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6-072X
알기 쉬운 요약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processes by which low-income, middle-aged individuals in Seoul transition into single-person households, and the difficulties they currently experience. We conducted four focus-group interviews (FGIs) with 19 participants aged 50–64 who receive basic livelihood assistance, and analysed the transcribed data using thematic analysis. Three core themes emerged from the analysis. First, in the formation process of single-person households, a cumulative pattern of disadvantaged childhood experiences, harsh labour conditions, deteriorating health, family conflict, and the breakdown of social relationships was evident. Second, in terms of current daily life difficulties, participants faced financial hardship, poor housing conditions, limitations in daily functioning caused by chronic illness and mental-health issues including heavy medication use, poor nutrition, and alcohol use. Third, in the theme of a lonely and meaningless life, respondents described chronic loneliness arising from shrinking social networks and social isolation, a lost sense of meaning in life, and tendencies toward suicidal thoughts and attempts. These findings can be interpreted through the lenses of the cumulative (dis)advantage theory and social capital theory, suggesting that single-domain welfare interventions are insufficient to address the multifaceted nature of the issue. These findings suggest policy measures such as ensuring realistic minimu m standards of living, advancing integrated physical and mental health management systems, and implementing social prescribing.
본 연구는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1인 가구가 형성되는 과정과 현재 생활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탐색적으로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만 50~64세의 참여자 19명을 4개 그룹으로 구성하여 초점집단면접(FGI)을 실시하였고, 전사 자료를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세 가지 핵심 주제가 도출되었다. 첫째, 1인 가구 형성 과정에서는 불우한 어린 시절, 힘든 노동환경과 건강악화, 가족 갈등과 관계 단절이 누적적으로 작동하였다. 둘째, 현재 일상생활의 어려움으로는 부족한 수급비에 따른 경제 곤란, 고시원·원룸 등 열악한 주거,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문제에 따른 일상 장애 및 다량 약물 복용, 부실한 영양과 음주 문제가 확인되었다. 셋째, 외롭고 의미 없는 인생은 관계망 축소와 고립으로 일상화된 외로움과 이로 인한 삶의 의미를 잃음이 자살시도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누적적 이익-불이익 이론과 사회적 자본 이론으로 설명 가능하며, 개별 영역 중심의 단편적 복지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책적으로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신체 정신 통합건강관리시스템 고도화, 사회적 처방 등을 제안하였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1인 가구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전체 가구의 27.2%였던 1인 가구는 2023년 35.5%로 늘어 주요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으며, 2050년에는 41.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통계청, 2025). 이러한 변화 속에서 특히 주목할 현상은 중장년 1인 가구의 증가와 그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위기이다(강은나 외, 2017; 성혜영, 2021).
지금까지 중장년기는 일반적으로 유소년기와 노년기 등에 비해서 경제적·사회적으로 안정된 시기로 간주되어왔기 때문에, 청년이나 노인의 1인 가구에 비해 정책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따라서 중장년 1인 가구에 대한 연구와 지원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백승민, 김민지, 2017; 장수미 외, 2022). 그러나 최근 각종 통계는 중장년층 역시 더 이상 안정된 집단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3년 기준 1인 가구 중 중장년층(40~64세)의 비중은 36.8%(통계청, 2025)로 전체의 1/3 이상을 차지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임이 확인되고 있다(강은나, 이민홍, 2016). 특히 과거에는 독거 노인의 문제로 인식되던 ‘고독사’의 주요 발생 계층이 50~60대 중장년층으로 나타나면서 중장년이 심각한 사회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숙자 외, 2021).
이 같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중장년에 대한 연구가 2010년대 후반 이후에 점차 증가했으며, 이는 고독사 주요 계층으로 중장년층이 부각된 것과 관련이 있다. 송인주(2017)는 서울시 1인 가구 연구에서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함을 밝혔으며, 고숙자 등(2021)은 고독사 실태조사를 통해 중장년 남성 1인 가구가 주요한 위험집단임을 확인하였다. 지금까지 선행연구들은 주로 중장년 1인 가구의 정신건강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우울감과 고립감이 높고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집단으로 나타난다(권혁철, 김형용, 2017; 고아라 외, 2018). 또한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고용·건강·주거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임유진, 박미현, 2018; 서수원, 이수진, 2021).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현재의 위기 상황에 초점을 두었을 뿐, ‘어떻게 1인 가구가 되었는가’와 ‘현재의 어려움이 어떤 경로로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과정적 탐구는 부족하다(박선희, 최영화, 2020). 특히 대도시 지역, 그중에서도 서울에 거주하는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실증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연구처럼 중장년 1인 가구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처한 사회적 맥락과 1인 가구가 되기까지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중장년 1인 가구가 현재 직면한 고립과 고독사와 같은 여러 삶의 현실은 갑자기 발생한 것이라기보다는 지난 삶의 전반적인 과정들이 누적되어서 나타난 것이고 대상자의 현실을 잘 이해하려면 과거의 경험들을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장은하 외, 2021). 특히 본 연구에서 빈곤층 중장년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이유는 빈곤층은 중산층이나 상위 계층 집단보다 각종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었을 경우에 지지체계가 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박소영 외, 2020, 통계청, 2023).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여 본 연구는 서울시의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의 형성 과정과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 빈곤층 중장년 1인가구와 인터뷰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년에 적합한 정책적 제언을 하고자 한다.
누적적 불이익에 관한 이론의 핵심 개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대표적인 구조기능주의자인 Merton(1968)이다. 그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마태복음 13:12)는 마태복음의 이 구절을 기반으로 ‘마태효과(Matthew effect)’를 제시하며, 특정 시기의 관찰되는 결과(consequences)는 단일 사건의 산물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축적된 결과임을 강조하였다. 즉, 개인이 보유한 능력(capacity), 위치(location)와 자원(resource)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경우, 그 성취는 일시적인 보상에 그치지 않고 이후 더 큰 기회와 많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반대로 목표 달성에 실패한 과거의 경험은 이후의 기회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수록 개인 간 격차는 점차 누적되고 확대되며, 이는 체계적 경향(systematic tendency)으로 나타난다(Diprete & Eirich, 2006).
Merton이 제시한 마태효과 개념은 다양한 이론적 논의를 거치며 확장·발전되어 왔다. Dannefer(1987)는 이 개념을 개인의 생애 전반에 적용하고자 시도하였으며, 생애주기의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과업 수행을 중시하는 기존 생애주기이론(life cycle theory)과 달리, 개인 삶의 궤적이 초기의 상이한 출발점에 의해 구조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Dannefer, 2003).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Crystal 외(2017)는 ‘누적적 이익과 불이익(Cumulative Advantage and Disadvantage, CAD)’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누적적 이익과 불이익을 “생애 전반에 걸쳐 초기의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건과 사회제도가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상이한 삶의 결과가 형성되는 과정”(Crystal et al., 2017, p. 910)으로 정의하였다. 이는 생애 성과의 결정요인이 개인의 초기 유전적·환경적 조건이나 시간의 경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제도와 구조적 맥락을 포함함을 의미한다.
이후 여러 연구자들은 누적적 이익과 불이익이 작동하는 구체적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켜 왔다. DiPrete와 Eirich(2006)는 기존 연구를 종합하여 누적적 이익의 메커니즘을 두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이익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누적되며, 이전 시점에 획득한 혜택이 이후의 혜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누적된 격차는 성별, 인종 등 개인이 속한 사회적 집단 간 차이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다(Williams & Neighbors, 2001).
한편 Ferraro, Shippee, Schafer(2009)는 개인 차원보다는 사회구조적 맥락에 주목하여 누적적 이익과 불이익의 메커니즘을 설명하였다. 이들은 초기의 유리함과 불리함, 사회적 소속에 따른 차별적 대우의 영향력이 사회구조적 조건에 따라 완화되거나 강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사회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가정환경, 이웃환경, 범죄 수준, 가구구조 등 사회구조적 요인에 대한 누적적 노출(cumulative exposure)이 인간 발달과 삶의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다수의 실증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Duncan et al., 1994; McLanahan & Sandefur, 1994; Klebanov et al., 1998; Kling & Liebman, 2007).
이와 같이 누적적 이익과 불이익 이론은 중장년 1인 가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취약성이 한 사건이나 단기간에 형성된 결과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축적되어 온 불이익의 산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해당 취약성이 개인의 선택이나 능력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구조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결과일 수 있음을 함의한다.
