구권과 제공 장소, 급여 내용, 심사 기준 |
| 계약, 협약 | 공동 권고(Spitzenverbände der Krankenkassen, 2008), 연방 기본계약(GKV-Spitzenverband, 2022), 입원형 호스피스 협약(GKV-Spitzenverband, 2024) | 권리의 집행 기준: 사정과 조정, 보상, 입원형 호스피스 입소 요건과 재검토 |
본 연구는 수집된 자료를 문헌 분석의 방법으로 세 단계에 걸쳐 분석한다. 첫째, 2007년 GKV-WSG에 의한 SAPV 입법(GKV-WSG, 2007) 이후 2026년 BGA(MD Bund, 2026)에 이르기까지 급여 청구권의 집행 조건과 서비스 제공 기준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시기별로 살펴본다. 둘째, SAPV의 제도가 주거 유지의 실질적 기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G-BA의 SAPV 지침 제5조 제3항(G-BA, 2022a) 및 연방 기본계약(GKV-Spitzenverband, 2022)을 중심으로, SAPV의 주요 급여와 수급권 판정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셋째, 재가 유지가 불가능한 한계 상황을 판정하는 독일 MD의 최신 심사 알고리즘(MD Bund, 2026)과 입원형 호스피스 협약(GKV-Spitzenverband, 2024)을 분석한다.
주거권은 거처의 확보와 점유의 안정뿐 아니라 인간다운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주거 조건을 포괄한다. UN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CESCR)는 적절한 주거권의 요소로 1) 점유의 안정성(Security of tenure), 2) 서비스, 시설, 인프라의 이용 가능성(Availability of services, materials, facilities and infrastructure), 3) 감당 가능한 비용(Affordability), 4) 거주 적합성(Habitability), 5) 접근 가능성(Accessibility), 6) 위치(Location), 7) 문화적 적절성(Cultural adequacy)의 7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CESCR, 1991). 특히 점유의 안정성과 거주 적합성은 임종기 노인의 주거지 유지를 위한 법적 보호의 출발점으로서 유효한 규범적 근거가 된다. 일반논평은 접근성 항목에서 노인과 말기 환자 등을 주거에서 우선 고려할 집단으로 명시하여(para. 8(e)) 임종기 노인의 주거 욕구에 대한 규범적 근거를 제공한다.
노년기에 ‘장소’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개인의 생애사와 자아가 투영된 정체성의 핵심적 구성 요소로 기능한다. Tuan(1977)은 처음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던 공간(space)이 익숙해지고 가치를 부여받으면서 장소(place)가 된다고 보고, 인간은 장소의 안정에 애착하면서 공간의 자유를 동경한다고 논하였다. Rowles(1983)에 따르면 노인은 오랜 거주를 통해 장소와 물리적, 사회적, 생애사적 유대, 곧 장소 애착(place attachment)을 형성하며, 그중에서도 자신의 생애가 담긴 장소에 대한 유대가 노년기의 정체성 유지를 지지한다.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죽음에 대한 절망에 대응하는 자아통합이 노년기의 발달 과제라는 점(Erikson, 1963)에서, 생애의 기억과 관계가 축적된 장소는 자아통합의 과제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장소는 사회적 지지와 유대감이 축적된 기반이기도 하여, 익숙한 장소를 떠나는 데에는 관계망이 단절될 위험이 따른다(Wiles et al., 2012). Dovey(1985)는 집을 단순한 건축물(house)이 아니라 거주자와 거주 장소 사이의 정서적이고 의미 있는 관계로 보고, 그 관계를 질서, 정체성, 연결성의 측면에서 설명한다. 물리적 거처가 있더라도 그곳이 집의 의미와 경험을 지니지 못할 수 있으며, 거주 환경의 크고 급격한 변화는 집의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 거주 공간의 상실은 물리적 이동을 넘어 삶의 질서와 자아의 연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된다. 장소 상실의 문제를 권리로 다루는 논의도 있다. Mohr(2020)는 주거비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이주 압력에 주목하여, 주민들이 장소에서 형성해 온 사회적 관계와 문화적 실천을 ‘장소권(right to place)’의 논의와 연결하였다.
본 연구는 임종기 노인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거처와의 관계를 유지할 이익을 주거권의 보호 대상으로 검토한다. 적절한 주거의 조건을 제시한 국제 규범(CESCR, 1991)을 생애말기에 적용할 때에는 거처의 물리적, 사회적 조건과 함께 오랜 거주를 통해 형성된 관계와 의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소와의 관계를 보호하려면 거주 지속에 필요한 의료와 돌봄 지원, 그리고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결정 절차가 요구된다. 본 연구는 거주 지속에 필요한 지원과 결정 절차를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독일 SAPV는 익숙한 거처에서 전문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임종기 주거권을 분석하기에 적합한 사례이다.