중장년기는 일반적으로 청년기의 끝과 노년기의 시작 사이에 위치한 생애 단계로(Demey et al., 2013), 이후의 노년기를 준비하는 전환기적 시기라 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여성은 안면홍조, 과도한 발한, 우울 등을, 남성은 성기능 저하와 근육량 감소를 경험하게 된다(Rabijewski et al., 2015). 이와 더불어 심장질환(Nordgren, Asp, & Fagerberg, 2007), 심혈관 질환(Lakka et al., 2002), 당뇨(Eriksson et al., 2008), 관절염(Covinsky et al., 2008) 등 만성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
이 시기는 또한 노동 생애의 전환기이기도 하다. 중장년층은 직업에서의 은퇴를 고려하기 시작하며, 노동시장 내 역할 변화가 나타난다. 청년기에 노동자로서의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중장년기에는 점차 가정관리자(home maintainer), 가족의 조력자(helper), 지역사회 봉사자 등 다양한 형태로 역할이 확장·전환된다(Burr, Mutchler, & Caro, 2007). 그러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노동시장 재진입이 어려워지며, 이는 경제적 불안정성과 함께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35~59세 중장년층의 삶의 만족도에는 가구소득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으며(George, Okun, & Landerman, 1985),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중장년층은 소득, 건강, 사회적 관계 등 다차원적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도 중장년기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는다. 친구와 같은 비공식적 사회적 관계는 여전히 삶의 질에 핵심적이지만(Fiori & Denckla, 2012), 신체적 기능 저하와 사회적 참여 기회의 축소로 인해 관계 유지의 비용이 증가하고, 새로운 관계 형성도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Huxhold, Miche, & Schüz, 2014). 결혼생활을 지속해온 중장년 부부의 관계 또한 젊은 시기에 비해 안정적이지만 점차 경직된 상호작용을 보이기도 한다(Murstein & Christy, 1976).
이처럼 중장년기의 신체적·사회적 특성과 위험 요인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최근 중장년의 삶은 사회 구조 변화에 따라 그 양상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가족 형성 지연, 결혼율 감소, 동거 및 이혼의 증가, 무자녀 및 1인 가구의 확산 등으로 대표되는 제2차 인구변천(Second Demographic Transition)은 중장년층의 삶의 형태를 다변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다(Demey et al., 2013). 이러한 변화는 유럽(Lesthaeghe, 2014)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Gietel-Basten, 2022)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되며,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의 급증은 복지국가의 새로운 사회정책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중장년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간의 비교연구도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사회경제적 지위, 사회적 관계, 삶의 만족도 등 다양한 변인을 중심으로 양적 분석을 통해 집단 간 차이를 규명하고자 했다(이병호, 2014; 권혁철, 김형용, 2017; 고아라 외, 2018; 홍성표·임한려, 2022). 이병호(2014)는 2010년 인구총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중장년층 1인 가구가 다인 가구에 비해 다양한 변수를 통제한 이후에도 사회참여도가 유의하게 낮다고 보고하였다. 고아라 등(2018)은 중장년층 1인 가구와 다인 가구를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박탈과 우울의 변화 궤적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1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박탈감과 우울 수준을 보였다. 홍성표·임한려(2022)는 만 40세 이상 중고령자의 1인 가구와 다인 가구를 비교하여 1인 가구의 삶의 만족도가 더 낮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전반적으로 중장년 1인 가구가 다인 가구에 비해 사회경제적 지위, 사회적 관계, 주관적 행복감, 삶의 만족도 등 다 방면에서 취약한 집단임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그러나 권혁철·김형용(2017)의 연구는 40․50세대 남성을 대상으로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집단을 비교한 결과, 1인 가구 남성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취약하지만, 사회경제적 요인을 통제했을 때에는 오히려 주관적 행복감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는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차이가 단순히 ‘취약–비취약’으로 구분될 수 없으며, 복합적 요인에 의해 상이하게 작동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 인터뷰가 실시된 2022년도를 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하여 다양한 현금과 현물 급여를 제공받고 있다(보건복지부, 2022).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되는 중장년 1인 가구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저생계 유지를 위한 생계급여, 질병 치료와 검사를 보장하는 의료급여, 안정적 주거환경을 위한 주거급여를 핵심으로 하여, 자녀 교육을 위한 교육급여, 출산과 사망 시 지원되는 해산급여, 장제급여, 그리고 근로 능력 배양을 위한 자활급여에 이르기까지 총 7개 영역의 포괄적인 공적 부조를 제공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의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보건의료 및 생활 지원 제도는 의료비 부담 완화와 필수 생계비 경감에 중점을 두고 다각적으로 운영되었다(보건복지부, 2022). 우선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는 입원비 면제와 소액의 외래 본인부담금 체계를 유지하며 건강생활 유지비를 지원받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 시 본인부담금이 전액 면제되어 돌봄 비용 부담이 완화되었다. 또한 예기치 못한 과도한 의료비 지출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이 확대되어 소득 구간에 따라 차등 지원이 이루어졌다. 아울러 일상생활 안정을 위해 전기·도시가스 요금 감면과 이동통신요금 감면이 제공되었으며,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문화누리카드 지원액은 증액되었고, 정부 양곡의 할인 공급도 지속되었다.
| 급여 | 선정기준(중위소득 대비) | 1인가구 선정기준액 (월소득 인정액) | 급여액 |
|---|---|---|---|
| 생계급여 | 30% 이하 | 583,444원 | 최대 583,444원(선정기준액 - 소득인정액) |
| 의료급여 | 40% 이하 | 777,925원 | 본인부담금 제외 전액 지원 |
| 주거급여 | 46% 이하 | 894,614원 | 지역별 기준 임대료 상한 실비 지원 |
| 교육급여 | 50% 이하 | 972,406원 | (가구원 중 학생이 있을 경우 지급) |
| 장제급여 | 생계·의료·주거급여 수급자 사망시 | 1구당 800천원 지급 | |
| 자활급여 | 조건부 수급자 등근로능력 있는 수급자 대상 | (서비스/인건비) 자활근로 참여 등 |
출처: “2022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보건복지부, 2022.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되는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의 삶의 실태를 탐구한 연구들도 있다(강희순·김지인, 2021; 이소영, 2022; 장온정, 2022; 조혜정·강대선·오영란·김혜정, 2022). 이소영(2022)은 중장년 1인 가구의 불안정한 주거환경이 자살 생각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이며, 사회활동 참여가 자살 생각을 완화하는 보호요인임을 제시하였다. 장온정(2022)은 사회적 배제의 유형화 연구를 통해 약 70%의 중장년 1인 가구가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며, 이 중 42%는 다중 배제를 겪는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주관적 건강이 낮고, 가족교류가 적으며, 연령이 높고, 여가활동 만족도가 낮을수록 사회적 배제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한 연구들은 저소득층, 사회적 배제 경험, 정신건강 문제(우울·자살생각 등) 사이에 복합적 연계가 존재함을 보여주며, 중장년 1인 가구의 삶을 단일 차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양적연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개인의 생애 맥락과 주관적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질적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선희·최영화(2020)는 긴급지원대상 중장년 남성 1인 가구 6명을 심층 인터뷰하여, 이들이 사회적 고립 속에서 어떤 생활을 영위하며, 고립으로 인한 위기와 어려움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탐색하였다. 배은경·장수미·방혜선(2023)은 장년층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을 통해 이들이 혼자 살게 된 경로, 1인 가구로서의 일상적 어려움, 그리고 정책적·실천적 개입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질적 연구들 역시 대부분 현재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1인 가구가 되어가는 ‘과정적 측면’을 충분히 조명하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존 연구의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서울에 거주하는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그들이 1인 가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의 실체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의 위기 형성 맥락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향후 정책적 지원과 예방적 접근을 위한 실증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의 삶의 경험과 그 과정적 특성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질적 연구방법론을 채택하였다. 질적연구는 특정 현상이나 대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며, 연구자가 직접 대면하여 면담이나 관찰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귀납적 분석을 통해 의미를 도출하는 연구 접근이다(김인숙, 2024). 연구참여자의 선정은 세평적 사례선택법(reputational case selection)을 활용하였다. 이 방법은 연구 주제에 적합한 특성을 지닌 사례를 전문가의 평판이나 추천을 통해 선별하는 방법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심층적 탐구에 적합하다. 연구자들은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실무 경험이 풍부한 사회복지사, 자살예방상담사, 지역사회 실천가 등 현장 전문가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참여 기준을 설명하고, 이에 부합하는 사례자를 추천받았다. 연구참여자 선정기준은 선행연구 검토와 전문가 협의를 통해 연령(만 50세 이상 64세 이하의 중장년층일 것), 경제수준(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수급자일 것), 거주지역(서울특별시 내 거주자일 것), 면담 가능성(자신의 경험을 명료하게 구술할 수 있는 사람일 것) 등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으로 설정하였다. 본 연구는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생계급여 수급자)를 빈곤층으로 정의하였다. 이들은 사실상 절대빈곤층에 속한다.
초기 단계에서 연구자들은 서울시 내 복지관,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다수의 잠재적 참여자를 추천받았으며, 그중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총 19명을 최종 연구참여자로 확정하였다.
서울지역으로 연구대상을 제한한 이유는, 서울이 전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대도시이자,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두드러져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 특성을 관찰하기에 적합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 그룹 | 대상자 | 성별 | 출생연도 | 직업 |
|---|---|---|---|---|
| 그룹 1 | A1 | 남 | 1961 | 무직 |
| A2 | 남 | 1965 | 무직 | |
| A3 | 남 | 1964 | 무직 | |
| A4 | 남 | 1962 | 무직 | |
| A5 | 남 | 1962 | 무직 | |
| 그룹 2 | B1 | 남 | 1962 | 무직 |
| B2 | 남 | 1969 | 무직 | |
| B3 | 남 | 1968 | 무직 | |
| B4 | 남 | 1969 | 무직 | |
| B5 | 남 | 1960 | 무직 | |
| 그룹 3 | C1 | 남 | 1970 | 무직 |
| C2 | 남 | 1971 | 무직 | |
| C3 | 여 | 1966 | 무직 | |
| C4 | 남 | 1962 | 일용직 | |
| C5 | 남 | 1969 | 무직 | |
| 그룹 4 | D1 | 여 | 1970 | 무직 |
| D2 | 남 | 1973 | 무직 | |
| D3 | 남 | 1969 | 상용직 | |
| D4 | 남 | 1964 | 상용직 |
본 연구에서 인터뷰 참여자 그룹을 4개로 나눈 이유는 연구 대상인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의 폐쇄성과 접근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첫째 인터뷰 참여자들은 사회적 고립도가 높아 연구자가 개별적으로 접촉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장년 대상 특화 사업을 수행하며 대상자와 라포(rapport)가 형성된 보건의료 및 복지 전문기관 4곳을 거점(gatekeeper)으로 선정하여 연구 참여의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둘째, 자료의 편향을 방지하고 참여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정 단일 기관에서만 대상자를 모집할 경우, 해당 기관의 프로그램 성격이나 특정 지역의 특성만이 과도하게 반영될 우려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서울시 내 서로 다른 지역적 기반을 둔 4개 기관으로 섭외 채널을 다각화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배경과 맥락을 지닌 중장년 1인 가구의 경험을 포괄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 FGI)을 통해 이루어졌다. FGI는 유사하거나 상반된 경험을 지닌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한 인식, 태도,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인면접보다 풍부한 질적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Bryman, 2012).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발화와 집단 내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진솔하고 맥락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 방법을 활용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22년 5월 19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이루어졌다. 면접 장소는 참여자의 접근성과 심리적 편안함을 고려하여 복지관, 지역사회시설 등의 회의실로 정하였으며, 모든 면접은 약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인터뷰는 사전에 준비된 반구조화된 질문지(semi-structured questionnaire)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질문지는 ① 건강상태, ② 일과 경제활동, ③ 사회적 활동, ④ 주거환경, ⑤ 사회적 관계, ⑥ 공적·사적 지원 및 서비스 이용 경험 등 총 여섯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주요 질문의 예시로는 “어떻게 1인 가구가 되셨나요?”, “현재 건강상태나 질병, 장애를 경험하고 있습니까?”, “현재 일을 하고 계신가요? 과거에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참여 중인 모임이나 사회활동이 있습니까?”, “일상적으로 교류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돌봄이나 복지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습니까?” 등이다.
FGI는 연구진 중 한 명이 사회자로 참여하여 진행되었다. 사회자는 인터뷰 시작 시 다과를 제공하고, 자연스러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여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활과 개인적 경험을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서 연구자와 참여자 간의 기계적인 질의응답을 넘어서 참여자들 상호 간에 발생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interaction)과 정서적 교류를 포착하도록 노력했다. 인터뷰 초기에는 낯선 환경과 타인에 대한 경계로 인해 다소 경직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사회자가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먼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열도록 노력했다. 그러다, 일부 인터뷰 참여자가 자신의 힘들었던 삶의 과정과 특히 삶의 고충과 투병 경험 등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자 다른 참가자는 “하~”라며 낮은 탄식을 하거나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등 정서적 동조가 일어났다. 특히 경제적 곤궁으로 인한 자존감의 상실이나 가족 단절과 같은 민감한 주제가 거론될 때면, 참여자들 사이에는 서로 동의하는 눈빛을 교환하며 담담하고 때로는 체념적인 비언어적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이러한 침묵, 탄식, 동조와 같은 현장의 분위기와 참여자들 사이에 형성되는 무언의 연대감을 면밀히 관찰하여 현장 노트(field note)에 기록하였으며, 이를 통해 개별적 진술 이면에 놓인 맥락적 의미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모든 인터뷰는 참여자의 사전 동의하에 녹음되었으며, 이후 전사 과정을 거쳐 연구자료로 활용되었다. 수집된 자료는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Bryman, 2012; 김인숙, 2024:428). 분석은 Atlas.ti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수행되었으며, 개방코딩(open coding)을 통해 주요 개념을 도출한 후, 축코딩(axial coding)과 선택코딩(selective coding)을 단계적으로 실시하였다. 이러한 분석 절차를 통해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의 생애과정, 위기경험, 사회적 관계 및 지원체계와 관련된 주요 주제(theme)를 체계적으로 도출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윤리를 준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Public Institutional Review Board, PIRB)의 심의 및 승인(IRB No. P01-202205-01-034)을 받은 후 수행되었다. 연구진은 연구 전 과정에서 참여자의 권리 보호와 윤리적 절차를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였다. 첫째, 면접 진행에 앞서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자의 소속과 역할, 연구의 목적, 인터뷰 내용 및 절차를 충분히 설명하였다. 둘째,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참여동의서(consent form)를 서면으로 받아 자발적 참여를 보장하였으며, 수집된 모든 개인 정보는 익명으로 처리하였다. 셋째, 참여자에게는 인터뷰 도중 언제든지 참여를 중단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본인의 발언 내용에 대한 열람 및 삭제 요청 권리가 있음을 명확히 고지하였다. 인터뷰 참여자에게는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소정의 사례금을 지급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성(rigorousness)을 유지하고자 하였다(Padgett, 2017). 엄격성은 질적연구의 핵심 평가 기준으로, 연구자가 수집한 자료와 해석이 실제 현상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는지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활용하였다. 첫째, 연구진은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실시하였다(Creswell, 2013). 본 연구에서는 자료출처와 분석자 다원화 전략을 병행하였다. 자료출처 다원화를 위해 인터뷰 자료뿐 아니라, 연구참여자를 추천한 현장 전문가(사회복지사, 사례관리자 등)의 의견을 함께 검토하여 맥락적 신뢰성을 높였다. 분석자 다원화는 연구자 간 상호 토론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개별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이견이 발생할 경우 합의에 이를 때까지 반복 논의를 진행하였다. 둘째, 연구자는 연구참여자 확인(member checking) 절차를 수행하였다. 이는 자료 분석 과정에서 도출된 해석이나 주제가 참여자의 실제 경험과 일치하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으로, 연구자의 주관적 해석이나 편향을 최소화하고 해석의 타당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본 연구는 연구윤리와 신뢰성의 기준을 충실히 준수하며, 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의 경험을 윤리적이고 엄밀하게 탐색하고자 하였다.