주거권은 권리 속성상 단일한 차원으로 포착될 수 없는 복합적 구조를 지닌다. 대한민국헌법(1987) 제16조의 주거의 자유가 생활 공간에 대한 침해를 방어하는 자유권인 데 비해, 주거권은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서 도출되는 사회권으로서 국가의 개입을 요구한다(서지연, 김상겸, 2022). 주거기본법(2024)이 주거권을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로 정의하면서 주거권은 실정법상의 권리로 자리 잡았고, 헌법상으로는 제35조 제3항 등에서 도출되는 사회적 기본권으로 이해된다(이은기, 2016). 본 연구는 주거의 자유와 주거권을 국가의 자의적 침해를 방어하는 소극적 차원과 적절한 주거 환경의 조성을 요구하는 적극적 차원이 함께 성립하는 구조로 파악한다. 두 차원이 함께 성립하는 것은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전반의 향유에 핵심적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다(CESCR, 1991). 생애말기에 주거권의 구조는 한층 복합적인 내용을 요청받는다. 임종기 노인에게 익숙한 거처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생애 서사를 통합하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공간이므로, 임종 장소에 대한 자기결정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원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는 기본권론의 소극적, 적극적 권리 분류를 주거권 영역에 적용하고, 임종기의 특성을 반영하여 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다루는 절차적 차원을 독립된 분석 범주로 포함한다.
전통적으로 소극적 주거권이 외부의 부당한 침입으로부터 주거 공간을 보호받을 권리였다면, 생애말기의 소극적 주거권은 비자발적 시설화에 대한 방어권으로 재정의할 수 있다. Waldron(1991)은 모든 행위가 어딘가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어떤 장소에 있을 자유가 없는 사람은 그곳에서 아무것도 할 자유가 없고, 어느 곳에도 있을 자유가 없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논증하였다. 질병이나 가족의 수발 역량 부족을 이유로 발생하는 사회적 입원이나 비자발적 시설화는 임종기 노인의 소극적 주거권을 침해하는 대표적 위험에 해당한다. 미국 메디케어 수급자의 생애말기 이송은 2000년대에 늘어났다(Teno et al., 2013). 진행된 인지 및 기능 장애가 있는 요양시설 거주자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사망 직전의 이송이나 반복 입원 같은 ‘부담스러운 이송(burdensome transitions)’이 많은 지역에서 경관영양, 중환자실 입원, 뒤늦은 호스피스 등록 같은 낮은 돌봄의 질 지표가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Gozalo et al., 2011). 임종기에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익숙한 주거지에서 병원이나 시설로 옮겨지는 것은 인격권과 인간 존엄의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소극적 주거권은 물리적 강제 퇴거의 금지를 넘어, 제도의 미비나 행정적 편의로 인한 비자발적 장소 상실을 거부하는 근거가 된다.
적극적 주거권은 국가가 적절한 주거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급부 의무를 의미한다. 독일 사회법의 근간인 사회국가 원리(Sozialstaatsprinzip)는 질병과 노령에 따른 생활상 위험에 대응하는 공적 보장의 규범적 근거가 되며, 생애말기 주거 지속에 필요한 돌봄 지원을 제도화할 것을 요구한다. 일반논평 제4호는 사회권규약(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당사국에 주거권 실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CESCR, 1991). 장은혜(2014)는 주거권을 인간존엄성 보장을 위한 전제적 요건으로 보아,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서지연과 김상겸(2022)은 주거권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연결되는 사회적 기본권으로 보고, 국가가 주택정책과 관련 법제를 통해 주거권 보장에 노력할 의무를 지되 주택이 개인의 재산권과 결부되어 있어 그 의무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하였다.
생애말기에 적극적 주거권의 핵심은 노인이 선택한 장소에서 임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주거지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고통을 관리받으며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완화의료적 환경’이 갖춰진 주거를 의미한다. 노년기에는 신체 기능의 저하에 맞추어 개인과 환경의 적합성을 높이는 조정이 생활의 지속을 지지하며(Wahl et al., 2012), 생애말기에는 주거 환경의 조정이 완화의료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문제로 나타난다. 영국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는 의료 장비를 둘 공간이 없는 부적합한 주거와 주거 불안이 집에서 임종을 맞는 데 실질적 제한요인이 됨을 보여주고(Hansford et al., 2022), 구조적 취약성을 경험하는 성인에 관한 문헌고찰은 제한적인 주거 및 보건의료 정책과 분절된 돌봄 체계가 자택에서의 완화의료를 어렵게 한다고 정리한다(Stewart et al., 2026). Gomes 외(2013a)의 체계적 문헌고찰은 주거지에서 전문완화의료를 제공하는 재택완화의료가 자택 사망의 가능성을 높이고 증상 부담을 줄일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Brumley 외(2007)의 무작위시험에서는 이용자의 응급실 방문과 입원이 감소하였다. 국내에서도 임종기 전문완화의료와는 대상과 서비스가 다른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연구에서, 이용군은 대조군에 비해 응급실 방문 횟수와 의료기관 입원일수의 전후 감소 폭이 유의하게 컸다(이정석 외, 2024). 주거지에서 전문 완화의료를 받을 권리는 실현 가능한 급여이며, 사회국가원리는 주거지에서 이루어지는 돌봄 지원을 재량적 사업이 아닌 공적 급여로 제도화할 규범적 근거가 된다.
절차적 주거권은 거처에 관한 결정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도록 요구하는 권리이다. 생애말기 노인은 인지 기능 저하나 의사소통 불능으로 인해 주거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다. 의사결정 능력의 점진적 저하와 제도적 권력 불균형이 결합되는 생애말기 국면에서는 당사자가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우며, 결정 과정 자체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적 차원이 독자적 의의를 갖는다.