중장년 1인 가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1인 가구 형성 과정, 현재 일상생활의 어려움, 외롭고 의미 없는 인생 등 세 가지 주요 주제가 제시되었다. <표 3>은 본 연구 결과에서 도출된 주요 영역과 범주다.
| 주제 영역 | 상위 범주 | 하위 범주 |
|---|---|---|
| 1인 가구 형성 과정 | 불우한 어린시절 | 가난, 불우한 가정, 어려서 노동, 타향 생활, 소년 가장, 장애, 시설 입소 |
| 힘든 노동환경과 건강악화 | 중장년, 여러 직업, 강도 높은 업무, 장시간 근무, 스트레스 업무, 피로, 술, 담배, 건강, 뇌졸중, 우울증, 정신분열 | |
| 가족 갈등과 관계 단절 | 실직, 사업 실패, 이혼, 자녀 헤어짐, 폭력 사건, 가족 해체 | |
| 현재 일상생활의 어려움 | 경제적 어려움 | 부족한 수급비, 생계비, 주거급여, 빈곤, 소비 |
| 열악한 주거환경 | 고시원, 월세, 원룸, 임대주택, 좁은 공간, 냉난방, 관리비 | |
| 일상 장애 심화와 다량 약복용 | 만성질환, 장애, 뇌손상, 우울증, 공황 장애, 분노조절 장애, 많은 약, 10~30알, 약 취함, 졸림 | |
| 부실한 영양과 술 문제 | 식사 안함, 한끼, 두끼, 라면, 인스턴트 음식, 도시락 배달, 단백질 부족, 술 중독, 두려운 술 | |
| 외롭고 의미 없는 인생 | 일상화된 외로움 | 일의 부재, 외로움, 무료함, 혼자서 시간, 관계망 축소, 소일거리, 시간 보내기, 친구, 가족, 친인척 |
| 삶의 의미를 잃음 | 자기 고립, 무익한 존재, 낙이 없음, 당장 죽음, 담배, 심심초, 허전함, 자살 생각, 자살 시도 |
첫째, 1인 가구의 형성 과정은 불우한 어린 시절, 힘든 노동환경과 건강악화, 가족 갈등과 관계의 단절 등 주로 과거의 인생 과정과 경험 등으로 제시되었다. 둘째, 현재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경제적 어려움, 열악한 주거환경, 일상 장애 심화와 다량의 약 복용, 부실한 영양과 술 문제 등 중장년 1인 가구로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이 제시되었다. 셋째, 외롭고 의미 없는 인생에서는 일상화된 외로움, 삶의 의미를 잃음 등 외로움과 고립에 따른 어려움이 제시되었다.
본 인터뷰의 참여자들은 대체로 불우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어린시절에 집안이 너무 가난하거나 본인이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또는 혼외출산 자녀 등으로 각종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어려서부터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했고 각종 어려움에 대응해서 청소년과 성년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을 위해 애를 썼다고 밝혔다. 그 방식은 다양했는데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1) 청소년기인 10대의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거나, (2) 가난한 고향을 떠나 타향인 대도시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해서 일을 하거나, (3) 부모를 대신해서 어려서부터 소년 소녀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거나, (4) 장애가 있어서 어려서 입소시설에서 생활하는 등의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일을 한 것 같아요. 엄마가 시장 좌판에서 일하셨는데 새벽 시장 다니는 것부터. 그때부터 일을 했고 고등학교 때는 주간을 잘 다니다가 이제 야간으로 옮겨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하여튼 계속 일을 했어요. 집안 형편이 안 좋으니까 여상 가서 졸업하자마자 이제 일을 시작했고 아버지가 5학년 때 이제 중풍 걸리셔 가지고 7년 동안 병원 신세지다가 20살 때 돌아가셨어요. 근데 이제 그 일을 이제 남은 식구가 다 같이 일을 해가지고 집을 바꿨는데 엄마가 이제 경제 관념이나 이런 게 별로 없으시고 여성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제가 다 이제 가장처럼... 동생들 키우고 엄마한테는 가장 노릇을 하고 이제 애들이 커가는데 아무래도 돈이 드니까 아빠 빚을 갚는데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별짓을 다 했죠.”(D1)
“어릴 때, 가정 환경이 좀 안 좋았어요. 제가 배다른 자식이래요. 아버님이 바람피워가지고. 어디서 저를 낳아서 온 거예요. 얼마나 구박을 받았겠어요. 그 기억밖에 없어요... 그래도 어디 나쁜 길로 안 빠지고...”(C3)
장애가 있는 한 참여자는 부모의 이혼과 갈등 등으로 사실상 가족에서 버림받고 시설에 입소해서 성년이 되기까지 소외되는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하였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찾아서 데리고 오시니까 그런 걸 계속 반복하다가. 12살 때 크게 싸우고 해 가지고 이제 어머니가 나가셨어요. 그래 가지고 또 또 그랬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들어오셨는데 그때는 아예 짐을 싸가지고 나가시려고 오셨더라고요......내가 어머니에게 ‘나는 어떡하지 나도 짐 싸냐? 짐 싸야 되냐?’ 하니까 ‘너는 니 애비하고 잘 먹고 잘 살라’고 뿌리치고 나가시더라고요. 아버지는 이제 아버지 고향이신 고향 부산의 동생하고 같이 내려갔고 저는 시설을 들어갔어요... 가족들하고 떨어지는 게 그때가 처음이라... 익숙치가 않아 가지고 계속 울고 밥도 안 먹고 그러다가 아버지한테 간다고 도망도 치다가 붙잡혀 오고 그랬어요.”(A1)
이처럼 참여자들의 어린 시절은 단순한 경제적 빈곤의 경험을 넘어, 가족 해체 또는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속에서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학습과 돌봄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조기 노동과 경제적 독립을 사실상 강요받으며 생애 전반을 관통하는 누적된 불이익(cumulative disadvantage)이 어려서부터 배태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빈곤을 탈피하기 위해서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하고 노력했지만, 청년을 지나고 중장년을 거치면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다음의 네 가지로 다양했다. 주로 (1) 2-3개의 여러 직업을 가지고 강도 높은 업무를 했고, (2) 젊음을 믿고 무리해서 밤늦게까지 장시간 야간 근무로 취침시간이 부족했고, (3) 스트레스를 받는 긴장된 근무환경에 계속 노출되는 등 열악한 노동이 건강 악화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힘든 생활이 지속되자 일부는 (4)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주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는 경향이 있었고, 이것은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10년이 그렇게 일을 하고 그렇게 해도 돈이 안 되니까 투잡, 쓰리잡 하게 되고 저녁에 알바하고. (그러다가 몸이 아파져서 일을 못한지는) 1~2년 된 것 같아요.”(D1)
“일주일에 밤에 일하고 일주일 낮에 일하고. 그러니까 이제 피로가 안 풀리고. 우리가 술도 좋아하고. 그런 데다가 술을 말술로 먹었어요. 코가 삐뚤어지게 먹고. 이제 기어가다시피 하고 그러니까. 관절이 안 좋아가지고 신경통이 왔어요. 일을 그만두고 이제 쉬면서 일을 그렇게 하다가 쉬면서 있으니까 우울증이 심하게 온 거죠.”(D4)
열악한 노동시장의 근무는 건강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질병에 걸리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일부 참여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stroke)을 겪거나 병명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동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참여자는 긴장된 근무환경과 강도 높은 업무, 실직 등의 원인으로 우울증, 정신분열,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에 힘들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저는 이제 뇌경색증을 맞아가지고요. 이제 뇌가 한쪽이 완전히 죽었어요. 지금 이제 약간 이제 많이 풀렸는데 많이 풀렸는데. 이게 재활의학과 교수님이 운동 신경이 많이 살아있다고 그래요. 원래 이제 고혈압이 조금 있었죠. 일을 이제 오래 하다가 밤 세워서. 그렇게 오랫동안 20년 넘게 하다가 피로가 안 풀려가지고 술도 많이 먹었어요. 술도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데 일을 하다가 안 하고 있으니까 우울증이 아주 심하게 왔어요.”(D4)
“저 같은 경우에는 31살에. 23살에 일본에 가서 저기 뭐야 불법 체류하면서 돈 벌어 오겠다 해가지고, 가가지고 한 8년 생활했어요... 막 정신적으로 좀 빠칭코 같은 거 하기 때문에 긴장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31살에 그게 일본에서 오자마자 한 3개월 만에 정신 분열이라는... 한참을 보면 얘가 이상하니까 이제 나를 데리고 이제 작은 형수가 나를 데리고 **+오거리 옆에서 정신을 진단을 하니까 그분이 이제 ‘정신분열이다’라고 진단을 내려가지고.”(B4)
이처럼 빈곤 탈피를 위해 선택했던 '몸을 쓰는 노동'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신체를 가장 빠르게 훼손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몸을 혹사 시키면서 무리하게 일했는데, 이는 저숙련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신체가 소모품처럼 도구화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특히 한 참여자가 야간 노동과 음주로 인한 뇌졸중 경험을 이야기하자, 다른 참여자들도 잇따라 자신의 질병 경험을 털어놓으며 서로 공감하곤 했다. 이는 질병이 개인의 관리 소홀 탓이라기보다, 열악한 출발점에서 비롯된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얻은 사회구조적인 건강 문제로 볼 수 있다.
열악한 노동시장의 근무로 인한 건강의 악화는 실직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한 가족관계의 갈등 심화와 단절로 나타나고 있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건강악화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노동시장에서 실직이나 사업의 실패 등으로 연결되면서 가족 관계가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배우자와 이혼하고 헤어지고 자녀와 따로 살게 되는 가족해체를 경험했다.
“일하다가 쓰러지고 (아내와) 헤어지게 됐지요. 이거를 어떻게 할거냐. 병원비를 우리가 마련을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할 거냐?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애 엄마가 막 들어오더니… 그래서 큰 누나가 성질 나서 그래 이혼해라 이년아 이랬죠.”(C2)
“혼자 있다가 한 45살쯤에 그냥 사별한 여자하고 살다가 딸내미 하나 낳았었는데, 안 맞아갖고 바로 헤어졌어요. 세 살 때. 딸을 하나 낳았는데, 세 살 때 헤어졌어요. 여자가 경마를 하더라고.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전 신랑한테 배웠대요. 그래서 돈이 맨날 비는 거예요. 월급을 꼬박꼬박 갖다 주는데.”(B3)
한 참여자는 사업의 부도와 실패로 일이 어려워지자 그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교도소에 다녀올 정도로 심각한 사건을 일으켰고, 결국 가족과 결별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25톤 덤프트럭. 그거 사업하다가 망해 갖고 5대 가지고 했다가 벌고 한 10억 이상을 까먹었죠.... 지금 연락이 아예 안 돼요 딸 둘 아들 하난데. 제가 집에 술을 많이 먹고 들어가서 다 작살을 내버렸어요. 유리창을 다 깨버리고 문짝 다 부셔버리고. 그래갖고 신나 뿌리고. 신고를 하고 경찰이 소방대까지 다 왔어요. 팔을 팔을 뿐지르고 그냥 가서 구치소 가서.... 5개월 살고 재판 받아갖고 2심에서 그냥 집행유예로 나오고. 그 뒤로 연락이 끊긴 지가 지금 몇 년 됐죠. 사업실패 스트레스죠...형제들이 저를 싫어해요. 망나니라고.”(A2)
일부의 참여자는 가족 간 재산 분배 갈등이나 가족 간의 오랜 정서적 갈등 등으로 가족관계의 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는 가족과 갈등으로 건강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형한테 이제 유산을 나눠 달라고. 다리도 아프고 그러니까. 거기 이제 이제 트럭 한 대 사갖고 이제 장사 좀 해보게, 돈 저기 3천만원만 달라고 그랬더니. 땡전 한번 못 준다고 막 그냥 뭐라 그러는 거예요. 너 인제, 이제 명의가 바뀌었으니까 그거는 나는 모르겠고 그냥 저기 니가 저기 이제 니가 이제 네가 저기 살아갈 데는 네가 저기 찾으라고 그래 갖고. 이제 그래갖고 그때 쇼크 받아 갖고 우울증을 진단 받았어요.”(B3)
한편,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계속 살아오는 중장년도 적지 않았다. 일부 참여자는 본인의 경제적 능력 등 여러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결혼을 통해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것을 아예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소득분위별로 분석할 때, 남성은 저소득층일수록 기혼자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실을 반영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30대 초반 때 이제 부모님하고 분가 나와서 그때부터 혼자 쭉 이제 혼자 살았어요. 저는 아예 (결혼은) 생각도 안 해봤고 힘들어서 계속 이제....누가 그런 걸 물어보면 여자가 있으면 귀찮다는 그런 말을 대충 그렇게 하잖아요.,,,,그래 이제 술도 좋아하고 그러니까 술도 또 많이 먹고 일 끝나면은 그러니까 술 때문에 아마 옆에 사람이 있으면 더 못 살 거예요. 아마 맨날 밤늦게 들어오고 뭘 좋아하겠어.”(D4)
일부는 부모나 형제, 자매와 함께 생활하다가 가족과 갈등을 겪으면서 분리해서 혼자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참여자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았지만 부모의 사망 이후에 동생과 갈등이 지속되면서 집에서 나와서 혼자 살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이제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제 집을 나왔죠. 전에는 혼자 살지 않았어요.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남동생이 지금 월급 갖고 싸우면 안되겠다 해서 어차피 동생들한테 제가 뭘 바라는 건 없으니까 2009년도 정도부터 계속 고시원 살았던 것 같아요. 그냥 어차피 저는 조금 실용주의자라서 너무 큰 것도 안 바라고 좋은 것도 안 바라고 내가 혼자 있을 만한 공간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었고.”(D1)
이같이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단절된 경우에는 빈곤, 실직, 건강 악화 등의 복합적인 위험에 노출된 1인 가구의 중요한 지지체계인 가족의 역할이 작동되지 않으면서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처럼 가족 간 관계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남성 참여자들은 음주를 매개로 친구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술은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를 인식한 일부의 참여자는 과감하게 술자리를 같이하던 친구들과의 관계를 끊기도 하였다. 그러나, 술의 유혹이 커서 친구와 관계를 끊으면서까지 술을 끊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술을 엄청 많이 마시고 이렇게. 사실은 좀 잡기(雜技) 같은 걸 좋아해가지고 엄청. 그런데 (술에) 빠져가지고 네 아주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어요... 건강 때문에 이렇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막 돌아간 사람들이 한두 분이 아니더라고요. 그때부터 좀 정신을 차리려고. 이제 술을 먼저 끊기로 이제 마음을 먹어가지고. 이 술을 끊기가 진짜 힘들더라고요. 그래가지고 뭐 몇 년 전부터 전에서부터 끊으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잘 안 되고 그래 가지고. 먼저 친구서부터 연락을 다 끊어버렸어요. 그러니까 휴대전화를 바꾼 상태에서 이제 전화번호를 이제 모르는 상태잖아요. 상대방들은. 그러니까 그 상태에서 연락을 끊어버린 거예요.”(B1)
신체적 능력의 상실은 곧 경제적 파산으로, 이는 다시 가족관계의 파국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낳았다. 참여자들의 진술에서 가족은 '안식처'가 아닌 '갈등의 진원지'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특히 남성 참여자들은, 경제적 부양 능력을 상실함과 동시에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붕괴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치심과 죄책감이 폭력이나 회피로 발현되면서 가족 해체를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화(化)는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 이러한 다중적 실패 끝에 남겨진 잔여적 삶의 형태에 가까웠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청소년기부터 생존을 위한 노동 현장에 내몰렸으며, 이는 성인기 이후의 안정적 자산 형성이나 인적 자본 축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즉, 이들의 현재 빈곤은 일시적 실직의 결과가 아니라, 생애 초기부터 시작된 결핍이 성인기를 거치며 누적되고 고착된 결과로 해석된다.
인터뷰 참석자들은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앞에서 제시한 대로 다양한 현금과 현물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었다. 일정 부분 국가에 의해서 기본적인 생활이 공적으로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 참여자들은 현재의 수급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너무 부족하다고 말하였다.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등을 합쳐서 약 80~90만 원에 불과해 생활하기에는 급여가 적다고 밝혔다. 주거급여를 받지만 고정적으로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은 불과 50만원으로 한달을 생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주는 돈 받고 그런데 너무 돈이 적다 보니까 수급비가 좀 적어요. 여기 계신 분들도 알겠지만 한 달 생활하기가 빠듯해요. 겨울에는 특히 관리비가 혼자 있는데도 12만원, 11만원 나왔어요 저번 달에. 그러면 50만원에 한 장애수당 4만원 받거든요. 제가 말씀드리는 거는 정부에서 좀 잘 해가지고 생활에 조금 보탬이 되게 좀 올려줘야 되지 않겠냐? 바라는 건 아니지만...” (B5)
“제가 주거급여, 생계급여 다 받아서 90만원 정도 받아요 다 합하면 물론 월세가 35만원 나가고 뭐 이렇게 하기 때문에 사실은 50만원 정도 밖에 안 남는 건데. 그 50만원도 한 달에 2~30만원 남아요.”(D1)
이처럼 참여자들의 발언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표방하는 ‘최저생계 보장’이 실제 도시 생활의 하한선을 지탱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이전소득은 명목상의 생계유지를 표방하고 있으나, 주거비와 공과금 등 비탄력적인 필수 고정지출이 급여의 대부분을 잠식하는 구조 탓에, 실제 가용 소득은 기본적 생존을 겨우 연명하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동절기 난방비 급등과 같은 생활 물가의 변동성을 제도가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수급자들은 식비 등 필수 생존 비용을 줄이거나 사회적 관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결핍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는 현행 제도가 빈곤층의 ‘사회적 박탈’을 방지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단순히 아사(餓死)를 방지하는 소극적 구빈 차원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뷰 참석자들은 고시원, 원룸, 임대주택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 있었다. 참석자 중에서 특히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는 매우 좁은 공간에서 소음이 있어서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고시원은 여름과 겨울에 냉난방이 잘 공급되지 않아서 살기에 불편하다고 말했다.