절차적 차원의 법리적 근거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확립한 ‘절차를 통한 기본권 보호(Grundrechtsschutz durch Verfahren)’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권 보호가 절차의 형성을 통해서도 실현되어야 하며, 기본권은 실체법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기본권 보호에 의미를 갖는 한 절차법의 형성과 적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시하였다(Bundesverfassungsgericht, 1979, pp. 65-66).1) 연방헌법재판소의 법리에 따르면 절차는 실체적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권리 보호의 독자적 구성 요소이며, 권리 주체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절차적 보호의 필요성이 커진다. 절차를 통한 기본권 보호의 법리를 생애말기 주거 결정에 적용하면, 절차적 주거권은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임종기 노인을 대신하여 시스템이 먼저 주거 유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검토 결과를 결정에 반영하도록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표준화된 판단 지표와 검토 절차를 사전에 설계하고, 결정이 판단 지표와 검토 절차를 거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적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외 연구는 주거 조건이 생애말기에 집에 머무를 가능성을 어떻게 좌우하는지를 다루어 왔다. Hansford 외(2022)는 영국 저소득층의 주거 조건이 생애말기 돌봄의 질과 사별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고, Stewart 외(2026)는 구조적 취약성을 경험하는 성인이 집에서 완화의료를 받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거, 서비스, 정책상의 장벽과 촉진 요인을 검토하고, 다양한 주거 상황을 고려하는 유연한 지원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독일 전문외래완화의료(SAPV)를 다룬 연구로, Alt-Epping과 Nauck(2015)은 SAPV를 특별히 복합적인 부담 상황에 있는 중증 환자를 위한 다직종 완화의료 지원으로 설명하고 그 법적, 개념적 틀과 재정적, 임상적 측면을 정리하였으며, Simon 외(2016)는 지난 10년간 확대된 독일의 완화의료 공급 구조(Versorgungsstrukturen)를 완치가 불가능한 암 환자의 치료 경로 관점에서 정리하였다.
국내 노인 주거권 논의는 초기 물리적 거처 확보 중심에서 최근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권적 논의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지역사회 계속거주 논의는 재가서비스를 확대하여 시설 입소를 대체하려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구축 등 서비스 전달체계의 개편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노인의 주거권을 건강보장과 연결하여 주거 내 돌봄과 의료 접근을 권리의 내용으로 논의한 연구가 있으며(박정연, 2016), 이은기(2016)는 주거기본법 제정 이후 실정법상 권리가 된 주거권의 의의를 거처의 확보와 주거복지 급여를 중심으로 검토하였다.
생애말기 돌봄과 임종 장소의 선택을 다룬 연구로는 노인 당사자가 선호하는 임종 장소와 영향요인을 탐색한 어유경과 고정은(2022)의 연구가 있으며, 김정회(2024)는 존엄한 죽음을 위한 생애말기돌봄 체계의 마련과 돌봄 및 사망 장소의 선택 보장을 강조하면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재가서비스 확대를 제시하였다. 이윤경(2025)은 ‘내 집에서 생을 마감할 권리’의 관점에서 자택임종을 가로막는 검안 절차의 병목, 임종돌봄 지원제도의 부족, 가정형 호스피스 제공기관의 부족과 지역 불균형을 분석하였고, 김유휘 외(2023)는 생애말기 사회서비스의 현황과 한계를 진단하였다.
국외 연구는 주거와 임종 돌봄의 연관성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와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취약 계층의 접근성 문제에 초점을 두고, SAPV 연구는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에, 국내 연구는 자택임종을 지원하는 서비스와 제도 개선 방안에 초점을 둔다. 본 연구는 주거권의 관점에서 장소 자체를 권리의 대상으로 삼아 소극적, 적극적, 절차적 차원을 하나의 권리 구조로 통합한다. 독일은 익숙한 환경에서의 전문 완화의료를 급여 청구권으로 보장하고 그 집행 조건을 구체화해 왔으므로, 본 연구는 조정급여와 초기 사정 같은 SAPV의 기제를 권리 실현의 장치로 설명한다.
연령 제한 없이 적용되는 독일 SAPV는 치유가 불가능한 진행성 질환으로 인해 기대 수명이 수일, 수주 또는 수개월로 제한되고, 특별히 복합적인 증상으로 전문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하며, 중증 환자의 삶의 질과 자기결정권을 증진하고 자택 또는 요양시설 등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G-BA, 2022a, §§1-4). 급여 내용에는 통증 치료와 증상 조절 외에 SAPV 환자를 위한 24시간 호출, 응급, 위기개입 대기가 포함된다(G-BA, 2022a, §5). SAPV는 계약의(Vertragsarzt), 병원, 요양서비스 등 기존 공급을 보완하는 급여이고, 요양보험을 비롯한 다른 사회급여 청구권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지침 제1조 제6항). 지침은 피보험자의 개별적 필요와 희망을 돌봄의 중심에 두고, 사전의료지시로 표현될 수 있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규정한다(지침 제1조 제5항). 서비스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의해 제공되고 비용은 건강보험이 부담한다(SGB V, 2026). 서비스는 필요에 따라 간헐적 또는 지속적으로 제공되며, 돌봄 필요의 변화에 따라 상담, 조정, 부분 지원, 전체 지원 가운데 급여 형태가 정해진다(G-BA, 2022a, §5; MD Bund, 2026).