“전기 기구 같은 거 잘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전기를 많이 아까다 보니까. 그러니까 겨울에는 난방도 좀 시원찮아 추웠어. 많이 추웠어요... 여름에는 에어컨도 너무 적게 틀고. ......에어컨은 여름에 작년 같은 경우는 시간을 맞춰서 틀어주고.”(A4)
좁은 원룸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는데 월세가 30만원이 넘어서 부담스럽고 공간이 좁아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원룸 고시원이나 마찬가지죠 원룸인데 100에 35짜리예요. 월세. 잠깐 잠자는 건 괜찮아요. 계속 있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요. 굉장히 실용성이 있는 합리적인 구조에요. 그런데 피폐해져요. .....문화생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내가 뭐 바꿔서 인테리어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만한 것들이 그런 거잖아요. 내 공간을 내가 이렇게 꾸미기도 하고 그러니까.”(D1)
반면에, 임대주택의 아파트나 빌라에 사는 1인 가구는 고시원 거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쾌적하고 여유 있게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 약 20-23㎡에 방 하나, 화장실, 부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였다. 한편, 일부 참여자는 관리비가 약 10만원 정도로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7~8평 정도... 방 겸 거실에다가. 부엌까지 있고 화장실 하나 있고...(C2)
그 저 주거비도 나와요. 집으로 해서 들어가는 돈은 없어요... 관리비가 많이 나와요... 달에 10만 원씩.“(B5)
이처럼 고시원과 쪽방 등 열악한 주거환경은 물리적 불편함을 넘어 심리적 위축과 정서적 피폐함을 야기하는 '유폐의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오는 답답함을 호소하면서도, 경제적 이유로 그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체념하고 있었다. 집이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정신이 피폐해지는 공간'이 된다는 진술은 주거빈곤이 정신건강 악화의 직접적인 트리거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제시한 대로 1인 가구 참여자들은 여러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중요한 점은 시간이 갈수록 중장년이 되면서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장애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뇌 손상으로 신체 거동에 어려움을 겪거나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제가 우울증을 굉장히 심하게 앓고 있거든요. 공황장애가 먼저 와서 그런데 그렇게 하면서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는데. 약을 하루라도 안 먹으면 수면장애. 잠을 못 자요. 잠을 못 자요. 그래서 그게 첫 번째 스트레스 그거예요. 약이 떨어질 때쯤 맨날 불안한 거예요. 분노조절장애. 그 약도 먹고 있어요.”(A2)
“이제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님이 정신과를 가봐라. 왜 몸이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정신과를 왜 가냐 공황장애가 와도 이 증상이 있었다고 그래서 이제 내 사진을 찍으니까 전두엽이 손상이 되어가지고 이게 그 기능을 이제 못해주는 거죠. 한여름에도 추워서 옷을 입어야 되고, 근육통 그 다음에 이제 머리 어지러운 거, 집중을 좀 못하고 혼란스럽고, 사람이 많은 시끄러운 데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고.“(D2)
물론, 기초생활수급자는 대부분 의료급여의 대상자가 되어서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상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데도, 여러 질환을 종합적으로 한꺼번에 관리하는 ‘케이스매니지먼트(case management)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상자가 질환별로 각각의 진료과를 직접 찾아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는 ‘의료쇼핑’으로 의료급여 비용이 증가하는 원인의 일부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이처럼 여러 만성질환으로 인해 하루에 약 10-30알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매일 다량 복용해서 하루 종일 계속 졸립거나 약에 취해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는 이렇게 고지혈증하고 혈압약 먹고요. 하나씩 아침에는. 근데 이제 저녁에는 그러니까 수면 약하고 우울증 불면증 그 약을 먹는데 따로 따로 이렇게 먹으라고 하는데 그러면 잊어먹어.....양약 부작용도 있다는데 자꾸만 병원에서는 괜찮다 괜찮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나는 싫은 거야 솔직하게...계속 먹는데 잠이 어떨 때는 잠에 취해 있기도 하고 막 몽롱하기도 하고.”(A4)
“당뇨는 없어요. 그 소변 볼 때 전립선, 감기약을 1년 365일 먹으니까.... 공황장애로 있으면 아침, 점심, 저녁 한 15알. 목디스크, 허리디스크 이런 신경부분 통증 하면 10알 정도. 다 해서 30알 정도....그냥 잠와요.”(A3)
현재의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에서 상극이 되는 약을 걸러내는 절차는 구축되어 있지만, 앞에서 제시한 케이스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각 질병별로 약을 처방하면서 대상자들이 너무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대상자들은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간과 같은 내부 장기에 무리가 되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참여자들의 일상은 다량의 약물 복용으로 지탱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체계적인 건강 관리의 결과라기보다, 파편화된 의료 시스템 속에서 각자도생하며 통증을 억누르는 방식에 가까워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약물이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우울과 불안 등 정신적 고통을 잊기 위한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는 점이다. "약에 취해 몽롱하게 보낸다"는 진술은 이들이 맨 정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현실을 약물이라는 화학적 기제에 찌들거나 겨우 의존해서 버텨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1인 가구가 자주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식사를 거르거나 영양이 부실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아침이나 점심 식사를 거르고, 두끼만 식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는다고 말하였다.
한 참석자는 복지관의 무료 도시락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서 도움이 되지만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도시락이 배달되지 않기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을 섭취한다고 말하였다.
“식사는 이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어디 복지관인가 어디서 도시락이 하나씩 오는 것 같더라구요. 도시락 주는 거 먹고. 나머지 세 끼는 잘 못 먹게 돼요. 나머지는 제가 그냥 사다가. 사다 그냥 이마트 같은 데 가면 뭐 파는 거 많잖아요. 그냥 해결하고 있어요.”(C1)
더욱이 참석자들은 고기로 단백질을 섭취하고 싶은데 지금 수급비로는 어렵다고 말하였다.
“혼자 있으면 진짜 먹는 것만큼은 너무 부실해가지고... 지금 근데 제일 중요한 거는 사실 몸이 건강하려면 단백질도 섭취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고기는 섭취 못해요. 돈도 없잖아요. 지금 소고기 안먹은지도 꽤 됐고. 어디 식당에 가서 고기 한 번 먹어본 적이 없어요. (생계급여) 한 55만 원에서 60만 원, 관리비 10만 원 빼고 나면 50만 원 남고.”(B5)
한편, 일부 인터뷰 참여자는 여전히 술을 끊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위에서 술로 사망한 친구가 있어서 불안하지만 술은 지금도 두려운 과제라고 밝혔다.
참여자들의 식생활 양상은 경제적 빈곤과 제도의 사각지대가 결합하여 개인의 신체를 어떻게 잠식해 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미시적 증거이다. 인터뷰에서 드러난 '라면과 인스턴트 의존'은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비 등 비탄력적 고정지출을 감당한 후 남은 제한된 소득 내에서 생존을 위해 강요된 선택지일 것이다. 특히 주말과 공휴일 등 공적 돌봄(도시락 배달)이 멈추는 시간적 공백은 이들의 영양 결핍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단백질 섭취의 부재는 만성적인 체력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영양학적 취약성 위에서 죽음의 공포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습관적 음주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는 부실한 영양 상태와 알코올 의존이 결합하여 신체 붕괴를 가속화하는 '자기 파괴적 악순환(vicious cycle)'의 고리가 형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참여자는 매일 매일의 일상이 외롭거나 무료하다고 말했다. 일상의 시간을 주로 혼자서 보내다 보니까 외로움을 느끼거나 할 일이 없어서 무료하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이 여가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어 고통을 겪는 것과 같은 비슷한 현상으로 보인다. 특히 실직, 이혼, 결별, 갈등 등 큰 사건 이후에 혼자인 1인 가구가 되고 나면 초기에 외로움과 불안감이 크다고 하였다.
외로움과 무료함의 원인으로 참여자들은 주로 실직으로 인한 소일거리의 부재와 사회적 관계망의 축소로 만나서 대화하는 등 일상을 나눌 사람이 없는 현실을 꼽았다.
일부 인터뷰 참여자들은 과거에 건강할 때 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실직이나 건강 악화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당장 갈 곳과 할 일이 없어져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 참여자는 실직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이 꺼졌다고 말했다.