전달 체계의 측면에서 SAPV는 의사와 간호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필요에 따라 사회복지, 심리, 영성 분야의 직종과 협력하는 다직종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며, 호스피스 서비스와의 협력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G-BA, 2022a; GKV-Spitzenverband, 2022). 독일 호스피스·완화의료협회(Deutscher Hospiz- und PalliativVerband [DHPV], n.d.)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는 400개 이상의 SAPV 팀이 운영되고 있다(연방보험의협회[Kassenärztliche Bundesvereinigung] 집계, 2024년 3월 기준). 완화의학 추가자격(Zusatzbezeichnung Palliativmedizin)을 보유한 의사는 2024년 말 기준 17,286명이며, 이 가운데 직업 활동 중인 의사는 15,532명이다(Bundesärztekammer, 2025). 2023년 건강보험 통계상 급여 사례(Leistungsfälle)는 269,720건, 건강보험 지출은 약 9억 4,660만 유로에 달했다(Verband der Ersatzkassen [vdek], 2025, p. 40).
독일 정부는 2007년 4월 1일 GKV-WSG를 통해 SGB V에 제37b조를 신설하면서 법정 요건을 충족하는 피보험자에게 SAPV에 대한 개인적 급여 청구권을 부여하였다. 제1항 제3문은 급여의 목적을 “익숙한 가정 환경(vertraute häusliche Umgebung)에서의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였고, 제2항은 요양시설 거주 피보험자에게 제1항을 준용한 청구권을 명시하였다(GKV-WSG, 2007). 2008년 3월 발효된 G-BA의 SAPV 지침 초판 제1조 제1항 역시 “익숙한 가정 환경 또는 요양시설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다운 삶”을 급여의 목적으로 명시하였다(G-BA, 2008).
2009년과 2010년의 개정은 급여 제공 장소를 시설의 명칭이 아니라 환자에게 익숙한 생활공간인지와 해당 장소에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정하도록 바꾸었다. 2009년 병원재정개혁법(Krankenhausfinanzierungsreformgesetz, KHRG)은 제37b조 제1항의 ‘익숙한 가정 환경’을 ‘가정적 또는 가족적 생활영역에 속하는 익숙한 환경’으로 넓혀, 본인이나 가족의 집과 함께 요양시설에 해당하지 않던 장애인 거주시설 등도 제공 장소에 포함하였다(KHRG, 2009). 2010년 지침 개정은 목적 조항에 법 개정을 반영하고, 환자가 지속적으로 머무르며 돌봄이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기타 장소’를 제공 장소에 추가하였다(G-BA, 2010). 2010년에 정해진 장소의 정의는 현행 규범까지 유지되고 있으며(표 2 참조), 이후의 개정(2019년 연방 기본계약 의무화, 2022년 연방 기본계약, 2026년 심사 지침)은 장소의 정의가 아니라 권리의 집행 규범에 관한 것이다.
| 시점 | 규범 | 조문(번역) | 내용 |
|---|---|---|---|
| 2007 (제37b조 신설, GKV-WSG) | SGB V 제37b조 제1항, 제2항 | 제1항 제3문: “(전문외래완화의료는) … 제1문에 따른 피보험자에 대한 돌봄이 익숙한 가정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항: “사회법전 제11권 제72조 제1항에 따른 입소형 요양시설의 피보험자는 제1항을 준용하여 전문완화의료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다.” |
익숙한 가정 환경에서의 돌봄(제1항)과 요양시설 거주 피보험자의 청구권(제2항)을 규정 |
| 2008 (지침 초판 발효) | SAPV 지침 제1조 | “… 익숙한 가정 환경 또는 입소형 요양시설(사회법전 제11권 제72조 제1항)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 | 급여의 목적을 “익숙한 가정 환경 또는 요양시설”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인간다운 삶으로 명시 |
| 2009 (제37b조 개정, KHRG) | SGB V 제37b조 제1항 | “… 가정적 또는 가족적 생활영역에 속하는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는 예컨대 장애인 통합지원시설과 아동청소년 지원시설이 포함된다.” | 급여 제공 장소의 의미를 가정적 또는 가족적 생활영역으로 구체화하고 확장하며, 요양시설이 아닌 장애인 거주시설 등을 예시로 명시 |
| 2010 (지침 개정) | SAPV 지침 제1조 | 제1항: “… 익숙한 가정적 또는 가족적 환경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 제2항: “SAPV는 중증 환자 본인 또는 그 가족의 가구에서, 또는 입소형 요양시설(사회법전 제11권 제72조 제1항)에서 제공될 수 있다. … 그리고 중증 환자가 익숙한 가정적 또는 가족적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머무르고 돌봄이 신뢰성 있게 제공될 수 있는 기타 장소에서도 제공될 수 있다.” |
목적 조항을 2009년 법률 개정에 맞추고, 제공 장소로 본인이나 가족의 가구와 함께 지속 거주와 안정적 돌봄을 요건으로 하는 ‘기타 장소’를 추가 |
출처: GKV-WSG(2007), KHRG(2009), G-BA(2008, 2010)의 해당 조문을 저자가 번역하여 재구성.
SAPV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보험자와 제공자 간 공급계약에 따라 운영되었고, 전국 단위의 공동 권고로 제시되던 기준이 연방 기본계약으로 구체화되면서 지역별 공급계약에 적용되는 공통 기준이 강화되어 왔다. 독일에서는 당시 7개 질병금고 연방연합회가 2008년 6월 23일 「SAPV에 관한 공동 권고」를 제정하여 서비스 제공기관의 자격, 인력 요건, 서비스 내용과 지역별 공급기준을 제시하였다(Spitzenverbände der Krankenkassen, 2008). 2015년 HPG는 SGB V를 개정하여 SAPV 발전 상황에 대한 보험자 단체의 정기 보고 의무(제37b조 제4항)를 신설하고, 요양시설과 완화의료 체계의 접점을 넓혔다(HPG, 2015; 이하 조문은 SGB V). 생애말기 돌봄계획 상담 제도(제132g조)에 따라 요양시설은 거주자에게 생애말기의 의료와 돌봄에 관한 개별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사례 회의에는 담당 주치의나 다른 계약의가 참여하고, 예상되는 응급 상황에 대비하여 구급대와 병원으로의 인계를 준비하며, 협약에 따라 제공된 상담의 필요한 비용은 질병금고가 부담한다. 질병금고는 가정과 가족, 요양시설 등에서 자원봉사자의 임종 동행을 제공하는 외래 호스피스 서비스를 지원하여야 하고, 요양시설은 외래 호스피스 서비스와 협력하도록 규정되었다(제39a조 제2항). 피보험자는 질병금고에 개별 호스피스·완화의료 상담과 지원을 청구할 수 있고 사전의료지시 등 사전 준비에 관한 정보를 받는다(제39b조). 계약의 진료에 대해서는 연방보험의협회와 연방법정건강보험협회(GKV-Spitzenverband)가 연방 총괄계약으로 특별히 자격을 갖추고 조정된 완화의료의 요건을 정하도록 하였다(제87조 제1b항).
한편, 2008년 권고와 2015년 입법을 통해 서비스는 확대되었으나, 지역 간 보장 범위의 편차가 한계로 지적되었다. 독일의 법정건강보험에서는 급여의 구체적 내용과 수가를 법률이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보험자 단체와 의료 공급자 단체가 협상하여 계약으로 정하는 자치 원리가 적용된다. SAPV의 운영 조건 또한 오랫동안 연방주(Land) 단위의 개별 계약에 맡겨졌으며, 그 결과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지에 따라 SAPV의 제공 범위와 수준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지역 간 편차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PpSG는 SGB V 제132d조를 개정하여 연방 차원의 통일 기본계약 체결을 의무화하였다(2019년 1월 1일 시행, 최초 체결 기한 2019년 9월 30일)(PpSG, 2018). 보험자 단체와 공급자 단체 간 협상이 장기화된 끝에 2022년 10월 26일 연방 기본계약이 체결되어 2023년 1월 1일 발효하였으며(GKV-Spitzenverband, 2022), SAPV 팀의 초기 사정과 조정급여의 내용, 보상의 원칙이 연방 차원에서 규정되었다. 이어 2024년 11월 개정된 ‘입원형 호스피스 기본협약’(2025년 1월 발효)은 SAPV와 외래 호스피스 서비스를 포함한 외래 완화의료로 필요한 돌봄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입원형 호스피스 입소를 인정하도록 입소 요건을 다시 정하였다(GKV-Spitzenverband, 2024). 나아가 2026년 BGA는 SAPV 처방, 의학적 소견, 초기 사정 자료와 체류 장소 등 관련 자료를 토대로 급여 요건을 심사하도록 절차를 정하고, 2019년의 심사안내를 2022년 연방 기본계약과 2024년 입원형 호스피스 기본협약 등 변화된 규범에 맞추어 갱신하였다(MD Bund, 2026).
초기 사정은 SAPV 팀이 환자의 거처에서 돌봄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처음 확인하는 절차이다. 연방 기본계약 제11조 제4항은 SAPV 팀이 최초 처방을 받은 뒤 근무일 3일 안에 사정(Assessment)을 실시하도록 규정한다(GKV-Spitzenverband, 2022). 사정은 질병의 임상 상태에 그치지 않고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측면과 돌봄 상황을 평가하여 문서화하고, 사회적 지원 환경을 파악하며, 환자와 가족의 욕구와 자원 상황을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상담급여를 수행하는 데 사정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사정은 급여 절차와 문서화 의무로 뒷받침된다. 처방전이 발행 후 근무일 3일 안에 질병금고에 제출되면 질병금고는 급여 결정 전까지 SAPV 팀이 제공한 급여의 비용을 부담한다(제12조 제2항). 사정 결과가 처방 개시 후 근무일 7일 안에 질병금고에 도달하지 않으면 결과가 제출될 때까지 임시 지급 보장이 중단된다(제12조 제7항). SAPV는 현물급여로 제공되어 팀이 피보험자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할 수 없으므로(제18조), 사정 지연의 위험은 제공자가 지고, 돌봄 환경의 확인은 임시 지급 보장이 유지되기 위한 요건이 된다. 문서화 항목에는 환자의 자조 능력 분석, 사적 가정 돌봄 환경의 자원 지향적 분석, 부담의 병력과 부담의 지속적 관찰이 포함되며(제13조 제6항), 상담급여도 환자와 돌봄 환경을 직접 확인한 뒤에만 제공된다(제9조 제6항).
사정과 문서화가 제공자의 계약상 의무로 규정되고 임시 지급 보장과 연계됨에 따라, 돌봄 환경의 확인은 개별 의료진의 재량이 아니라 보험자가 급여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확인의 대상도 환자의 신체 상태를 넘어 가정의 돌봄 자원과 가족의 부담까지 미친다. 임종기에는 돌봄 체계를 갖추는 일을 미룰 시간이 없으므로, 기한 내 사정 의무는 돌봄 환경의 확인이 지연되어 재가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막는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 SAPV에서 조정(Koordination)은 환자의 거처에서 의료적 처치가 이루어지도록 돌봄을 조직하는 업무로, 사적 영역인 주거지를 공적 의료 체계와 연결하여 장소의 이동 없이 서비스가 지속되도록 하는 장치이다. 조정은 상담, 부분 지원, 전체 지원과 동등한 급여 형태로서 독립적으로 처방될 수 있으며(G-BA, 2008, 2022a), 급여 기준은 SAPV의 성과를 평가한 실증 연구와 2022년 연방 기본계약을 거쳐 정비되었다.