“저희 같은 경우는 나 같은 경우는, 일이 이제 끊어지고 그러니까 할 일이 없는 거야. 어떤 소망 희망이 사라진거지. 그래서 앞날에 대한. 또 자신의 몸이나 약화되니까 또 눈도 안 좋아지고 귀도 안 좋아지고 또 치아도 아프니까 이 앞날에 대한 불안, 초조감. 그러니까 앞날에 대해서 밝지가 못한 거예요. 맑지가 못한 거예요...거기에서 오는 부담 초조.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A4)
이처럼 실직은 생활의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우울감을 높이는 등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뷰에서 주목되는 결과는 참여자들의 사회적 관계망이 매우 협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일부 참여자는 일상적으로 연락을 나눌 사람이 전혀 없거나 소수에 불과했다. 이들은 특히 “친구가 없어요”(A4)라며 가족과의 교류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친구가) 저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요. 예 거의 없다시피 해. 내가 그러면 10년 전에 그런 일이 있다 쓰러지고 나서부터는 내가 아무 일도 못하다 보니까. 누굴 만나지도 못하고 내가 여유가 없어서. 그러다 보니까 안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고. 대화 할 생각도 없어지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B5)
일부 참여자들은 가족이나 친인척 등과 소원하지만 교류 및 지지가 제한적으로 이뤄졌고, 비슷한 형편이나 처지에 있는 친구 등이 있다고 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요. 가족 친지들하고는 거의 연락을 안 하는 편이고 친구보다는 가까운 지인들 몇 분 정도 가끔 연락하고 식사할 정도. 제가 밥을 살 능력이 안 되니까 먼저 연락을 못 하지 않습니까.”(D2)
사람들과의 관계망이 축소되는 과정을 살펴본 결과, 한 인터뷰 참여자는 외로워서 사람에게 연락을 해도 사람들이 자신을 점차 피하거나 거부해 본인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외로워서 주변 사람들한테 연락을 하게 되는데. 내 사정을 아니까 사람들이 그냥 피하게 되는 거예요. 왜 그러냐하면 다 망가져서 혼자 살고 있고. 저는 이렇게 있는데 처음에는 좀 초반이니까 했는데 그게 지속이 되니까 거부를 하게 되고 내 스스로 이제 저도 연락을 안 하게 되는 거죠.”(D2)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책을 읽거나 주로 핸드폰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참여자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며 ‘핸드폰’을 내보이며 이것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의 외로운 현실이다.
이혼으로 1인 가구가 된 참석자는 이혼 초기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당시에 위로해줄 사람이 없는 상태를 이겨내기 위해 책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너무 힘든 부분을....주로 책으로 책으로 이제 견뎌냈죠. 책으로 그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제가 볼 때는 이제 직장을 가지고 있을 때였고 마치면은 요즘 무료로 이렇게 알라딘부터 시작해서 예스24 너무 환경이 좋아서 책을 많이 보게 됐는데 거기서 또 제가 나름대로 깨닫게 된 부분이 있어서. 삶이 짧고 그리고 내가 아무리 외로워해도 주변에서 나의 외로움을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고... 나를 건강을 유지하고 삶을 버텨내는 게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을 인식하고 나서는 잘 이렇게 적응을 하는 것도.”(D3)
이처럼 실직과 건강 악화 이후 참여자들에게 찾아온 가장 큰 고통은 '역할의 상실'과 그로 인한 '무위(無爲)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었다. 사회적 관계망이 붕괴된 자리에는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대체재로 들어와 있었다. 참여자 A4가 "친구가 한명도 없다"며 핸드폰을 들어 보였을 때, 현장에는 공허한 웃음이 흘렀다. 이는 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빈곤층 1인 가구가 겪는 고립이 '디지털 유배'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창구가 대화가 아닌 할 일이 없어서 일방적인 미디어 시청이라는 점은 이들의 고립감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일 것이다.
실직이나 건강 악화 등의 상태가 되면서 ‘스스로 고립’시키는 경우도 나타났다. 한 참여자는 건강 악화로 실직 상태에 이르게 되자 자신이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국가의 세금을 쓰는 등 사회적으로 짐이 되는 것이 싫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오는 연락을 받지 않고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지도 않는다고 하였다. 외부의 지원도 거부 및 거절하는 것이다.
“지금 제가 이렇게 (건강이) 안 좋아지고부터는 모든 전화도 안 받고 제가 저를 고립시켰죠....내가 몸이 이렇게 되고 내가 사회에 어떤 쓸모가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스스로 차단하고 그렇게 누구랑 얘기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제가 항상 늘 하는 말이 그거에요. ‘더 이상 남한테 피해는 폐는 끼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있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그나마 이 상태에서 이제 소원, 희망이 있다면 남한테 요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거예요..... 최대한 민폐끼치지 말고 살자. 내가 세상에 쓸모가 없으니까.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세금 내는 게 아니라 세금 쓰고 있잖아.”(D1)
일부의 인터뷰 참여자들은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낙(樂)이 없어요(B5)”라며 삶을 유지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한 참여자는 오늘이라도 잠을 자면서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 같은 경우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사는게... 그래서 자면은 아예 일어나기 싫다. 그냥 자면은 그냥 그대로 다음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거죠.”(A2)
“한마디로 다 못 죽어서 산다 이런 생각하면 돼. 뭐 떨어지면은 죽지. 그걸 할 수가 없으니까. 못 죽어서 안하고 사는 거야. 그냥 솔직하게 얘기합니다. 비슷할 것 같은데... 저는 아침에 잘 아침에 눈 안 떴으면 이런 생각 하고 잘 적에 잠을 청합니다.”(A5)
일부 참여자들은 삶의 즐거움도 없고 열심히 살아야 할 동기가 되는 사람(가령, 자녀나 부모님 등)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상황으로, 외롭고 무료하고 건강도 좋지 않은 현실에서 살아갈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삶의 의미나 목적은 개인의 생계를 유지하고 발전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배우자·자녀·부모·친척·친구 등과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도 한다. 따라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관계의 축소는 삶의 의미와 존재 이유에 근원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참여자들이 담배와 술을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심심초', '유일한 낙'으로 명명하며 그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건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놓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통제 불가능한 삶 속에서 자신이 선택하고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자기 결정권'이자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취제'이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담배를 “심심초”라고 부르며, 그나마 담배나 술이 유일한 낙(즐거움, 樂)이라고 하였다. 무료하고 외로운 일상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심심하고 허전함을 달래주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골치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에 피우는 담배가 그나마 본인의 허전한 마음을 알아준다고 하였다.
“(담배 피우는 이유는) 심심초로. 그게 낙(樂)이라요. 낙...담배까지 끊고 무슨 낙으로 삽니까. 나는 내같은 경우에는 30년, 30년 전에 술을 끊고 술을 안 묵었어요. 한번도. 술 안묵으니깐에 담배까지 끊으면은 무슨 낙이 있습니까... 못 끊는 게 아니고 안 끊죠. 말이 못 끊는 거랑 안 끊는 거 틀리거든 말이. 안 끊지 뭐 피야지 뭐 골치 아픈 거 있으면 하나 더 피고. 그리 사는.”(A5)
“위안도 되고요. 스트레스 받을 때 담배 한 대 쫙 피우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저는 담배를 하루에 두갑씩 피거든요. 운동을 산을 제가 많이 다닌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두갑씩 피면서도 산도 잘 올라다니고 건강이 좋았어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더라고.”(A2)
더욱 충격적인 것은 FGI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일상적이고 덤덤하게 오갔다는 사실이다. 한 참여자가 "자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다른 참여자들도 이에 동조하며 삶에 대한 미련 없음을 드러냈다. 이는 자살 충동이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희망이 거세된 삶에서 고려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고단한 삶을 끝낼 수 있는 휴식처로 인식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관찰되었다.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죽고 싶고 그래 가지고 혈압도 있는 데다가 혈압약 다 털어놓고.. 근데 죽고 싶고........일주일 뒤에 이제 밥을 먹고 이제 병원에 가보려고 옷을 갈아입다가 또 쓰러지고 그런데 한달쯤 뒤에 이제 식사하고 밥상을 치우는데 느닷없이 머리를 탁 떼리고 넘어간 거예요. 그러니까 머리를 때리는 병인거야. 뇌졸중이 때리는 병이잖아. 밥상이 그대로 엎어지니까 옆집에서 싸우는 줄 알았대. 그래 가지고 이제 그대로 병원도 안 가고 혼자 있었죠. 그러니까 119도 생각이 안 났죠. 이제 죽었구나 그 생각밖에 안났죠. 옷을 갈아입고 병원에 가볼까 하다가 또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 그래 가지고 일주일 동안 그러고 있었죠.”(D4)
실제로 일부 참여자는 실제 자살 시도를 한 경험이 있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 참여자는 자살을 시도하고 병원도 가지 않고 일주일을 집에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하였다. 중요한 관계를 맺는 사람도 없이, 그저 외롭고 허전하게 살아가는 날의 연속, 의미 없는 삶, 그저 담배나 술로 겨우 달래는 삶에 미련이 없다는 것이다. 삶의 근간(勤幹)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것이다.