G-BA에 설치된 혁신위원회(Innovationsausschuss)는 새로운 공급 형태와 공급 연구에 대한 혁신기금(Innovationsfonds) 지원을 결정하고, 사업 결과의 정규 공급 전환 여부를 권고하는 기구이다(SGB V 제92b조). 혁신위원회가 2020년에 결과 활용을 의결한 APVEL(Evaluation der Wirksamkeit von SAPV in Nordrhein) 및 SAVOIR(Evaluierung der SAPV-Richtlinie: Outcomes, Interaktion, Regionale Unterschiede) 연구는 보험 청구 자료와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SAPV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였다. 노르트라인 지역의 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한 APVEL에서 사망 전 30일 내 입원 경험 비율은 완화의료를 이용하지 않은 집단 60%, SAPV 이용 집단 42%로 SAPV 이용 집단이 비교한 집단 가운데 가장 낮았다(Krumm & Rolke, 2020, pp. 11, 111). APVEL은 또한 관료적 절차, SAPV 팀과 지역 의사 간 소통의 부재, 일반 진료에서 수행되는 완화 조정 업무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을 지역 의사의 SAPV 연계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확인하였다(Krumm & Rolke, 2020, p. 2).
전국 단위로 SAPV 지침의 작동을 평가한 SAVOIR에서 병원 사망 비율은 일반 재가완화의료(allgemeine ambulante Palliativversorgung, AAPV) 단독 이용자 36.9%, SAPV 단독 이용자 22.0%였다(Meißner et al., 2021, p. 26). 다만 SAPV 이용에는 지역 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Meißner et al., 2021, p. 27). 혁신위원회는 두 사업의 결과를 G-BA의 위탁급여 소위원회(Unterausschuss Veranlasste Leistungen)에 전달하여 필요한 경우 지침 개정에 반영하도록 하고 연방 기본계약 당사자에게도 알리도록 하는 ‘전환 권고(Transferempfehlung)’를 의결하였다(Innovationsausschuss beim Gemeinsamen Bundesausschuss, 2020a, 2020b). G-BA는 APVEL, SAVOIR와 헤센주의 SAPV를 평가한 ELSAH의 검토 결과를 2022년 지침 개정에 반영하여, 가족과 지인의 참여를 명시하고, 퇴원 시 병원 의사가 SAPV를 처방한 경우(원칙적으로 최장 7일) 퇴원관리 과정에서 진료를 담당하게 될 계약의에게 적시에 알려 공백없는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G-BA, 2022a, 2022b).
연방주 단위로 운영되던 조정급여의 기준은 2022년 연방 기본계약으로 전국 공통이 되었다. 기본계약에서 조정급여는 사정(제11조 제4항)과 다직종 초기 합의에 기초하여 개별 치료계획을 세우고, 돌봄 참여자와 직접 접촉하면서 참여 제공자 사이의 조정과 다른 제공자와의 연계를 지속하며, 그 과정을 문서화하는 급여이다(제9조 제6항 b호; GKV-Spitzenverband, 2022). 조정급여는 의사의 처방으로 제공되며, 심사 지침은 다른 직종이 돌봄에 참여하고 있을 때에만 조정급여가 성립한다고 해설한다(MD Bund, 2026). 의약품과 보조기구는 SAPV 팀의 의사가 직접 처방할 수 있으나, 조정급여만 제공할 때에는 일반 완화의료를 담당하는 계약의가 처방한다(제9조 제6항, 제10조).
보상에 관해서는 포괄수가의 유형, 비용 산정에 반영할 요소, 협상의 원칙을 연방 차원에서 정하고, 구체적인 보상액은 공급계약(Versorgungsvertrag) 당사자의 개별 또는 집단 협상에 맡긴다(제16조). 조정급여에 대한 보상은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대신 의료 자원을 거처로 연결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생애 기억이 축적된 공간에서 자아의 연속성을 유지할 이익을 뒷받침한다. 2026년 3월부터 시행된 BGA는 조정의 집행 기준을 보완한다.
SAPV와 입원형 호스피스의 급여 요건은 질병금고가 판단하며, 질병금고가 의뢰하면 주 단위의 의료지원단(Medizinischer Dienst, MD)이 의학적 심사를 맡는다. MD는 질병금고에서 조직상 독립한 공법상 법인으로 심사관은 전문적 판단에서 자신의 양심에만 따르며(SGB V 제275조 제5항, 제278조 제1항), 각 MD에 두는 독립 옴부즈퍼슨은 피보험자의 불만과 직원의 부정행위 신고를 받는다(제278조 제3항). 질병금고가 MD의 심사를 근거로 신청을 거절할 때에는 심사 결과와 주된 이유를 이해하기 쉽게 알리고 옴부즈퍼슨에게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음을 안내하여야 한다(제275조 제3c항).
심사 기준은 MD Bund가 정한 BGA이다. 2026년 3월 27일 발효된 BGA는 심사의 통일성을 보장하기 위한 지침으로 모든 MD를 구속하고 연방보건부의 승인을 받으며(SGB V 제283조 제2항), SAPV의 대상자 여부와 필요성을 판별하는 SAPV 알고리즘과 입원형 호스피스의 요건을 판별하는 알고리즘(그림 1)을 담고 있다. SAPV 알고리즘은 허가 여부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욕구와 증상의 복합성에 따라 상담, 조정, 부분 지원, 전체 지원 가운데 적절한 급여 형태에 관한 심사 의견을 제시한다. 두 알고리즘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계약의 진료, 가정간호(SGB V 제37조), 요양보험(SGB XI) 급여, 보조기구 급여, 외래 호스피스 등 대안적 급여를 제시하도록 하며, 심사관이 처방이나 신청과 다른 권고를 낼 때에는 그 사유를 기재하도록 한다(MD Bund, 2026).
입원형 호스피스 알고리즘(그림 1)은 환자가 집이나 요양시설을 떠나 입원형 호스피스를 신청할 때 적용되며, 판정의 핵심은 기본협약 제2조 제1항의 입소 요건이다. 요건은 치유가 불가능하고 기대 수명이 수일에서 수개월로 제한된 진행성 질환으로 완화 돌봄이 필요하고 환자가 입소를 원할 것,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것, 질병에서 비롯된 완화의료 또는 심리사회적 돌봄 필요가 기존의 돌봄 체계를 지속적으로 넘어설 것(regelmäßig übersteigt)이다. 기존의 돌봄 체계에는 가족과 지인뿐 아니라 계약의 진료, 가정간호, SAPV, 외래 호스피스 등 재가 서비스가 포함되므로, 입소는 외래 급여를 모두 투입하여도 거처에서 돌봄을 확보할 수 없을 때에만 인정된다. 요양시설 거주자의 전원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며, 지역의 공급 상황과 피보험자의 합당한 의사가 함께 고려된다. 승인은 최초 4주로 제한되고, 연장 심사에서는 환자와 가족의 상황이 충분히 안정되었는지에 따라 재가나 요양시설로의 복귀 가능성을 검토한다(MD Bund, 2026).
재가 대안의 검토를 입소의 조건으로 두는 심사 절차는 절차적 주거권의 요소에 해당한다. 재가 돌봄의 한계가 확인되지 않는 한 입소 요건은 충족되지 않으므로, 입원형 호스피스 급여 절차에서는 기존 거처에 머무르는 것이 기본 상태가 된다. 입소 뒤에도 연장 심사에서 재가 복귀 가능성이 다시 검토된다.
본 연구는 임종기 노인의 주거권을 소극적, 적극적, 절차적 차원으로 구분하고, 독일 SAPV 법제가 각 차원을 어떠한 제도로 구현하는지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표 3>과 같다.
| 주거권의 차원 | 독일 SAPV 및 관련 법제의 보장 요소 |
|---|---|
| 소극적 주거권 | - 급여 청구권: 법정 요건을 충족한 피보험자와 요양시설 거주 피보험자의 SAPV 청구권(SGB V 제37b조 제1항, 제2항, 2007) - 제공 장소: 가정, 가족의 집, 요양시설, 조건을 갖춘 기타 장소(SAPV 지침 제1조 제2항, 2010) - 입소 요건: 재가나 기존 시설의 돌봄으로 필요를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한 입원형 호스피스 입소(입원형 호스피스 기본협약 제2조 제1항, 제3항, 2024) |
| 적극적 주거권 | - 급여 내용: 24시간 호출, 응급, 위기개입 대기를 포함하고 다른 사회급여 청구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완적 급여(SAPV 지침 제1조 제6항,
제5조 제3항) - 사정과 조정: 최초 처방 수령 후 근무일 3일 이내의 사정과 가정 돌봄 환경 분석, 독립된 급여 형태의 조정, 의약품과 보조기구의 처방(SAPV 지침 제5조 제2항, 2008; 연방 기본계약 제9조 제6항, 제10조, 제11조 제4항, 제13조 제6항, 2022) - 돌봄 연계: 퇴원 시 병원 의사의 SAPV 처방, 요양시설과 외래 호스피스의 협력, 특별한 자격 요건과 조정 체계를 갖춘 계약의 완화의료, 질병금고에 대한 개별 상담과 지원 청구권(SAPV 지침 제7조 제1항; SGB V 제39a조 제2항, 제39b조 제1항, 제87조 제1b항) |
| 절차적 주거권 | - 당사자 의사의 확인: 환자 의사의 존중(SAPV 지침 제1조 제5항), 입소 요건으로서의 환자 희망과 전원 시 합당한 의사의 존중(입원형 호스피스
기본협약 제2조 제1항, 제3항), 사전 준비 정보와 요양시설이 제공할 수 있는 생애말기 돌봄계획 상담(SGB V 제39b조 제2항, 제132g조) - 한시적 승인과 연장 심사: 최초 4주 승인과 이후 재가 복귀 가능성 검토(입원형 호스피스 기본협약 제2조 제4항, 제5항) - 기록과 사유 제시: 사정 결과의 서면 제출과 임시 지급 보장의 연계(연방 기본계약 제12조 제2항, 제7항), 대안적 돌봄 검토와 처방이나 신청과 다른 권고의 사유 기재(MD Bund, 2026, pp. 48, 76) - 심사 주체의 독립과 불만 처리 절차: 질병금고에서 독립한 MD와 심사관의 전문적 독립성, 옴부즈퍼슨, 급여 거절 시 심사 결과와 주된 이유의 통지(SGB V 제275조 제3c항, 제5항, 제278조) |
출처: SGB V(2026), G-BA(2008, 2010, 2022a), GKV-WSG(2007), GKV-Spitzenverband(2022, 2024), MD Bund(2026)를 바탕으로 저자 재구성.