본 연구는 서울특별시 거주 기초생활수급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수행하여, 이들이 빈곤과 고립에 이르게 된 생애과정과 현재의 경험을 탐색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삶은 단순한 개인적 불운의 나열이 아니었다. 이는 누적적 이익-불이익 이론(Cumulative Advantage/Disadvantage Theory)이 설명하는 바와 같이, 생애 초기의 불이익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구조적 불평등으로 심화·고착되는 과정임이 확인되었다(Merton, 1968; DiPrete & Eirich, 2006). 주요 연구 결과를 선행연구 및 이론적 관점과 결부하여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 참여자들의 현재 빈곤은 생애 초기부터 시작된 '불이익의 경로 의존성'에 기인한다. 참여자 대부분은 유년기 빈곤, 장애, 혹은 가족 해체로 인해 정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조기 노동시장 진입을 강요받았다. 이는 장은하 외(2021)가 지적한 바와 같이, 초기 생애 단계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교육, 부모의 소득 등)가 이후의 생애 기회를 제약하는 출발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은 낮은 학력과 자본의 부재로 인해 청소년기부터 저숙련·육체노동 중심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아동기의 빈곤이 중장년기의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윤수경(2019)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며, 초기 불이익이 생애 전반에 걸쳐 누적되어 현재의 취약성을 형성하는 핵심 기제임을 시사한다.
둘째, 노동 생애에서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건강 악화는 빈곤을 고착화하는 '가속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참여자들은 장기간의 육체노동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신체적·정신적 건강 자원을 소진하였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음주와 흡연 의존은 개인적 일탈이라기보다, 과도한 노동 강도와 심리적 압박에 대한 대처 기제가 건강을 해치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낮은 교육 수준과 불안정한 고용 상태가 중장년기 만성질환의 조기 발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Kim et al.(2008)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결과적으로 실직과 사업 실패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축적된 건강 손상과 노동 능력 상실이 맞물려 발생한 필연적 귀결이었다. 신체적 복합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건강의 위기 또한 빈곤과 건강 불평등이 상호작용하며 증폭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셋째, 경제적·신체적 위기는 1차적 지지체계의 붕괴를 초래하여 '다중 사회적 배제(Multiple Social Exclusion)'로 귀결되었다. 참여자들은 경제적 능력 상실과 건강 악화가 가족 갈등 및 이혼으로 이어지며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되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박선희 외(2020)와 배은경 외(2023)가 언급한 바와 같이, 빈곤, 건강 악화, 일자리 상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작용하여 사회적 고립을 가속화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재 참여자들은 수급비 부족이라는 경제적 결핍뿐만 아니라, 약물 의존, 자기 방임, 그리고 자살 사고(ideation)라는 극단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독거(living alone)를 넘어, 사회적 관계망과 지지체계가 전무한 상태인 '고립(isolation)'이 어떻게 삶의 의지를 잠식하는지를 드러낸다.
넷째, 사회적 고립과 역할의 부재가 초래한 ‘삶의 의미 상실’은 참여자들을 실존적 공허(existential vacuum)와 잠재적 자살 위험으로 내몰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참여자들이 “잠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담배나 술을 유일한 삶의 낙(樂)으로 삼으며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현상은, Frankl(1963)이 언급한 ‘삶의 목적을 찾으려는 의지(will to meaning)’가 좌절된 상태인 ‘실존적 공허’가 만성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들의 위기는 단순한 경제적 빈곤을 넘어, 존재의 이유와 사회적 역할을 상실한 데서 오는 근원적인 실존의 위기임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결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국민의 최소한의 삶을 지원하도록 다층적인 현금 및 현물 급여 체계가 작동하지만 여전히 구조적 한계가 심각함을 시사한다.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라는 행정적·산술적 기준에 갇혀, 서울에서 도시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사회적 비용'의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식비, 주거비와 냉난방비 등 생존을 위한 필수 고정지출이 급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구조 하에서, 수급비의 부족은 단순한 소비 활동의 제약을 넘어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과 고립을 초래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하고 있었다. 즉, 현재의 급여 수준은 급등하는 물가와 현대 사회의 보편적 생활 양식을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수급권자들에게 최소한의 존엄과 사회적 교류를 포기하고 기본적인 생존만을 선택하도록 사실상 강요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특히, 중장년층이 직면한 핵심 위기인 정서적 유대감 상실이나 사회적 역할 부재와 같은 ‘관계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는 데에는 매우 미흡함을 의미한다.
요컨대, 본 연구의 절대빈곤층 중장년 1인 가구가 겪는 위기는 특정 시점의 충격이 아닌, 생애 전반에 걸쳐 누적된 불이익의 총체적 결과이다. 머튼(Merton)의 이론처럼, 초기의 미세한 격차는 생애과정을 거치며 경제·건강·사회적 관계의 복합적 결핍으로 확대되었고, 현재의 빈곤층을 위한 복지제도는 이러한 누적적 불이익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여전히 큰 제도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정책적 개입은 현재 드러난 '빈곤'이나 '독거'라는 단면적 문제 해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저소득 중장년 1인 가구의 삶의 질 개선과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최저생계비의 현실화와 급여 체계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 현행 기초생활보장급여는 서울의 높은 주거비와 물가 수준을 온전히 반영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급여의 부족함은 수급자들에게 단순한 생계 유지를 넘어 지인과의 만남 회피 등 ‘관계적 빈곤’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최저생계비 산정 시 식비와 주거비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한 비용을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볼 필요가 있다. 생계급여 수준을 현실화하거나, 별도의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모색함으로써 빈곤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존의 의료급여 사례관리 및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보완하여 신체·정신 통합 건강관리시스템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도 의료급여 사례관리나 다제약물 관리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주로 과다 의료 이용을 억제하여 재정을 절감하거나 약물학적 중복을 점검하는 등 다소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박혜영 외, 2018, 송경신 외, 2024). 그러나 본 연구 결과, 참여자들의 다약제 복용과 약물 의존은 단순한 신체적 통증뿐만 아니라, 고립감과 우울, 무기력함 등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존의 신체 건강 중심의 접근을 넘어, 정신건강복지센터와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사례관리자가 신체와 정신건강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통합 지원 모델의 도입이 요구된다. 약물의 오남용을 막는 통제적 접근보다는, 참여자가 겪는 우울이나 공황장애 등 기저의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돌봄으로써 불필요한 약물 의존을 줄여나가는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고립 해소를 위해 영국처럼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을 도입하고 관계망 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NHS England, 2023). 연구 참여자들은 역할의 부재와 무료함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때로 자살 충동이나 디지털 매체에 대한 과몰입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에게는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병원이나 복지기관이 약물 처방과 병행하여 커뮤니티 활동, 자조 모임, 공유 부엌을 활용한 소셜 다이닝 등을 연계하는 ‘사회적 처방’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영양 결핍의 문제를 보완하는 동시에, 유사한 상황에 놓인 참여자들이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도움으로써 궁극적으로 살아가야 할 의미를 재발견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본 연구는 서울시 거주 저소득 중장년 1인 가구의 생애 경험과 삶의 맥락을 심층적으로 탐색하였으나, 연구 대상과 방법론적 측면에서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우선, 연구 대상이 ‘서울’이라는 특정 대도시의 ‘빈곤층’으로 한정되어 있어, 지역적 환경(지방 중소도시, 농촌 등)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중산층 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는 중장년 1인 가구의 이질적인 특성을 포괄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질적 연구의 특성상 소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하였으나, 이를 전체 중장년 1인 가구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확대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을 비수도권 지역 및 다양한 소득 계층과 생애 유형(비혼, 이혼, 사별 등)으로 확장하여 비교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본 연구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저소득 중장년 1인 가구의 특성과 차별성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본 연구에서 도출된 주요 주제를 바탕으로 양적 조사를 병행하는 혼합연구방법(mixed methods approach)을 적용한다면, 연구 결과의 경험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중장년 1인 가구 지원정책을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 (2023). 2023년 사회조사 결과(복지·사회참여·문화·소득소비·노동) [보도자료]. 통계청. https://kostat.go.kr/board.es?mid=a10301010000&bid=219&act=view&list_no=427913
NHS England. (2023). Social prescribing: Reference guide and technical annex for primary care networks. NHS England. https://www.england.nhs.uk/long-read/social-prescribing-reference-guide-and-technical-annex-for-primary-care-networks/