독일의 급여 청구권, 돌봄 지원, 심사 절차는 주거권의 세 차원에 각각 대응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한다. 거처에 머무를 권리는 거처에서 제공받는 돌봄 지원을 전제로 실현되고, 이러한 권리에 관한 판단의 정당성은 절차가 뒷받침한다. 생애말기 장소 애착이라는 보호 이익은 명문화된 권리를 넘어 보상 체계와 심사 절차, 표준화된 판단 기준으로 구체화된다.
장소 애착이 권리로 보호되려면 익숙한 거처에 머무를 수 있는 법적 지위가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독일 법제는 제37b조의 급여 청구권으로 머무를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한다. 법정 요건을 충족한 피보험자는 요양시설 거주자를 포함하여 거처를 옮기지 않고 전문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제공 장소는 조건을 갖춘 기타 장소까지 확장되어 있다. 입원형 호스피스 입소는 재가 돌봄으로 필요를 충족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되어, 거처의 변경에는 실체적 요건이 따른다.
거처에 머무를 법적 지위는 필요한 의료와 돌봄이 거처로 제공될 때 실효성을 갖는다. 본 연구가 적극적 주거권의 기제로 평가하는 것은 기존 거처에서 전문 완화의료가 가능하도록 돌봄을 사정하고 조정하며 의료자원을 연결하는 급여 구조이다. SAPV는 24시간 대기를 포함하는 보완적 급여로서 다른 사회급여 청구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주거지의 돌봄 환경을 확인하고 돌봄을 조직하는 업무 자체가 급여의 대상이 된다. 환자가 이용하는 돌봄 체계에 따라서는 퇴원관리, 요양시설과 외래 호스피스의 협력, 계약의 완화의료, 질병금고의 상담이 거처로의 연계를 보완한다.
임종기의 당사자는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우므로 독일 법제는 절차로 권리를 보호한다. 절차는 당사자 의사의 확인에서 출발하여 한시적 승인과 연장 심사, 판단 근거의 기록과 사유 제시로 이어지며, 질병금고에서 독립한 심사 기관과 불만 처리 절차가 판단의 공정성을 뒷받침한다. 입원형 호스피스로의 이송은 가족의 여력에 대한 비공식적 판단이 아니라 문서화된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독일 사례에 비추어 서비스 전달체계의 확충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한국의 지역사회 계속거주 논의에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임종기 노인이 살던 곳에서 삶을 마무리할 권리는 당사자가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제37b조에서 법정 요건을 충족한 피보험자의 전문외래완화의료 급여 청구권을 인정하고 그 목적을 익숙한 환경에서의 돌봄으로 규정함으로써, 후속 지침과 계약이 청구권을 집행하는 규범으로 설계될 법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한국에서는 노인복지법과 주거기본법의 주거약자 지원 규정, 연명의료결정법의 호스피스 규정, 국민건강보험법의 요양급여 체계를 연계하여 청구권의 형식을 정하는 일이 제도화의 출발점이 된다.
둘째, 주거지에서 돌봄을 사정하고 조정하는 업무를 방문과 구별하여 보상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조정을 상담, 부분 지원, 전체 지원과 동등한 급여 형태로 두고, 사정에 기초하여 치료계획을 세우고 제공자 사이의 조정과 연계를 지속하며 그 과정을 문서화하는 업무를 급여 내용으로 규정하며, 최초 사정 결과의 제출을 임시 지급 보장과 연계한다. 한국의 가정형 호스피스에서도 호스피스팀이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초기 평가와 돌봄 계획 수립을 수행하므로(보건복지부, 국립암센터, 2026), 재택 호스피스 수가에서 사정과 조정 업무를 별도의 보상 대상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비자발적 시설화를 방지하려면 거처를 옮기는 결정에 앞서 재가 유지 가능성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독일의 입원형 호스피스 기본협약과 MD Bund 심사 지침은 입원형 호스피스의 급여 요건을 심사하면서 SAPV를 포함한 외래 완화의료로 돌봄을 확보할 수 없는지와 대안적 재가 서비스를 투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환자가 호스피스 돌봄을 원하는지를 요건에 포함하며, 판단 결과를 서면으로 남기도록 한다. 재가 돌봄의 한계는 가족의 돌봄 여력에 더해 SAPV 등 투입 가능한 재가 급여 전체를 고려하여 판정한다. 주거 환경 개선과 대안 서비스 투입으로 재가 유지가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여 결과를 서면으로 남기는 절차는, 한국의 시설급여 결정이나 요양병원의 퇴원 계획 수립 단계에 도입할 수 있다.
절차를 통한 기본권 보호의 원칙은 원자력발전소 인허가 절차에 관한 뮐하임-케를리히 결정(Bundesverfassungsgericht, 1979)에서 명시적으로 확인되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후속 결정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치료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강제치료에 특별한 절차적 안전장치를 요구하였고(Bundesverfassungsgericht, 2011), 절차를 통한 기본권 보호의 법리는 의사능력이 제한된 사람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에도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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